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과 정의하버드대 교수였던 정치 철학자 존 롤스는 정의와 공정 개념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그의 저서 ‘정의론’은 수많은 논쟁과 파생 이론들을 낳았다.그는 정의를 설명하기 위해 ‘무지의 장막(Veil of Ignorance)’개념을 제시했다. 일종의 블라인드 테스트다. 신분이나 재력 등 사회적 조건을 장막으로 가린 채 판단하고 합의를 거쳐 계약하는 것이 정의의 원칙이라는 주장이다. 이렇게 되면 특정인이나 계층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판단을 막아 정의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공정으로서의 정의’는 절차의 원초적 평등성과 판단의 엄정
무협(武俠) 장르의 매력은 뭐니 뭐니 해도 우주의 중력(重力)을 깡그리 무시하는, 그 종횡무진하는 경신술(輕身術)에 있습니다. 지붕 위를 붕붕 떠서 날아다니고, 휘청거리는 대나무 가지 위에서도 뒷짐 지고 태연히 칼싸움을 벌이는, 오직 상상으로만 가능한 세계를 무협지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보여줍니다. 땅바닥에 딱 붙어살 수밖에 없는 운명인 우리는 그런 ‘중력으로부터의 자유’가 너무 통쾌합니다. 그런 ‘통쾌한 상상’이 일망무애(一望无涯)로 펼쳐지는 곳이 바로 강호(江湖)입니다.경신술에 견주면, 그 나머지의 현란한 무술적 기예들은 고
2024년 4월 10일 한국에서는 제21대 국회의원 선출을 위한 선거가 시행된다. 전국 곳곳에서 적지 않은 후보들이 난립 소음은 물론 쓰레기를 쏟아 내 쾌적한 환경을 해칠 것이다.조선시대 한 유학자가 했었다는 말을 떠올려 본다. ‘밤새도록 달을 쳐다봄은 경치가 좋아해서가 아니요, 종일토록 낚시를 드리우고 있음은 물고기에 뜻이 있음이 아니다’라 했다. 또한 그는 ‘정치 역시도 그 목적이 권력을 장악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신명을 다하는 데 있는 것이다’라고 했다. 지극히 옳은 말이자 바른 자세다. 과연 그런 사
타국에 살면 한국 사람이라는 인식이 두꺼운 질감으로 도드라진다. 태극기를 보면 가슴이 뭉클해지고 자긍심이 출렁대는 감동은 감출 길이 없다. 5천 년 역사를 지닌 민족의 후손이라는 타이틀은 당당함을 넘어 우월감마저 안겨주어서 소수민족으로 살아가는 이민자에게 불굴의 용기와 힘이 솟아나게 만든다. 그래서 더욱 대접받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나도 한국인의 후손이라고.한국에서도, 미국 LA에서도 논란이 된 장성순이라는 인물이 있다. 밀정을 처단하던 장성순이 일본 경찰에 쫓기다 일본군 19사단에 귀순해서 귀순증을 받은 사실을 기록한 동아일보
포스코가 탄소 감축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소환원제철(석탄을 사용하지 않는 제철) 기술 개발의 획기적인 전기를 맞았다. 정부가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1일 올해 산업·에너지 분야 연구·개발 예비타당성 조사(예타) 추진 계획안을 발표했다. 이 계획안에 포스코가 ‘2050 탄소중립’ 실현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한국형 수소환원제철 실증기술 개발사업이 포함됐다.정부 예타 사업에 포함된 수소환원제철 공법은 포스코가 2007년 상용화에 성공한 파이넥스 공법을 기반으로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포스코가 개
의사는 호칭이 선생님이다. 검사, 판사, 세무사 등 우리나라 인기직종 중에 끝에 ‘사’ 자가 붙는 직업인을 부를 때, 보통 판사님, 변호사님, 검사님처럼 ‘님’자가 따라붙는다. ‘님’을 붙여 높임의 뜻을 나타낸다. 이런 ‘사’ 자가 붙는 직업 중 유독 ‘의사(醫師)’는 ‘님’ 대신 ‘선생님’이라 더 높여 부른다. “松下問童子(송하문동자) 言師採藥去(언사채약거)” 당나라 시인 가도의 시다. “소나무 아래 동자에게 물으니, 스승님은 약을 캐러 가셨다.”라 했다. 약을 캐러 간 스승님이 바로 의사다. 옛날부터 스승(사부님)으로 극존칭을
이진영의 ‘복지 키워드로 풀어보는 영화세상’ 첫 번째 이야기는 2001년 미국에서 개봉한 제시 넬슨 감독의 영화 ‘아이 엠 샘’로 우리나라에서는 2002년 개봉하여 당시 250만 명 이상의 관객 수를 동원한 작품이면서 2012년에 인도에서 이라는 제목의 영화로 리메이크 상영되기도 했다.이 영화의 줄거리는 지적 장애로 7살 지능을 가진 아빠가 딸을 홀로 키우다가 딸이 7살이 되면서 자신의 아빠가 여느 보통의 아빠와는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는 과정에 딸은 자신의 학습이 아빠를 넘어서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학업을 포기하
