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7 전당대회 불출마 선언

김부겸 의원(대구 수성갑)이 23일 8·27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함에 따라 더불어민주당 당권레이스 구도가 좁혀지고 있다.

김 의원의 불출마에 따라, 일단 당권은 일찌감치 출사표를 던진 채 분주하게 움직여온 대구 출신의 추미애(5선) 의원과 전라권 출신의 송영길(4선) 의원 간의 대결 구도로 짜여진 모양새다. 두 의원은 모두 당내 주류 진영 후보로 간주되고 있다.

두 의원은 이날도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인천시장을 지낸 송 의원은 이날 "대선후보가 비호남 출신이 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가능하면 호남 출신이 당 대표가 돼 대선후보와 손잡고 뛰는 것이 정권 교체의 희망을 높이는 것 아니겠느냐"라며 "상식적으로 전략적인 선택을 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추 의원도 "과거 당이 후보를 돕지 못하고 흔들었던 전례가 절대 반복돼서는 안 된다. 대선후보를 지켜줄 깊은 신뢰가 대단히 중요하다"면서 "이런 신뢰를 만들어내고 실패한 박근혜 정부에 대해 선명하게 각을 세우는 강단있는 당 대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의 불출마로 비주류 진영의 움직임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비주류 진영에선 이종걸 의원이 공식화하지 않았지만, 출마 의사를 내비쳐왔다. 이 의원은 비주류 진영의 후보 단일화도 주장해왔다.

박영선, 신경민 의원 등의 이름도 출마 후보군으로 오르내리고 있으나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의원은 김 의원이 전대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김 의원은 이날 오전 입장 발표문을 통해 "당 대표 여론조사에서 1위가 나오면서 여러 선후배 의원들이 출마를 권했고 저 스스로 고민도 했다. 당을 수권정당으로 일신하는 것이 급선무 아닌가 하는 고민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당은 꼭 제가 아니라도 수권정당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그렇다면 남은 것은 정권교체를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다른 역할은 무엇인가 하는 부분이다. 지금부터 그 역할을 진지하게 숙고하겠댜"고 밝혔다.

그러면서 "농부는 쟁기로 밭을 갈 때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고 한다. 앞으로 앞만 보고 걸어가겠다. 그 앞에 있는 정치적 진로는 열어두겠다"며 "스스로 마음의 준비가 되면 그 때 다시 한번 국민 여러뿐께 진지하게 말씀을 올리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구·경북(TK) 지역에서 야권의 상징적인 인물인 김 의원의 불출마로 당권 경쟁 구도의 무게감이 떨어져 전대 흥행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민주 한 의원은 "전체적으로 경쟁 구도가 약해지긴 했지만, 아직 시간이 남았기 때문에 새로운 변수가 나올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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