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시절 시험시간이 되면 둘이 함께 써야했던 책상위로 내 짝꿍은 가림판을 올려놓았다. 평소에는 연필 깎는 칼로 금을 그어놓고 그 위에 색연필로 칠까지 해서 서로의 면적을 똑같이 나누었음에도 종종 내 필통이 넘어가기도 하고 짝꿍이 노트가 금 넘어 삐쭉 들어와 있기도 했었다. 하지만 시험 때만은 가림판이 정확히 둘 사이의 공간을 갈라놓았다. 내가 자기보다 공부를 더 잘했지만 마치 치사해서 절대 엿보지 않겠다는 의지처럼, 혹은 자기의 빈답지를 내가 볼까봐 미리 선수를 치는 것 같았다. 그때는 무심코 지나쳤던 그 가림판이 ...
우리나라에서 33만명의 여성이 전문적으로 성매매에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이는 20~30대 여성인구 가운데 4.1%, 즉 같은 연령대 전체 취업인구의 8%가 성매매에 종사하고 있다는 것으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선불금 문제 등으로 어쩔 수 없이 성매매를 계속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여성 성매매종사자들이나 일명 ‘원조교제’를 해 참고인, 또는 피의자 자격으로 경찰서에 온 소녀들이 성매매를 시작하게 된 동기를 살펴보면 한 마디로 ‘돈’ 때문이다. 가출 후 어려운 일은 하고 싶지 않지만 숙식 문제는 해결해야 ...
겨울철이 다가오면서 대형건물의 화재가 우려되는 시기다. 특히 종종 이맘때면 다중이용시설에서 비상구가 제대로 열리지 않아 화재시 많은 인명피해를 입은 경우를 종종 본다. “비상구” 라고 하면 건물 내에서 불시에 사고나 재난이 발생했을 시 건물 안에 있는 사람이 피난이나 대피할 수 있는 비상문을 말한다. 다중이용업소는 해당 업종에 따라 법규정으로 비상구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요즘 겨울철이 되어 기온이 내려감에 따라 각 업소에서 난방을 위하여 화기 취급이 많아지고 있다. 화기 취급이 많아진다는 것은 화재의 위험성이 그만큼 높아...
경찰관파출소에서는 술이 취해 말썽을 일으켜 연행돼 온 사람들이 폭행과 기물을 파손하는 일이 사흘이 멀다하고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 12월말에는 총기를 강탈할 목적으로 인화성 물질을 파출소 안에 뿌리고 불을 질러 경찰관 이 중화상을 입는 일이 대전의 모 파출소에서 발생하기도 하였다. 권위있는 기관이라 할 검찰도 수난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혐의자가 신문받다가 사무실 안의 집기를 부수며 난동을 부리고 사기 용의자는 신문하는 검찰직원에게 협박과 욕설을 퍼붓는 일도 있었으니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을 그동안 부당하게 행사돼 온 공권력에...
올 들어 자주 등장하던 화두는 올 하반기가 되면 경기가 바닥을 치고 살아날 것이라는 말이었다. 그러나 최근 경기상황을 보면 나아지기는커녕 더 악화되고 있는 듯하다. IMF보다 체감경기는 더욱 안 좋은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최근 정부의 주요 관심사는 부동산가격안정이다. 경제 주무부처인 재정경제부, 건설교통 주무부처인 건설교통부는 부동산가격잡기에 분주하다. 그러나 정작 경기부양을 위해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금리인하에 따른 부동자금이 부동산말고는 마땅히 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부동산 가격잡기에 급급해 본연의...
신용카드를 사용할 경우 별도의 세금계산서를 발급받아 제출하는 번거로움은 없어져야한다. 연구소나 회사 직원들이 신용카드로 경비 등을 사용하고 영수증을 받아 회계처리를 하고 있는데 회계 담당자들은 항상 별도의 세금계산서를 요구해 불만을 사고 있다. 니는 대학의 연구소에 근무하고 있는데 연구과제 수행 등의 비용을 신용카드로 사용하고 영수증을 회계처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얼마전 30여만원의 비용을 신용카드로 지불하고 영수증을 받아 회계담당자에게 제출했는데 그 담당자는 별도의 세금계산서를 요구했다. 회계담당자의 말이 금액이 1...
