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이 무엇입니까? 한 학생이 프랑스의 현대 철학자 바디우에게 묻자 바디우는 “젊은이들을 타락시키는 것”이라고 대답하였다. 젊은이들을 타락시키는 것이 철학이라는 바디우의 답이 생뚱맞게 들리지만 철학적 세계의 문을 연 소크라테스가 고대 폴리스 아테네의 법정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죄명이 ‘젊은이들을 타락시킨 죄’라는 점을 상기하면 청년, 타락, 철학이라는 낯선 단어의 조합이 뭔가 진지한 숙고를 요청한다는 것을 금방 알아차리게 한다.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는 격언으로 잘 알려진 그리스의 철학자이다. 그 시대 최고의 부와 문명을 누리
요즈음 나는 우리나라가 역사의 최정점을 지나가고 있지 않은가라는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K팝을 비롯한 우리 문화가 세계무대에서 주목받으면서 그 위세를 과시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괜한 걱정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그러나 두 가지 사실을 떠올리면 근거 없는 착각은 아닌 것 같다. 그 하나는 언젠가부터 정치가 제 역할을 제대로 못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치는 한 국가의 목표와 비전을 제시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 구성원의 힘과 지혜를 모으는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보는 정치행태는 그것과는 거리가 너무
참 말 많은 시대다.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기 위한 말은 매스컴이든, 개인 SNS이든, 일상생활에서든 다양한 언어를 통해 봇물 터지듯이 쏟아지고 있다. 이슈화된 사건은 수많은 말을 남기고 또 다른 이슈에게 그 자리를 넘겨준다. 충분히 그 말이 담론화될 시간을 주지 않고 결론도 흐지부지된 상태에서 또 다른 말에게 바통 터치를 하고 있는 형국이다. 말이 막힘없이 흐르는 것을 소(疏)라고 부르고 그것이 다른 사람에게 통(通)하면 소통(疏通)이라고 부르는데, 과잉된 말은 다른 사람과 통하지 않고 오히려 그 사람을 배제(外)시키는 소외(疏外)
요즘 TV드라마를 보다 보면 자주 듣는 대사가 있습니다. “아무도 믿지 말아요, 나도”라는 말입니다. 구체적인 이름을 한두 명 거론하면서 그 누구도 믿지 말라고도 하고() ‘돈하고 총 빼고는’이라는 극적인 단서를 달기도 합니다(). 같은 방송국에서 연이어 방송하는 두 드라마에 나온 대사입니다. 요점은 나를 지킬 수 있는 것 빼고는 아무것도 믿지 말라는 것입니다. 너무 흔하게 듣는 말이어서 이제는 아예 클리셰(cliche, 판에 박힌 진부한 표현)가 되고 말았습니다. 한때는 추리극의 극적 전개에 신선한 자극을
전 세계가 인플레이션 공포에 휩싸여 있다. 이러한 글로벌 인플레이션은 대규모의 경기부양책과 지정학적 리스크로부터 출발했다. 코로나19에 따른 주요국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은 세계 수요를 빠르게 회복시키며 최근의 가파른 물가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여기에 2022년 2월 발생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글로벌 공급망 교란을 심화시키면서 인플레이션이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주요국들은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물가안정을 위한 다양한 정책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주목할 것은 세계 경제의 중심축인 미국이 ‘고용창출
지난 9월 26일 정부는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를 전면 해제했고, 내년 3월경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역시 해제될 가능성이 전망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우리 모두에게 잠시 잊힌 과거의 일상으로 점차 복귀하려는 움직임이 최근 들어 눈에 띈다. 코로나19로 인한 변화가 새로운 일상으로 자리 잡은 지 어느덧 만으로 3년이 다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낯설다.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처음으로 발생했던 2020년 2월, 전염병에 대한 불안과 공포를 생생하게 경험했던 기억이 생경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문득 전염병에 대한 두려
원형비평의 창시자 노드럽 프라이(Northrop Frye)는 ‘비평의 해부(Anatomy of Criticism)’라는 책에서 문학 장르를 봄(의 문학), 여름(의 문학), 가을(의 문학), 겨울(의 문학)으로 나누어 세상을 놀라게 했습니다. 왜 그렇게 문학을 나누느냐는 질문에 그는 미소로 답했습니다. 그는 자연과 역사의 환경이 인간의 사고와 행동을 강력하게 지배한다고 믿는 사람임이 분명합니다. 그런 믿음이라면 ‘낮과 밤’도 문학 장르를 나누는 중요한 한 기준으로 삼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밤에는 그 나름의 만남의 규칙이 있었다.
