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이야기라고 하면 보통 설화(說話)를 뜻합니다. 신화, 전설, 민담이 그 내용이지요. 설화문학이라면 그런 옛이야기를 소재로 한 문학이겠고요. 우리나라에서는 소설가 황순원이 설화문학의 한 정점을 보여주었습니다. 황순원 소설의 설화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작품 는 1949년 7월 잡지 『민성』에 발표되었습니다. 이 무렵은 1948년 8월 15일 남한 단독정부가 수립되고 정세적으로 아주 민감한 시절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소설은 당대 상황과 전혀 무관한 어린 시절의 낭만적 상상(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이라는 인류(민족) 보편의
추운 겨울, 빌라왕 사기 사건 기사가 마음마저 스산하게 한다.‘빌라왕’이란 별명이 붙은 김 씨의 전세보증금 사기 사건이다. 김 씨의 배후에 있었던 전세 사기 일당은 계약 당일 또는 직후에 계약서상의 집주인을 바꾼 뒤 계약 종료 기한이 다가와 보증금 반환을 요구하면 “돈이 없다”라고 버티거나 새로운 세입자를 “알아서 구하라”는 식으로 나왔다는 것이다.이러한 사기 범죄는 왜 일어날까?우리나라는 땅이 좁고 그 좁은 곳에서 모두가 잘 먹고 잘 입고 잘 살려고 한다. 10억 모으기 열풍을 비롯한 재테크 이야기가 출판시장에서 아마 가장 잘 팔
블록체인 기술의 핵심적인 속성이라고 할 수 있는 탈중심화는 국가의 중심성을 약화하고 시민주권의 자율적 행사를 강화하는 새로운 전환을 이끌게 될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른바 ‘블록체인 민주주의’를 주창하는 이들은 시민들 간의 민주적 합의에 기반한 규범을 형성하는 데 있어 기존의 대의민주주의가 갖는 한계점을 비판하면서, 개별 시민이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는 법과 정책을 직접 만들고 선택할 수 있게 함으로써 국가권력과의 관계에 있어서 시민이 중심적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는 제도적 혁신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 블록체인을 통한 의사결정절차에의 참
해방일지(解放日誌)가 유행입니다. 드라마 (JTBC, 2022)가 뭇 여성들의 심금을 울리더니 장편소설 (정지아, 창비, 2022)가 나와서 공전의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습니다. 두 작품 다 건성건성 봤습니다만 참 좋은 해방일지들이었습니다. 작품을 보다가 부모님, 형제들 생각에 코끝이 찡할 때가 종종 있었습니다. 어쨌든 해방이라는 말을 들으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어릴 때 부모님으로부터 그 단어를 많이 들었습니다. “해방되기 전에는…”, “해방이 딱 되니까…”로 시작하는 신세 한탄 겸 지나간 한 시절
지난주 수능성적이 발표되었고 수험생은 자신의 성적표를 받았다. 받아든 수능점수를 보며 안도하는 측과 실망하거나 아쉽게 생각하는 수험생으로 나누어졌을 것이다. 어떤 경우든 지난 12년 또는 그 이상의 학업기간을 종합하는 결과이며 동시에 앞으로의 진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점수가 될 것이다. 수능점수는 적어도 한국사회에서는 한 개인의 삶을 결정할 수 있는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지표가 된다. 그래서 수십만의 수험생이 한날한시에 동일한 문제를 가지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시험을 치루는 행사가 매년 반복되고 있다. 이날 만큼은 온 언론과
청소년단체 YMCA에서 실무자로 일하면서 참 많은 위기 청소년들과 만날 수 있었다. 가출청소년 쉼터로부터 위기청소년 상담실 등 국가가 운영하는 청소년기관의 책임자를 맡아 보기도 했고 이런 경험들을 인정받아 훈장도 받았다. 위기 청소년들과의 만남은 실상 나에게 정말 귀중한 경험이 되었고 이런 경험은 두 아들의 교육과 양육에도 소중한 가르침이 되었다. 내가 하고 싶은 말로 가득 차 있었던 치기 어린 실무자는 우리 아이들과 만나면서 ‘경청’과 그들의 욕망을 여과 없이 받아들이는 ‘인정’의 가치를 배울 수 있었다.한번은 중년의 공무원들을
2022년 카타르 월드컵 한국대표팀이 16강전에서 브라질에 4대 1로 패배하며 8강 진출이 좌절되었다.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는 브라질을 만난 게 너무나 아쉬웠다. 예선 리그에서 우리가 2대 1로 이겼던 포르투갈이 16강전에서 스위스를 6대 1로 이긴 것을 감안하면 대진운이 따르지 않은 점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우리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 특히 대표팀 주장 손흥민 선수는 얼굴 뼈 부상으로 검은 마스크를 쓰고 4경기를 모두 뛰었다. 그는 16강전 패배 후 “우리는 자랑스럽게 싸웠고 선수들이 헌신하고 최선을 다한 데는 의심의 여
