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영국과 아르헨티나 간의 포클랜드 전쟁 때였다. 영국에서 국익을 두고 정부와 언론 사이에 시비가 벌어졌다. 이 때 BBC방송은 “우리는 국익에 관해 정부로부터 배울 생각이 없다”고 반발했다.

프랑스 정부가 감행하는 핵실험을 저지하기 위해 남태평양에서 반핵시위를 하던 그린피스 소속의 배가 폭파된 적이 있다. 프랑스 군 기관의 짓이라고 르몽드가 폭로, 국방 장관이 사임하는 등 미테랑 정부가 큰 홍역을 치렀다. 당시 프랑스 정부는 국익을 위해 보도를 자제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르몽드는 거절했다.

“정부가 생각하는 국가 이익과 언론이 보는 국가 이익은 다를 수 있다”며 정부와 맞섰다. 언론은 사실 자체만 확인되면 보도할 수 밖에 없는 것이 국익을 지키는 길임을 보여주었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정직하게 보도, 국가를 바르게 유도하는 것이 언론의 정도이며 책무인 것이다.

미국을 방문, 케네디 대통령을 만난 프랑스 문화상 앙드레 말로는 케네디에게 물었다. “크롱카이트 등이 TV뉴스 프로에서 자기네 멋대로 정부를 비판하는 것을 왜 그냥 둡니까?” “나도 그만큼 방송시간을 가지면 되는 것입니다” 실제로 케네디는 언론을 적대시 하지 않았다.

대선에서 케네디에 패한 닉슨은 언론을 눈에 가시처럼 생각했다. 주지사선거에서도 떨어진 닉슨은 “당신들이 더 이상 괴롭힐 닉슨은 이제 없다”며 기자들에게 퍼부었다. 언론과 못 사귀었던 닉슨은 대통령이 되고 나서도 기자들과 자주 실랑이를 벌였다. 특히 비판의 강도가 높은 ‘뉴욕타임스’와 ‘워싱턴 포스트’를 사갈시 했다. 결국 ‘워싱턴포스트’에 ‘워터게이트’라는 사상 최대의 특종을 스스로 제공, 대통령직에서 물러났다.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언론과의 전쟁을 선포한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통령이 된 후에도 언론과의 전쟁을 계속, 정치력을 탕진시켰다. 트럼프 정권과 벼랑 끝 결투를 벌이고 있는 ‘뉴욕타임스’가 ‘트럼프 효과(Trump bump)’로 구독자가 급증, 비판언론의 위력을 과시하고 있다. 트럼프가 ‘NYT’를 공격하는 트윗을 할 때 마다 구독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언론 구박하는 대통령 치고 끝이 좋은 대통령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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