지난 몇 주 동안 언론을 통해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가 아마 ‘공천’일 것이다. 오늘은 그 공천의 의미에 대해 짚어보기로 한다. 대의(代議)민주국가를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 중 하나가 정당(政黨)이다. 정당은 선거를 통해 일반 대중의 정치참여를 조직화하여 의회민주주의를 이끌어내는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즉, 의회정치가 민주정치를 체계화시키고, 의회는 정당을 통해 구체화된다는 점에서 정당은 현대 민주주의의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G. Leibholz는 “20세기의 현대 민주국가는 국민주권의 원리에 입각하고 있으
아내가 방탕한 남편을 혼내는 이야기를 담은 이라는 작품이 있다. 이 작품은 나태하고 절제 없는 생활을 하던 이춘풍이라는 인물과 그의 아내 사이에 일어나고 있는 일을 그린다. 노름에 색까지 밝히는 생활을 일삼던 춘풍은 어느 날 문득 아내가 모아둔 돈을 가지고 평양으로 장사를 떠나겠다는 선언을 한다. 아내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평양행을 감행한 춘풍은 이후 추월이라는 기생에게 빠져 재산을 탕진하고 추월의 집에서 하인 생활을 하게 된다. 이 소문을 들은 춘풍의 처가 남장을 하여 추월의 집을 찾아가고 추월을 벌한 후 춘풍에게는 서울
[삼촌설] 포스코 창업정신박정희 국가재건회의 의장이 측근들의 재산 상황을 조사한 후 비서실장 박태준을 불러 물었다. “임자는 장군이었으면서 어째 집 한 간이 없소?” 박 비서실장이 “군인 월급으로는 집을 살 수 없었습니다.”라고 하자 특별하사금을 주어 집을 마련케 했다. 박 비서실장은 서울 아현동에 집 한 채를 샀다. 그는 40년간 그 집에 살다가 2000년 국무총리직에서 물러나면서 그 집조차 처분해 사회에 환원했다.청암 박태준은 무보수 명예회장으로 지냈다. 포스코 측에서 생활비라도 드리겠다고 했지만, 한사코 거절했다. 청암은 마지
전공의 파업으로 의료계의 여러 문제점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 최고 수준 병원의 치료 역량이 절반 이상 줄자 이들 상급종합병원의 기능이 정상화(?) 됐다는 것이다. 전공의가 떠나자 비로소 상급병원다워졌다는 아이러니한 평가다. 상급종합병원에는 중증·응급 환자만 남기고, 병·의원 등 1차 진료 기관이나 2차 진료 기관인 종합병원에서 치료할 수 있는 상대적으로 경증의 환자들이 원래 갔어야 할 진료 기관을 선택해 가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지난 8일부터는 지침을 내려 일부 자격 있는 간호사들도 응급 환자에 대해 심폐소생술과 응
포항의 도심부로 이사한 지도 해가 바뀌면서 이제 일 년이 되어가고 있다. 지도를 펼쳐 사는 곳을 찍어보니 정말로 더도 덜도 아닌 포항의 정중앙이다. 외곽에 있는 아파트와 주상복합 건물에만 살다가 이제 도심부 주민이 된 것이다. 도심공동화, 즉 도심에 살던 사람들도 외곽으로 빠져나가는 흐름에 개인적으로는 거스르는 선택을 했다고나 할까.포항의 경우 외곽에 사는 것이 출근이나 쇼핑은 물론 서울을 오가기에도 훨씬 수월한 편이다. 하지만 도심부에서 살아보아야만 할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다. 그건 다름 아닌 도시계획이라는 내 전공에서 오는 것
고구려 고분벽화는 한국 회화의 출발점이자 최초의 채색화에 해당한다. 한국미술 통사에 따르면 고구려는 고대 삼국 중 가장 찬란한 고분 미술을 꽃피운 나라이다. 고구려 벽화는 초기에는 당대 고구려인의 생활상을 담은 풍속화가 주를 이루었고, 후기로 갈수록 내세관을 표현한 종교적인 그림이 성행하였다. 고구려 고분벽화는 실용적인 목적으로 제작된 기록화인 만큼 고구려의 문화, 정치, 예술, 종교, 복식 등 다양한 학문적 가치를 지닌 중요한 유적에 해당한다.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선정된 고구려 벽화는 예술사적 측면에서 볼 때, 차별화된 접근
