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命)을 알지 못하면 군자가 될 수 없으며, 예禮를 알지 못하면 설 수 없으며, 말을 알지 못하면 사람을 알 수 없다." 논어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잠언이다. 먼저 군자는 자기가 부여받은 천명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운명이나 숙명으로 풀이할 수도 있겠으나, 주어진 운명보다는 자신이 이 세상에 태어나서 하여야 할 일이라는 의미의 천명으로 새기는 편이 인간의 도리와 사명을 강조하는 논어 전체의 취지에 맞다고 생각한다. 공자 자신도 50세가 되어 천명을 알게 되었다고 술회하였듯이, 모든 인간에겐 타고난 소질과 역량이 있으며...
앞장에서 이어지는 이야기이다. 공자는 앞서와 같이 답한 다음, "그런데 사야, 너도 미워하는 것이 있느냐?"고 제자인 자공의 의견을 물어본다. 사賜는 자공의 이름이다. 자공의 이름은 단목사인데, 이 또한 제자를 배려하는 모습이다. 그러자 자공은 지체 없이 "요행으로 맞춘 것을 가지고 아는 척하는 자를 미워하고 불손한 것을 가지고 용맹스럽다고 자랑하는 자를 미워하며 남을 흠을 잘 들추어내는 걸 정직하다 여기는 사람을 미워합니다"라고 대답한다. 과연 그 스승에 그 제자라 할 만한 탁월한 담론이라 하겠다. 천하의 공자 앞에서 답이 ...
공자는 늘 인을 강조하였는데, 인은 곧 포용이요 사랑이다. 그러나 과연 모든 사람을 사랑하기만 하고 미워할 수는 없는 것일까? '중용'을 보면 "오직 어진 사람이라야 사람을 사랑할 수도 사람을 미워할 수도 있다"고 했다. 대개 사람들은 감정에 사로잡히기 때문에 좋아하고 미워함에 마음이 흔들리지만, 어진 사람은 어떤 감정에 일어나더라도 박애의 마음은 유지하므로, 역으로 사람을 좋아할 수도 미워할 수도 있는 것이다. 즉, 어떤 자연인 한 사람 자체보다는 그 덕행과 잘못을 좋아하고 미워할 수 있어, 소위 그 죄는 미워하되 그 사람은...
사람은 누구나 잘못을 저지른다. 잘못을 저지르지 않으면 사람이라 할 수 없을 정도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고 난 뒤의 태도다. 철저하게 반성하고 다시 그 잘못을 반복하지 않으려 노력한다면 매우 훌륭한 태도인데, 잘못된 것을 충분히 알면서도 고치려 하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잘못이라는 말씀이다. 인간은 양심이라는 게 있어서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언젠가는 알게 된다. 문제는 얼마만큼 뉘우치며 반성하느냐이다. 잘못의 반복을 멈추기 위한 인내심이 어느 정도냐는 것과 얼마나 경건하게 자신의 행동을 돌이켜보느...
많은 사람이 미워하더라도 반드시 살펴보아야 하며, 많은 사람이 좋아하더라도 반드시 살펴보아야 한다. 과연 공자다운 말씀이다. 소문이라는 게 있고 여론이라는 게 있다. 사람들은 소문을 잘 믿고 여론을 잘 따른다. 여러 명이 같은 이야기를 하면 잘 알아보지도 않고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배운 사람이라면, 세류世流와 중론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건전한 판단력으로 사리를 판단하여야 한다. 여러 사람의 말이라고 다 옳은 것이 아니다. 수천 명, 수만 명, 아니 수억 명이 틀릴 수도 있다. 코페르니쿠스 이전 그 누가 지동설을 인정했겠는...
"친구들과 모여 앉아 하루 종일 이야기하면서도, 그 대화 가운데 정의에 관한 언급이 없으면 참으로 안타깝다"고 공자는 말하였다. 젊은 시절이든 나이 든 시절이든 평소 친한 사람끼리 모여 차를 마시든 술을 마시든 즐겁게 이야기하는 광경은 보기에 좋다. 그러나 거의 온종일 잡담만 늘어놓고 의리에 관한 이야기가 안 나온다면 참으로 어려운 일이라는 개탄이다. 어렵다는 것은 그 사람들을 어떻게 하기 어렵다, 훌륭한 사람으로 변화하는 일이 쉽지 않겠구나 하는 뜻이다. 인격함양에 있어서 경계하는 일 가운데 하나가 잡담과 희론(戱論)이다. ...
더불어 이야기할 만한데, 말을 하지 않으면 사람을 잃고, 더불어 이야기할 만하지 못한데, 말을 하면 말을 잃는다. 이에 공자는 "지혜로운 자는 사람을 잃지도 않고, 말을 잃지도 않는다!"라고 하였으니, 참으로 명언이 아닐 수 없다. 사람과 사람은 만나게 되어있고 만나면 대화를 한다. 그러나 생각이 있는 사람은 아무하고나 대화를 나누지 않는다. 물론 사소한 이야기는 나눌 수 있는데, 여기서 대화라 하는 것은 상당히 깊이 있는 대화를 말한다. 예를 들면, 인생관이나 세계관, 예술이나 교육이나 시국 등에 관한 이야기다. 인생에서 뜻...
