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중국 정사는 ‘25사’라고 부른다. 그 선두 주자는 사마천이 지은 ‘사기’다. 이어 한서·후한서·삼국지로 연결된다. 사기는 방대한 분량이다. 전체 130권 가운데 절반 넘는 권수가 ‘열전’이다. 이는 사기의 백미로 일컫는다.골계 열전은 유머리스트 모음집으로 대표적 인물은 동방삭. 한무제 시절 관리인 그는 기인의 삶을 살았다. 작금 ‘삼천갑자 동방삭’이라 부르는 장생의 표상이 됐다. 도교에서 신선으로 미화한 탓이다. 보통 은자는 산간에 숨어 지내나 자신은 도시와 궁궐에 은둔해 산다는 말을 남겼다.나이를 상징하는 단어 중에 ‘다수
자신을 사랑하는 자만이 남을 사랑하고 배려할 수 있다. 눈앞 사회적 분위기가 자신도 사랑하지 못하고, 타인도 배려할 줄 모르는 것 같다. 사람들이 모두 ‘번 아웃’, 기진맥진이다. 엑스포 유치 실패에 힘 빠지고, 모당 혁신위도, 지도부도 피로한 기색이 역력. 오지랖 개딸들의 아우성도 시큰둥, 압수수색도 별무관심, 야당 움직임도 이리저리 구르는 가랑잎, 각 당 대표의 표정도 왕짜증. 재판도 지리멸렬. 그거야 싶은 것이 없다. burnout(소진) 상태다.자중자애하는 사람이라야 실망하지 않는다. 내가 나를 존중하니 더는 타인에게 사랑받
천둥소리는 하늘의 소리, 자연의 소리다. 뇌성벽력은 준엄한 심판의 소리다. 용서할 수 없는 천벌의 소리. 하느님께서 예수님께 말씀하실 때 사람들은 그 음성을 천둥소리라 하였다. 천둥소리는 바로 하늘의 메시지다. 그 천둥소리에 폭포 소리를 견준 시인들이 많이 있었다.송강이 관동별곡에서 “百백川쳔洞동 겨테 두고 萬만瀑폭洞동 드러가니, 銀은 가튼 무지게, 玉옥 같은 龍룡의 초리, 섯돌며 뿜는 소리 十십里리의 자자시니, 들을 제난 우레러니 보니난 눈이로다.” 폭포 소리를 우레(천둥)라 했다.천둥소리를 내는 물기둥. 나이아가라폭포의 이름이다
산 자의 거처가 주택이면 망자의 쉼터는 유택이다. 작금 분묘기지권 형태로 법상 보호도 받는다. 대개 무덤은 흙으로 둥글게 쌓아 올렸다. 당초에 중국은 봉분이 없었다. 주나라 왕이나 제후가 그랬다.진시황 때부터 봉토분을 산처럼 조성했다. 이를 ‘이릉위산’이라 한다. 분묘를 산처럼 만들었다는 뜻이다. 그러다가 당나라 시대에 산 자체를 무덤으로 삼았다. 이를 ‘이산위릉’이라 한다. 산 전체가 황제의 묘지가 되었다. 도굴 방지를 위해 입구는 비밀로 하였고 저주 글귀가 적혔다.고대 중국은 신분에 따라 분묘의 명칭이 달랐다. 보통 백성들 무덤
지난 10월 말 인천공항에서 비행기에 탑승했다. 미국과 캐나다 동부지역 몇 곳을 여행하기 위한 출발이다. 많이 벼르고 벼른 여행이지만 걱정이 되었다. 비행시간이 16시간 가깝게 걸린다고 한다. 이미 경주에서 5시간 버스를 타고 공황으로 왔다. 척추전방전위증 수술 후 장시간 비행하는 것이 무척 힘들었었다. 어떻게 버틸지 걱정이 되었다. 탑승하자마자 좀이 쑤신다. 다리가 저린다.몸을 비틀고 다리를 두드리고 있는데, 기내에 설치된 모니터에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것이 즐거운 여행의 시작”이라는 자막이 뜨고 있었다. 참 좋은 말이라 생각
