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끝 아래 신라정신 오롯이…소산 70년 화업 한눈에

▲ 소산의 대표 작품으로 눈 내리는 불국사의 고즈넉한 풍경을 먹으로 담아낸 '불국설경'
경주시의 오랜 숙원사업이었던 솔거미술관이 소산 박대성화백의 작품을 기증받아 지난 21일 개관했다.

글로벌 문화축제인 '실크로드 경주 2015' 개막에 맞춰 문을 연 경주솔거미술관은 경주세계문화엑스포 공원 내 '시간의 정원' 인근에 자리 잡고 있다. 경주지역에 처음으로 건립된 공립미술관인 솔거미술관은 앞으로 다양한 전시 기획으로 경주 문화예술의 명소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경주가 지니고 있는 문화의 우수성을 미술관의 정체성으로 승화시켜, 지역 미술문화 발전과 관광자원으로도 커다란 역할을 도모할 것으로 보인다.

천년고도 경주에 탄생한 첫 공립미술관으로써 앞으로 경주지역 문화예술의 위상을 높이는 주역이 될 솔거미술관을 둘러봤다.

△ 경주솔거미술관 개관

경주솔거미술관은 시도비를 비롯해 정부지원금 등 총 50억 원을 들여 지난해 11월 준공됐다.

1만4천880㎡의 부지에 건축 연면적 1천556㎡의 지하1층 지상 2층 규모로, 지상 1층에는 전시실과 작품 수장고, 2층 건물에는 전시실과 교육실, 작업실, 사무실 등을 갖췄다.

지난 2008년 소산 박대성 화백의 작품 기증 의사에 따라 미술관 설립구상이 시작됐으며, 2012년 건물 착공에 들어갔다.

미술관 건립이 완공된 후 여러 논의를 거쳐 통일신라시대 화가인 솔거의 이름을 딴 '경주솔거미술관'이 탄생했다.

이번 개관전에는 총 3개의 전시가 각각 다른 타이틀로 전시될 예정이다.

이중 박대성 전시관1~5관까지는 박대성 기증작품전 '불국설경', '소산 박대성-붓끝 아래의 남산'이 전시되며, 기획전시실 1~3까지는 '경주미술의 뿌리와 맥 7인'전이다

경주 솔거미술관에는 소산 박대성 화백이 830점의 소장품을 기증했다.

기증한 작품은 회화 435점, 글씨 182점을 비롯해 작품 활동을 위해 소장하고 있던 먹, 벼루 213점 등이다.

박 화백은 '2013 이스탄불-경주세계문화엑스포'에 초대돼 한국화의 아름다움을 전세계에 알려 찬사를 받기도 했다.

기획전시실 1~3실 까지는 '경주미술의 뿌리와 맥 7인'전이라는 타이틀로 경주미술의 뿌리와 맥이 되는 근·현대미술사 1세대 작고작가들의 작품 25점이 전시된다.

영남화단에서 경주 작가들의 미술사적 위상을 조명하고 그 맥을 짚어보자는 취지로 기획된 최초의 전시로 그 의미가 남다르다.

7인의 작고작가는 황술조, 손일봉, 김준식, 박봉수, 김만술, 손동진, 손수택이다.

이들 작품 총 25점과 함께 경주미술사 관련 아카이브전시도 함께 관람할 수 있다.

▲ 박대성 화백이 경주솔거미술관에 기증한 작품 '불밝힘굴'
△ 신라인 소산 박대성


이번 전시의 핵심인물인 소산 박대성은 1945년 경북 청도에서 출생했으며, 1978년 중앙미술대전을 통해 등단한 후 이듬해 중앙미술대전에서 대상을 수상, 현재까지 국내외적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수묵작업을 기본으로 해 전통의 창조적 계승에 매진, 국내외 미술계에 주목 받는 화가로 발돋움했다.

뉴욕 아시아소사이어티 박물관, 이스탄불 마르마라대 미술관, 베이징 중국미술관 등에서 초대 개인전을 개최한 바 있다.

이에 앞서 호암갤러리에서 개인전을 통해 80년대의 스타작가 반열에 올랐다.

단체전으로는 광주비엔날레 특별전(광주시립미술관), 김생 탄신 1천300주년 기념전(서울 예술의 전당), 드로잉의 새로운 지평(국립현대미술관) 등 수백 회에 출품했다.

