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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일광 동화작가
올해 여름은 무척이나 덥고 지루했다. 그렇게 사람을 괴롭히던 더위도 지나가고, 간밤 호미곶 바람은 채소들을 멍투성이로 만들었다.

여름 끝자락이다. 독서의 달 초입에서 본의 아니게 전자책 두 권을 계약했다. 전자화, 자동화되는 게 왠지 취향에 맞지 않아서 그 흔한 카카오톡도 하지 않고, 휴대전화도 그야말로 전화 기능만 이용하며 산다. 물론 독서도 종이책으로만 하기 때문에 전자책과는 거리를 두며 살아왔다. 사실은 수년 전에 전자책을 한 권 낸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책이 어느 공간에서 돌아다니는지 보지를 못하였다. 그런 기억 때문에 더더욱 전자책에 믿음이 가지 않았다. 그래서 독서만큼은 종이책으로 해야 한다는 고집을 하고 있었다. 고집을 꺾게 된 계기가 ‘요즘 어린이들이 책을 너무 읽지 않는데 다양한 방법을 투입하여 책으로 데려와야 하지 않겠느냐.’ 라는 편집자의 한 마디 때문이었다. 책보다는 게임에 빠져 있거나 학습이라는 이름을 붙인 만화에 잡혀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런 기호를 쫓아가느라 어린이 책이 만화로 꾸며지고, 분량도 점점 짧아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만화가 나쁘다는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독서지도를 통해 만화기와 동화기의 이행을 도와주어야 한다. 곰곰이 따져보면 우리네 가정에서 자녀들에게 독서가 중요하다고 책 읽기를 권한다지만 뜬 구름 잡기 식이다.

독서도 나이에 따라 그 지도 방법을 달리해야 한다. 물론 어린이의 발달수준이 개인별로 다 다르겠지만, 일반적인 경향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취학 전 어린이들은 책 속 글자보다는 그림을 즐겨 읽는다. 그림을 통해 이야기를 읽고 상상하고 즐거워한다. 글자에 매달리도록 독서를 강요하는 일은 오히려 즐거움을 해칠 우려가 있다. 그러므로 글자보다는 그림으로 자녀들과 주거니 받거니 이야기를 나누는 식의 독서가 바람직하다. 그런데 우리네 가정에서는 취학 전에 글자를 줄줄 읽어주기를 바란다. 부모의 욕심이다. 이런 일들이 모이고 모여서 독서는 재미없는 것이라는 인식을 심게 된다. 학교 들기 전에 한자를 가르치고 영어책을 읽히는 게 어린이들의 사고 체계 형성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지금도 말이 많지만, 초등학교 1학년 교육과정에 문자해득을 전제로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이다. 아마도 문자 해득을 하지 않고 들어오는 어린이는 1학기 동안 고생을 한다고 보아야 맞을 것이다. 우리의 읽기 교육에서는 이처럼 그림 읽기 과정이 생략되어 버린 셈이다.

초등학교 저학년 어린이들은 제법 글자를 읽고 문장을 이해하며, 짧은 이야기를 끝까지 읽어내는 지도가 필요하다. 독서매체가 그림에서 글자로 넘어가고 있는 단계이다. 그리고 이 시기는 초보적인 독서습관을 형성하기 위한 계획적인 독서 지도의 출발기라고 할 수 있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처럼 독서 습관도 출발이 매우 중요하다. 독서가 중요하더라도 책을 강제로 읽힐 수는 없다. 이것은 마치 물을 두려워하는 어린이에게 강제로 수영장에 밀어 넣는 것과 같은 어리석음이다. 수영은 고사하고 물에 대한 두려움만 더해줄 뿐이다. 이런 어린이에게는 다양한 물놀이를 통하여 물에 대한 친근감을 먼저 길러 주어야 한다. 독서도 마찬가지이다. 어린이에게 독서를 강요하기 전에 책에 대한 친근감을 갖게 하고, 독서의 흥미를 유발시켜 독서를 즐거워하도록 안내해 주어야 한다. 어른들의 욕심만 내려놓으면 누구나 가능한 지도 방법이다.

독서의 달은 10월이 아니라 9월이다. 여러 도서관에서 펼치는 독서의 달 행사가 벌써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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