우리 교육의 문제점은 교육시스템이 언젠가부터 복잡하게 헝클어져 있기에 그 원인을 어느 한 가지로 말할 수 없지만 1980년대부터 대학입시 열풍이 불어 ‘부모는 못 배웠어도 자식만큼은 무조건 대학에 보내야 한다’는 대학 만능 풍조에서 출발했다고 본다.그리고 교육을 이야기하는 담론이 시민 관점이 아니라 내 자녀만 생각하는 부모 관점으로 이루어지는 데서 비롯된다.대학입시 중심 교육문화가 팽배해지면서 사교육이 점차 늘어나고 학교교육은 사교육에 의해 공교육으로서의 신뢰를 잃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다.사회구조를 바꾸기 어렵다면 입시중심의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매우 철학적인 질문이다. 종교인들이 던지는 화두 같기도 하다. 프랑스 탈인상주의 화가 폴 고갱의 작품명이다. ‘세상에서 고갱의 작품이 모두 사라져도 이 작품만은 꼭 지켜내야 한다’고 할 정도로 최고의 작품으로 꼽힌다. ‘원시 예술의 정점’을 이루는 이 작품의 사이즈도 139㎝×375cm로 대작이다.세 부분으로 나뉘는 그림에서 고갱은 근본적인 의문을 시각화하고 있다. 두루마리를 펼치듯 오른쪽에 아기와 젊은 세 여자를 배치해 어디서 왔는지에 대한 의문을 던진다. 그리고
오래전부터 포스텍이 추진하고 있는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의학전문대학원을 서울대가 하겠다고 한다. 서울대는 이미 2008년부터 의사과학자 양성 대학원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도 포스텍과 카이스트가 하려는 의사과학자 양성을 하겠다며 나선 것은 재 뿌리기나 다름없다.서울대는 내년도 의예과 입학 정원을 현재 135명에서 15명 더 늘리고 이와 별개로 의사과학자를 양성할 50명 정원의 의과학과를 의대 학부에 신설한다고 발표 했다. 이는 서울대가 아니면 안 된다는 식의 독단적 결정이다. 정부와 윤석열 대통령은 서울대의 의사과학자 양성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에 대해 알아보기에 앞서, 명예훼손의 보호법익에 대해 알아본다.명예훼손죄에서의 ‘명예’는 사람의 인격적 가치에 대해서 타인에 의해 일반적으로 주어지는 사회적 평가를 말한다. 즉 명예훼손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가 침해될 가능성이 있어야 하므로, 어떤 표현이 명예훼손적인지는 그 표현에 대한 사회통념에 따른 객관적 평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입장이다(대법원 2008. 11. 27. 선고 2008도6728 판결). 단순히 ‘내가 기분 나쁘다’고 하여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는
“내가 돌이 되면 돌은 연꽃이 되고 연꽃은 호수가 되고, 내가 호수가 되면 호수는 연꽃이 되고 연꽃은 돌이 되고” 미당 서정주 시인이 인연설을 그려낸 ‘내가 돌이 되면’이라는 시다. 내가 돌이 되면, 돌은 연꽃이 되고, 연꽃은 호수가 되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노자는 “운명은 우리를 가족으로 만들고 선택은 우리를 친구로 만든다” 했다.인생을 살아가면서 우연 같은 뜻밖의 만남과 관계에 놀라곤 하지만 사실 어떤 만남도 우연인 것은 없다고 한다. 인연설은 우리의 만남이 지난 과거의 삶을 통해 맺어진 인연에서 비롯됨을 말해준다.
내년이면 창당 70주년을 맞는 민주당이 4월 총선을 앞두고 ‘이재명의 민주당’ 만들기가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2020년 당 대표로 창당 65주년을 주관했던 이낙연 미래연합 대표는 최근 “민주당이 ‘1인 정당’ ’방탄 정당’으로 변질됐다”며 탈당했다. 공천권을 쥔 이재명 대표는 지난해 자신의 체포동의안 표결 때 겪었던 ‘9·21 사태’와 같은 악몽이 재현되지 않도록 이번 총선을 앞두고 철저하게 내 사람 위주의 공천권을 행사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 때문에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횡행하고 당 원로와 중진들이 나서서 “공천이
‘충의공 정기룡’ 장군 용마 먹이통 돌구유가 있는 상주 경천대(擎天臺)는 낙동강 칠백 리에서 경치가 가장 뛰어나다. 잦은 외침에도 조국을 수호한 국보 낙동강 상주보와 낙단보는 수량이 풍부해 구미·대구·부산 등 영남 식수와 농공업용수 젖줄이다. 조선시대에는 ‘육지의 이순신’이라는 칭호로 불리는 ‘충의공 정기룡’ 장군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경천대 백사장은 훈련하던 애국의 장소다.사벌국면은 훈련장 경천대와 정기룡 장군 위패를 모신 충의사가 있는 호국의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임진왜란 때 바다에서는 민족의 성웅 충무공 이순신 장군, 육지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