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한(後漢) 수도 낙양(洛陽)을 코앞에 둔 사수관(汜水關). 강물이 굽이쳐 흐르는 사수관은 전략적 요충지다. 황실을 손에 쥐고 폭정을 휘두르는 동탁을 토벌하려고 제후들이 연합군을 결성해 사수관에 집결한다. 하지만 동탁의 장수 화웅이 길목을 지키고 있었다. 내로라하는 연합군 장수들이 사수관 돌파를 시도했지만, 목만 잃고 말았다. 화웅은 한술 더 떠 연합군 진채 앞까지 진출해 싸움을 걸어왔다. 뛰쳐나간 장수들은 살아서 돌아오지 못했다. 맹주 원소가 긴 한숨을 지었다.“화웅의 목을 내가 베 오겠소.” 유비와 의형제를 맺은 관우였다. 벼슬
대망의 갑진년. 청룡이 푸른 서기를 안고 비상하기를 바라는 신춘 벽두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피습 사건이 있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게 되었는가. 민주주의를 입버릇처럼 표방하는 정치판에 증오와 저주의 테러행위가 일어나다니. 국민을 잘살게 해 주겠다는 정치지도자들이 오히려 국민의 짐이 되고 있다. 걱정스럽다.정치인들은 이기려고 무리수를 둔다. 무조건 이기려 한다. 좋은 정치보다는 일단 이겨놓고 보자는 심산이다. 프로야구나 축구 등 운동경기에서 좋아하는 팀을 응원하고, 좋은 경기를 펼쳐 승리하면 환호하고, 잘못하여 패하면 격려해
이철우 경상북도지사가 지난 9일 간부 회의에서 “저출산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지금 상황은 ‘초저출산과의 전쟁 선포’라는 말밖에는 달리 표현하기 어려운 국가적 위기상황”이라며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 부서에서 팀별로 세세한 부분까지 대책을 내놓으라고” 지시했다.우리나라는 1960년만 하더라도 합계출산율 5.95로 다산국가였다. 합계출산율은 한 여성이 가임기간 동안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이다. 그래서 “무자식 상팔자, 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무턱대고 낳다 보면 거지꼴 못 면한다, 잘 키운 딸
지난해 9월, 아직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었다. 위증으로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의뢰인의 사건을 담당하게 되었다. 사건을 함께 담당하는 변호사님과 의뢰인을 만나기 위해 서울구치소를 방문했다. 유리로 된 작은 방에서 서로 마주 앉았다. 너무 힘겨워 보여 첫마디를 꺼내기가 어려웠다. 시니어 변호사님이 먼저 어렵게 한 마디를 건넸다.“뭐 필요한 거 있어요?” “시원한 물이 먹고 싶어요”사건에 대해 이야기할 줄 알았는데, 의외의 대답이라 깜짝 놀랐다. 반사적으로 일어나서 뒤에 있는 정수기로 가서, 종이로 된 작은 컵에
국회의 직무 유기가 도를 넘었다. 여야의 이견으로 원전의 지속적인 가동을 위해 꼭 갖춰야 하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의 영구 처분 시설(고준위 방폐장)을 마련하기 위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고준위 방폐물 특별법)’의 처리를 하염없이 미루고 있다. 지난 문재인 정부 당시부터 원전이 있는 전국 5개 시군의 자치단체장과 지역민이 줄기차게 고준위 방폐물 특별법 국회 처리를 주장해 왔지만 허사였다.결국 21대 국회에서도 이 법안의 통과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이 법은 현재 여야 이견으로 답보 상태에 빠져 21대 국회 회기 종료가 임박
