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공영방송 RTBF의 클래식 음악 프로듀서 티에리 로로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영화 ‘K클래식 제너레이션’가 국내에서 개봉되었다. 영화의 개봉과 함께 로로 감독의 인터뷰가 국내 언론을 장식했다. 세계 속의 한류를 상징하는 K팝, K드라마, K무비 등은 많은 세계인들에게 익숙한 단어가 되었지만 K클래식은 아직은 낯설다. 그런데 로로 감독은 2019년까지 20년간 한국 음악가들이 국제 음악콩쿠르에서 110명이나 우승한 사실에 착안하여 K클래식에 관한 다큐 영화를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무엇보다 한국의 젊은 세대들이 클래식음악을
안동대학교는 경상북도 유일의 국립종합대학교이다. 1940년에 안동사범학교가 설립되고 1965년에 안동교육대학으로 개편된 후, 1979년에 국립 안동대학이 개교하면서 본격적인 안동대학교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1983년 명륜동에서 송천동으로 이전하면서 캠퍼스의 모습을 온전히 갖추기 시작했고, 1991년에 국립 안동대학교로 승격하면서 지금에까지 이르고 있다. 안동대학교의 긴 역사 속에서 수많은 지역 인재들이 배출되었고, 안동대학교는 지역 사회와 함께 호흡하며 국립대학으로서의 소명을 다 해왔다고 할 수 있다.하지만 학령인구의 감소로 안동대
고등학교 때 읽은 이상(李箱)의 수필 「권태(倦怠)」(1937, 조선일보)가 생각납니다. 두 가지 특별한 인상(印象, 어떤 대상에 대해서 마음에 새겨진 느낌)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나는 자신에게 닥친 비극을 담담하고 아름답게 묘사하는 작가의 글솜씨였고 다른 하나는 ‘권태(倦怠)’라는 글 제목이 주는 어떤 신선하고 도발적인 느낌이었습니다.작가의 글솜씨는 이제 막 비가 그치고 마른하늘로부터 청명(淸明)한 햇빛이 땅 위에 쏟아지는 느낌과 비슷했습니다. 폐병으로 요양 차 내려간 벽촌(僻村)의 여름날이 지루하기 짝이 없다는 것으로 시작해
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인 ‘칩4(Chip4)’ 출범이 속도를 내고 있다.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은 한중관계에 미칠 영향을 두고 국내 반도체업계 중심으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칩4’는 바이든 정부가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망 구축을 위해 한국과 대만, 그리고 일본을 묶는 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다. 해당 4개국은 글로벌 반도체 생산의 약 80% 정도를 차지하고 있으며 각각 특화된 분야(팹리스, 파운드리, 소재·장비 등) 중심으로 서로 협력하여 공급망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공동으로 차세대 반도체 개발도 추진하자는
필자는 최근 세계 법철학 및 사회철학 대회(IVR)에 참석하기 위해 루마니아의 수도 부쿠레슈티(Bucharest)에 다녀왔다. 코로나19로 인해 1년 연기된 본 학술대회에서 발표와 토론 등 유의미한 학문적 교류의 기회를 가질 수 있었고, 나아가 이번 방문이 아니었다면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을―로마인의 언어를 사용하는 후손들의 땅―루마니아(Romania)의 민주화 역사를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었다.부쿠레슈티의 구시가지(old town)를 중심으로 주변의 주요 장소들을 도보로 이동하다 보면, 민주주의를 향한 루마니아 현대사의 궤적을 더듬
타인의 시선(視線)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없습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기란 불가능합니다. 산속에 들어가 혼자 살거나 주거부정의 신세가 되어 동가숙서가식 이리저리 떠돌면 모르겠습니다. 굳이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러나 그런 경우라도 그런 삶을 부추기는 은밀한 ‘중개자의 시선’이 있다는 것을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인간은 타인의 시선 안에 갇혀 살아야 하는 운명입니다.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 시선의 수인(囚人)들입니다. 다만, 면회가 자유롭고 자작 이리저리 감옥을 옮겨 다닐 수
