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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여러분 죄송합니다 오늘 하루 쉽니다 아이와 곤충채집 갑니다 이발관 유리창 달력종이 위를 비뚤비뚤 기어간 글발 복지정 땀범벅 거리를 빠져나간다 도시 근처 어디쯤 재잘거리는 아이 웃음과 풀벌레 숲길에 닿아있다 이발 6000원, 염색 5000원 가격표 위에 붙은 임시휴일 안내문에서 여치가 울고 방아깨비가 뛰고 젊은 아빠의 푸른 정맥, 큰 그늘이 읽힌다 텅 빈 이발관 혼자 지키는 액자속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되뇌며 돌아서는 동네 더벅머리...
아침시단
2010-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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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 떡인가 싶어 들어간 공장들 어영부영 일 년 안에 문 닫고 인심이 좀 좋다 싶어 단골로 내정한 칼국수집 막걸리집 곱창집 다 반 년도 못가서 문 닫고 쓰시는 글들 읽을 만 하다고 대충 존경할 만하면 절필하시거나 평균 수명도 다 못 채우시고 오십 넘은 나이까지 선거 때마다 흡족하게 찍어준 분들은 또 한 분도 당선 안되고, 참 돌겠습니다. 최선을 다해도 무너지는 것, 분명 있습니다. 그러나 무너짐 이전에 최선을 다한 발자국 ...
아침시단
2010-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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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 울음소리 와글와글 칠흙 어둠을 끌고 간다 한 번 하고 싶어 저리 야단들인데 푸른 들녘마저 점점이 등불을 켠다 내가 꼴린다는 말 할 때마다 사내들은 가시내가 참...혀를 찬다 꼴림은 떨림이고 싹이 튼다는 것 무언가 하고 싶어진다는 것 마음 속 냉기 풀어내면서 빈 하늘에 기러기 날려 보내는 것 물오른 아카시아 꽃잎들 붉은 달빛 안으로 가득 들어앉는다 꼴린다, 화르르 풍요로워지는 초여름 밤 니끼미 시발 사람 나고 돈 났지 돈 ...
아침시단
2010-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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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착하게 사는지 별들이 많이 떴다 개울물 맑게 흐르는 곳에 마을을 이루고 물바가지에 떠 담던 접동새 소리 별 그림자 그 물로 쌀을 씻어 밥 짓는 냄새 나면 굴뚝 가까이 내려오던 밥티처럼 따스한 별들이 뜬 마을을 지난다 사람이 순하게 사는지 별들이 참 많이 떴다 그대도 별을 본 적 있으시지요? 잠 못 이루던 깊은 밤, 마당을 서성이거나 무릎을 세우고 툇마루에 앉아 있을 때 잠든 지붕마다 쏟아지던 그 노래들. 멀어서 더 사랑스러운 그들을 몰래 만난 적 있으시지요? 가장...
아침시단
2010-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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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밭집 홍강이 같이 살다가는 둘 다 못쓰게 된다고 논 팔아 하나뿐인 동생 서울로 보내고 팔순 노모를 모시고 산다 중학교는 나왔어도 농사하는 죄로 쉰이 가깝도록 시집 오겠다는 과수댁조차 없어 들일에 빨래하고 밥 해먹으며 그림자처럼 산다 그 살림에 장 보러 가는 게 남세스럽다고 쌀이나 고구마 가방 속에 넣어 메고 아는 사람 없는 곳으로 가서 몰래 팔고 오는 홍강이 아랫복골 대밭집 혼자 늙는 홍강이를 보면 눈물이 난다 청도 매전리 동창천...
아침시단
2010-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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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와 등을 돌리고 잔다 침대 난간에서 허공을 품고 잠이 든 것일까 벼랑 끝에서 손을 휘저으며 목청이 터지도록 그를 불러댄다 등과 등 사이에 소리의 통로가 막혀있는지 그는 환청으로도 듣지 못한다 바닥으로 발이 떨어지는 순간 비명이 먼저 튀어나간다 고래는 짝을 부르면 천리 밖에서도 듣고 달려온다는데 고래보다 못한 이 남자, 등짝을 후려친다 그제서야 천리도 넘는 암흑 길을 넘어온 희미한 한 마...
아침시단
2010-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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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형이 바닷가로 말* 실러 갔는데 우차바퀴가 빠져서 꼼짝 못하고 있다고 연락이 왔다. 나는 그때 중학교 2학년이었는데 창피해서 안갔다. 비료대신 밭에 똥을 뿌리던 시절이었다, 형은 날이 저물어 왔는데 형이나 소나 얼굴이 눈물과 흙투성이었다. 형은 나보다 두 살 위였다. 어느 해 가을 진전사 절터로 나무하러 갔다. 나뭇짐을 바탕으로 져 나르 던 나는 배고프고 꾀가 나서 마지막 짐을 높은 언덕 아래로 굴려버렸다. 형은 그럼 짐이 안 찬다고 그걸 다시 져 올려 실었다. 컴컴한 저녁 나는 우차...
