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와 경북지역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송배수관 절반 이상이 부식에 취약한 에폭시코팅 주철관으로 돼 있어 시·도민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물 전문가 사이에서는 부식에 취약한 에폭시코팅 주철관의 사용을 줄이고 안전성이 높은 플라스틱 관이나 스테인레스 관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울환경운동연합이 2015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수돗물을 마시지 않는 이유로 65%가 수돗물에 녹물이나 이물질이 많기 때문이라고 꼽았다. 상수원 오염 우려가 44%, 물 맛과 냄새가 40%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대구와 경북은 물론 대부분 정수장은 고도정수시설을 도입해 맑고 안전한 수돗물을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고도정수과정을 거쳐 생산된 수돗물이 각 가정으로 수송되는 과정에서 오염되고 변질되는 것이 문제다.

이에 지자체들은 상수관로의 부식을 우려해 주철관류 내부에 에폭시코팅 처리된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수도관 코팅에 사용되는 에폭시 수지에 발암신경장애유발물질인 비스패놀A가 들어 있다는 점이다.

선진국의 경우 상수도관을 플라스틱이나 스테인리스관으로 교체하고 있는 추세다.

북미지역의 경우 금속관류 13%, 플라스틱류 82%이다. 유럽은 금속관이 33%, 플라스틱관이 54%로 정수 처리된 상수도 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금속관 사용을 줄이고 있다.

하지만 대구와 경북지역의 경우 총연장 2만8000km에 이르는 상수도관 중 38.2%가 주철관류로, 송수관 및 배수관은 63.2%가 주철관류로 각각 설치돼 있다.

실제로 조달청이 발표한 자료를 살펴보면 대구는 전체 상수도관 중 71%가 주철관으로 돼 있다.

경북은 경산 97%, 경주 77%, 고령 87%, 김천 70%, 안동 100%, 예천 93% 등 도내 시·군 상수도관의 50% 이상이 여전히 주철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경북지역 각 지자체는 지난해 연간 전체 상수도관 구매액 중 대략 71%를 부식에 취약한 에폭시코팅 주철관류를 구매했다.

대구에서 물 관련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40)씨는 “대구와 경북지역에 매장돼 있는 상수도관을 플라스틱관이나 스테인레스관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환경단체 등의 주장은 오래됐다”며 “실제로 주철관은 녹 등 부식에 노출돼 물이 오염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시·도민의 건강과 물은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는 만큼 오염에 쉽게 노출되는 주철관보다는 부식 등의 오염에 노출이 덜 된 것으로 교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경북도는 이에 대해 주철관과 플라스틱관 등 모두 장단점이 있다는 입장이다.

플라스틱관 등은 주철관보다 오염도에 노출된 정도가 적지만 내구성이 약해 물이 한꺼번에 흘러들어 갈 경우 파손될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또 주철관은 관 위에 있는 땅의 무게를 견딜 수 있지만 플라스틱관 등은 그 무게를 견디기 어렵고 이음새 부분이 약해 누수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서울환경운동연합 등은 PVC관의 경우 오히려 내진은 물론 내구성에서도 주철관에 앞선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경주지진 등 한반도의 지형 특성상 상수도관망의 내진화는 서둘러야 할 중요한 과제라며 지자체들의 전향적인 사고 전환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경북도 물 산업과 관계자는 “현재 도내 각 지자체에서는 주철관과 플라스틱관 등을 적절하게 섞어 사용하고 있다”며 “플라스틱관 등이 주철관에 비해 안전성 등에서 이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각 지자체에서는 산 등 큰 면적에 뭍여 있는 관은 주철관을 사용하고 있지만 거리가 짧고 굴곡이 많은 곳에는 플라스틱관 등을 사용하는 등 상황에 맞게 적절히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승복 기자
양승복 기자 yang@kyongbu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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