모든 생명은 한계가 있다. 언젠가 반드시 죽는다. 이는 자연의 법칙이자 생명의 본질이다. 누군가 말했다. 당신은 태어난 순간 죽음의 순례를 시작했다고. 현세가 어쨌든 사람은 죽음이 두렵다. 일회용 용도인 생명은 공포가 어렸다.임사체험은 의학적 죽음 직전에 갔다가 소생한 사람들 경험을 뜻한다. 이들 증언에 따르면 임종을 앞둔 순간의 몽롱한 의식은 검은 동굴로 빠져드는 느낌이라고 한다. 작곡가 말러의 교향곡 ‘부활’은 이런 임사체험을 연상시키는 흐름을 갖는다. 그는 열병에 걸려 죽은 동생이 여럿 있었다.영화 ‘조 블랙의 사랑’은 생일을
11월 초 워싱턴과 뉴욕에서 오벨리스크를 보았다. ‘오벨리스크’, 고대 이집트 왕조 때 태양 신앙의 상징으로 세워진 기념비다. 하나의 거대한 석재로 만든다. 단면은 사각형이고 위로 올라갈수록 가늘어져 끝은 피라미드꼴이다. 파라오의 통치 기념제 때에 신전 탑문 앞에 한 쌍이 건립되었다. 나일강 서편 채석장에 미완성 오벨리스크가 무겁게 세월을 베고 누워 있다.건축 의도에 대해서는 다산을 기원하는 구조물이 아닐까 하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지만, 태양신을 맞이하는 곳으로 보아야 할 것 같다. ‘오벨리스크’라는 단어는 많은 고대 이집트 관련
10월에, 다시 땅으로 돌아가려고 준비를 하는 나뭇잎들이 형형색색으로 물들고, 먼저 떨어져 구르는 낙엽들은 우리를 숙연하게 한다. 여기저기서 단풍 소식이다. 연일 설악산에서 내장산으로 이어지는, 단풍의 절정 시기를 예고해 주고 있다. 다홍으로 불이 붙을 단풍. 마음이 어느새 설렌다.단풍. 늙기가 그렇게도 싫어 애태운 가슴인가. 온 여름 시퍼렇게 지쳐 멍든 가슴인가. 가을바람에 너도 옷을 갈아입었구나. 애태운 가슴도, 멍든 가슴도 아닌, 잘 익은 가슴이다. “상엽홍어이월화(霜葉紅於二月花)”다. 아름답구나. 이왕 울긋불긋 갈아입은 옷.
고려조 편찬된 삼국사기와 삼국유사는 고대 한국사 유일한 문헌. 이는 사마천이 지은 걸작 ‘사기’와 역사적 맥락이 비슷하다. 양국 고대사 연결고리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삼국사기는 왕명으로 간행된 정사이나 삼국유사는 승려 개인이 집필한 야사다. 삼국사기는 여섯 가야를 언급한다.1970년대 이래 경북과 경남 일원에서 수많은 가야 유물이 출토됐다. 이에 일부 사학자는 삼국이 아닌 사국 시대를 제시했다. 물론 가야는 소국들 연맹체인 탓에 주류 학설로 인정받진 못했다.당시 대가야 거점인 고령 지산동 고분군 발굴 현장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느티나무 잎 하나 빙그르르 휘돌며 떨어진다. 삶의 끝자락을 보는 것 같다. 떨어지는 낙엽이 잠시 춤추는 모습으로 보여도 무심히 흔들리며 떨어질 뿐이다. 낙화 또한 마찬가지다. 지난 오월 장미가 그토록 울타리 담장마다 붉게 타올랐었지만, 꽃잎들이 우수수 떨어져 버리고는 다시 말이 없었다. 공자도 시냇가에서 가는 것이 저와 같구나! 라고 했을 뿐이다.봄부터 식물들이 자라나 여름에 절정을 이루다가, 가을이면 성장을 멈추고 동면에 들어갈 준비를 한다. 특별할 것 없는 순리(順理)다. 서늘한 바람에 낙엽 한 잎이 머리 위로 떨어지면, 옷깃을
