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정치 혁신안 '화제' 국민들, 이기는 정치보다 옳은 길 가는 정치인에 더 감동

▲ 김정모 서울취재본부장
김영춘(金榮春) 새정치민주연합 부산시당 위원장이 내놓은 생활정치 혁신안이 화제다. 지방의원 후보를 '공개오디션 방식'으로 공천한다는 게 가장 눈에 띈다. 사위나 며느리 고르듯이 꼼꼼히 따져 도덕적이고 유능한 자를 걸러낸다면, 정당공천과 국민경선의 융합이다.

김영춘의 이상정치는 현실의 벽 앞에 두어 번 쓴맛을 보았다. 2003년 정치로 세상 바꿔보겠다는 이상이 한계를 느끼자 한나라당을 뛰쳐나왔다. 이부영, 이우재, 안영근, 김부겸과 신당을 만들기 위해서다. 독수리 5형제(Five Eagle Brothers)다. 곡절 끝에 노무현세력과 함께 열린우리당을 창당했다. 당내 20여명의 의원이 동조했지만 정치생명이 '죽느냐 사느냐'하는 햄릿식 고민으로 큰 무리로 확산하지는 못했다. 따뜻한 아랫목을 두고 차디찬 광야로 나가기는 쉽지 않았던 것. 대의에 대한 뜨거운 확신, 즉 '열정'의 소유자만이 가능하다.

2007년 17대 의원 시절 열린우리당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며 스스로 18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직선 서울시당위원장으로 눈앞의 시장후보와 의원 뺏지도 뒤돌아보지 않았다. '책임의식' 때문이다. 2010년 당으로 불려가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으로 요긴하게 써 먹혔다. 19대 총선을 앞두고 야권의 척박지인 부산을 선택하는 결행을 했다. 간지 5년째다. 낙선한다면 그의 성품상 정치를 그만 둘 것 같다. 어둠을 깬 르네상스형이 될지, 꿈으로 그친 돈키호테형으로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지 기로에 섰다. 그는 '87년 체제'라는 정치마당에 나온 첫 '86세대'(80년대 학번 60년대 생)다. 제1야당(통일민주당) 김영삼(YS)총재 비서로 정계에 입문하고, 청와대 정무비서관으로서 국정의 중심을 경험했다. 사회 경제 패러다임이 국가가 아닌 인간의 존엄이 존중받는 '인본(人本)사회'가 그의 정치비전이다.

그의 정치력에 대해 언급한 이유는 '저발전'과 '올드노멀(Old Normal)'이 뒤섞인 대구경북(TK)에서 새싹을 찾아보기 위해서다. 박정희는 국가자본주의식 고도성장을 주도했다(과오도 있었지만). 세력에 기댄 것이 아니라 스스로 나서 삼사백년 만에 경상도인으로 처음 대권을 잡았다. 87년체제 이후 TK출신 리더가 나오지 않는다는 얘기들이 많다. 오죽하면 온지 1년 된 김부겸이 TK의 차세대 리더 1위(11.3%)에 오르겠는가. TBC가 지난 1월 한국갤럽에 의뢰한 여론조사다. 김관용 경북지사(5.9%)와 권영진 대구시장(5.5%)이 각각 2,3위다.

그 당 말뚝만 박아도 당선이라는 TK지역. 여의도 공천시장에서는 산삼보다 더 횡재다. 국회의원에 낙선하거나 권력의 갓끈이 떨어진 뒤에 찾아도 되는 철새 도래지쯤으로 여긴다. 자타가 인정하는 여당 중진 의원들께 묻는다. 양탄자 TK를 박차고 자갈밭의 수도권으로 상방(上放)해서 스타급 정치 한번 해볼 생각은 없는지. '87년체제'(지역할거주의 양당제) 정치판에서 독수리형제의 그 길은 험난했다. 그들은 막스 베버가 정치가의 중요한 세 가지 자질로 얘기한 '열정' '책임의식' 만은 분명했다. '균형감각' 은 미지수지만….

'계란으로 바위치기'임에도 불구하고 이상을 품고 실천하는 소명자가 진정한 리더다. 이기는 길이 아닌 옳은 길을 가야한다. 대중의 가슴이 원하는 대로 몸을 던지는 정치인에게 국민은 감동하고 환호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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