요즘은 해가 늦게뜨고 일찍지기 때문에 오전 6시면 어둡고 오후 6시도 어둡다. 이같은 날씨는 아침 운동을 즐기는 시민에게는 불편하기 그지없다. 요즘은 아침 6시가 가까워도 여전히 어둑하기 때문에 아침 운동을 위해 집근처 운동장을 가로지르다 보면 일찍부터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인근 산책로만 해도 오전 5시면 가로등이 환하게 켜져있어 문제없이 운동을 즐길 수 있는데 많은 시민들이 이용하고 있는 학교 운동장은 왜 외면되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왕 주민들의 편의시설로 만들어 졌으면 그런 사소한 문제들도 개선해 나가려는 담당...
연말로 접어들면서 추운 날씨에 가족으로부터 상처받고 집을 나와 심야에도 길거리를 배회하고 있는 청소년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처럼 해마다 집을 나가는 청소년들은 1만 8천여명, 하지만 신고되지 않은 숫자를 감안하면 실제로는 1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이같은 청소년들의 가출은 부모의 이혼이나 가정폭력, 학대 등 가정 내의 문제가 주된 원인이다. 하지만 일단 집을 나온 청소년들은 절도, 본드흡입 등 각종 범죄에 휩쓸리게 되어 비행청소년, 범죄청소년으로 되기가 아주 쉽다. 특히 가출 소녀들은 숙식을 해결하기 위해 ...
폭탄주의 원조는 제정러시아 시절 시베리아로 流刑(유형)간 벌목 노동자들이다. 그 지독한 혹한을 견딜 방법은 술밖에 없다는 것을 정부도 잘 알았다. 벌목노동자들을 얼려죽이지 않고 오래 부려먹기 위해 맥주와 보드카를 대량 공급했던 것인데, 죄수들은 맥주와 보드카를 섞어 마시면 취기가 더 잘 오른다는 것을 알았던 것이다. 폭탄주가 우리나라에 전해진 것은 80년대 초. 정권잡은 군인들이 정계, 법조계, 언론계 등과 관계를 부드럽게 하기 위해 폭탄주를 골고루 돌리며 동류의식과 일체감을 조성하려 했던 것. 지금은 폭탄주 제조법도 다양...
국립수산과학원이 뭣 하는 곳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도무지 바다에 대한 애정이나 소신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것 같아 보이기 때문이다. 당초 동해수산연구소 포항분소를 폐지쪽으로 몰고가다 비난 여론이 빗발치자 부랴부랴 심해자원연구센터로 존치하겠다고 해 놓고서 이제와서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그게 아니다. 조직개편안 재검토과정에서 나온 결론을 보면 수산과학원의 말이 비등한 여론을 일단 피하고보자는 ‘입에 발린 말’이었던 셈이다. 이들의 발상을 보면 실소가 절로 나오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떠들어 마지않던 심해자원연구센터에...
청송교도소에 수감중인 장기수들이 그림을 그리고 수공예품을 제작해 전시회를 연다. 18일부터 24일까지 경기도 광주 북구청 자미겔러리에서 장기수형자 10명이 제작한 민화 37점, 수공예품 20여점이 전시된다. 참회의 마음이 깃들여져 있는 작품이라는 점과 판매수익금은 수형자들의 개인통장에 입금시켜 출소후 정착금으로 쓰여진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전시작품중 김선효씨의 ‘호접도’는 꽃을 중심으로 다정하게 어울리는 나비들을 통해 세상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살고 싶은 심정을 표현했고, 이영호씨의 ‘어해도’는 고기들이 모여사는 모...
한국사회에서 위상이 가장 추락되고 있는 것 중 하나로 아마 대학이 빠지지 않을 것이다. 각 대학의 홍보자료나 신입생 유치전략을 한 번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대학의 권위는 이미 땅에 떨어져 있다. 누구나 원하기만 하면 대학생이 될 수 있고 고교졸업자가 상전대우를 받고 있으며, 심지어 취업예비학원으로 전락한 느낌마저드니 상아탑 운운은 이미 옛날 이야기이다. 초등학교 입학이후, 학교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대학에서만 30년 이상을 보냈는데… 착잡한 심정이다. 서구로부터 수입한 현대적인 대학이 오늘날 한국에서 왜 이와 같은 ...
아침 출근을 하다보면 골목골목에서 운전자들이 자동차를 공회전시키고 있는 장면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그리하여 소음에다 또 공회전으로 인한 지독한 냄새로 기분을 상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차량의 공회전으로 인해 발생하는 각종 매연이 우리의 대기를 크게 오염시키고 있다는 것이 큰 문제이다. 잘은 모르긴 해도 요즘 자동차들은 대부분 휘발유와 가스를 사용하고 있어 옛날과 달리 공회전을 굳이 장시간 해야 할 필요성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휘발유 차량은 아무리 겨울철이라도 해도 1분 정도의 공회전이면 차량에 별다른 물의가 없...