세계 3대 종교는 기독교와 이슬람교 그리고 불교다. 고대 한국은 중국에서 전래한 불교가 통일신라 시대에 찬란히 꽃피웠다. 도읍인 경주 각지에 산재한 여러 유적은 융성했던 불교문화를 보여준다.불교국 전통이 오랜 한민족은 이슬람교가 생경한 편이다. 사실 우리는 모르는 사이에 이슬람을 접했다. 동화책 ‘아라비안나이트’를 통해서다. 유년 시절 읽었던 ‘신드바드의 모험’과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과 ‘알라딘과 요술 램프’는 대표적 이야기. 이슬람 문학은 쿠란에서 움텄다.터번을 두른 페르시아인 여행담은 신비롭고도 흥미진진한 줄거리. 일명
“연애는 필수 결혼은 선택 가슴이 뛰는 대로 가면 돼 눈물은 이별의 거품일 뿐이야 다가올 사랑은 두렵지 않아 아모르 파티” 김연자의 노래 ‘아모르 파티’ 가사의 한 부분이다. 가슴이 뛰는 대로 가면 되는데 필수는 무엇이며 선택은 무엇이란 말인가. 주어지는 운명 모두를 사랑하면 되는 것을.인생이란 무엇인가? 니체는 가짜의 삶으로부터 진짜의 삶을 찾는 여정이라 했다. 무엇이 가짜의 삶이고, 무엇이 진짜의 삶인가? 자신의 의지대로 사는 삶을 진짜의 삶, 자신의 의지대로 살지 못하는 삶을 가짜의 삶으로 보았다. 우리는 대부분 가짜의 삶을
얼마 전 정치판에서 모(某) 국회의원이 당 대표의 체포안 가결을 두고 “저열하고 비루한 협잡”이라 했고, 이를 두고 모 앵커는 “저열하고 비루한 게 따로 있다. 속셈이 드러난 단식 정치에다 악성 팬 덤 정치, 양심의 자유 짓밟기까지, 비루한 시대 비루한 정치판이 혐오스럽다 못해 참담하다”라고 ‘비루(鄙陋)’라는 말을 썼다. 이렇게 ‘비루(鄙陋)’라는 말이 마구 쓰이는 세상이 되었다.비(鄙)는 ‘더럽다’하는 뜻보다 속어로 ‘다랍다’의 뜻이 강하다. 루(陋)는 ‘좁다, 천하다’ 뜻이 강하다. 그래서 ‘비루(鄙陋)하다’의 뜻은 ‘천하고
우리를 걱정하게 하는 것들이 많다. 우선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우리를 걱정하게 만든다. 연세 높은 부모님을 잘 모시지 못해 걱정이다. 부모님의 건강은 우리를 걱정하게 만든다. 그보다 더 걱정되는 것은 자식이 먼저 아프거나 탈이 생기는 것이다. 신체발부 수지부모가 아니라도 부모보다 먼저 병들거나 먼저 세상을 버리는 일이 가장 큰 불효이기 때문이다. 자식도 부모에게 걱정의 대상이다. 그중에도 더 아픈 손가락이 있다. 손자가 여럿이면 입시경쟁, 군대 입대, 취업 문제 등 끊임없이 걱정거리를 달고 온다. 가족의 성장발전이 주는 행복과 함께
인류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은 누구일까. 이슬람 창시자 무함마드는 언제나 강력한 후보자로 꼽힌다. 단기간에 교세를 확산하고 그 영역은 스페인에서 인도까지 아우른 종교제국인 탓이다.이슬람은 복종을 의미한다. 일상에서 믿음을 갖는 전형적 재가 신앙. 시아파 외엔 성직자도 없다. 또한 이슬람 율법이 지배하는 신정체제 국가를 이룬다. 아랍어 ‘알라’는 신을 지칭한다. 무슬림 신앙 고백은 단순하다. ‘알라 외에 신은 없고 무함마드는 알라의 예언자’란 다짐이 전부다.이슬람 경전은 쿠란이다. 대천사 가브리엘이 예언자 무함마드에게 전한 신