"주공(周公)과 같은 뛰어난 재주와 당대문화를 겸비한 아름다움이 있더라도, 만일 그 사람됨이 교만하거나 인색하다면, 그 나머지는 알아볼 것도 없다"라는 공자의 단호한 인간평이다. 주공은 주나라의 문물제도를 정비하고 방금 천하를 얻은 혼란기에 어린 조카를 강보에 안고 숙부로서 섭정하면서 천하를 안정시킨 후 조카가 장성하자 천자로 모시고 신하의 예를 다한 훌륭한 위인이다. 그가 남긴 주례(主禮)는 주나라의 문물제도가 상세히 적힌 고서(古書)로서 매우 중요한 가치가 있으며 후세의 특별한 제왕이나 대정치가들이 이 주례에 의하여 세상을...
이것은 공자의 언행을 기록한 글인데, 공자는 괴(怪), 력(力), 란(난·亂), 신(神) 네 가지를 말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나씩 살펴본다. 우선 괴는 괴이한 것이라는 뜻인데, 평범하고 통상적이지 않은 사실이나 소문을 말한다. 머리에 뿔이 난 사람이라거나 무슨 도술을 부렸다거나 하는 등의 이야기일 것이다. 다음, 력은 힘을 말하는데, 누가 힘이 세다거나 싸움을 잘한다는 등 폭력에 관한 이야기를 안 하셨다는 것이다. 다음, 란은 어지러운 것을 말하는데, 난리를 일으킨다거나 혼란을 조성하고 화합을 무너뜨리고 불평불만을 늘어놓아...
논어에서는 수많은 인간상과 인간 유형과 인간의 덕목들이 논의된다. 제자들이나 당대의 현자들이 인류의 스승인 공자에게 어떤 때는 군자를, 어떤 때는 선비를, 효孝를, 인仁을, 지知를, 정政을 물었고 공자는 그때마다 묻는 자에게 가장 알맞은 답을 제시하였다. 이것이야말로 다른 경전에서는 볼 수 없는 논어가 가진 매력이다. 여기서는 자공이 선비를 물었다. 공자는 일단 행기유치行己有恥, 즉 행동함에 있어 염치가 있어야 한다고 전제하고서, 사방에 사신으로 가서 임금의 명을 욕되지 않게 하면 가히 선비라 할 수 있다고 하였다. 먼저 염치...
이 장은 재미있으면서도 인간의 심리를 통달한 공자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노나라 대부로 있던 계문자季文子란 사람이, 어떤 일을 결정할 때 세 번 생각한 뒤에 행동에 옮긴다고 하자, 공자가 이를 듣고 말하길, 두 번 생각하면 된다고 하였다. 무슨 일이든 세 번 생각하면 생각이 생각을 낳아 더욱 혼란스럽고 결단을 못하여 우유부단하게 될 우려가 많다. 그렇다고 한 번 생각하고 바로 실천에 옮기면 조급하여 실수하거나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빠뜨리는 부분이 생길 수 있다. 그래서 공자는 두 번이 좋겠다고 한 것인데, 계문자의 입장에서는...
"말은 더듬거리며 느리게 하되, 행동은 재빨라야 한다." 공자가 군자의 언행에 관하여 한 말씀이다. 사람이 생활하면서 나타내는 동작은 크게 말과 행동으로 나뉜다. 이 말과 행동을 어떻게 하는 것이 군자다우냐 하면, 말은 더듬더듬 어둔하게 하되 행동은 민첩해야 한다고 한다. 약속을 빨리하고 말이 청산유수인 사람은 아무래도 믿음성이 부족하고 실천이 그만큼 따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실행이 느린 사람은 결단력이 부족하거나 게으른 성격이기 쉽고 그만큼 성공하는 일이 적다. '중용(中庸)'이란 경전에 "말은 행동을 돌아보고 행동은 말...
여기서는 군자와 소인의 태도를 비교하였다. 먼저 덕을 추구하는 군자는 그 모습이 언제나 편안하고 의젓하다. 고개를 숙이고 과도하게 공손한 법이 없으며 누구를 대하더라도 고개를 들고 태연하다. 마음이 편안하므로 늘 여유가 있어 보인다. 그리하여 흡사 거만하게도 보이지만,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고 늘 겸허의 미덕을 간직하고 있다. 상대가 계급이 낮다고 무시하지 않으며, 나이가 어리든 많든, 남자든 여자든, 선입관을 가지지 않고 평등하게 대한다. 이 같은 군자의 태도를 태이불교(泰而不驕), '태연하되 교만하지 않다'고 한다. 소인은...
