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열차를 타면 분홍색의 임산부 보호석이 있다. 최근에 이 자리에 임산부가 타고 있는 모습을 본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 비어있거나 엉뚱한 사람이 자리하고 있다. 요즈음 거리에서도 임산부가 잘 눈에 띄지 않는다. 젊은 여성들이 아기를 잘 가지지 않음을 직감할 수 있다. 아기를 데리고 다니는 여성들도 대부분 아이 하나를 데리고 다니지 다둥이 엄마인 경우는 드물다. 간혹 3명이나 되는 아이와 함께 거리를 걷거나 지하철을 타는 모습을 보면 존경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의 흐름과 다르게 다둥이를 갖겠다는 용기를 어떻게 가졌을까 궁금
동서양을 막론하고 ‘광장’이라는 공간은 역사적 사건과 정치적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역시 광화문광장은 여러 차례 소실되고 재건되어 온 역사 속에서도 대한민국 시민들의 민주주의와 사회통합을 위한 공간이라는 상징성을 굳건히 유지해 왔다.필자에게 가장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 있는 광화문광장의 모습은 2002년 한일 월드컵 거리 응원의 현장이었다. 월드컵이라는 세계적인 축제를 맞아 공동개최국의 시민이라는 자부심과 경기에 대한 기대감으로 거리 응원에 나섰다. 당시의 거리응원은 지금껏 국가와 정부의 주도하에 만들어지고 운영되었던 광장이
“얼굴값 한다(못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도대체 ‘얼굴값’이 어떤 뜻인지 궁금해서 사전을 찾아봤더니 ‘생긴 얼굴에 어울리는 말과 행동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아마 얼굴이 잘생긴 사람들에 대한 관심에서 나온 말인 것 같은데 주로 흠을 잡거나 비아냥거릴 때 쓰는 말인 듯싶습니다. 그만큼 사람에게는 얼굴이 아주 중요한 판단 기준이라는 말도 되겠고요. 얼굴값과 관련해서 얼마 전에 화제가 된 ‘기관장 초상화(肖像畵)’ 문제를 한 번 생각해 봅니다. 우리나라 관공서 풍습 중에 역대 기관장 얼굴을 회의실 같은 곳에 일렬로
지방자치 시대, 대학정책만큼은 중앙집권적이었고 지독히도 요지부동이었다. 교육부와 그 산하기관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중심 일괄체재였다. 대입 공정성이 명분이었다: 다른 모든 차별과 불평등은 몰라도, 교육만큼은 ‘절대’ 공정해야 했으므로. 신분과 계층 상승의 공정한 사다리로 대변되는 교육만큼은 그 어떤 다른 기준과 원칙 혹은 명분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사회적 공감대와 합의는 대단히 공고했다. 그리고 여전하다. 그러나 대학의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라는 자성의 목소리도 일각에서 무성했다. 무엇을 위한 교육인가에 대한 성찰이 작동되기 어렵다는
중꺾마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문장은 청년들 속에 2022년 최고의 명언으로 자리 잡았다. 이 문장은 2022년 월드 챔피언십 그룹스테이지 1라운드 로그 전에서 패배 한 DRX테프트가 쿠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오늘 지긴 했지만…저희끼리만 안 무너지면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답변한 것을 기자가 짧게 요약하면서 “로그 전 패배 괜찮아,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고 쓰면서 탄생한 문구이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 국가대표팀이 포르투갈을 꺾고 월드컵 16강 진출이 확정된 순간을 축하하면서
지난 2일 안동MBC 뉴스에서 “경북서 ‘지방대 지원체계’ 개편 첫 논의”(이도은 기자)라는 주제를 다루었다. 2월 1일 금오공대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주관한 ‘제1회 인재 양성 전략 회의’와 2월 2일 경북도청에서 열린 ‘미래교육 현장 소통 간담회’에 대한 내용이었다. ‘인재 양성 전략 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2025년부터 교육부 대학재정 지원예산 중 절반 이상을 지자체에게 넘길 것이라고 말했다. 액수로는 무려 2조5천억 원 정도 되는 예산을 교육부 대신 17개 시도단체장이 중심이 되어서 각 지역에 소재한 대학에 지원하는