11월은 에너지절약의 달이라고 각종 매스컴에서 보도하고 있다. 난방에너지 소비의 급증으로 에너지소비가 급격하게 늘어나기 시작하는 11월을 에너지절약의 달로 선정하여 사회전반에 에너지절약이 부각될 수 있도록 하고 우리 주위에 산재해 있는 에너지 낭비 요소를 찾아 점검하며, 우리 스스로의 인식을 새롭게 하자는 뜻에서 11월을 에너지절약의 달이라고 정하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에너지의 97% 이상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 나라에서는 11월뿐만 아니라 매월 아니 매일 매일 산업체, 공공기관 또 가정에서부터 에너지를 아끼고 바로...
포항시 북구 기북면 오덕리 급커브길 도로에 설치된 표지판이 지난 태풍으로 쓰러진 채 방치되어 야간에 운전하는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공공건물이나 일정평수 이상의 식당 등에서 흡연을 금지하고 이를 어기면 단속한다는 정부의 조치는 몇 달이 지난 현재 완전히 헛 구호로 그치고 있다. 특히 대부분의 식당 등에서는 흡연구역과 비흡연 구역이 따로 정해져 있지도 않고 그 때문인지 손님들 음식을 먹으며 담배를 마구 피워대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런 정부의 방침은 처음부터 실효성이 거의 없을 것으로 누구나 예측했다. 식당에서 손님이 담배를 피운다고 해서 주인이 막기도 힘들 뿐 아니라 다른 손님이 이를 보고 신고를 하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고 또 단속기관이 따로 ...
회사부도, 카드 빚 등 생계곤란을 이유로 자살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최근 회사 부도로 진 빚 때문에 고민하던 30대의 중소기업 사장이 가족과 집에서 동반 자살 후 20여일 만에 발견돼 우리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특히 가족 3명의 동반자살은 숨진지 20여일이 지나도록 아무도 모른 채 방치된 것으로 밝혀져 불황의 깊은 골로 인한 잇따른 자살과 함께 이웃에 대한 우리 사회 전반의 무관심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다시 한번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우리 주변에는 사회적 무관심 속에 기초적인 생활도 하기 어려울 정도로 생활고에...
이른 새벽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대구에서는 두류공원만큼 사람들이 북적이는 곳도 없을 것이다. 그만큼 두류공원은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곳이다. 그런데 이곳을 찾는 사람들을 마치 유치원처럼 여기게 하는 ‘계도용’ 팻말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공원의 한 쪽에는 대구출신의 유명 시인들의 시비가 있는 시(詩)공원이 있다. 이곳에 두류공원 관리소는 ‘조용히 합시다’라는 입간판을 세워 놓았다. 조경이 잘 된 공원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 입간판은 미관상 매우 보기 흉하다. 게다가 이곳에서 좀 떠들면 어떤가? 이곳은 시인들의 영령을 모신 ...
90년대 한 젊은 검사의 갑작스런 사임으로 이탈리아 전역이 초상집처럼 된 일이 있었다. 이탈리아 TV방송들이 일제히 방송을 중단하고, 주식시장이 큰 혼란에 빠졌으며, 리라화 가치가 폭락하는가 하면, 로마시내 집들은 반기(半旗)를 달았다. 이탈리아 정경유착 척결선풍을 일으킨 ‘마니폴리테(깨끗한 손)’캠페인의 주역 피에트로검사가 전격사임했기 때문. 그의 사임을 반대하는 시민들의 시위가 잇달았다. 1992년 피에트로검사는 일단의 젊은 검사들과 함께 ‘마니폴리테’를 선포, 이탈리아의 고질병이었던 정경유착을 뿌리뽑기위한 ‘부패와의 전...
대구·경북지역 각 대학 캠퍼스는 가을학기가 막바지에 이르면서 내년 한해를 이끌어갈 학생회장과 단과대학별 학생회장 선거의 열기로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선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지치 않는다. 일정기간마다 사회의 전체 구성원들이 각자의 주의·주장을 피력함으로써 그 사회의 장·단기적 청사진을 구워내는 불가마와 같은 것이 선거다. 특히 기성사회의 진입을 앞둔 대학생들에게는 선거가 대단히 중요하다. 국가사회의 장래를 걸머지고 나가야할 이들이 완전한 한사람의 사회적 주체가 되기위한 사회화 과정의 맨 마지막에 맞닥뜨린 관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