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발 물러서서 들여다보면 그렇게 못 사는 것은 아니다 과연 경제만이 삶의 행복일까

총선이 끝났다. 문득 각 당에서 내걸었던 10대 공약들을 당선자들이 기억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잊지 않고 잘 완수하리라고 믿지만 마음 한쪽에서는 승리에 취하여 뒷전으로 밀어 버린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도 없잖아 있다. 법리적으로 얼토당토않은 이야기 같지만 선거법에 4년 뒤에 각 당에게 공약 이행 결과물을 의무적으로 내게 하고 이를 다음 선거에서 평가받도록 했으면 좋겠다. 그래야 공약의 무게를 느끼게 될 것이며, 엄정한 국민의 눈을 의식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에서 각 당이 가장 힘주었던 공약은 아무래도 경제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었다. 경제에 대하여 공부한 적도 없는 사람이지만 각 당이 경제를 치켜들고서 국민을 설득하려는 모습이 자꾸만 경제 쪽으로 호기심을 유도했다. 그래서 경제에 관한 공약만을 따로 묶어서 4년 동안 지켜보는 것도 어쩌면 유권자로서의 권리이자 의무인 것만 같았다.

새누리당에서는 10대 공약 중에서 경제문제가 8개항이나 차지하고 있었다. 내수 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 미래 성장 동력 산업 육성, 국민 맞춤형 일자리 만들기, 가계 부담 완화 등, 당면한 경제문제를 고스란히 짚었다. 더불어민주당은 6개항이 경제 문제였다. 청년을 위해 더 좋은 일자리 창출, 경제 민주화로 경제 질서 정상화, 저소득 저신용자를 위해 3단계 가계 부채 대책을 만들겠다는 것이었으며, 777 플랜으로 양극화 해소, 국민연금 혜택을 국민에게 돌려주겠다고 했다, 특이한 공약으로 한반도 신경제 지도를 구상하겠다는 공약도 있었다. 국민의당에서도 절반이 경제문제였다. 청년들을 위하여 공정 출발, 공정 결과 청년 희망이 눈에 띄었다.

경제만이 국민의 마음을 모을 수 있다고 너도나도 경제를 이야기했지만 한 발 물러서서 우리를 들여다보면 우리가 그렇게 못 사는 것은 아니다. 과연 경제만이 우리의 삶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도깨비 방망이 일까?

초등학교에서 실시했던 경제교육을 떠올려 보았다.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 느낌이지만 어쩌면 그곳에 해답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의 손이 자주 가는 곳에 돼지 저금통을 놓아두게 하고, 아이 스스로 자신이 관리하는 돈을 아껴 저축하는 환경을 만들어 주었다. 아울러 저축한 돈으로 이웃을 도울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 어린 시절부터 모으고, 나눔의 행복을 느끼게 해 주자는 의도였다. 용돈을 스스로 쓸 권리와 동등하게, 나누어 주는 일도 행복이자 권리의 하나임을 일깨워 주는 게 경제교육의 마지막 이었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자본은 몇몇 계층에게 몰려 있도록 제도나 법규가 만들어져 있고, 나눔은 말뿐인 게 우리네 경제가 되고 말았다. 온갖 정책을 남발했지만 젊은이들을 비롯한 서민 가계는 한숨만 쌓여갈 뿐이다. 대한민국에서 오르지 않는 것은 남편 봉급과 아이의 성적뿐이라는 말까지 생겼다.

백범일지를 다시 읽는다. "지금 인류에게 부족한 것은 무력도 아니요, 경제력도 아니다. 자연과학의 힘은 아무리 많아도 좋으나, 인류 전체로 보면 현재의 자연과학만 가지고도 편안히 살아가기에 넉넉하다. 인류가 현재에 불행한 근본 이유는 인의가 부족하고, 자비가 부족하고 사랑이 부족한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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