독일은 유럽에 속해 우리나라와는 먼 나라로 생각될 수 있으나 좀 더 가까이 보면 우리 일상생활 속에서 이 나라를 연상시키는 것들이 의외로 많다. 한국처럼 제2차 세계대전 후 분단국이었다는 역사적 사실과 더불어 1960년대 어려웠던 시절 약 2만여 명의 한국 광부와 간호사를 파견하여 외화를 벌고 독일 이민의 물꼬를 튼 기억이 있다. 그뿐 아니라 우리나라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 중 흔히 명차로 불리는 자동차 대부분은 독일제 자동차일 것이다. 몇 년 전만 해도 독일을 여행하고 귀국할 때 챙기는 품목 중에는 주방용 칼이나 용기들을 자주 볼
‘펜이 칼보다 강하다’는 격언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오래된 격언이다. 이 격언은 여러 가지로 해석해 볼 수 있지만 무엇보다 언어나 말이 가지는 힘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사회적 영향력이 큰 지도자, 특히 정치지도자는 언어가 낳을 수 있는 파급효과를 염두에 두고 품위 있고 적절한 말을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최근 여권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말싸움은 국민들을 짜증 나게 한다. 그들이 사용하고 있는 품격 없는 언어는 우리 정치의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하니 절로 한숨이 나온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징계를 둘러싼 논란에서 사
우리나라의 대학은 설립주체에 따라 크게 국공립대와 사립대로 구분된다. 국공립대는 국립대와 공립대를 통칭하는 말로, 국립대는 국가에서 설립하여 운영하는 대학이고 공립대는 도립대나 시립대와 같이 지방자치단체에서 설립하여 운영하는 대학으로 보면 된다. 이 중 국립대는 ‘국립대학설치령’(대통령령 제31506호)에 따라 법에 근거하여 조직을 운영한다. 그래서 상위법에 해당하는 대한민국 헌법에서 명시한 것처럼, 국립대는 ‘학문의 자율성’을 구현하는 고등교육기관으로서 모든 국민에게 ‘균등한 고등교육’의 기회를 보장하는 데 그 설립 및 운영 목적
살다 보면 본의 아니게 경쟁을 하게 됩니다. 공부로도 겨루고 운동으로도 겨루고 연애로도 겨루고 돈벌이로도 겨루고 자녀교육으로도 겨루게 됩니다. 언뜻 생각하면 돈벌이 경쟁이 가장 중한 것 같지만 꼭 그런 것도 아닙니다. 옛이야기들을 보면, 어쩌다 만난 ‘소원 하나 들어주기’ 같은 천재일우의 행운을 엉뚱한 소원을 빌어 그냥 날려 버리는 주인공들이 나옵니다. 도깨비 방망이나 흥부의 ‘제비가 물어다 준 박씨’ 같은 것을 원해야 하는데 고작 빈다는 것이 카드놀이에서 늘 승리하게 해 달라거나, 내 바이올린 소리에 모든 사람이 춤추게 해 달라거
지난 7월 28일, 대법원은 2020년 2월 신천지 대구교회의 코로나19 집단감염에 대한 역학조사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교회 관계자 8인의 상고심에서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고,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하였다. 집단감염이 발생했던 당시 대구광역시는 진단검사 및 격리 등 방역 조치를 시행하기 위해 신천지 대구교회의 전체 교인 명단을 요구하였고, 이에 수차례에 걸쳐 교인 명단을 제출하는 과정에서 100여 명의 교인에 대한 정보가 누락된 바 있다.피고인들에 대해 검찰이 위반 혐의를 적용한 해당 법률 중 하나는 바로
넷플릭스에서
유럽 도시의 오래된 주택가를 걷다 보면 주택 입구의 인도 위에 박혀있는 어른 손바닥보다 조금 작은 반짝이는 동판을 볼 수 있다. 가로세로 10센티의 황동판 위에는 ‘이 집에 **년도에 태어난 000이 살았다. XX년에 체포되어 YY년에 아우슈비츠(예시)에서 살해되었다’라고 판금된 글씨가 새겨져 있다. 이 동판은 10센티 정도 길이의 작은 시멘트 벽돌 위에 붙어 있으며 주로 주택의 입구 아스팔트나 인도에 박혀있어서 누구라도 지나는 발밑에서 쉽게 볼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 동판이 붙어있는 시멘트벽돌을 독일어로 슈톨퍼슈타인(Stolp
대우조선 하청노조가 파업에 돌입한 지 51일째인 지난 7월 22일 노사 간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되었다. 우려했던 경찰과의 충돌이나 인명 손상이 없었던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이번 파업을 바라보는 많은 국민들의 시각은 싸늘한 편이다. 대우조선은 그동안 세계적인 조선 불경기로 경영의 어려움을 겪어왔다. 대우조선 경영정상화를 위해 수조원의 막대한 공적 자금이 투입되었다. 경영정상화가 요원한 상황에서 하청노조가 핵심작업장인 제1도크를 점거하고 불법파업을 벌임으로써 수천억 원의 손실을 낳았기 때문에 우호적인 국민 여론을 기대하기는 힘들었
