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일보 지역경제살리기 캠페인…국내 최고 R&D기관 활용 시장개척·미래 먹거리 찾을 때

▲ 지난 5월 9일부터 닷새 동안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가속기컨퍼런스(IPAC)'에 참석한 400여명의 해외 참석자들이 13일 포항가속기연구소를 방문, 3세대와 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둘러보고 세계 3번째 최첨단 4세대 방사광가속기의 건설 완료된 모습을 직접 눈으로 체험하는 등 알찬 시간을 가졌다.
△위기의 포항

지난 40여년간 한국 산업의 심장이었던 포항경제가 철강산업의 위축과 함께 추락하고 있다.

지난해 포항철강산업단지의 총생산액은 13조7천680억원으로 전년도 17조590억원에 비해 무려 19.3%나 줄어들었다.

포항 철강산업의 중심축중 하나였던 동국제강이 일부사업을 철수시킨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지만 철강재 주 소비처인 조선·건설·건축경기 침체로 철강산업 전체가 불황에 허덕이고 있기 때문이다.

철강산업의 위축은 수출입동향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지난해 포항세관 통관기준 수출총액은 74억5천271만달러로 전년도 103억3천500만달러에 비해 무려 29억달러가량이나 줄어들었으며, 수입액 역시 62억1천753만달러로 전년도 99억200만달러에 비해 37억달러나 감소했다.

무역수지측면에서는 지난해 12억4천만달러가량의 흑자를 기록해 전년도 4억3천300만달러에 비해 3배가량 늘었지만 수입액 감소폭이 수출액 감소폭을 훨씬 앞지르면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였다.

이로 인해 철강산업단지 고용인원도 지난 2014년에 비해 945명이나 감소한 1만5천31명에 그치고 있다.

또 철강산업의 침체는 물류업계는 물론 관련산업에까지 여파를 미치면서 포항경제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고 포항의 주력산업이었던 철강산업의 특성과 세계적인 경제여건 등으로 인해 과거같은 호황을 누릴 가능성은 높지 않다.

경제침체라고 말하지만 포항을 지탱해 왔던 철강산업속으로 들어가보면 사태는 더욱 심각하다.

주력산업의 상당부분이 당진지역으로 옮겨갔고, 조선업에 기대어왔던 수많은 기업들은 위기로 내몰렸다.

지난 40여년간 '설마 포항이~~'라던 우려가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반성으로부터 시작하자

포항은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 철강산업의 성장한계에 대한 논의와 새로운 성장동력원 찾기에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하지만 미래예측을 통한 일관성있는 성장동력원 찾기가 아니라 시대적 상황이나 유행에 따른 붐조성같은 무계획적이거나 정치적 성향만을 앞세운 무질서한 추진에 그치면서 소리만 요란했을 뿐 아직까지 이렇다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실험대학을 지향해온 포스텍과 생명공학연구센터 등 산하연구기관, 국내 유일의 방사광가속기연구소, 한국로봇융합연구원, 포항나노융합기술원 등 이름만 들어도 국내 최고의 R&D기관들이 산재해 있지만 미래예측에 이들을 활용하지 않았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수많은 신성장동력산업 및 산업다변화 자원들중에 포항에서 예측하고 대비한 사업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포항경제가 되살아나기 위해서는 주력 철강산업의 신시장 개척 노력과 함께 새로운 성장동력원을 찾아내야 한다.

포항시와 지역기업·전문가들은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 일찌감치 산업다변화에 대한 인식을 해왔고, 나름대로의 변화를 추구해 왔지만 그 실효성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

나름대로의 성과는 있었지만 철강산업이 미치는 것만큼 산업적 효과를 구하지 못한 이유도 있지만 새로운 변화를 위한 융합된 노력이 부족했던 것도 원인이었다.

왜 이렇게 됐을까?

잘못된 원인들을 찾자면 수도 없이 많겠지만 크게 따져본다면 두가지 원인으로 요약된다.

첫번째 원인은 40여년간의 철강호황속에 안주하면서 미래를 예측하지 않았다는 것이고, 두번째 원인은 경제논리가 정치논리속에 묻혀버렸기 때문이다.

포항은 포스코와 철강산업단지가 들어선 뒤 40여년동안 인구 5만여 도시가 53만 도시로 10배나 커졌다.

포스코와 철강산업의 발전이 영원할 것 같았고, 그러다보니 발전적 사고보다는 안주하는데 익숙해졌다.

'설마 포스코가, 설마 철강산업, 설마 포항이'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스스로 경쟁력 갖추기를 포기해 버렸다.

이와 함께 포항의 미래에 대해 무분별한 정치논리가 너무 깊이 파고들었다는 것이다.

심지어 포항의 미래를 결정할 산업경제논리마저도 정치논리에 의해 결정되고 추진돼 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영일만항이다.

