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이장우 의원은 ‘위험의 외주화 금지’법을 만들면 나라가 망하게 될 거라 했다. 귀가 의심스러웠다. 안전 관련 법률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 말했다고 하면 “잘 모르니까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넘길 수 있다. 안전 관련 상임위에 속해 있는 국회의원이 한 말이라고 하니 믿을 수가 없었다. 이 의원은 개인이 아니라 한국당 소속이다. 한국당은 누가 뭐래도 기득권 세력을 대표한다. 재벌체제를 매우 소중하게 생각한다. 재벌 중심 체제는 1970년대부터 부작용을 드러냈다. 재벌체제의 가장 큰 문제는 효율과 성과 중심의 철학을 기반으로...
150년 전 우리 선조들은 ‘사람은 하늘이다’고 외쳤다. 사람이 하늘처럼 대접받는 사회였다면 나올 수 없었던 외침이다. 사람이 버러지보다 못한 존재로 격하된 세상에서 고통받던 조상들이 “사람은 하늘”이라고 외쳤던 것이다. ‘사람은 하늘이다’는 말은 깊은 철학을 담고 있는 말이겠지만 필자는 그 깊이를 가늠할 힘이 없다. 다만 ‘사람은 하늘처럼 존귀하다’, ‘사람답게 하루라도 살아보자’는 절규 아니었을까 짐작해 볼 뿐이다. 124년 전에 삼남 지방에서 일어난 동학혁명이 조선 팔도를 휩쓸었다. 흙과 씨름하며 살아가던 사람들이 낫과 ...
빠른 교통수단 하면 KTX가 떠오를 것이다. 빠르면서도 안전하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최근 연이어 터진 사고를 보면 그런 기대를 접는 게 좋을 것 같다. KTX를 애용하는 시민들은 불안하다. 그동안 KTX가 안전문제를 안고 있다는 보도는 많이 나왔다. KTX-산천의 바퀴에 문제가 있다는 뉴스도 잇따랐고 정비 인력과 예산이 감축되어 불안하다는 뉴스도 많이 나왔다. 이명박 정권이 민영화·외주화를 시도할 때부터 안전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쉼 없이 터져 나왔다. 강릉 KTX 사고가 나기 전까지만 해도 허투루 듣고 넘긴 사람이 많을 것이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27일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해 사과했다. 외압을 핑계로 진상을 묻어 버리고 가해자인 형제복지원 원장과 국가기관에게 면죄부를 주는 데 공헌한 검찰의 대표가 피해 생존자들 앞에서 사과를 한 건 의미 있는 일이다. 문제는 사과가 너무 늦었다는 점이다. 문 총장의 사과는 확정판결이 난 지 29년 만에야 이루어졌다. 납치 당시 10대 청소년은 이제 60을 바라보는 초로의 나이가 되었다. 검찰도 사과했는데 실제로 수많은 사람을 납치해 형제복지원에 넘겨준 경찰이 침묵으로 일관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 경찰청장의 입장 표명...
인천 연수구에 사는 중학생이 동급생들로부터 집단폭행을 당한 끝에 목숨을 잃었다. 사망한 학생은 러시아인인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다섯 살 때 부모가 이혼한 한부모 가정의 일원이었다. 그래서 더욱 고통스럽게 다가온다. 초등학교 때부터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당했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피해 학생이 학교 가기 싫다는 말을 했다는 증언도 있다. 피해 학생은 하루하루의 삶이 얼마나 괴로웠겠는가. 피해 학생에겐 학교도 사회도 안전하지 않은 곳이었다.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인천 중학생 사망 사건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안전과 주거 분야에서 활동하다 보니 주거참사 현장에 때로 가보게 된다. 며칠 전 종로 국일고시원 화재 참사 현장에 갔다. 5시간 가까이 있었지만 찾아오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너무도 쓸쓸한 모습이다. 큼지막한 검은 차가 들어오고 모두 다섯 사람이 내렸다. 단정하게 차려입은 사람들이 꽃과 음식물이 놓여 있는 곳으로 갔다. 묵념을 하고 주변을 서성였다. 같이 간 청년이 알아보니까 일본인들이라 한다. 일본인이 종로 고시원에 거주하다 목숨을 잃었기 때문에 찾아왔다. 대사관 직원들과 일본인들은 자국민이 한국의 고시원이라는 곳에서 화마에...