현재 소산 화백은 '신라인'으로 자처하고 15년 전 제 2의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경주로 내려와 경주남산자락 삼릉에 위치한 작업실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소산이 미술관에 기증한 830점은 회화에서부터 도자기, 서예, 벼루 먹 등 본인의 70년 인생사를 응축시킨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이 중 48점이 이번 전시에 소개돼 관람객들에게 선보이게 된다.

그 중 불국설경은 소산의 대표 작품으로 눈 내리는 불국사의 고즈넉한 풍경을 먹으로 담아낸 대작으로 길이만 높이 3m, 길이 13m가 넘는다.

이번 개관전에는 박대성 화백의 최근작인 15점의 작품이 '소산 박대성-붓끝 아래의 남산'이라는 타이틀로 기증 작품과 함께 전시될 예정이다.

경주의 상징인 남산을 주제로 불국토를 표현한 전시작품들은 경주에서 칩거생활을 통해 얻어진 그의 정신세계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경주솔거미술관 개관전 총감독이자 미술평론가인 가천대 윤범모 교수는 "소산의 그림은 이제 기법의 수준에서 정신의 세계로 진입한 만큼 그가 추구한 무애의 실체가 궁금해진다"고 밝혔다.

△ 붓끝 아래의 신라정신

윤범모 경주솔거미술관 개관전 총감독은 소산 근작의 특징을 한마디로 "자유자재의 세계이다"라고 표현하고 있다.

그는 "우선 대상을 표현하는 형식부터 사실적인, 그것도 극세필의 사실적인 묘사력을 과시하기도 하지만, 어떤 경우는 먹물을 그냥 들어부은 듯 거칠면서 활달한 표현방법을 구사한다"고 평했다.

소산 작품 가운데 대작 '천지인'(2011)은 자연의 웅장함을 명쾌하게 집약한 작품이다.

부감법을 응용해 즉 하늘에서 백학을 타고 내려다 본 거대한 산의 모습을 한 화면에 담은 것이다.

하늘을 행해 치솟은 직립의 산봉우리는 기운생동 바로 그 자체이다.

하늘과 땅 그리고 그 사이의 인간, 이와 같은 거대 담론을 소산은 작품 '천지인'에 상징적으로 표현해 냈다.

'청운 백운'(2013)은 내리닫이 형식으로 거대한 산봉우리을 응집시켜 화면에 옮긴 작품이다.

겹겹의 산봉은 검은 농묵으로 처리하고, 중첩된 산세 표현은 거의 직선에 가까운 하얀 띠로 둘렀다.

'청산 백운'은 거대한 산을 표현했지만 배경으로 푸른 산을 살짝 두었고, 또 산 아래는 탑과 같은 건축물을 배치했다.

▲ 소산이 신라의 문화유산을 탁본형식으로 표현한 '남산'
'남산'(2010)은 산의 전체 윤곽을 모란꽃 모양으로 모아 원형구도로 표현했다.

모란은 부귀의 상징으로 화조화의 대표적 꽃으로 사랑 받았다.

이 작품의 경우 모란꽃잎이기도 하지만 어찌 보면 연꽃잎으로도 볼 수 있다.

화가는 그 꽃잎마다 신라의 문화유산을 탁본형식으로 표현했다. 그래서 마애불이 나오고, 탑도 나온다.

신작 '독도'(2015)는 길이 8m에 이르는 대작이다. 화면 가득 독도의 동도와 서도를 배치시키고 상단에는 청룡을 두었다.

농묵에 의한 독도 표현은 한마디로 장쾌하다. 붓을 거칠게 놀려 속도감과 힘을 담았고, 또 부분적으로 세필로 건물 등을 표현해 대비시켰다.

수묵화만이 표현할 수 있는 특성을 최대한 활용해 뽑아낸 거작이 아닌가 한다.

소산은 광복 70돌의 해에 독도를 그리면서 창공에 청룡을 등장시켰다.

꿈틀거리는 용은 손아귀에 여의주를 움켜잡고 있다. 하지만 빨간색 원형의 여의주는 마치 일장기와 겹쳐져 한일관계를 암시하는 듯하다.

소산의 '독도'는 조국애를 담은 광복 70년의 기념작이다.
황기환 기자
황기환 기자 hgeeh@kyongbuk.com

동남부권 본부장, 경주 담당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