군자와 소인의 인격을 비교하여 명확히 한 말씀이다. 군자는 화이부동(和而不同)하고 소인은 동이불화(同而不和)하다고 한다. 군자의 화이부동(和而不同)이란, 서로 화목하고 조화롭되 같지는 않다. 성향과 취미와 가치관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서로 개성을 유지하면서 조화롭기가 마치 봄 동산에 가지가지 모양과 빛깔을 달리하는 꽃들이 활짝 피어 전체적으로 찬란한 봄의 교향곡을 연주하는 것과 같다. 그만큼 아름다운 모습이다. 그러나 소인은 동이불화(同而不和)하다. 같되 화합하지는 못한다는 말이다. 소인들이 무리를 이루면 그 좋...
선비라고 다 훌륭하지는 않으니, 반드시 훌륭한 군자가 되어야 한다고 자하(子夏)에게 한 말씀이다. 여기서 선비는 '유(儒)'를 번역한 것인데, 원래 유자儒者는 나라의 예법과 제사 등을 주관하고 돕던 직업인이었다. 따라서 고례와 문자에 능통하여 상당한 대접을 받았던 것인데, 이처럼 유식하고 유능하다고 그 인품이 훌륭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유식하고 유능하면서도 오히려 보통사람보다 더 교활하고 욕심 많은 무리가 얼마나 많은가! 아는 게 많고 말을 잘하니 더욱더 해악이 큰 것이다. 심지어 배운 지식으로 세상에 아부하여 학자로서의 기품...
이는 공자의 후계자인 증자의 말씀으로서, 공부하는 사람의 마음가짐에 관해 말하는 것이다. 선비가 조석으로 생각하는 공부의 목적은 인을 성취하는 것이다. 인은 공자의 주문하는 최고의 덕목이요 선(善)이다. 공자는 웬만한 덕성을 가지고는 그것이 아무리 훌륭해도 인이라고 인정하지 않았다. 후세에 송나라에 이르러 도학이 일어났다. 송나라의 도학은 주염계가 일으키고 정명도와 정이천의 두 선생이 계승하였으며 여기서 삼대 건너 주자(朱子)가 대성하였다. 정명도 선생은 일찍이 '여물동체(與物同體)'를 인이라 하였는데, 천지만물과 더불어 한 ...
사람에게는 군자(君子)와 소인(小人)이 있다고 논어에서 여러 번 구별하면서 그 차이점을 환기시키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선명하게 군자와 소인의 핵심을 찌른 명언이다. 군자는 도에 뜻을 두고 정진하는 선비가 어느 정도의 경지에 이르렀을 때 불러주는 칭호이다. 원래는 사회의 지도자나 배울 점이 많은 훌륭한 어른이라는 뜻의 말이었데, 어느 정도의 도덕을 완성한 인격자를 이르는 말이 되었다. 군자와 소인은 반대 개념으로 가장 큰 차이는 군자는 이타적이고 소인은 이기적이라는 데 있다. 이타적이며 양심적인 군자는 어떤 일을 결정할 때 그...
교묘한 말과 예쁘고 번지르르한 얼굴, 즉 '교언영색'에 어진 이가 드물다! 역설적인 말 같지만, 인생의 교훈이 담겨있다. 먼저 '어질다'는 말이 나오는데, 공자가 가장 높이 평가한 인간의 덕목이 곧 어짊仁이었다. 우리는 대개 편안한 성격에 사람을 존중하며 말없이 할 일을 다 하면서 자신의 공로를 자랑하지 않는 사람을 어진 사람이라고 부른다. 어진 사람은 순후하고 기교를 부리지 않고 성실하다. 어질다는 말을 한자로 하면 인仁이 되는데,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최고의 도덕성을 나타내는 말이다. 이 글자는 ...
이 장은 매우 유명한 에피소드로 되어있으며 공자의 탁월한 교육법이 과시되는 장면이다. 자로가 "좋은 말을 들으면 바로 행해야 할까요?"하고 물었다. 공자는 부형이 계시니, 먼저 묻고 나서 행하라"라고 답하였다. 그다음 염유가 같은 말을 물으니 "곧바로 행하라!" 한 것이다. 곁에 있던 공서화가 하도 이상하여 "두 사람이 같은 질문을 하였는데 왜 선생님의 답은 다릅니까?" 하니, "자로는 한꺼번에 여러 가지 일을 하려 하므로 뒤로 물러나게 하였고 염유는 늘 뒤로 물러나려 하므로 앞으로 밀어주었느니라"라 하였다. 그야말로 교육의 ...
공자가 35세 때의 일이다. 노나라 임금이던 소공이 계손씨, 맹손씨, 손숙씨의 이른바 삼환과 싸우다 패하여 제나라로 망명을 가자 공자도 그를 따라 제나라로 갔다. 이 시절 제나라 태사로부터 순임금이 만들었다는 음악인 '소악'을 듣고 그 음악에 심취하여 석 달간 고기 맛을 몰랐다 는 이야기는 앞서 했다. 당시 제나라 임금은 경공이었는데, 상당히 영특한 인물이었고 후일 명재상으로 칭송받는 안영의 도움으로 천하의 패권을 장악해 나가고 있었다. 제경공이 어느 날 젊은 공자를 불러 정치의 도에 대하여 물었다. 공자의 답변은 참으로 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