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늘에서 본 석포제련소 모습

낙동강은 수천 년을 흐르면서 우린 민족의 삶의 젖줄이요, 역사의 산 증거이기도 하다.


경북일보가 3개월여 동안 낙동강 상류 90㎞를 취재하면서 인간의 욕심이 역사와 대자연에 참으로 많은 죄를 짓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석포제련소 인근 나무들이 말라 죽어 벌겋게 모양을 드러낸 주변 산의 모습

더군다나 맑고 깨끗한 자연을 후손에게 물려 줘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는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모두 대자연과 후손, 낙동강을 터전으로 살아갔던 우리 조상 모두에게 떳떳해질 수 있도록 아끼고 보존해야 함을 새삼 느끼는 계기가 됐다.

추석을 이틀 앞둔 지난 13일 석포 제련소를 방문해 취재를 마치면서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단재 신채호 선생의 말이 생각났다.

빗대 얘기하면 ‘과거를 제대로 마무리 짓지 않으면 우리에겐 미래가 없다’는 것처럼 과거의 오염물질 배출은 인정하면서 과거는 과거일 뿐, 현재의 석포 제련소 경영진들은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 없이 낙동강에, 낙동강을 터전으로 사는 1천300만 명의 영남인에게 사과 한마디 없었다.
▲ 안동댐 상류 중금속 퇴적물의 원인으로 지적받고 있는 석포제련소와 주변 폐광산 모습

취재진을 맞은 석포 제련소 배상윤 본부장의 첫마디는 “우리 회사가 참 많은 오해를 받고 있어 억울하다. 낙동강 상류 오염의 주범도 아니고 안동댐 상류 중금속 퇴적물이나 물고기 폐사 원인 어디에도 우리 회사가 원인이라고 밝혀진 적은 없다”고 말했다.

낙동강 상류 오염원에 대한 대책에 대한 질문에 “인근 반대 주민이든 환경단체에서 아무리 주장해도 우리 회사가 원인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혀진 사실이 없어 낙동강 환경복원이나 피해를 주장하는 주민들에 대한 피해 구제 방안 등 대책 마련은 세울 생각이 없다”며 “안동댐 상류 도산면 예끼 마을 주민들은 수십 년 동안 식수원으로 안동댐 상류 물을 사용했지만 석포 제련소에서 내려가는 물과는 관련이 없고, 퇴적물 속에 쌓여 있는 중금속은 과거 봉화 지역 폐광산에서 흘러들어 쌓인 것이지 제련소와는 전혀 관련 없다”고 잘라 말했다.
중금속으로 오염된 석포제려소 앞 하천 모습을 마을 주민이 설명하고 있다

또 “낙동강 물고기 폐사는 정부에서까지 나서 원인 규명에 나섰지만 우리 회사와 관련 있다는 연구 결과는 어디에도 없는 만큼, 일부 주민이나 환경단체의 주장은 터무니없다”고 일축했다.

차량으로 1공장부터 3공장까지 이동하면서 지금껏 반대하는 환경단체나 교수, 국회의원, 지방의원 등 수 많은 사람이 공장을 방문해 오염 시설 방지에 대한 공장 설비 시설을 직접 확인 하고는 아무도 공장이 상류 오염원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더는 없었다고 말했다.

회사의 설명처럼 공장에서 사용하는 모든 용수는 2공장에 정수장을 거쳐 하천으로 흘려보내고 있었으며, 공장은 분진 하나 없이 깨끗하기만 했다.
물이 빠진 뒤 중금속으로 쌓여 있는 안동댐 상류 퇴적물 모습

배 본부장은 “과거 70~80년대 환경에 대해 어둡고 관심이 부족하던 시절에는 사실 공장에서 나온 폐 찌꺼기나 폐수들이 낙동강으로 흘러들기도 했지만, 요즘처럼 깨끗한 시대에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겠느냐”며 “주민들과 마찰을 일으켰던 제3공장 설립과 관련 다시 설계를 맡았던 용역회사와 회사 관계자들 모두 설립 당시 책임을 물어 퇴사시킬 만큼 엄격히 기준을 세워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취재를 마치면서 연 매출이 1조 원이 넘는 석포 제련소가 사회적 공익 기업으로서 설령 낙동강 오염의 주범이 아니라하더라도 낙동강을 보존하고 상류 오염원을 제거하기 위해 손 놓고 있다는 사실에 씁쓸하기만 했다.

새삼 단재 신채호 선생이 살아 계셔 석포 제련소를 본다면 아마 ‘역사를 잊은 기업에는 미래는 없다’라고 하시지 않을지….


△낙동강 오염 방지를 위한 전문가들이 해법

-박창근 카톨릭 관동대 교수(현 대한 하천학회 회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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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창근 대한하천학회 회장

석포 제련소 주변과 안동댐 상류의 오염도는.

△지난 6월 10일 대한하천학회가 석포 제2 제련소 앞 하천바닥에 있는 시료를 채취해 서울대학교 NICEM에 분석·의뢰한 결과를 살펴보면 현재 낙동강 퇴적토의 오염상태는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천·호소 퇴적물 항목별 오염평가 기준(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카드늄과 비소의 농도는 4등급이고 납과 아연은 3등급으로 평가할 수 있는데, 이는 ‘매우 나쁨’ 상태에 해당하고 준설 등 정화가 필요한 퇴적물에 해당한다.

