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크기 면적에 인구 1만7천여명…전국 자치단체 꼴찌에서 두번째

영양군청
50여 가구에 100여 명 주민이 사는 수리면 계리 마을에 박용태(63)씨는 “내가 환갑이 넘었지만, 우리 동네에 어린 아기 울음소리를 들어 본지 언제지 기억도 안 날 만큼 젊은 사람이 없어 아직도 이 동네서 가장 젊은층에 속한다”며 “마을에 대부분 80~90이 넘은 어르신들이라 마을 노인정에는 근처도 가지 못한다”고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이처럼 노인 인구는 계속해 늘어나는데 젊은층 유입이 없어 영양은 심각한 ‘인구 절벽’ 사태에 놓여 있다.

가끔 외국에서 시집온 며느리들이 어린 아기를 출산하면 온 마을이 웅성거릴 정도로 아기들을 찾아볼 수 없으며, 아기를 낳는 외국 며느리들은 동네 보배나 마찬가지다.

마을 단위로 운영하는 청년회 회장의 나이도 50대나 60대 초반이 맡을 정도로 고령화가 심각하다.

젊은이가 없는 탓에 제조업체는 가내수공업이나 시설투자를 약속한 식품 가공업체 몇 곳뿐이지만 젊은 사람들은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떠나면서 영양 지역에 문을 연 업체들은 일 할 젊은 사람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다.

이 때문에 영양지역 1차 산업이 77.2%를 차지했으며, 2차 산업은 4%에 그쳤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영양 인구는 1만7천713명이다. 인구 규모는 전국 243개 자치단체 가운데 242위로 섬으로 면적이 좁은 울릉군 특수성을 고려하면 사실상 꼴찌이다.

더구나 전체 인구의 33%가량인 5천800여 명이 65세 이상 노인이어서 출생아 증가에 따른 인구 증가는 기대할 수 없다.

지난해 영양에서 출생 신고는 73명, 사망신고는 241명이다. 사망자 수가 출생아보다 3배 이상 많다.

지난 6월만 해도 영양군 인구 1만7천612명 중 출생 10명, 사망 22명, 전입 59명 전출 70명 22명이 줄었다.

사망자 수가 신생아 수를 넘어선 것은 아주 까마득한 오래전 일이다.

영양군 면적은 815.25㎢로 서울시 605.21㎢보다 200여㎢가량 넓다

하지만 이 넓은 땅덩어리에 1만7천여 명만 살다 보니 영양읍을 조금만 벗어나면 사람을 보기는 어렵다.

영양 인구는 1973년 7만여 명이었으나 그 뒤 줄기 시작해 2006년 1만9천989명을 기록하며 2만 명 아래로 떨어졌다.

2만 명 선이 무너진 뒤 영양군은 군청 직원은 물론 친지까지 주소를 영양으로 옮기는 운동과 전국에서 처음으로 신생아 양육비 지원 조례를 만드는 등 인구 늘리기에 나섰지만 별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전국농촌의 인구절벽은 비단 영양군만의 문제는 아니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앞으로 30년 안에 전국 시·군 가운데 3분의 1이 넘는 84곳, 1천383개 읍·면·동이 ‘인구 소멸지역’(거주인구가 한 명도 없는 곳)이 될 것이라는 충격적인 전망을 했다.

지난달 기준 인구 1만∼3만 명대 미니 지자체는 전국에 31곳이며 이중 경북이 가장 많은 무려 7곳이나 된다.

울릉군 인구는 1만97명으로 1만 명 유지조차 버거운 상황이며, 경북에서 영양·군위·청송 등 3곳은 당장 3만 명을 밑돈다.

인구는 행정 조직 규모를 결정하는 기준으로 정부가 지자체에 주는 교부세를 산정하는 중요한 잣대여서 주민 삶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인구가 많을수록 시·군 재정이 풍요로워지고, 반대일 경우는 살림살이가 덩달아 팍팍해진다.

정부가 마련한 지자체 행정기구와 정원 기준 등에 관한 규정을 보면 인구 3만 명을 넘어서는 군(郡)지역은 13개 실·과·담당관을 두지만, 그 이하가 되면 12개로 축소된다.

5만 명까지는 15개 실·과·담당관을 둘 수 있고, 10만 명이 넘어서야 실·국 설치가 가능하다.

출산율과 인구 감소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정부는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에 대응할 국가 차원의 컨트롤 타워를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주 여건을 개선해 인구가 모일 수 있도록 하는 ‘거점 마을’을 조성하고, 읍·면·동사무소의 행정 서비스를 효율화하는 작업이 추진된다.

인구가 급감하는 ‘위기의 지자체’ 9곳에 147억 원을 투자해 인구유출을 막는 프로젝트도 병행된다.

영양군에는 ‘부모-지자체 공동육아 시스템’과 ‘인구 지킴이 민관 공동체 대응센터’를 세워 인구 오는 2025년까지 2만 명을 회복하는 게 목표다.

행정자치부 관계자는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 해결은 모든 부처가 관심 가져야 하는 주제이며, 단시간에 결과를 기대하기보다는 장기적 안목에서 접근할 분야”라며 “부처와 민간기업을 아우르는 협의체를 만드는 방안 등을 폭넓게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양군 관계자도 “최근 행정자치부가 주관한 인구 감소지역 통합지원 공모사업 대상에 영양군이 뽑혔다”며 “국비와 군비 등을 들여 인구 증가를 위한 인구 지킴이 민관공동체 대응센터를 만들어 부모와 자치단체가 공동으로 육아를 책임지는 육아시설을 운영하는 등 인구 증가를 위해 지속해서 노력하겠다”며 “상주영덕고속도로가 개통하는 등 도로망이 좋아지고 인구 유입을 동반하는 여러 국책사업에 뽑혀 인구 증가에 파란불이 켜졌다” 고 말했다.



정형기 기자
정형기 기자 jeonghk@kyongbuk.com

경북교육청, 안동지역 대학·병원, 경북도 산하기관, 영양군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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