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경-(급히 대문 밖으로 달려 나가서) 동식아! 얘 동식아! 이리 좀 와! 내 말 좀 들어봐 동식-(대문 밖에 다시 나타난다) 왜 불렀어 ! (김씨 장바구니를 들고 부억으로 들어간다. 강백 상처에 손을 대고 비통한 얼굴로 허공을 노려보고 있다.) 혜경-저 깡팻놈과는 손을 떼지 못하겠니? 저런 녀석과 다니다간 집안 망치겠다. 동식-내 땜에 집안이 도로 잘 돼가고 있는 줄을 모르고 이래? 참! 내가 깜짝 잊었네 (안 포켓에서 편지 한 통을 끄내고) 상팔 형이 누나에게 전하라는 라부(러브)레타야 ...
상팔-(앞으로 나선다) 혜경씨 안녕하세요. (혜경이는 상팔을 본체 만체한다.) (강백에게로 가서) 점쟎게 그러나 어깨에 특유한 맹한(猛悍)성을 품고) 첨 뵙겠읍니다. 이상팔이라 불러 주시요. (악수를 청한다. 강백 마지못해 손을 내민다. 상팔 강백의 손을 점쟎게 보이면서도 힘껏 잡는다.) 강백-앗... (가볍게 비명을 올린다.) 동식-하.. 상팔-(손을 놓으며) 왜 이러십니까? 혜경-(강백의 팔을 끌면서) 유선생님 이것들은 사람축에 들어가지 못하니 상대마시고 사랑방에서 오빠 올떄까지 기다리...
혜경-뭔데요? 강백-그럼 체면없이 말하겠읍니다. 저가 저 아래편 우물을 지나올때 물지게를 진 여자를 봤지요. 그야 뭐 새삼스러운 광경은 아니죠만 오늘은 유달리 어떤 숭고한 마음이 듭니다. 연약한 여인들이 생활을 위해서 힘차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여자가 가진 생명력이랄까. 생활력이랄까. 그런 힘... 여인의 잠재적인 힘과 미를 캔버스에 재생시켜봤으면 하는 새로운 의욕이 문득 솟아 나더군요. 혜경-아유- 물지게를 진 여자꼴도 그림이 될 수 있나요? 강백-미는 찾아보면 어디라두 있는겁니다. 전 물지게를 진 산 여...
재수-(혼잣말 같이) 차기 동장 선거날 보다 서너달 전 까지는 끝내야겠는데... 기술자 -(빙그레 웃으며) 내일이라도 당장 착공하면야 못 할건 없지만...... 그럴라면 최선생 말씀대로 돈이 죽지요. (일어서) 동장댁 우물 뽐뿌를 손봐 줘야겠으니 이젠 가봐야겠읍니다. 꼭 우물을 파실려면 언제라도 저에게 알려주십시오. 재수-(따라 일어서며) 그렇게 하리다. 혜경아! 반장댁에 가 있을테니 네 에미가 오거던 알려라. 혜경-(청으로 나오며) 녜. (재수와 기술자 퇴장. 혜경 두사람의 뒷모습을 쳐다보고 섰다가 마당에 내...
혜경-제가 갖은 돈이라두 있으면 드리겠지만… 어떻거나? 참! 아침에 아버지가 자시고 남은 술이 있을텐데… 가만 계세요. 찾아볼테니까(부엌으로 들어간다) 권서방-(혀로 입술을 빨면서) 그기라도 줄레? (물지게를 디딤돌 옆에 놓고 청에 걸터 앉는다) 혜경- (소주가 반되 가량 든 한 됫병과 김치가 든 그릇을 들고 나온다) 아저씨는 늘 안동차씨라고 자랑을 하더니 이게 바로 안동소주라나요 (청에 놓는다) 권서방-오냐 맞데이! 안동권씨는 양반이거덩 (병 꼭대기에 덮힌 작은 유리 겊을 베껴 들다가) 코꾸무 마-O 한 잔...
◇전 3막 6장 ◇때:현대 ◇곳:어떤 도시의 외곽지 청석골이라 일컫는 높은 지대 ◇장면 전막을 통해서 최재수 집 단 제삼막의 제 1장과 제 삼장은 중간막을 내리운 전 무대 ◇나오는 사람들 최재수(55세), 김씨-그의 처(50세), 동욱-그의 장남(30세), 동식-그의 차남(次男) 징집 적령(適令) 혜경-그의 딸(24세), 유강백-동욱의 친구(30세), 이상팔-혜경을 좋아하는 깡패, 반장(40세), 반장부인(40세), 권서방 - 우물 물을 지는 일꾼-경상도 사투리로 말함, 우물 파는 기술자, 기타(其他) 일꾼...
경북일보사는 지난 1958년 중앙국립극장이 현상공모한 희곡 당선 작품인 김홍곤(1926~1976)의 '우물'을 우여곡절 끝에 발굴·연재하게 됐다. 희곡 '우물'은 당선 그 해 3월 27일부터 일주일간 유명 연출가 이진순 연출로 국립극장에서 막을 올려 한국 연극사에 큰 획을 그은 작품이다. 경북일보는 이에 대구·경북 연극사의 큰 기둥이었던 고(故) 김홍곤 교수의 작품이 문화계에서 새롭게 조명되길 바라며 이철진 화백의 삽화를 곁들여 연재한다. 이철진 화백(49)은 영남대학교 교육대학원을 졸업했으며 국내외에서 개인...
"김홍곤은 대구·경북 연극의 큰 기둥이며 정신적 지주였다." 1958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부문에 당선됐던 김홍곤씨(1926년~1976년)의 작품이 우여곡절끝에 발굴돼 연극인들에게 희소식이 되고 있다. 영문학자이며 희곡작가, 연극 연출가였던 김홍곤씨는 1955년부터 1976년까지 경북대학교 영문학교수로 재직했다. 하지만 연극으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대구·경북 연극 발전에 공헌한 연극·연출계의 큰 기둥이며 정신적 지주였다. 특히 셰익스피어 작품해석에 능통해 학생들에게 셰익스피어 작품의 명 강의로 폭발적 인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