아침시단
2010-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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援?
아침시단
2010-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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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잎쌈, 호박찌개, 애호박전에 알싸한 소주 한 잔 먹고 마셨다. 고맙다. 호박, 너도 먹성 좋더구나 내 똥거름, 닭똥 한 삼태기 다 먹었잖니? 우리 서로서로 먹고 어울렁더울렁 살았구나 좋은 하루구나 아, 오늘 문득 옛 친구들 불러 호박풀떼죽이나 끓여 먹고 유행가라도 한 자락 부르고 싶구나. 오전에도 거나하게 취하여 전화 속에서 시를 읊어 주시던, 그리운 것들이 밀려들면 온 사방에 안부를 물어 대시던 눈물 많은 그 양반. 소식...
아침시단
2010-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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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등대가 있는 방파제엔 어부들의 작은 신발들이 잔물결에 살랑대며 물의 댓돌 위에서 잘박이고 있다 주인들은 다 집으로 들어가 저녁밥을 먹는 시간 어부들의 코고무신들 나란히 나란히 물의 요람에서 흔들리고 있다 모포리 물의 댓돌 위에도 양포리 물의 댓돌 위에도 그러고 보니 잘박이는 신발들 참 가지런도 하네요. 이른 새벽이면 내외가 저마다 벗어 놓은 코고무신 한 짝에 두 몸을 싣고 이마로 샛별 밀며 바다로 들겠지요. 끼걱끼걱 툴툴툴... 낡을수록 익숙하게 물길을 열고 걸어가는 삶, 발자국 하나 새기지 않고 돌아 갈,...
아침시단
2010-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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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속이 궁금해지면 고추장 항아리 속에 묻어 두었던 어머니 팔뚝을 꺼내 먹습니다 종아리를 꺼내 먹습니다 어느 소슬한 가을 저녁의 살 오른 근심을 말갛게 닦아 통 째 절여두었던 당신 찬물에 밥 말아 미라처럼 쪼글쪼글해진 당신의 그 짜디 짠 생살을 씹어 먹으니 오, 면면히 유구하겠습니다 허기진 배를 채우는 것들 도처에 널렸어도 허기진 가슴을 채우는 것은 결국 '어느 소슬한 가을 저녁의/ 살 오른 근심' 근심조차 '말갛게 닦아/ 통째 절여두...
아침시단
2010-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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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협 일대 밤나무 숲이 하늘의 젖꼭지를 빨고 있다. 구릉 위에 걸친 달의 엉덩이를 베어 먹고 대숲의 그림자를 삼킨다. 너는 싹 틔우는 일이 얼마나 잔인한가를 알겠구나. 목울대 가득한 울음으로 베갯머리를 적시고, 오오 봄비야. 저 슬픔의 천근 천일염을 다 녹일테냐. 솟구치는 건 외로운 일이란다, 차라리 청산의 무른 이마를 물어뜯을 일이다. 사람들은 봄이 한껏 피어난다 노래 하지만 들판은 기를 쓰고 솟구치느라 아우성이네요. '밤나...
아침시단
2010-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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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당신에게 미루어놓은 말이 있어 길을 가다 우연히 갈대숲 사이 개개비의 둥지를 보았네 그대여, 나의 못다 한 말은 이 외곽의 둥지처럼 천둥과 바람과 눈보라를 홀로 맞고 있으리 둥지에는 두어 개 부드럽고 말갛고 따뜻한 새알이 있으리 나의 가슴을 열어젖히면 당신에게 미루어놓은 나의 말은 막 껍질을 깨치고 나올 듯 작디작은 심장으로 뛰고 있으리 초봄 라일락, 장마 허리, 단풍길 그리고 앙상한 나뭇가지에 걸어두고 만 말, 말들. 까맣고 붉은 숫자로 기다린 흔적이 납작한 발...
아침시단
2010-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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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이 고독한 여행이라고 생각할 때 나는 기차가 들고나는 서울역에 가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싶다 보따리를 든 할머니 낡은 가방을 들고 구멍 뚫린 중절모를 쓴 늙은 사내 어머니 손을 잡고 걸어 나오는 어린 것들 제각기 바쁜 걸음으로 걸어 나오는 모습을 보며 환영의 손짓을 보내고 싶다 낯선 이곳 서울에서, 가슴 부비며 사랑을 느끼고 못다 한 말들을 쏟아 놓고 다시 떠나는 날 행복을 알고 돌아간다면 얼마나 좋은 일인가? 나는 쓸쓸한 삶을 주체할 수 없을 때, 서울역에 나가 차표...
