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길 걱전에 학생도 학부모도 애간장…30년 '원정수능' 올해도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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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강덕 포항시장은 11일 재포울릉향우회(회장 이석도)와 함께 2016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포항에서 시험을 준비 중인 울릉고등학교 학생들을 찾아가 격려했다. 이 시장은 2016 대학수학능력시험 예비소집을 위해 이동고등학교를 찾은 울릉고 수험생 32명을 만나 격려품을 전달하면서 "수능 당일까지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해서 긴장하지 말고 침착하게 시험에 임해 모두 좋은 성적을 거두기 바란다"고 학생들에게 당부했다. 이날 예비소집일에 참석한 울릉고 학생들은 수능시험을 치르기 위해 지난 5일부터 포항에 미리 나와서 머물며 포은중앙도서관에서 막바지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이종욱기자 ljw714@kyongbuk.co.kr
울릉도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과 선생님, 학부모들은 매년 수능시험 때만 되면 애간장을 태운다.

수능시험 1개월 전부터 기상 파악에 온 신경을 곤두세우기 때문이다.

마지막 점검을 해야 하는 학생들도 혹시나 여객선 운항이 어려울 정도로 기상이 나빠 시험을 치르지 못하지나 않을지 애를 태운다.

이같은 상황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30여년 전부터 아버지·어머니들이 겪었던 불편을 지금 세대도 겪고 있다.

올해도 역시 같은 전쟁을 치렀다.

지난달 29일 동해해경본부는 이날 오후 2시 울릉고 대입수험생 3명(정정하, 김현승, 이건호)을 헬기로 포항까지 수송하는 막중한 임무를 수행했다.

이들 3명의 학생은 지난달 27~28일 기말고사를 마치고 28일 오후 울릉도를 떠나 31일 대구소재 계명대학교에서 면접시험을 보기로 돼 있었는데 동해상에 발효된 풍랑주의보로 발이 묶인 상태였다.

또한, 지난 5일 울릉고등학교 교사 1명과 학생 32명(남 14명, 여 18명)은 6일부터 동해 전 해상에 기상특보가 발령될 것이라는 기상청 예보에 부랴부랴 울릉도를 벗어났다.

울릉도 여객선은 6일부터 11일 현재까지 운항이 중지된 상태다.

올해 수험생들은 베스트 웨스턴 포항호텔에서 생활하면서 포은중앙도서관을 이용, 막바지 시험 점검을 하고 있다.

수능만 문제가 아니다.

수능시험 이후 대학교마다 면접 전형날짜가 달라 2, 3곳의 대학에 원서를 접수한 학생들은 이 때도 전쟁이다.

면접을 보기 위해 육지에 있는 친척집을 전전하거나 숙박업소를 이용해야 한다. 매년 반복되는 울릉도 수험생들의 육지 상륙 작전은 80년대 초 학력고사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래도 지금은 포항~울릉을 초대형 쾌속선으로 3시간 만에 주파하지만 80년대 초 학력고사 시절에는 10~12시간 걸리는 여객선을 타고 포항으로 이동했다.

그 시절에도 해경 경비함이 한두 차례 울릉도 수험생들을 위해 험한 파도를 헤치고 포항으로 가는 일도 있었다.

지금은 수험생이 20~40여명 정도지만 80년대 학력고사 시절에는 울릉고등학교의 전신인 울릉종합고등학교의 학생들 숫자도 3개 학급(보통반 2개, 해양반 1개)의 학생수가 150명~180명 수준이었다.

당시 학력고사를 치르기 위해 포항 가는 여객선에 학생들이 승선하면 진짜 전쟁을 치르기 위해 나가는 군인들의 모습 같았다.

그러던 중 1988년 입시부터 선지원 후시험 제도가 도입되면서 자기가 원하는 대학에 가서 시험을 치렀으나 대입 수능이 도입되면서 1994년 입시부터 다시 포항에서 시험을 치러야 했다.

울릉도 수험생들이 육지에 가서 시험을 보는 건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

해상 기상이 여의치 않아 일주일 전쯤 포항으로 이동할 때면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의 손에는 교과서와 문제집 수십 권에다 갈아입을 옷가지 등 한 짐의 이삿짐이 들려있다.

또한, 육지에 체류하는 경비도 만만치 않다

지난 2010년 입시 때부터 '전국 모든 시·군 지역이 자체적으로 수능시험장을 마련하라'는 교육부 지침이 내려졌지만 울릉도는 그럴 수 없었다.

시험 당일 아침에 문제지를 배부해야 하는데 포항에서 시험 당일 아침에 울릉도 고사장에 시험지를 배부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난 2010년 입시 때부터 경북교육청이 경비를 부담하는 등의 조치로 시험전날까지는 해병대 청룡회관을 이용하는 등 학부모들의 경비 부담은 줄었지만 또 다른 근심거리는 해소되지 않았다.

시험을 치르고 나서 기상이 나빠 다음날 울릉도로 가지 못하고 시험에서 벗어난 학생들이 혹시나 잘못된 일을 할까 싶어 학부모들과 선생님들은 비상대기를 했다.

울릉지역 주민들과 학부모들은 내년 수능부터라도 울릉도에서 시험을 치를 수 있게 해 달라고 매년 기도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학생들이 시험 치르기 1주일 전부터 단체로 이동, 낯선 환경의 어수선함 속에서 막바지 시험 준비를 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지금부터라도 정부와 지자체, 교육당국은 울릉 학생들의 수험의 불편함을 해소하는 방안을 세워주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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