국민의힘이 ‘국회의원 정원 축소’를 네 번째 정치개혁안으로 제시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6일 인천시당 신년인사회에서 “국민의힘이 이번 총선에서 승리해 국회의원 수를 300명에서 250명으로 줄이는 법 개정을 제일 먼저 발의하고, 통과시키겠다”고 밝혔다.현행 공직선거법은 국회 의석을 총 300명으로 규정하고 있다. 지역구 253명, 비례대표 47명이다. 한 위원장은 “국민께서 어떻게 생각하실지 답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다. 문제는 실천할 의지와 결의가 있는 정당이냐, 그렇지 않으냐의 차이”라고 했다. 지난해 3월 한국갤
애리조나 주립대학 암센터의 염색체검사실은 규모면에서나 장비 면에서 필자가 운영하고 있던 검사실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검사 건수는 훨씬 적었으나 검사실의 검사실 전문 인력은 7명이 근무하였으며 염색체 검사와 함께 유전자 배열 탐색 기능까지 시도하였다. 그러나 그 당시에 필자가 운영하던 염색체 검사는 현미경 하나로 10년가량 혼자 하다가 업무가 넘쳐서 병원장의 특별 배려(?)로 검사원 한 명을 배정받았다. 염색체의 밴드(band)를 만드는 방법은 같았으며 대부분의 샘플이 암환자의 혈액이나 골수, 그리고 암 조직 세포였다. 그리고 자
요추의 척추관 협착증과 전방전위증은 요추의 대표적인 퇴행성 질환으로 주로 노인인구에서 상당 부분 발병한다. 척추관 협착증은 추간판의 퇴행성 변화로 인한 높이 감소와 함께 척추관절의 퇴행과 황색인대의 비후로 인해 신경관이 좁아져 신경을 압박하는 질환이며, 전방전위증은 퇴행성, 선천성 등의 원인으로 위쪽 척추체가 앞쪽으로 미끄러져 신경을 압박하는 질환이다.위 질환들을 지닌 환자들은 주로 요통이나 하지 방사통(엉덩이부터 다리 쪽으로 당기는 통증), 감각 이상(저림, 무딘감)/운동 마비(힘 빠짐), 배변/배뇨 장애 등의 증상을 호소하며 약
박규숙 신작소설집 『어쩔 수 없었다』(강, 2023)를 읽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작품이 「카페 헤밍웨이」였다. 연전에 작은 동네 카페 하나를 인수해 볼까 했던 적이 있었다.발레를 정확히 언제부터 배웠는지는 기억나지 않았다. 처음 신었던 발레 슈즈가 할머니 집 내 방에 걸려 있었다. 바닥이 검고 반들반들한 발레 슈즈는 할머니와 나의 시간을 품고 낡아가는 중이었다. 어렸을 때, 엄마가 아닌 할머니 손을 잡고 발레학원에 다니는 아이는 나뿐이었다. 할머니는 레슨이 끝날 때까지 연습실 밖 복도에 오도카니 서 있다 나와 함께 집으로 돌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전세계는 지금 기후위기에 대응하느라 분주하다. ‘기온의 상승을 1.5도C 이내에서 막자’라는 공동의 목표를 걸고 2050 탄소중립 선언을 거의 모든 문명국가들이 했다. 대한민국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당연히 이 거대한 흐름에 발맞추어 2050 탄소중립선언을 하고 중간목표인 2030 NDC 계획을 국제사회에 제출한 바 있다.그런데 2050 탄소중립 보다 더 급하게 발등에 떨어진 불이 RE100이다. 원래 세상의 변화에 맨 앞줄에 기업이 있다. 세계 초일류기업들은 기업 단위에서 탄소기반의 화석에너지에서 친환경 재생에
3만 5000년 전에 크로마뇽인은 곰을 숭배한 기록을 남겼다. 고대 사회는 곰을 신성시했다. 우리의 단군신화도 그러하다. 암곰이 여인으로 변신해 웅녀가 되었고 하늘신 환웅과 결혼해 낳은 단군이 세운 나라가 고조선.곰은 상상의 나래에서 사랑받는 짐승. 물론 진짜 곰은 완전히 다르다. 진정한 육식동물로 손쉽게 사람을 죽일 맹수다. 이따금 곰은 인간을 해친다. 빠르게 달리고 나무도 오른다. 만약 녀석의 공격을 받는다면 살아남을 가망이 없다. 곰은 놀라면 위험하다. 먼저 주변에 있음을 알리는 것이 최선이다.곰의 쓸개인 웅담은 귀한 한약재.
