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민원탁회의에 참석한 시민들이 대구 교통사고 절반줄이기를 주제로 열띤 토론을 펴고 있다. 경북일보 자료사진.
권영진 대구시장이 2014년 시장 당선 첫해부터 열고 있는 ‘시민원탁회의’가 올해 일정도 잡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

대통령 탄핵에 따른 조기 대선 가능성과 내년 6월 예정된 지방선거 때문에 원탁회의 자체가 공직선거법의 영향을 받을 수 있어서다.

신태균 대구시 시민소통과장은 “시민중심의 현장행정이자 21세기형 협치로 평가받는 원탁회의를 올해도 4차례 개최할 예정이지만, 국내 정치일정과 선거법 영향 등을 고려하면 축소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014년 9월 첫회를 시작으로 2015년 4회, 지난해 4회 등 연간 2억4천~2억7천여만 원을 들여 9차례 개최한 원탁회의는 대구 시정에 관심이 있는 시민 누구나 동등한 자격으로 참가해 상하 개념이 없는 원탁에서 현안을 주제로 토론하는 직접민주주의 한 형태다. 여기에서 도출된 토론 결과는 대구시 정책에 반영한다.

‘시민의 참여와 소통’을 내세운 권 시장의 1호 정책인 만큼 원탁회의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온 대구시와 원탁회의 사무국은 올해 일정을 잡지 못해 고심하고 있다.

대구시에서 원탁회의 진행을 위탁받아 사무국을 운영하는 대구경북연구원 이재필 박사는 “시국이 혼란스러워 원탁회의 개최는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우리가 하고 싶다고 진행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대구시 선관위 관계자는 “단오절 행사나 천재지변 관련 행사, 교양강좌 외에는 선거일 60일 전에 자치단체장이 주관하는 행사가 제한을 받는 경우가 많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 이후 대선 날짜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원탁회의 개최가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원탁회의의 차질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나서는 권 시장에게도 아쉬운 대목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익명을 원한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한 공간에서 각계각층의 다양한 연령대 남녀 유권자들과 소통하면서 시정까지 간접 홍보할 수 있는 시민원탁회의는 권 시장에게는 합법적으로 2억여 원의 혈세를 투입해 홍보할 수 있는 장이나 마찬가지”라면서 “원탁회의를 당분간 열지 못한다 하더라도 대구시는 다양한 방법으로 시민 의견을 정책에 반영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했다.

강금수 대구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직접민주주의의 한 방법으로 시민이 시정에 참여할 수 있는 원탁회의는 긍정적으로 보지만, 정치적으로 활용한다면 지탄받아 마땅하다”면서 “대구시·경북도 출자출연기관인 대경연구원이 이끄는 원탁회의가 아니라 시민사회가 주도적으로 나서서 토론 주제를 정하고 시정에 반영할 수 있는 구조로 바꿔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민소통과 관계자는 “3월로 2년의 임기가 끝나는 원탁회의 운영위원 14명을 새롭게 구성하는 작업과 더불어 만약 탄핵이 인용돼 대선이 5월에 치러진다면 6월 중에라도 첫 원탁회의를 열 수 있지 않겠느냐”면서 “회당 2개월 정도의 준비 기간이 필요하지만, 최선을 다하면 올해 3차례 정도는 열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내년의 경우 6월에 지방선거가 예정돼 있어서 원탁회의 개최 자체가 불투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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