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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준수 사회부 차장
120회 중 관변단체 등에 57회 배정. 장애인·다문화가정 등 소외계층에게는 120회 중 5회만 배정.

대구시가 지난해 개장한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 야구장 안에 있는 프리미엄 좌석 ‘스윗 박스’(suite box)를 운영한 성적표다.

테라스와 냉난방 시스템을 갖춘 독립된 공간에 TV와 냉장고는 물론 소파와 응접세트까지 갖춘 30인실과 15인실 스윗 박스 2개를 대구시가 갖고 있다. 삼성라이온즈가 25년간 야구장을 사용하는 대신 대구시가 9천100만 원이 넘는 스윗 박스 2곳을 25년간 무료로 사용하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시민의 재산이자 공공재가 된 것이다.

31일 홈 경기 개막전을 시작으로 스윗 박스는 120회 정도 가동되는데, 여전히 소외계층에게는 멀기만 하다.

대구시 체육진흥과 담당 공무원의 퉁명스러운 말에서 그렇게 느껴진다.

“작년과 달라질 게 뭐 있습니까. 뭐, 소외계층 더 배려하면 안 됩니까.”

조례나 규정을 만들어 시민과 시의회에 공개해 스윗 박스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소외계층을 더 배려하는 부분을 명확히 하자는 시민단체의 목소리에 대한 답변은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시민에게 공개하면 경쟁률이 치열해져서 우리 업무가 늘어납니다. 이래저래 자꾸 지적하시면 사회복지공동모금회나 이런 곳에 운영권을 줘 버리고 싶기도 합니다.”

투자유치와 도시 브랜드 마케팅에 스윗 박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대구시의 방침은 지지한다.

하지만 대구시청 각 부서장의 추천으로만 스윗 박스 초청자를 선발하는 방식으로는 시민이나 소외계층에 기회가 극히 희박했던 작년과 달라질 게 없다.

지난해 경북일보 취재 당시 공무원들의 말을 되뇌어 봤다.

“장애인 등 소외계층에 우선권을 줘도 이동 불편을 이유로 활용하지 않아 실적이 낮다.”, “개장 첫해라서 개장 관련 유공자, 관변단체, 언론, 자원봉사자 등에게 더 혜택을 줬던 것 같다.”

프로야구 개막을 앞둔 지금, 담당 공무원의 관심이 다른 데 있어 걱정만 앞선다.

“올해는 삼성라이온즈 구단에서 체육계 인사 등에게 초청장을 충분히 주지 않아 대구시가 나서서 스윗 박스를 배정해 줘야 할 것 같습니다. 그게 지금 급선무입니다.”

이제, 시민·사회단체가 나서서 9천100만 원짜리 시민 재산 ‘스윗 박스’를 어떻게 활용할지 규칙을 정할 시기가 된 것 같다.



배준수 사회부 차장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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