헌법재판소 간통제 폐지 판결 성도덕 문란·부부 정조 위반 등 가족공동체 해체로 이어질 것

▲ 김정모 서울취재본부장
1870년대 러시아에서 한 여인이 달리는 기차에 몸을 던졌다. 톨스토이 마을에서 일어난 연정(戀情)의 비극적인 결말이다. 이 사건에 영감을 받아 청년장교와 귀부인의 치명적인 사랑을 소재로 '안나 카레니나'가 나왔다고 한다.

'어느 도시에서 40대 부인이 간통죄로 붙잡히자 옥상에서 투신', '지상파 TV 유부녀 아나운서 간통죄 피소'. 이는 지난해 일이다. 앞으로 그런 보도는 사라질 것이다. 지난달 26일 헌법재판소가 "형법 214조는 헌법에 위배된다"는 결정을 했다. 간통을 형법의 올무에서 해방하여 양성화 하는 셈이다. 재판관도 여론도 엇갈린다. 5명의 다수 재판관은 "간통죄는 국민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 반면 이정미 안창호 재판관은 "간통은 일부일처 혼인을 망가뜨리고 가족에 파괴적인 영향을 끼친다. 성도덕이 문란해질 수 있다"고 위헌이 아니라고 했다. 판사 중에 판사인 헌재 재판관들이 이럴진대, 장삼이사들은 어느 게 야만이고 문명인지 헷갈린다.

여론조사결과는 53%가 잘못된 판결, 34%는 잘된 판결이라고 한다. 간통죄 존속을 지지하는 다수 여론의 논거는 형법 이전에 보편적이고 항구 불변한 규범이고 관습법이다. 실정법보다 우위인 자연법이다. 간통행위는 남녀상열지사(男女相悅之詞)가 아니라, 윤리라는 사회공동체의 정신적인 공공재라는 것이다. 이같은 옳고 그름에 대한 논쟁보다 재빠르게 움직인 곳은 성(姓) 도구를 만들고 파는 업계였다. 섹스를 탐하는 이기적 본능을 제약 없이 자유(?)롭게 구사하려는 파충류형 인간들을 상대로 한 경제행위다.

간통죄를 살려내려면 지금이라도 벌금형을 추가하고 미혼의 상간자 등은 처벌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넣은 법률안을 만들면 된다. 간통죄 폐지라는 총론에 손을 들어준 2명의 재판관도 "미혼의 상간자 등 모든 간통 행위자와 상간자를 처벌하고 죄질이 다른 수많은 간통 행위를 반드시 징역형으로만 응징하도록 한 현 간통죄는 위헌"이라는 별도 의견을 냈다. 각론적으로 간통 처벌에 찬성했다.

앞으로 사회는 어떻게 바뀔 것인가. 가족공동체는 해체된다. 그동안 간통은 성관계 증거를 개인이 확보해야하기 때문에 피소되는 건수가 지극히 적었다. 폭행 상해 살인 등 개인복수, 즉 사적해결수단이 증가할 것이다. 현대판 사형(私刑)이다. 범죄피해자를 법률로서 보호하지 않는 국가는 정당한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이 나올 것이다. 간통이 부부간 정조의무를 위반한 불법행위이기에 손해배상, 위자료 및 재산분할청구 등 송사가 늘어난다. 법정이 부부간 돈 싸움장이 된다. 간통은 돈 많은 사람들의 전유물이 된다. 먹고사는데 빠듯한 사람들은 헌법상 보장된 행복 추구권을 누릴 기회를 박탈(?)당하는 게 아닌가.

간통죄를 폐지한 서양문화는 우리와는 다르다. 반한 이성을 만나면 배우자에게 고백하고 이혼한다. 우리는 안 그런척하며 몰래 교제하는 이중성 문화다. 하여튼 동방예의지국과 동방성(性)자유국가 중 어느 것을 한국의 브랜드로 내세우는 게 국제경쟁력이 있는지, 행복사회로 가는 길인지 중의를 모아야한다. 문화강국을 꿈 꾼 백범 김구선생이라면 후자편이지 않을까. 나당전쟁에서 패한 당나라 소정방이 "신라는 비록 소국이지만 도모할 수 없었다."라는 문화 우위의 국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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