아동수당을 둘러싸고 모처럼 여야가 한마음이 되었다. 정책 문제를 두고 거의 모든 주제에 대해 각을 세우는 사이인데 서로 마음을 맞추는 모습을 보니 해가 서쪽에서 뜰 일이다. 아동수당은 9월부터 소득 상위 10% 빼고 지급되기 시작했는데 한국당이 ‘100% 지급’으로 돌아섬으로써 아동수당은 소득에 관계없이 6세 미만 아동 모두에게 지급될 수 있게 되었다. 한국당은 몇 걸음 더 나아가 초등학교 6학년생까지 범위를 넓히고 액수도 30만 원까지 확대하겠다고 한다. 작년 말까지만 해도 부자에게 왜 주냐며 1229억 아끼자고 외치던 한국...
대한의사협회와 지역 의사협회는 의료사고 낸 의사에 대한 판결에 불만을 품고 궐기대회를 예고하는가 하면 파업 불사까지 외치고 있다. 의사협회 회장이 수원지법 성남지원 앞에서 삭발 투쟁을 벌이는가 하면 청와대와 대법원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입장을 내고 시위를 하는 거야 자유지만 의료사고에 대한 판결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실력 행사를 하겠다고 엄포를 놓는 건 옳지 않다. 지난 2일 수원지법 성남지청은 8세 환자를 변비와 소화 장애로 오진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전 모씨 등 3명에 대해 금고 1년에서 1년 6월까지 선고하...
피시방 살인 사건을 기점으로 심신미약을 이유로 감형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6일 만에 100만 명이 참여했고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람이 서명에 동참할 분위기다. 가해자 측에서 우울증 진단서를 제출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분이 폭발했다. 병력을 확인하고 감형 사유가 될 수 있는 관련 기록을 제출하는 건 법적 절차이긴 하다. 하지만 진단서부터 제출한 건 심신미약을 근거로 감형부터 생각한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게 했다. 경찰이 관련 서류를 제출하라고 요구하더라도 사과부터 하는 게 사람의 도리일 ...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지방자치단체 또는 민간기업이 정부에서 금융 등의 지원을 받아 건설하는 주택이 있다. ‘5년 공공임대’ 또는 ‘10년 공공임대’라 한다. 당첨된 세입자가 5년 또는 10년 동안 살다가 5년 또는 10년 후에 우선적으로 분양받을 수 있는 주택이다. 주거운동 단체나 시민단체에서는 5년 공공임대, 10년 공공임대를 공공임대주택이라 부르지 않는다. 5년 임대주택은 2년 반 또는 5년 지나면 분양되고 10년 임대는 5년 또는 10년 지나면 분양되는 후분양 주택의 일종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공공임대주택 통...
며칠 전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거주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법원이 기각했다. ‘주거안정’이 중요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법원은 이전에도 양씨에 대한 영장을 세 차례나 기각한 바 있다. 양씨가 압수수색에 대비해 지인의 집으로 거처를 옮겼다는 의혹을 사고 있던 차에 영장을 기각함으로써 양씨 주거지에 대한 수색영장은 절대 발부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 번 드러냈다. 지금까지 법원은 두 가지 잣대를 가지고 판결을 한다는 의심을 받아왔다. 자신들의 입맛에 안 맞는 사람들에게는 법의 칼을 가차 없이 휘두르고 권력자나 재벌 앞에서는 한...
세계 여러 나라 군함들이 오는 10일부터 4일간 제주 강정해군기지에 모여서 사열식을 한다고 한다. 1998년부터 시작되었고 10년마다 한 번씩 진행된다. 이번 관함식에 15개국 군함이 참가한다. 일본은 자국 군함에 전범기인 ‘욱일기’를 달고 입항하겠다고 한다.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일본이 왜 초청받았는지 이해할 수 없지만 욱일기까지 걸겠다니 어이가 없다. 욱일기는 2차대전 때 일본제국 군대가 달고 다닌 깃발로 군국주의와 침략주의를 상징한다. 일제의 침략으로 혹독하고 참혹한 식민지배를 경험한 남북한과 중국을 포함한 인접국은 ...
법원 행정처와 대법원이 저지른 사법농단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국민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법원이 상고법원 설치라는 자신들의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재판거래도 마다하지 않았고 목표를 실현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인물에 대해서는 회유와 고립, 압력 같은 치졸하고 음흉한 방법까지 동원하였고 국민의 세금으로 책정한 ‘광고비’를 자신의 욕심을 실현하는 도구로 삼기까지 했다. 국민들이 거리로 나와 박근혜 정부를 탄핵했지만 사회 곳곳에 만연한 적폐는 극히 일부만 단죄되었을 뿐이다. ‘적폐’라는 말만 들어도 경기를 일으키는 모습을 보이는...
