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부정 리스트 횡행한 정치판 진정성 있는 공동체 의식 통해 크고 작은 갈등 해소해 나가야

▲ 곽성일 사회2부장
'진보'와 '보수'는 왜 그렇게도 말이 안 통할까?

세상에는 다양한 정치적 이념, 종교적 믿음, 사회적 가치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 중 자신이 선택한 것이 '가장 옳다'고 믿는다. 그 '옳음'을 위해 집단을 이루고, 행동하며, 심지어 삶의 모든 것을 바치기도 한다.

지금 한국 사회는 진보와 보수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진보와 보수는 비단 정치에 뿐만아니라 일반 국민들에게도 이념으로 자리잡아 서로 다른 가치를 추구 하고 적대적 관계를 이루며 각자의 참호속에서 상대방에게 돌을 던지고 있다.

그렇다면 진보와 보수는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가. 연대와 협력, 공동체를 강조하는 것이 진보의 핵심 가치이고 개인의 자기 책임성을 강조하는 것이 보수 논리의 바탕이다.

80년대 학생운동을 주도하며 진보의 상징이었던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진보가 말하는 '더불어 사는 삶'이나, 보수가 지키고 싶은 '개인의 자기 책임성'이나 모두 선택의 문제이다. 양쪽 모두 선도, 악도 아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일 뿐이다. 따라서 공존할 수 있다. 21세기 진보와 보수는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해야 한다"며 "모든 이론은 회색이고 영원한 것은 저 푸르른 생명의 나무다"는 괴테의 말처럼 진보와 보수는 낡은 회색 이론을 버리고 현실 세계의 생명력을 얻어야 한다고 말한다.

뉴욕대학 스턴 경영대학원 교수이자 현재 영미권의 가장 주목받는 사회심리학자인 조너선 하이트도 "태극기는 음양의 조화를 잘 보여주는 이미지다. 음양이라는 상징은 좌파와 우파가 서로 적이 아니라 보완적 관계임을 드러낸다. 모든 민주주의에는 문제를 제기하고 변화를 추구하는 진보와 더불어 지금까지 잘 작동하는 것들을 일거에 없애지 않는 보수도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한국사회는 '갈등 공화국'이다.

국민에게 신뢰를 받지 못하는 정치판이나 정부와 지자체에는 사회발전을 위한 생산적인 담론은 설자리를 잃고 크고작은 갈등만이 도사리고 있다.

숱한 갈등의 출발점은 '극단의 이기주의'이다. 나, 내 가족, 내가 소속한 집단만 좋으면 그만이다는 사고는 갈등을 부추길 뿐 해답을 제시하지 못한다.

최근 정치판에는 각종 부정 리스트가 횡행하면서 정국이 혼란에 빠져 들고 있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동북아 질서에는 아랑곳 없다. 상대를 주저앉혀야 내가 일어설 수 있다는 잘못된 생존논리에 함몰돼 국가를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반대를 위한 반대만이 넘쳐나고 국가와 민족의 장래를 걱정하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상대의 장점은 철저히 외면하고 단점을 극대화하는데 혈안이 됐다. 이러한 사회에서 미래는 보장받지 못한다.

이제 남을 비방하는데 열을 올릴것이 아니라 상대도 나와 '현재와 미래'를 함께하는 공동운명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상대는 '적'이 아닌 함께 걸어가야할 '동반자'라는 지극히 당연한 인식을 되찾아야한다. 그러한 주장은 현실을 모르는 사람들의 몫이라는 잘못된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공동체 의식을 회복하는 해답은 상대를 굴복시키려는 '논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감동을 주는 '진정성'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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