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기획 - 화학물질 누출사고 불안감 확산

영천 실리콘 제조업체서 불산 섞인 화학물질 유출 또 관리 소홀·늑장 신고 두통 호소 주민 4명 입원

대형 화학물질 누출사고에 대한 불안감이 다시 커지고 있다.

영천과 구미, 중국 텐진 등 국내외에서 대형유해화학물질 누출과 폭발사고가 잇따라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다. 대구·경북지역에도 크고 작은 화학물질 누출 사고가 잊을만 하면 발생, 노후시설 교체·점검과 대응 매뉴얼 마련 등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일 영천에서 불산과 질산 화합물로 추정되는 화학물질이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해 주민들이 불안에 떨었다.

이 사고는 지난 2012년 9월 구미시 산동면 구미국가산업단지 4단지의 휴브글로벌에서 누출된 불산과 같은 화학물질이어서 당시의 악몽을 떠올리게 하고 있다.

당시 구미에서의 유출사고로 5명이 사망하고 출동한 소방관과 경찰, 인근 주민 등 1만1천여명이 검사와 치료를 받는 등 일대 혼란을 겪었다.

2일 낮 12시32분께 영천시 금호읍에 있는 실리콘 제조업체인 SRNT 공장에서 불산, 질산 등이 섞인 화학물질이 새는 사고가 발생했다.

공장 안에 있는 10t 규모의 탱크 배관 접합부가 파손돼 일어났다.

탱크 안에는 불산 5%와 질산 60%, 물 35%가 섞인 화학물질이 들어 있었다.

소방 관계자는 "공장을 가동하다가 실리콘 세정용으로 쓰는 불산이 탱크에서 유출됐다는 신고를 받았다"며 "탱크 주변에 방류지가 있어 대부분 화학물질이 이곳으로 빠졌으나 일부가 외부로 유출됐다"고 말했다.

탱크 안에 있던 불산과 질산, 물이 섞인 화학물질 4t이 새나왔으나 이 가운데 0.5t은 회수하지 못했다.

탱크 유량계 밸브가 갑자기 파손되는 바람에 유해화학물질이 유출됐다는 점에서 업체측의 관리가 소홀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SRNT측은 화학물질이 새나가고 있음에도 자체로 조치할 수 있다고 안일하게 판단해 사고가 난 지 2시간30분이 지나서야 소방서에 신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영천시와 소방당국은 오후 1시가 넘어서야 공장 인근 주민 200여명에게 대피하도록 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3시간여동안 주민들은 무방비 상태에서 유해화학물질에 노출된 셈이다.

이 때문에 주민 50여명이 두통 등 증세를 보여 검진을 받았으나 4명만 입원 치료 중이다. 업체측의 늑장 대응이 화를 키운 셈이다.

SRNT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조치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 발생 당시에 신고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소방 관계자는 "1년에 120t 이상 유해화학물질을 사용하면 유해화학물질업체로 환경부에 등록하는데 SRNT는 하지 않았다"며 "이 업체가 유해화학물질을 얼마나 쓰고 있는 지를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구·경북지역에는 유해화학물질 이용허가업체가 많아 누출사고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4월 25일에는 대구 달서구 성서산업단지 도로에서 황산알미늄이 누출됐고 하루전인 24일에는 경주 안강읍의 공장에서도 화학물질 저장탱크가 폭발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화학안전정보공유시스템에 따르면 대구·경북에서 발생한 화학사고는 2010년 2건에서 2013년 7건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16건으로 급증했다.

올들어서도 대구·경북에서는 6건의 화학사고가 발생했다. 2010년부터 지난 7월까지 경북에서 일어난 화학사고는 모두 25건으로 이 가운데 작업자의 부주의로 인한 사고가 12건으로 가장 많았고 시설관리 미흡(7건), 운송차량사고(6건) 등의 순이었다.  

같은 기간 대구에서도 발생한 화학사고 9건의 원인도 부주의가 5건, 운송차량사고가 4건 등이었다.

이처럼 화학사고가 빈번한데도 지자체와 소방당국은 화학물질 사고와 관련한 정보가 부족해 대응매뉴얼도 마련하지 못해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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