士不可不弘毅 사불가불홍의

▲ 윤용섭 한국국학진흥원 부원장
이는 공자의 후계자인 증자의 말씀으로서, 공부하는 사람의 마음가짐에 관해 말하는 것이다. 선비가 조석으로 생각하는 공부의 목적은 인을 성취하는 것이다. 인은 공자의 주문하는 최고의 덕목이요 선(善)이다. 공자는 웬만한 덕성을 가지고는 그것이 아무리 훌륭해도 인이라고 인정하지 않았다. 후세에 송나라에 이르러 도학이 일어났다. 송나라의 도학은 주염계가 일으키고 정명도와 정이천의 두 선생이 계승하였으며 여기서 삼대 건너 주자(朱子)가 대성하였다. 정명도 선생은 일찍이 '여물동체(與物同體)'를 인이라 하였는데, 천지만물과 더불어 한 몸이 되는 경지라는 것이니, 이 얼마나 높고 어려운 경지인가? 그래서 임무가 무겁고 갈 길은 멀어, 죽어야 그만둘 수 있다 하였다.

따라서 인간의 최고덕목인 인을 성취하고자 노력하는 선비는 불가불, 그 마음이 넓고 뜻이 굳세어야 한다는 말씀이다. 마음이 저 푸른 하늘처럼 넓어야 천지만물을 담을 수 있는 인과 접목할 수 있으며, 뜻이 굳세어야 그 무겁고 긴 길을 지치거나 싫증 내지 않고 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퇴계 선생을 모신 도산서원의 두 기숙사동재와 서재의 이름에 이 뜻이 새겨져 있다. 동재의 이름은 박약재(博約齋)요 서제의 이름은 홍의재(弘毅齋)이다. 박약재는 널리 배우고 예로써 요약하라는 가르침에서 따왔고 홍의재는 이 글에서 취한 이름이다. 모두 공부하는 사람이 명심할 좌우명이 되는 글이다. <태백편>



一. 선비는 넓고 굳세지 않을 수 없으니,

士不可不弘毅

사불가불홍의



二. 임무가 무겁고 갈 길이 멀기 때문이다.

任重而道遠

임중이도원



三. 인을 자신의 임무로 삼았으니, 어찌 무겁지 아니한가?

仁以爲己任 不亦重乎

인이위기임 불역중호



四. 죽어서야 그만둘 수 있으니 어찌 멀지 아니한가?

死而後已 不亦遠乎

사이후이 불역원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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