청도 운문사(雲門寺)에는 서너 번 갔습니다. 갈 때마다 비가 왔습니다. 주로 부슬비였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운문사’ 하면 촉촉이 젖은 대지(大地)와 자욱한 운무(雲霧)가 항상 함께 떠오릅니다. 한 번은 여러 명 부부동반으로 운문사 절 위로 난 산길로도 한참 걸었습니다. 제법 넓고 평탄했습니다. 한담을 나누며 걷기에는 무난한 산길이었습니다. 아마 그런 편안한 산행은 속리산 법주사 길 이후로 처음이었을 겁니다. 운문사는 법주사처럼 산 아래 평지에 편하게 앉아있는 절입니다. 가야산 해인사와는 좀 다릅니다. 젊어서는 해인사를, 직장이 있
매년 2월은 지난 4년간 정들었던 제자들이 대학을 떠나는 시즌이다. 졸업인 것이다. 젊은 제자들은 그간의 대학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갈고닦았던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사회로 나가게 된다. 국내외 경제가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더욱더 크게 와 닿는 구직의 어려움은 있을지라도 이를 잘 극복하고 성공적인 사회인으로 거듭나길 바라는 마음이다. 먼저 직장을 구한 제자들이야 더할 나위 없이 반갑지만 수 년째 구직활동을 거듭하고 있는 제자를 보면 안타까운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마치 재학 당시 준비를 더 철저하게 시키지 못한 탓인가 하는
한일 양국의 언론들은 2005년을 기점으로 매년 2월이 되면 독도 문제를 한일 간의 현안만이 아닌 영토문제로 인식하여 보도하는 기사들을 앞다퉈 쓰고 있다. 그 출발점은 일본 시마네현이 제정한 ‘다케시마(竹島)’의 날 조례로부터 기인한다. 주지할 것은 2005년 ‘다케시마(竹島)의 날 조례 제정’ 이후부터 독도 문제가 한일 양국의 중앙 정부에서 지방자치단체로의 갈등으로 확산되는 경향을 보였다는 사실이다. 이는 독도 관련 정책들은 시마네현의 ‘대중영합주의’와 ‘지방정치의 논리’가 결합돼 영유권 문제를 표면화시키는 분쟁의 정치화로 이어지
이 글을 쓰고 있는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국회 탄핵안이 가결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정치인들은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문제를 더욱 꼬이게 하고 있다. 이번 탄핵 건도 헌법재판소라는 사법기관에 그 해결을 미룬 셈이다. 과연 법조인 출신 국회의원으로 넘쳐나는 국회답다는 생각이 든다. 국민통합이라는 자신들의 소명은 잊은 채 사회갈등을 부추기고 분열을 조장하고 있는 정치인들의 행태에 의식 있는 국민들은 그저 혀를 찰 따름이다. 이런 정치인들과 달리 많은 소시민들은 따뜻한 나눔을 통해 어려운 사람들의 삶에 용기를
오랜만에 광화문광장을 찾았다. 그사이 세종문화회관 앞 차로를 메워 광장을 확장하는 공사가 마무리되어 이전과 사뭇 다른 모습으로 탈바꿈하였다. 좌우의 차로로 섬 같이 단절되어 보였던 이전의 모습보다는 접근성이 좋은 공간이 마련된 것 같다. 세종대왕 동상과 한글 분수, 이순신 장군 동상과 명량 분수를 지나 청계천으로 향한다. 꼬깔콘 모양의 조형물을 등에 지고 서니 청계천과 아치 형태의 모전교가 내려다보인다. 내친김에 서울시청까지 좀 더 걸어보기로 한다. 서울시청 바로 앞에 보름달을 연상케 하는 타원형의 잔디광장이 드넓게 펼쳐져 있다.
오랜만에 유튜브에서 맹인 가수 이용복씨가 부르는 ‘비 내리는 고모령’을 듣습니다. 장사익이 부르는 ‘비 내리는 고모령’과는 전혀 맛이 다릅니다. 장 선생 노래가 청장년기의 정서를 환기시킨다면(한 인생 살아낸 내면의 힘이 느껴집니다) 이 선생의 노래는 소년기의 정서를 환기시킵니다(어머니 앞에서는 언제나 아이일 수밖에 없다는 것 같습니다). 같은 어머니에 대한 애절한 그리움을 노래해도 불러내는 때가 서로 다르다는 것이 신기합니다. 이 선생의 노래 속에서 까마득히 잊힌 옛날 일들이 어제 일처럼 떠오릅니다. 카프카도 같이 떠오릅니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랴. 참새가 낱알 곡물이 많은 방앗간을 보고 그냥 지나칠 리가 만무한 이치를 일컫는다. 욕심 많은 사람이 잇속 있는 일을 보고는 가만있지 못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세상 이치를 반영하는 일일 수도 있는 퍽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합리성이라는 명분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하는, 그러므로 그다지 불편하게 여길 이유도 딱히 없을 수 있다.순수한 본성에 따른 합리성으로 이해하자면, 방앗간을 찾는 참새를 나무랄 수는 없다. 애써 가꾼 곡식을 훔치는(?) 참새의 못마땅한 행세에도, 그 말미마저 불허해서야 여간 매정한 일
