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과 다른 명예퇴직수당을 이혼과정에서 재산분할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을까. 특히 협의이혼 성립일 이후 받은 명퇴수당이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는지 판단한 법원의 판례를 살펴봤다.

교사 B씨(여)는 1991년 A씨와 결혼한 이후 고부갈등을 비롯해 가사·육아의 분담을 놓고 갈등을 겪었다. B씨는 2007년 3월께 아들만 데리고 다른 지역으로 이사 갔고, 2010년 5월부터 남편의 재결합 요구도 거절한 채 별거했다. 2012년 9월 26일 부부는 혐의이혼신고를 했다.

남편 A씨는 1998년부터 시작한 사업 덕분에 협의이혼 신고일 기준으로 25억6천900여만 원의 순재산을 형성했고, 아내 B씨는 퇴직연금일시금 1억4천840여만 원과 퇴직수당 4천750여만 원 등을 포함해 모두 3억570여만 원을 모았다.

이혼 소송 과정에서 쟁점은 재산분할의 기준시점과 협의이혼 성립일 이후에 받은 명퇴수당이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할 수 있는지가 됐다.

A씨는 협의이혼 성립일 이전에 사실상 혼인관계가 파탄 난 때를 기준으로 분할대상이 되는 재산과 액수를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B씨는 협의이혼 성립일을 기준으로 하되 사실상 변론종결일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맞섰다.

법원은 판단은 이렇다. 대법원 판례에 협의이혼을 전제로 한 재산분할은 분할 대상이 되는 재산과 액수를 협의이혼이 성립한 날을 기준으로 정하는 게 원칙이고, 2012년 9월 26일 협의이혼 신고 이후 독립적인 경제생활을 한 점 등을 종합하면 협의이혼 성립일을 기준으로 삼는 게 타당하다고 했다.

A씨는 특히 아내 B씨가 협의이혼 성립일 이후에 명퇴수당을 받았는데, 명퇴수당은 자신과 혼인생활 중에 형성한 것이어서 재산분할의 대상이라고 했다. B씨는 협의이혼 성립일인 2012년 9월 26일에서 3년 6개월 지난 2016년 3월 16일에 1억3천150여만 원의 명퇴수당을 받았다.

대구고법 제1가사부는 아내 B씨의 손을 들어줬다. B씨가 협의이혼 성립일 당시에 명퇴수당을 수령하지 않았고, 당시에 명퇴 신청 의사를 표시했거나 명퇴수당을 받을 개연성이 있다는 특별한 사정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을 이유로 내세웠다.

재판부는 “B씨와 같은 공무원이 협의이혼 성립일 이후에 신청한 명퇴수당도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하면, 이혼 상대방은 악성 민원 제기 등의 방법으로 공무원의 퇴직을 유도하는 데 악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동원 대구고법 기획법관은 “혼인 중에 제공한 근로에 대한 대가의 성격을 지닌 퇴직금은 향후 수령이 확정돼 있어 재산분할 대상으로 삼을 수 있지만, 명퇴수당은 조기 퇴직을 유도하기 위해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특별장려금의 성격이 강하다는 점을 구분한 판례”라면서 “A씨가 상고를 포기해 이 판결은 확정됐으며, 대법원 판례가 존재하지 않은 상황에서 하급심 선도판례가 됐다”고 말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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