지난 9월 26일부터 27일까지 제주도에서 교육부가 주최한 2022 LiFE Conference 즉, 교육의 미래를 위한 평생학습 컨퍼런스가 ‘대학 플랫폼 혁신’이라는 주제로 열렸다. 여기에는 국내·외 저명 학자들과 교육부, 국가평생교육진흥원 그리고 현재 ‘대학의 평생교육체제지원사업(LiFE)’에 참여하고 있는 전국의 30개 일반대학 및 전문대학의 사업 관계자들이 모였다. 이 컨퍼런스에서는 현재 당면한 사회·경제 전 분야에 걸친 ‘불확실성’, ‘전방위적 위기의 가속화’, ‘사회적 회복력 취약’에 대응하는 해결로서 전 생애주기 일과
코로나19 감염병이 우리의 일상을 뒤흔들어놓은 지도 벌써 2년 반이 지나갔다. 그 사이에 중소 자영업자를 비롯한 대다수의 사람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이제 코로나 사태는 다행히도 큰 고비를 넘어서고 있다는 징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일상생활의 정상화가 이루어지기까지는 아직도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코로나 사태가 남긴 고통도 감당하기 힘든 상황에서 또 다른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민생의 위기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경제 난국이 우리 눈앞에 닥쳤다. 에너지 가격을 비롯한 물가 급등과 함께 금리가 치솟고 주가가 폭락하고 있으며
얼마 전 용(龍)과 관련된 전설을 조사하러 경북의 한 사찰에 간 적이 있다. 그 사찰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설명하는 전설에서 용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큰 스님과 전설과 관련된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점차 세상 사는 이야기로 주제가 옮겨갔다. 그러다가 사찰에서 진행하는 행사와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게 되었다. 요즘 사찰에서는 지역민을 위해 음악회와 같은 문화 행사를 많이 기획하곤 하는데, 그 과정에서 흥미로운 현상을 발견했다는 것이다.행사에 유명한 가수나 연예인을 초대하면 사람들이 구름같이 모여든다고 한다.
어제 TV에서 슈베르트의 ‘마왕(魔王)’에 얽힌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것저것 재미난 스토리텔링과 함께 을 들으니 이해도가 한층 더 높아지는 것 같았습니다. 조금 과장을 섞자면, 서양인들의 마음속에 있는 ‘마왕’이 마치 제 눈앞에 나타나는 듯했습니다. 예술작품에 ‘이야기’가 보태질 때 훨씬 큰 공감대가 형성된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열여덟 살의 천재 작곡가 슈베르트가 ‘마왕’을 작곡해서 출판사에 보냈는데 출판사에서는 그 신곡의 작품성을 도저히 판정할 수 없어서 동명이인의 작곡가 슈베르트에게 그것을 보내고, 그는 깜짝 놀라 “
세계적인 철학자 지젝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세계질서 재편기에 벌어지는 예비전쟁으로 규정했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출발로 2020년 코로나 팬데믹 관리의 실패, 대통령 선거 후 트럼프 지지자들의 의회 난입과 경제 위기, 미국 국내 정치의 극심한 분열 등으로 세계 제일의 패권 국가로서의 지배력과 리더쉽은 빠른 속도로 약화 되고 있다.구소련의 해체 이후 미국 일극의 세계질서는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오바마·트럼프를 거치면서 미국의 중국에 대한 집중적 견제가 가시화되면서 신냉전 질서의 도래로 표현되기도 한다. 물론 신냉전 질서는 주로
블록체인(blockchain)은 탈근대시대의 철학과 사상을 함축하고 있는 기술로서, 기존의 근대적 국민국가 체제와 전통적인 중앙집권적 통치 메커니즘에 ‘와해적’(disruptive)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의 가장 핵심적인 속성은 바로 탈중심화(decentralization)에 있다. 오늘날의 지능정보사회를 20세기 중반 정보화사회의 심화로 이해할 때, 인터넷이 의사소통 체계의 탈중심화를 이끌었다면 블록체인 기술은 이를 모든 사회영역에서 가능하도록 하는 혁신이라 볼 수 있다.탈중심적 거버넌스의 관점에서 국
쥐와 소는 작은 것과 큰 것을 대표합니다. 예수님은 좀 극단적으로 바늘귀와 낙타로 작은 것과 큰 것을 비교했습니다. 검도 수련에서는 서두우경(鼠頭牛頸)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쥐 대가리와 소 모가지라는 뜻인데 작은 칼보다는 큰 칼을 쓰라는 가르침입니다. 작은 작대기로 쥐 대가리를 두드리듯 칼을 쓰지 말고 우도(牛刀)로 소 모가지를 단칼에 베듯이 시원스럽게 칼을 쓰라는 말입니다. 30년 전, 본격적인 검도 수련에 들면서 제가 느낀 소회를 그렇게 스스로 요약해 본 적이 있습니다.저도 겪은 일입니다만, 무도 수련에서 볼 수 있는 흔한 하수