우리사회는 고비용 저효율의 노사문화에 시달린 지 오래다. 다수 사회 구성원이 값비싼 분규 행태와 부작용을 묵묵히 감당해왔다. 그런 현상은 지역이나 국가 경쟁력 평가에서 노사관계의 중요성이 커지고 경제적으로 잘나가는 국가일수록 노동현장이 안정적이라는 얘기가 들려도 도무지 달라지지 않았다. 일부 분야의 노사는 거의 해마다 유사한 분규와 협상 과정을 반복한다. 그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관행적인 합의 방식과 중앙 집중적인 행정으로 보인다.그렇다고 이제껏 우리사회의 노사관계가 악화일로였던 것만은 아니다. 그동안 적잖은 변
1월의 마지막 날, 안동대학교 정시모집 자체감사 및 사정회가 열렸다. 이제 정시모집 합격자 명단이 발표되고 2월 7일에서 9일까지 합격자 등록이, 10일부터 16일까지는 충원합격자 발표 및 등록이 이루어진다. 그 이후에도 등록률에 따라 20일부터 28일까지 추가모집이 이어지는 등 ‘합격자 발표-등록-추가모집’은 하나의 세트처럼 묶여서 3월 개강 직전까지 반복된다. 학령인구의 감소에 따른 대학의 위기가 가시적으로 드러난 지 벌써 2년 정도가 흘렀고, 신입생 충원율은 개강하기 전까지 예측 불가능한 상태가 되었다. 필자가 속한 안동대학교
링반데룽(Ringwanderung)이란 말이 있습니다. 체육(등산) 용어인데 야간이나 악천후로 인해 감각에 혼선이 와서 목표를 향해 나아가지 못하고 원을 그리며 계속 같은 곳을 돌고 있는 현상을 뜻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 말이 영어사전에는 나오지만 독일어 사전에는 나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독일어 사전에는 Ring(반지, 원)과 Wanderung(걷기, 산책, 이주)이 따로 등재되어 있습니다. 일본어 사전에는 환상방황(環狀彷徨)이라고 옮겨져 있고요. 같은 제목의 황순원 소설도 있습니다. 그 소설이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황순원 소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하면서 산업계의 인력수요와 대학의 공급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지난해 4년제 일반대학 졸업생 중 인문계는 43.5%인 반면 이공계는 37.7%로 나타나 인문계 졸업자가 5.8% 더 높았다. 반면 국내 500대 기업들의 신규채용 계획을 보면 신규채용의 약 60%를 이공계 졸업자로 원하고 있었다. 공급은 한정적인데 일자리 수요는 높은 이공계는 갈수록 그 가치가 높아지고 있으나 이를 뒷받침하는 대학의 인재양성은 충분치 못하는 상황에서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한국의 대학은 아직도 녹슨 울
윤석열 정부는 작년 5월에 출범하면서 대한민국을 글로벌 중추국가로 만들겠다는 외교비전을 제시했다. 자유와 평화, 인권과 정의와 같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체계를 공유하는 국가로서 세계 평화와 번영에 이바지하겠다는 외교 방향을 설정한 것이다. 무역규모가 세계 10위권에 속하는 등 우리나라의 경제력이나 K-팝을 비롯한 K-콘텐츠의 세계적 위세를 생각하면 적절한 외교비전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대외원조 수혜국에서 대외원조 공여국으로 바뀐 유일한 국가라는 것을 생각하면 이에 이의를 달기는 더욱 어렵다. 지난 해 6월에 개
한 해를 살아가면서 절기를 상당히 의미 있게 참고하고 있다. 24절기는 사람의 삶이 결국 자연의 법칙에서 크게 벗어남이 없다는 이치를 깨달으면서 살아가도록 하는, 훌륭한 순환의 주기(cycle)이기 때문이다.2023년 달력의 첫 장을 펼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어느덧 음력 설날도 지났으니 새해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 같다. 절기상으로는 설 명절 연휴가 시작될 무렵, 임인년의 마지막 절기인 ‘대한’이 시작되었다.새해의 시작점을 언제로 정하느냐는 사실 인간이 의지적으로 필요에 따라 선택하는 것이다. 천주교의 전례력은 주님 성탄
언젠가 문학 속의 말과 현실의 괴리에 대해 쓴 적이 있습니다(『코드와 맥락으로 문학읽기』참조) 정진홍 교수의 『햄릿』 감상문을 읽고 난 뒤였습니다(『고전, 끝나지 않는 울림』참조). “, 그것 하나 알려고 평생을 책과 씨름한 것이 되고 말았다. 그저 말일 뿐인 것을 두고 이 말 저 말, 말들이 많았다. 『햄릿』에 등장하는 그 많은 말들, 그 많은 아포리즘들의 효용은 그런 것들로부터 벗어나라는 가르침이었다. 텍스트는 비어 있다. 그것은 ‘끼니를 잇지 못하는 참혹한’ 사정(事情)에다 ‘햇닭을 구해 인삼을 가득 넣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