우리는 인사를 나눌 때 무의식적으로 상대방의 안녕을 묻는다. 안녕(安寧)의 安(안)과 寧(녕)은 모두 ‘평안함’을 뜻하기에, 누군가에게 건네는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말은 상대방이 평안한지 여부를 묻는, 다시 말해 안부(安否)를 묻는 제스처이다. 그러나 인사말은 거의 무의식적으로 사용하고 있어서 “안녕하세요?”와 같은 발화에는 특별한 의미가 없어 보이기도 한다. 인사는 하나의 형식적 관습이며 패턴화된 상례(常禮)라고 할 수 있다.그렇다면 이런 형식적인 인사를 왜 주고받는 것일까? 라캉(Jacques Lacan)이 언급한 ‘텅 빈 제
일본 엔화가 급락하고 있다. 미국 달러와 프랑스 프랑과 함께 안전자산의 대명사로 불리던 일본 엔화가 어디까지 추락할 것인지에 대한 불안은 일본 경제를 휘청거리게 만드는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 7월 중순 도쿄의 외환 시장에서는 1달러당 엔화가 138엔 후반까지 상승하면서 가치가 2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이처럼 엔화가 맥을 못 추는 이유는 일본과 미국의 통화정책 디커플링(탈동조화) 심화로부터 기인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를 비롯한 G7 주요국의 중앙은행들이 긴축 금융정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데 반해 일본은
‘착한 사마리아인’ 이야기는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한 번쯤은 다 들어보셨을 겁니다. 위험하고 불쌍한 처지에 처한 사람에게 기꺼이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착한 시민(정신)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신약성서에 나오는 이 이야기에는 한 가지 단서가 내장되어 있습니다. 위험을 무릅쓰고 곤경에 처한 사람을 돕거나 범죄자와 물리적으로 대척하는 사람은 ‘착한 사마리아인’이 아닙니다. 그런 분들은 ‘시민 영웅’이라 부릅니다. 그러니까 만약 ‘착한 사마리안 법(The Good Samaritan law)’을 제정한다고 한다면 “자신의 신변에 위험이 닥치지
아웅산 수치의 미얀마가 나락으로 떨어졌다. 미얀마 불복종운동에 대한 대한민국 국민의 관심은 이제 거의 사라졌지만 세계 17개 에큐메니칼 운동체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버마 플랫픔’은 미얀마 민주화운동을 위한 소통과 지원을 지속하고 있다. 버마 플랫폼을 통해 들어오는 소식은 처참하기 그지없다. 수치의 집권 이후 희망의 경로를 찾아가던 미얀마는 현재 길을 잃었지만 그래도 법과 국가의 이름으로 온갖 악행이 저질러지고 있는 현장에서 시민들과 청년들의 투쟁은 계속되고 있다.대한민국은 일본, 대만, 호주, 뉴질랜드와 함께 민주주의가 정상적으로
“우리에겐 선택지가 하나 있습니다. 집단적 행동을 취하든지, 집단적 자살을 택하든지. 그 선택이 우리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지난 7월 18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기후회담에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UN 사무총장이 이렇게 말했다.필자가 기후와 관련해 1990년대 초반 학창 시절 처음 들었던 용어는 지구온난화(global warming)였다. 이후 지구온난화와 함께 사용될 때, 현대사회의 기후 양상이 잘 설명된다는 맥락에서 기후변화(climate change) 역시 친숙한 개념이 되었다. 최근에는 기후변화라는 개념이 객관적인 현상을 반
‘승리하는 소녀 영웅’에 관한 이야기는 전설이나 소설의 흔한 소재입니다. 가장 극적이고 유명한 ‘소녀 영웅의 승리’는 판소리 심청가에서 나옵니다.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려는 한 가난한 소녀의 지극한 염원이 죽음을 극복하고 세상을 구원하는 위대한 승리로 귀결됩니다. 그 과정에서 독자들이 주고받는 눈물이 거의 인당수 바닷물을 통째로 옮겨놓은 양만큼 됩니다. 오죽하면 “심청가로 못 울리는 놈은 소리꾼도 아니다”라는 말이 나돌았겠습니까? 심청이가 심황후가 되고 세상의 모든 눈먼 이들에게 잔치를 베푼다는 결말이 중한 것이 아니라(거기서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