1991년 당시 북방외교가 한창 거론될 당시 영일만항은 러시아 연해주지역의 식량자원을 운송하는 물류기지화를 목표로 시작됐지만 정권교체이후 북방외교가 사그라들면서 개발계획은 차일피일 미뤄졌다.

1986년 무역항으로 개항한 뒤 영일만항과 같은 시기에 같은 규모로 컨테이너부두건설이 추진된 평택당진항은 이미 7개 컨테이너선석이 만석을 이루고 있고, 챠량부두·철강부두 등 경기도 경제를 주도하는 항만으로 성장했다.

물동량을 비교하더라도 평택당진항은 지난 2011년 9천521만9천t에서 지난해 1억1천203만t으로, 내년 성장해 왔지만 포항항은 2011년 6천563만7천t에서 지난해 6천118만9천t은 무려 400만t이 줄어들었다.

이마저도 포항항 물동량의 거의 전체가 포항신항에 몰려있으며, 영일만항은 미미한 수준에 그쳐 적자운영에 허덕이고 있다.

시작은 거대했지만 정치적 거품이 걷혀지고 난 뒤 영일만항의 현주소다.

△패러다임을 바꿔야 미래가 보인다

지난 1986년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이 포항공과대학교를 설립할 당시 '지금은 포항공대가 포스코의 지원을 받지만 21세기에는 포항공대가 포스코를 먹여살릴 것'이라는 내용의 말을 했었다.

그 예측이 정확하게 맞아 떨어지지 않았지만 박태준 명예회장의 생각대로 포스텍이 성장했더라면 21세기 지식기반사회에서 포스텍의 역할도 달라졌을 것이다.

세계적인 철강왕이었던 박태준 명예회장은 일찌기 지식기반사회의 도래를 예측했고, 포스텍의 연구기반을 바탕으로 포스코의 미래를 준비했었다.

하지만 포스텍은 박태준 명예회장이 떠난 뒤 방향성을 잃었고, 포항은 물론 한국의 미래를 밝혀줄 수많은 연구성과물들이 연구실 속으로 묻혀졌다.

반면 변변한 미래예측이 그때그때 임기응변식으로 수많은 미래정책들이 쏟아지면서 혼돈속으로 빠져든 게 포항의 현실이고, 한국의 현실이다.

경제성장의 논리가 정치논리에 의해 마구잡이로 파헤쳐졌고, 특정 정치인의 '하고 싶은 일'이 미래산업이 됐다.

그리고 그러한 것들중 많은 부분이 실패로 돌아가거나 정치적 파워가 소멸되면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지금 포항에서도 신성장동력산업과 산업다변화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사업들이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사업들에 대해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평가해 미래성을 점쳐볼 수 있는 사업이 얼마나 될까?

그것이 잘못됐다는 의미가 아니라 '과연 실현가능할 것인가', '어떻게하면 더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 것인가', '무엇을 추구할 것인가'에 대한 보다 세심한 연구과 검토가 앞서야 한다는 의미다.

이제 현실로 돌아와야 한다.

수많은 전문가들이 미래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패러다임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어떤 변화를 해야할 것인가는 명확하지 않다.

가장 중요한 패러다임의 변화는 '하고 싶은 일'에서 '잘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가 아닐까.

포항은 잘할 수 있는 게 너무나 많다.

동해바다와 넓은 영일만이 있으니 해양산업을 일으킬 수 있고, 세계적인 연구대학인 포스텍을 비롯 세계 세번째 제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갖춘 가속기연구소, 생명공학센터, 한국로봇융합연구원 등등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설레는 R&D 기관이 즐비하다.

이들 기관을 유치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것을 통해 무엇을 만들어 낼까가 중요하다.

하지만 R&D기관의 역할은 연구개발이 주목적이지 산업화와는 거리가 가깝지 않다.

최근 포스텍 유선철 교수팀은 '벌크 업한 수중 드론으로 국내 최초 3D 해저 지형도 제작'기술을 개발해 해저지형도 및 실사모형 제작에 성공, 백화현상 및 지각변동 예측이 가능하고, 해저터널 등 인프라 건설과 군사용 해저지형 조사가 가능해 졌다.

이태우 교수팀은 '용액공정 고효율 형광 OLED 개발'로 차세대 디스플레이 산업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문제는 이렇게 연구개발된 연구성과물들을 어떻게 포항 경제로 승화시킬 것인가에 대한 계획은 마련돼 있지 않다.

독일이 세계적 경제강국으로 우뚝 설 수 있었던 것은 우리나라처럼 대기업에 의한 것이 아니라 독보적인 기술력을 세계시장을 장악하는 강소기업 즉 히든챔피언 강국이기 때문이다.

포항은 세계적인 철강산업도시이자 국내 최고수준의 R&D기관을 갖춘 도시기에 히든챔피언을 육성시킬 수 있는 최적의 도시다.

그것이 포항이 잘 할 수 있는, 그리고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신성장동력원이다.
이종욱 기자
이종욱 기자 ljw714@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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