스포츠가 정치를 경계하는 이유는 스포츠 그 자체의 정신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30억 세계 축구팬들로부터의 사랑을 받는 월드컵은 가장 정치화되기 쉬운 지구인의 스포츠 축제로 변질되어 버렸다. 왜냐하면 월드컵은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글로벌 뉴스가 쏟아지는 이벤트를 상업적으로 발전시키려는 FIFA의 정치화가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제22회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은 개최국을 카타르로 무리하게 결정하면서 전통적인 대회 기간인 6~7월이 11~12월로 사상 처음 변경되었다. 2022년 11월 20일부터 12
김천홍 교육부 대변인은 지난 11월 21일 정례 브리핑에서 “지방대학이 지역산업 발전·혁신 허브가 되게 하는 것은 교육부가 일관되게 얘기해온 것이고 국정과제”임을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웠던 ‘지방대학의 시대’라는 슬로건에 걸맞게 교육부 또한 지방대학과 지자체가 서로 파트너십을 맺고 사업 구조를 만들어나갈 수 있게 지원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는 교육부가 가진 권한 중 상당 부분을 지자체에 넘기겠다는 입장으로 보이는데, 실현되기까지 거쳐야 하는 절차가 많은 상황이기는 하다. 야당의 비판에서도 알 수 있듯이, 대학과
지난 주 이야기를 이어나갑니다. 황순원의 와 헤세의 을 하나의 열쇠로 열어보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소년 영웅’과 ‘위대한 어머니’라는 원형적(原型的)인 두 인물에 대해서 아는 것입니다. 신화, 전설, 민담, 동화, 만화 등 일반적으로 어린이용 독서물로 인정되는 서사물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인물이 이 두 인물입니다. 소년 영웅은 대체로 남성일 때가 많지만 드물게 여성일 때도 있습니다. 서양의 신데렐라나 우리의 바리떼기 공주 이야기는 여성 소년 영웅담의 대표적인 사례가 됩니다. 그들 소년 영웅들의 카운터
일론 머스크(Elon Musk) 회장님. 언제나 남들이 가지 않는 새로운 길을 찾아 개척하고 굳은 의지로 결국에는 성공해 내고야 마는 그대의 지나온 발자취는 세계적으로도 유명해진 이야기입니다. 아마도 이와 같은 칭찬과 경의에는 이미 지쳐있을지도 모르겠군요.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남들이 무모한 도전이라고 이야기하였을 그 순간 그대의 마음속에서는 엄청난 사전 조사와 과학적인 가능성, 자금조달의 방식 등 모든 사업적인 면에서의 수지타산을 이미 끝낸 상태에서 자신이 계획한 일정과 시기에 맞추어 치밀하게 이루어낸 성과라 생각합니다. 그만큼
현대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과 감각이 필요함을 익히 알고는 있지만, 매달 꼬박꼬박 들어오는 월급의 일정 액수를 시중은행 예·적금에 저축하고 이자소득을 차곡차곡 챙기는 것 외에는 도통 관심을 두지 않았다. 2020년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새롭게 등장한 동학개미 운동으로 주식 시장에 고개를 빼꼼 내밀어 본 적은 있지만, 미미한 수익을 창출한 후 금세 관두었다. 합리적인 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공부를 할 정도의 성의는 있어야 했고, 여전히 이윤 창출의 욕망보다는 원금 보장의 안전이 더 큰 이익으로 다
마법사든 아니든 항시 마법을 행하고 볼 수 있는 곳이 책입니다. 책에는 현실을 압도하는 숱한 상상력의 마법이 존재하거든요. “마법은 없어도 책은 읽을 수 있으니까...”, 저는 책을 읽으면서 늘 그렇게 다짐합니다. 그리고는 책 속으로 들어가 마법사의 망토를 걸치고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칩니다. 요즘 제가 빠져 있는 ‘읽기의 마법’은 와 을 하나의 열쇠로 열어보는 것입니다. 두 작품 공히 성장소설의 백미로 알려져 있습니다. 황순원의 (1952)는 1953년 영국에서 번역되어 그곳 신문에 연재된 적도 있는데
대구·경북의 청년인구 유출이 해마다 지속되고 있다. 청년인구의 역외 유출은 지역의 산업과 미래의 성장동력을 약화시키는 원인이 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대구·경북지역을 떠난 청년들이 지난 2015년부터 2020년까지 6년 동안 약 12만 명이나 된다고 한다. 대구지역만 보면 2012년 이후 최근 10년간 20대 청년 6만6천529명이 대구를 떠났다고 한다. 올해 2분기 기준 대구 유출인구 3천 181명 중 20대가 과반수를 넘는 1천628명 이였다. 특히 유출인구 가운데 고학력 및 고숙련 직종 종사자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2010