국가는 왜 존재하는가. 이유는 딱 하나다. 국민 행복의 증진과 생활안정이다. 국가는 사회구성원 모두의 행복을 보장하는 데 모든 힘을 기울여야 한다. 국가가 우선적으로 할 일은 어렵게 사는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이다. 힘들고 고통스럽게 사는 사람이 있다는 건 국가가 실패했다는 증거다. 국가는 국민의 행복을 증진시키지는 못하더라도 국민이 더 이상 불행하게 되지 않도록 하는 역할은 해야 한다. 국민을 불행하게 만드는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해서 국민이 불행하지 않도록 법적 제도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무엇이 문...
지난 6월 일어난 용산 상가 붕괴 사건, 이달 들어 연이어 발생한 금천구 공사장 옆 도로붕괴 및 아파트 주차장 균열 사건, 동작구 유치원 붕괴 사건이 우연히 일어난 일일까. 건물 붕괴 사건이 터질 때마다 언론, 경찰과 지자체가 보이는 반응은 한결같다. 언론은 사건을 육하원칙에 따라 스케치하는 데 머물고 경찰은 건축법을 위반했나 직무유기를 했나 살펴보겠다고 호들갑을 떨고 지자체는 책임이 없다고 딱 잡아뗀다. 정부는 자신에게 불똥이 튈까 해서 침묵한다. 1년 전 부산 사하구에서 발생한 ‘기우뚱 오피스텔 사건’과 이들 붕괴 사건은 ...
통학버스에서 어린이 안전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어린이는 어떤 경우에도 무조건 안전해야 한다. 어린이는 스스로 안전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모든 나라가 어린이를 최우선으로 보호하는 이유이다. 지난 7월 경기도 동두천시의 한 어린이집 9인승 통학차량에서 어린이가 숨진 채 발견되었다. 운전기사는 어린이가 모두 내렸다고 생각하고 버스 문을 잠그고 다른 일을 보러 갔다. 버스 안에는 네 살배기 원생 한 명이 잠들어 있는 상태였다. 폭염이 한창인 때 7시간 이상 방치된 아이는 결국 숨졌다. 안전벨트를 맨 채였다. 교육부는 ...
어제가 경술국치일이다. 1910년 8월 22일 통감 데라우치는 어전회의를 열도록 강압했다. ‘한국병합에 관한 조약’ 체결절차를 밟기 위한 것이다. 순종황제가 참석한 회의에서 ‘전권위임에 관한 조서’를 받아내는 형식을 밟는다. 전권위원으로 임명된 총리대신 이완용을 앞세워 조선을 식민지로 삼았다. ‘조약안’이 공포된 날이 바로 8월 29일이다. 일제가 조선을 식민지로 삼은 날을 뭐라고 불러야 좋을까. 국사책은 오랜 시간 동안 한일합방이라고 기술했다. 2000년대 이후 한일병합이라고 쓰는 교과서가 늘어났다. 최근으로 올수록 역사 교...
사람끼리 만나는 것은 언제나 자유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자유의지에 따라 사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사람과 사람이 어떤 제약으로 못 만나거나 어떤 종류의 교류도 못 하는 현실은 그 자체가 반인권적이다. 우리 민족은 일제의 참혹한 통치에 이은 외세의 분할점령으로 분단되었다. 해방 직후 뜨거운 통일 논의가 일어났지만 민족 구성원들과 지도자들이 단합하지 못한 결과 미국, 소련이라는 거대 제국의 힘에 휘둘렸고 분단은 기정사실이 되어갔다. 결국 전쟁까지 겪게 되고 7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동족끼리 적대하는 역사를 살았다. 잘못하면...
어제는 아주 특별한 장례식에 다녀왔다. “죽지 않고 살아있을 때 하고 싶습니다. 제 장례식에 오세요” “여러분의 손을 잡고 웃을 수 있을 때 인생의 작별인사를 나누고 싶습니다. 화해와 용서의 시간을 갖고 싶습니다” “검은 옷 대신 밝고 예쁜 옷 입고 오세요. 같이 춤추고 노래 불러요. 능동적인 마침표를 찍고 싶습니다” 장례식 초대장 내용이다. 장례식 하면 어둡고 무겁고 슬프고 장엄한 분위기가 연상된다. 하지만 이번에 갔다 온 장례식은 함께 축하하는 자리, 함께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였다. 어두운 분위기는 좀처럼 발견할 수...
BMW하면 좀 더 안전한 고급승용차인 걸로만 알던 시민들도 이제는 BMW를 상당히 위험한 자동차로 느낀다. 차주들과 시민들의 안전에는 귀를 닫고 있는 기업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요 며칠 사이에 정부와 국회, 정치권에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겠다고 야단이다. 나는 정부와 국회, 정치권이 부산스럽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면서 진정성이 결여된 행동이지 않나 생각한다. 너무 냉소적으로 생각하지 말라 할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지금까지 급발진 사고 가능성을 제기할 때, 화재 사고가 났을 때, 배기가스가 유출되었을 때 피해자들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