-오염 중금속이 장기간 인체나 토양에 쌓일 경우 문제점은.

△카드늄의 경우 이따이이따이(아프다) 병을 일으키는 중금속인데, 일본의 경우 아연제련공장에서 배출한 카드늄이 이 병의 원인으로 밝혀졌다.

이 병은 허리와 관절에 심한 통증을 일으키고 1960대 일본의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되었다. 비소는 예로부터 동서양 모두에서 사람을 독살하는 데 자주 사용하는 맹독성 물질이다.

왕이 죄인에게 내린 사약(賜藥)에도 비상이 들어간다. 가끔은 왕을 비롯한 지배층을 독살하는 데 사용되었던 비소는 ‘독약의 왕’ 또는 ‘왕의 독약’이라고도 불렸다.

-낙동강 오염 방지를 위해 가장 먼저 해 야 될 일은.

△근본적으로 식수원인 낙동강 상류에 제련소가 들어선다는 자체가 잘못되었기 때문에 이전 또는 폐쇄를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한시적 운영을 하더라도 제련소는 수차례 오염물질을 무단 방류하다가 적발된 전례가 있어 객관적인 감시기구를 만들 필요가 있다.

현재 구성돼 있는 대책기구는 제련소 입장을 대변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감시를 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 필요가 있다.

-안동댐과 임하댐 도수로 연결로 인해 오염 물질이 도수로를 통해 이동할 가능성과 이로 인해 발생할 문제점들은.

△도수로를 사용하는 기간은 극히 제한적이고 도수로를 통해 안동댐 오염물질이 임하댐으로 이동할 가능성은 낮지만 그렇더라도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낙동강 청정수질 관리를 위한 중장기적 대책은.

△석포 제련소 인근 토양오염을 정화하는 사업을 조속히 실시하고 인근 폐광산의 광미를 적절히 관리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오염현황을 상시 조사할 수 있도록 객관적인 감시기구 구성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낙동강 오염 방지를 위한 전문가들이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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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수동 안동환경연합 사무국장
김수동 안동환경연합 사무국장
-낙동강 상류 지역의 오염원은.

△낙동강 상류에 위치한 안동댐은 1976년 준공 이후 40년 동안 상류 봉화지역의 폐광과 ㈜영풍 석포 제련소에서 나오는 광물찌꺼기가 5만 여 t(광해관리공단 자료)퇴적 돼 있으며, 광물찌꺼기엔 납, 카드뮴, 아연, 비소, 구리 등의 중금속 성분이 포함돼 있다.

낙동강 최상류의 오염원으로는 봉화지역의 제련소와 폐광이 있다.

-낙동강 오염으로 인한 피해나 이차 피해가 우려되거나 나타나는지.

△낙동강 최상류의 중금속 오염은 곧바로 하류 지역의 수돗물 이용에 피해를 준다.

다만, 중금속이 평상시엔 물속에 용해되진 않지만 중금속이 용해될 수 있는 요인이 만들어진다면 하류 지역에서는 심각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현재 정부나 석포 제련소의 대책은.

△2014년 국정감사에서 석포 제련소의 낙동강 중금속 오염문제가 다뤄졌으며, 이후 환경부에서 제련소 주변 토양조사와 석포지역 주민건강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봉화군으로부터 토양정화 명령을 받은 제련소 측은 2015년 공장 내 토양정화 계획을 제시했으나, 봉화군은 토양정화 방법의 문제로 반려시킨 상태다.

환경부에서 진행하고 있는 토양조사나 주민 건강조사가 제련소 주변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낙동강으로 유입된 중금속이 하류 지역인 안동댐으로 퇴적된 부분에 대한 조사와 도산, 예안 지역 주민 건강조사는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조사를 축소 시킨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낙동강 오염을 막기 위해 당장 필요한 대책이나 입법은.

△일단, 낙동강 상류의 오염원으로 지적되고 있는 폐광과 ㈜영풍 석포 제련소로부터 나오는 오염원을 차단 시키고 제련소에 대해서는 이전을 검토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안동댐 하류부터 적용하는 낙동강 수계관리법을 낙동강 발원지까지 확대하는 낙동강 수계관리법의 개정이 필요하며, 제련소 폐쇄 이전과 토양과 주변 환경정화에 대한 특별법의 제정도 필요하다.

-낙동강 관리를 위해 중장기적 계획은.

△낙동강 상류의 오염원 완전제거와 하류 지역의 가장 큰 문제인 녹조 등을 해결하기 위해선 근본 원인인 보의 수문을 열어서 변화과정을 지켜보면서 대책을 세워야 하며 지금까지 정부의 일방적인 낙동강 관리를 학계와 민간단체가 참여하는 낙동강 관리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인터뷰 정리 = 오종명 기자 ojm2171@kyongbuk.com

정형기 기자
정형기 기자 jeonghk@kyongbuk.com

경북교육청, 안동지역 대학·병원, 경북도 산하기관, 영양군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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