아침시단
2010-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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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를 묻은 이곳은 돌밭이었다 오이 딸기 주렁주렁 열리던, 감자꽃 쇠뜨기 바랭이 돌날에 찔려 징징거리는 날 이끌고 심으신 감나무 일천만사 아버지의 속울음 같은 구름 뭉실뭉실 흘러간다 아셨을까 아버지, 알아채신 걸까? 안아 올려 감나무 아래 세워 놓으신다 붉은 홍시 떨구어 주신다 살아생전 척박하기만 했던 아버지의 한 바닥 밭 고스란히 내게로 넘어 왔음을 뼈아프게 주워드는, 고랑속! 돌소리 자글자글하다 그 양반 세상에 부리신 건 두 눈 멀뚱한 자식뿐 아니지요. 첩첩 돌밭 같은...
아침시단
2010-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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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가슴에 텅텅 빈 바다 하나씩 있다 사람들 가슴에 깊게 사무치는 노래 하나씩 있다 늙은 돌배나무 뒤틀어진 그림자 있다 사람들 가슴에 겁에 질린 얼굴 있다 충혈된 눈들 있다 사람들 가슴에 막다른 골목 조선낫 하나씩 숨어 있다 파란 불꽃 하나씩 있다 사람들 가슴에 후두둑 가을비 뿌리는 대숲 하나씩 있다 오늘은 '텅텅 빈 바다'였다가 내일은 '깊게 사무치는 노래'를 부르고 '겁에 질린' 채 '충혈된 눈'으로 '막...
아침시단
2010-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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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판 붙자 심심하면 앞에서 이 쪽 저 쪽 길을 막고 툭 하면 뒤에서 모르는 척 가방 끈을 잡아당기고 인사동 노점길에서도 효자동 은행나무 길에서도 똑같이 건들거리며 햇살을 빨아먹고 달빛을 핥아먹어 내 눈을 멀게 하고 네 귀를 닫게 하는 그 것과 한 판 붙자 좁은 길에서 머뭇거리지 말고 광장으로 나가 제대로 붙어보자 그저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맞서기보다는 피하는 게 이런 저런 흉한 꼴 안보고 사는 거라고 입...
아침시단
2010-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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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보아 그 집 사내 별 볼일 없겠다 생각되지만 일찍이 어린 손끝으로 익힌 수선 솜씨 하나 참으로 기막혀서 가랑이 쭉 찢어진 바지를 맡기듯 겨드랑이 함부로 터진 잠바를 맡기듯 세상 때 가득 절어 벌써 뻣뻣해진 목덜미와 함께 쉽게 일그러지는 내 밤들도 둘둘 말아서 맡겨보고 싶다 큰길들이 자꾸 골목을 낳는 이유는 지쳐 너덜거리는 마음 데리고 들고 싶은 곳, 훌쩍 눈물 훔치며 기대고 싶은 곳들이 거기 살기 때문입니다. 조금은 아쉽고 헐거운 자리가 서로를 ...
아침시단
2010-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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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아도 잡아도 멸하지 않는다 하여 멸치라 했다 한다 그렇다면 연보랏빛 오월의 라일락나무들도 멸치다 유월, 담벼락에 온통 줄도장 찍는 줄장미들도 멸치다 그때마다 자궁 속 다시 나오고 싶은 여자도 멸치다 그 밤마다 치마 속 다시 들어가고 싶은 남자들도 멸치다 저 파닥이는 흰구름도 빗물도 빗물 적시는 먼지도 무엇이든 다 매만진다는 세월도 추억도 다들 단도처럼 반짝이는 멸치다 당신이라는 세상, 그 수상한 것만 빼면 나도 멸치여요. 그러니까 ...
아침시단
2010-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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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대쯤 엉덩이를 맞은 암소가 수렁논을 갈다 말고 우뚝 서서 파리를 쫓는 척, 긴 꼬리로 얻어터진 데를 비비다가 불현듯 고개를 꺾어 제 젖은 목주름을 보여주고는 저를 후려 팬 노인의 골진 이마를 물끄러미 바라보는데 그 긴 속눈썹 속에 젖은 해가 두 덩이 오래도록 식식거리는 저물녘의 수렁논 상처는 매만지는 이의 것, 도톨도톨한 아픔을 물끄러미 쓰다듬다보면 당신에게 백 대쯤 맞아 멍들어 솟은 내 가슴도 그만 무너지고 맙니다. 원망이나 ...
아침시단
2010-0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