윤석열 정부의 국가 균형발전 정책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 정부가 윤 대통령이 주재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경기도에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그야말로 ‘수도권 올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부터 2047년까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622조 원 규모의 민간투자로 16개 팹(반도체 제조공장)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각종 인허가, 영향평가 협의 기간 단축, 신속한 용지 보상 등도 총력 지원하겠다고 한다.윤 대통령이 직접 이 같은 투자 계획을 밝혔다. 이 같은 투자계획을 접한 경북·대구는 물론 지방
2005년 3월 미국 펜타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럼즈펠드 국방장관을 예방했다. 그는 책상 유리 밑에 깔린 사진 한 장을 보여주었다. CIA가 몇 달 전 촬영한 한반도 야간 위성사진이었다. 불빛이 밝은 대한민국이 마치 섬처럼 떠 있었다. 중국 대련 쪽도 밝았지만, 그 사이에 자리한 북한은 암흑천지였다.‘네오콘’ 대표 주자였던 그는 자신을 찾아오는 세계 지도자들에게 이 사진을 선물한다고 했다. 사진 한 장이 자유민주주의 우수성을 웅변으로 이야기해 주고 있다는 것이다. ‘밝은 한쪽은 풍요롭고 자유로운 자유민주주의 체제인 데 비해 어
신년 첫 칼럼을 ‘요강을 씻는 머슴’으로 시작하였다. 요강을 씻는 머슴과 국민의 대표자가 가져야 할 능력은 어떤 관계가 있는가? 적지 않은 독자께서 질문을 주셨다. 먼저 졸필을 읽어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황송할 따름이다. 신년 첫 칼럼에서도 이야기한 것처럼 두 번째 칼럼에서는 머슴의 능력과 자격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한다. 주인의 요강을 씻어 선생님이 된 머슴에게 요구된 능력은 주인의 뜻을 헤아려 요강을 씻는 정성이었다. 이 정성은 ‘아무도’ 할 수 없는 능력이 아니라 ‘아무나’ 할 수 있는 능력이다.‘특정인을 지칭하지 않고 이르는
정조대에 있었던 실화에 바탕한 이라는 작품이 있다. 에 기록된 김은애의 옥사(獄事)를 재구성한 이 이야기는 ‘전(傳)’임에도 불구하고 구성에 있어 소설적 성격이 두드러진다고 평가받고 있다. 이 작품은 소설을 배격했던 이덕무가 실제 있었던 사건을 허구적으로 구성하였다는 데서 상당한 주목을 받아왔다. 더하여 예상치 못한 결말로 인해 정조와 정절, 윤리와 관련하여서도 자주 언급되어 왔다. 줄거리는 전라도 강진의 은애라는 처자를 둘러싼 모함과 복수로 요약될 수 있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다.전라도 강진
‘가는 방망이 오는 홍두깨’라는 속담이 있다. 또 ‘가는 말이 고아야 오는 말이 곱다’ 라는 말도 또 다른 말로는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 라는 말도 그뿐만 아니라 ‘세상에 공짜는 없다’ 그 말 모두 한마디로 말에 이자가 붙는다는 말이다.지구상에 생존하는 수많은 종류의 동물 중에 문자와 언어를 가지고 자기 자신의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동물로는 인간이 유일하다.중요한 것은 인간이라는 동물은 지능이 다른 동물에 비해 높다. 그래서 좋은 점 못지않게 나쁜 점도 많다.말만 해도 그렇다. 평소 같은 마을에 사는 갑동이와 순동이가
타이완 신베이시(新北市) 한 고등학교. 투표소 직원이 투표용지를 머리 위로 번쩍 들어 올리며 “라이칭더”라고 크게 외친다. 타이완이 부정선거를 방지하기 위한 아날로그 방식의 수개표 작업을 하는 장면이다. 타이완에선 투표가 끝난 투표소는 10분 만에 개표소로 변한다. 투표함 바꿔치기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투표함을 옮겨 한데 모으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시민들이 그 자리에서 손으로 한 장씩 접힌 투표지를 펼쳐 들고, 기표 된 후보의 이름을 외치고, 바를 정(正)자로 칠판에 결과를 적어나간다.이미 투표에서 수개표 방식을 도입한 독일의
경북과 대구는 물론 전국적으로 국제결혼이 늘면서 다문화 가정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현재 국내 거주 외국인은 249만6092명으로 전체 인구 5135만4226명의 4.86%를 차지한다. 정부가 올해 외국인 근로자 16만5000명을 도입하기로 한 것을 감안하면 올해 우리나라는 아시아 첫 다인종 다문화국가가 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전체 인구의 5% 이상이 외국인이면 다인종 다문화국가로 인정하기 때문이다.이 같은 현실을 반영하듯 경북과 대구지역의 대부분 학교에 다문화 학생들이 재학할 정도로 다문화 학생 비율도 늘고
생활과 법률 코너에서는 최근 늘어가고 있는 의료소송에 대해 연재하여 소개하고자 합니다.대법원은 의료과실 여부의 판단 기준이 되는 의료행위의 수준을 “의료행위를 할 당시 의료기관 등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행위의 수준”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대법원 1994. 4. 26. 선고 93다59304 판결). 그리고 ‘그 의료수준은 규범적으로 요구되는 수준으로 파악되어야 하고, 당해 의사나 의료기관의 구체적 상황에 따라 고려되어서는 안된다”(대법원 1997. 2. 11. 선고 96다5933 판결)고 판시하고 있다. 즉 구체적인 조건
대한민국이 성장통을 앓고 있다. 각양각색의 진단과 처방을 내고 있지만 백약이 무효하다. 출생률 감소, 학령인구 감소, 노동인구 감소, 고령화, 청년 인구의 지역이탈, 지역 불균형 확대, 교육생태계 붕괴가 도미노처럼 연쇄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대외적 환경조건도 최악이다. 코로나 공습에 이어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계속되고, 중미 갈등이 만든 시장불안과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다. 이로 인해 국제사회는 결핍과 혼란이 가중되어 약육강식의 야수적 본능이 판치는 난장판이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총선을 앞둔 대한민국 정치도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