민주사회는 더불어 사는 다른 사람을 존중해야 한다. 직업이 달라도, 생각이 달라도, 종교가 달라도 서로 존중하고 존중되어야 한다. 자신이 과거에 믿었다가 그만둔 종교라 할지라도, 어떤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도움을 줄 수 있다. 불교적 해석이 효과적인 사람도 있고, 기독교적인 해석이 효과적인 사람도 있다. 서로 다툴 일이 아니다.경주 고성공원에서 아침 운동 후 돌아오는 길에 탁자 두어 개를 놓고 홍보 유인물과 작은 생수병으로 관심을 끄는 사람들을 만났다. 젊은 남녀 6명이 홍보활동을 벌이고 있었다. 엮이기 싫어서 피해 가는데도 쫓아와
멕시코만 일대엔 거대한 데드존이 존재한다. 바다에 스며든 비료 성분으로 해조류가 번성해 여타 생명체가 살지 못하는 죽음의 해역. 또한 지구촌 대양에는 폐기물 더미가 섬을 이뤄 돌아다닌다.미국의 요트 선수인 무어는 태평양 쓰레기 지대를 우연히 발견했다. 하와이 요트 대회에 참가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바다의 쓰레기는 ‘자이어’에 몰렸다. 이는 소용돌이 해류와 순한 바람이 부는 지역을 말한다. 세계 해양엔 이런 쓰레기 섬이 다섯 군데나 있다. 태평양 쓰레기 섬도 그중 하나다.무려 한국 면적 15배에 이른다. 가장 흔한 쓰레기는 플라스틱
늙어서도 아름다운 사람이 되려는 마음은 욕심인가? 살 만큼 살았으면 됐지 아름다운 사람까지 되려고. 가만히 생각해 보니 욕심인 것 같기도 하다. 나이 들면 고운 모습이 없어지는데, 어떻게 해야 아름다운 사람이 될 수 있나? 정관계(政官界)에 아름다운 사람은 고사하고 얍삽하거나 능구렁이로 보이는 사람이 많아서 해 본 소리다.늙은 쥐가 독 뚫는다. 늙은 말이 길을 안다(老馬之智). 백 년 묵은 구미호가 덕수넘기를 하여 사람으로 둔갑한다. 백 년 묵은 구렁이 이야기도 있다. 아름답든 아니든 간에 나이가 들고 늙어야 경험이 풍부하고 그 속
‘현인과 어리석은 자와 종’은 루쉰의 단편소설이다. 남의 밑에서 일을 하는 종놈이 있었다. 삶이 고통스러웠다. 이렇게 살아서 무얼 하나 싶었다. 종은 자신의 고통을 하소연할 사람을 찾아 나섰다. 어느 날 현인(賢人)을 만났다. 그는 처량하게 하소연했다. “선생님, 제가 살아온 날들은 정말 사람의 삶이 아니었습니다. 개돼지 취급을 받았습니다” 이 말을 들은 현인은 “허허, 이럴 수가” 함께 분노하면서 한숨을 내 쉬었다.종(奴僕)이 다시 “선생님, 저는 이렇게 살아갈 수 없습니다. 무슨 방법이라도 있으면 가르쳐 주십시오” 현인이 말했다
인간을 포함한 삼라만상은 무엇으로 구성되는가. 이는 화학과 물리학 근원적 화두다. 결론은 무수한 미립자. 홀로 존재하는 원자든, 그 화학적 결합인 분자든 상관없이 미세한 입자를 뜻한다.기원전 4세기 그리스 데모크리토스는 빵 냄새를 맡곤 이를 원자라 부르며 그 존재를 주장했다. 이는 당대 최고 사상가인 아리스토텔레스의 5원소설에 묻혀 빛을 보지 못했다. 훗날 중세에 그의 믿음이 다시 등장했다. 20세기 초엽 물질은 규모가 다양한 원자로 이뤄진 사실이 밝혀졌다.원자는 크기가 매우 작다. 100만 개가 모여도 글자 하나 정도다. 원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