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君子亦有惡乎 군자역유오호)

▲ 윤용섭 한국국학진흥원 부원장
공자는 늘 인을 강조하였는데, 인은 곧 포용이요 사랑이다. 그러나 과연 모든 사람을 사랑하기만 하고 미워할 수는 없는 것일까? '중용'을 보면 "오직 어진 사람이라야 사람을 사랑할 수도 사람을 미워할 수도 있다"고 했다. 대개 사람들은 감정에 사로잡히기 때문에 좋아하고 미워함에 마음이 흔들리지만, 어진 사람은 어떤 감정에 일어나더라도 박애의 마음은 유지하므로, 역으로 사람을 좋아할 수도 미워할 수도 있는 것이다. 즉, 어떤 자연인 한 사람 자체보다는 그 덕행과 잘못을 좋아하고 미워할 수 있어, 소위 그 죄는 미워하되 그 사람은 미워하지 않는다는 격이 된다. "군자도 미워하는 것이 있습니까?"란 자공의 질문에, 공자는 남의 단점을 말하는 자와 아랫자리에 있으면서 윗사람을 헐뜯는 자와 용맹하지만 예의가 없는 자, 과감한 듯하면서 사람의 숨통을 죄는 자를 미워한다고 대답하였다. 네 가지 모두 우리가 별다른 죄의식 없이 흔히 저지르는 행위들이다. 남의 흠을 말하길 좋아하는 것은 상대도 해롭고 기분 나쁘지만, 그 자신도 해치게 된다. 험담을 좋아하는 사람을 누가 좋아하겠는가? 아랫사람이 되어 윗사람의 흉을 보고 헐뜯는 것은 면종복배(面從腹背)의 전형이며, 용감하게 설치면서 무례한 사람도 사람들의 이마를 찌푸리게 한다. 그리고 과감한 듯 행동하지만 남의 사정을 조금도 고려하지 않는 독선을 군자는 미워한다. 사회에는 화합과 배려, 절제와 예의가 있어야 하는데, 이를 은근하면서도 심하게 해치기 때문이다. <양화편>



子貢曰 자공이 여쭙기를

一. 군자도 미워하는 사람이 있습니까?

君子亦有惡乎

군자역유오호



子曰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二. 미워함이 있다. 남의 나쁜 점을 떠드는 자를 미워하며

有惡 惡稱人之惡者

유오 오칭인지악자



三. 아랫자리에 있으면서 윗사람을 비방하는 자를 미워하며

惡居下流而而上者

오거하류이산상자



四. 용맹하지만 무례한 자를 미워하며

惡勇而無禮者

오용이무례자



五. 과감하지만 꽉 막힌 사람을 미워한다.

惡果敢而窒者

오과감이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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