지난 2일 이태규 국회의원은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법 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제정안에 대해 대학을 포함한 기관, 단체 등 관계부처 의견조회를 지난 16일까지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법안의 주요 내용은 현재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따른 교부금 재원인 내국세의 20.79%와 교육세 세입 중 교육세 재원을 제외하여 신설되는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법’의 재원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이다. 이를 통해 고등교육재정의 확충과 유치원, 초·중등학교와 고등교육에 이르는 인재양성 생애주기 전반의 투자불균형 해소를 도모하려는 것이
추석 명절이 아쉽게도 금방 지나갔다. 태풍 힌남노와 코로나19라는 재난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3년 만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고향과 가족을 찾았다. 고향과 가족의 따뜻한 품을 새삼 피부로 느낀 사람들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가족공동체라는 말이 상징하듯 가족은 사회의 기본단위로서 사람들에게 삶을 지탱하게 하는 지지대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사회가 빠르게 변화하면서 가족공동체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예컨대 가족공동체의 해체를 보여주는 일인(一人) 가구가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다. 대가족의 해체를 넘어 핵가족
“2022세계유산축전: 경상북도 안동·영주”에서는 9월 3일(토)부터 25일(일)까지 안동과 영주를 무대로 삼아 세계유산의 역사적 가치와 고전의 미(美)를 동시대의 예술가, 건축가, 작가들의 이야기로 풀어낼 예정이다. 유네스코에 등재된 세계유산을 축제의 소재로 삼는다는 것만으로도 세계유산축전은 큰 의미를 지닌다. 세계유산은 1972년 세계유산협약에 의거하여 인류 전체를 위해 보호되어야 할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지닌 자연유산, 문화유산, 복합유산을 통칭하는 개념이다. 1960년 이집트 정부가 나일강의 범람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
옛이야기의 공식이라고 하면 권선징악(勸善懲惡)과 해피엔드가 대표적입니다. 착한 일을 하면 복을 받고 악한 일을 하면 벌을 받는 것, 그리고 결말이 ‘오래도록 잘 사는 것’으로 끝나는 게 대표적인 옛이야기의 공식입니다. 대표 공식은 아니지만 흥미로운 공식이 하나 있습니다. 주인공이 하는 일(선택)이 처음에는 무지와 무모의 소치인 것 같았는데 나중에 보니 현명하고 실속 있는 것으로 밝혀지는 것이 그것입니다. 일종의 반전 구성(反轉 構成)입니다. 소설의 3요소를 ‘주제, 구성, 문체’라고 했을 때 앞의 ‘대표 공식’은 주제적 차원이고 뒤
신자로서 종교활동을 하다 보면 언젠가는 이러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야 할 때가 있다. ‘나는 언제까지 청년인가?’ 교회나 성당과 같이 예배나 미사 시간이 구분된 경우에는 특히 난처하다. 필자 역시 한 교회의 젊은이예배와 한 성당의 청년미사에서 젊은이 및 청년의 ‘기준’이 정확히 무엇인지에 대해 쑥스러운 질문을 한 적이 있다. 대학생이나 기혼자의 경우 어느 정도 객관적인 판단이 가능할지 모르지만, 자신이 현재 전체 인생의 여정 중 이행(移行; transition)의 구간에 놓여 있다고 판단하는 많은 이들에게 이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칩4(Chip4) 동맹은 미국의 주도하에 한국, 대만, 일본이 연대하는 반도체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한 협의체이다. 칩4 동맹에 대한 미국의 구상은 반도체 디자인과 설계기술 1위인 미국과 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최강자인 한국, 소재·부품·장비·분야 선두인 일본, 비(非)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강자인 대만이 함께 연대하여 중국의 도전을 따돌리면서 반도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특히 미국은 칩4 동맹을 시작으로 재편될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이 그대로 차세대 반도체 기술 동맹 및 양자 ICT 기술 동맹으로 이어지게 만드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