부정적인 것과 함께 머물기는 유럽의 철학자 지젝의 책 이름이다. 한국 시민은 여러 가지로 깊은 분열과 공백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 해방과 함께 맞은 분단의 아픔으로부터 한국전쟁, 영호남 분열로 인한 동서의 분열로의 확대, 세대 간 격차, 양극화, 진보와 보수의 갈등 등으로 인해 한국의 공론장은 진영별 아우성으로 가득 차 있다. 어떤 이야기도 서로 공명하며 새로운 담론을 생산하는 성숙함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이런 양상은 윤석열 정부의 출범과 함께 더욱 뚜렷해 지고 있다. 남북문제의 해법으로부터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 김진태 지
11월 들어서 이런저런 연유로 여러 농촌 마을을 찾아가게 되었다. 자작나무 숲을 구경하러 경북 영양군을 방문했는가 하면 종중 시제(時祭)를 모시기 위해 경남 거창군의 고향 마을을 다녀왔다. 지난 주말에는 농촌 마을 살리기를 위한 학생들의 탐사 프로그램에 동행하여 경북 청도군의 한 마을을 찾아갔다. 이들 농촌 마을에서는 공통적으로 젊은 청년들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대부분의 마을 주민들이 60대 이상의 노년층이었다.우리나라는 이미 65세 이상의 노인인구가 전체 인구의 7%를 넘는 고령화사회를 지나 노인인구가 전체 인구의 14%를 넘는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도어스테핑(door stepping)이 194일 만에 잠정 중단되었다. 도어스테핑이 이루어지던 용산 대통령실 청사 1층 로비에 가벽(假壁)이 설치되면서 소통의 공간은 대통령실 내부로부터 차단되었다. 이 사태에 대해 여당과 야당은 각각 MBC와 대통령을 비난하며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도어스테핑이 우리나라에서는 ‘약식 기자회견’이라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지만, 그 본래적 뜻이 ‘정치적 유세나 정보를 얻기 위한 조사 작업의 일환으로 특정 인물의 집 앞에 찾아가서 이야기하는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MBC
인간은 몸과 마음을 가진 이중적 존재입니다. 기실 몸과 마음은 하나이지만 때로는 전혀 별개의 존재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예로부터 몸과 마음을 하나로 설명하는 견해(생물학적, 유물론적 인간관)와 마음이 몸의 주인이라고 설명하는 견해(불가, 유가 등 유심론적 인간관)가 양립합니다. 저는 마음도 몸의 일부라고 보는 쪽에 동조합니다. 마음의 역할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모든 것(정신, 영혼, 심리)이 몸에서 발원하는 것인 것 같습니다. 아마 수십 년간 무도가(武道家)의 한 사람으로 살아온 것이 많이 작용했으리라 짐
지난 2020년 10월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막혔던 해외출장을 5개월 만에 재개하면서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이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있는 ASML이었으며 지난 6월에도 ASML 본사를 한 번 더 방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ASML은 초미세 반도체를 생산하기 위한 필수 장비인 ‘극자외선(EUV) 노광기’를 독점 생산하는 기업으로 세계 반도체 장비 분야 시가총액 1위의 절대 강자이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ASML이 생산하는 EUV 장비만이 유일하게 7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미세회로를 새길 수 있기에 ‘슈
재난 트라우마는 리커링 효과(recurring effect)를 동반하곤 한다. 재난을 직면한 당시의 충격을 상기시키는 과거의 기억이 반복적으로 되풀이되어 출현하게 되는 것이다. 1993년 서해훼리호 침몰, 1994년 성수대교 붕괴,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1999년 씨랜드 청소년수련원 화재, 그리고 2003년 대구지하철 방화에 이르기까지 필자의 삶에서도 대형 사고와 참사가 연도순으로 아로새겨져 있다. 그중에서도 아마 2014년 세월호 참사가 가장 또렷이 기억되는 재난임에는 틀림이 없을 것이다. 2001년 9/11 사건을 경험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