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게는 삼국지 하면 제갈공명, 제갈공명 하면 읍참마속(泣斬馬謖)입니다. 좋은 차원이 아니라 안 좋은 차원에서입니다. 일종의 독서 저항을 부르는 대목입니다. “한중으로 돌아온 제갈량은 마속을 옥에 가두고 군법에 의해 그를 사형에 처했다. 제갈량은 그의 죽음을 두고 눈물을 흘렸다. 마속의 나이 그때 서른아홉이었다”라는 게 읍참마속의 내용입니다. 그 대목에서 저에게 독서 저항이 발생하는 것은 아마도 제갈량보다는 마속에게 더 동정심이 일기 때문일 것입니다. 보통은 주인공에게 더 동정심이 이는 게 정상입니다. 정상적인 독자라면 ‘아픔을 참
오늘날 눈부신 자유대한민국이 있게 한 기적이라면 삼국통일, 항일독립운동, 다부동 전투를 꼽을 듯하다. 이 3가지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경상북도를 자유대한민국 정체성의 성지라고 하는 이유이다. 삼국통일은 국가발전의 뿌리가 되었다. 항일독립운동은 만방에 떨친 기상이었다. 다부동 전투는 공산주의 붉은 세력으로부터 자유를 지켜낸 기적이었다.이런 대한민국의 국가안보가 디올백에 흔들린다. 최재영이라는 분이 몰래카메라가 장착된 손목시계를 차고 영부인에게 디올백을 건네는 장면을 촬영한 동영상이 나라를 뒤흔든다. 그는 “명품백은 김건희 만나기 위한
고등학교 동기 중에 ‘놀부’가 두 명 있었습니다. 물론 별명입니다. 한 명은 이름이 흥보(興甫)입니다. 그래서 반대로 놀부라고 불렀습니다. 또 한 명은 너무 부지런한 친구입니다. 친구들 일이라면 빠지지 않고 다 챙깁니다. 그래서 또 반대로 놀부라고 불렀습니다. 『흥부전』의 놀부가 우리에게 어떤 존재가 되었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습니다. 놀부는 옛날의 그 놀부가 아닙니다. 우리 민족의 집단적 상징이 된 지 오랩니다.『흥부전』을 읽고 어떤 이가 “놀부의 악행을 희석시키는 것이 그의 경제력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아마 고전문
2024년 첫 출장을 다녀왔다. 2주간의 출장을 마치고 한국으로 귀국하는 항공편을 탑승하기 위해 미국 워싱턴 델러스 공항으로 향했다. 날씨가 그리 좋지 않았다. 숙소에서 2시간 정도 일찍 출발했는데 다행히 예상 소요시간보다 빨리 도착한 덕분에 비행기 탑승까지 2시간 이상의 여유가 생겼다. 크게 즐기지는 않지만 어떻게든 시간을 보내야 했기에 공항 면세점을 둘러 보기로 했다. 결국은 아이 쇼핑으로 끝났지만, 이번 칼럼의 주제를 발견하는 의외의 성과가 있었다. 면세점을 거닐 때 대표적으로 눈에 띄는 그래서 심심찮게 선물용으로 구입하는 것
우주시대를 여는 최첨단 기술개발과 인재양성을 담당하는 대학연구실의 1828을 아시나요? 형설지공(螢雪之功)도 유분수이지 대학연구실의 적정온도가 겨울 18도, 여름 28도라 합니다. 겨울에는 손가락이 얼어서 논문을 쓰는 것은 둘째치고 앉아 있기도 힘든 지경입니다. 여름철에는 재료가 상해서 실험조차 제대로 할 수 없다고 합니다. 참으로 기가 막힌 대한민국입니다. 그러면서 나라님도 해결하지 못하는 인구소멸과 지방소멸을 막으라고 합니다. 글로컬사업, 라이즈사업, 교육혁신사업으로 교육생태계를 복원시켜 대한민국이 당면한 위기를 돌파하라고 주문
미·중 갈등이 점차 고조화되면서 많은 국가들이 중국의 소비시장을 대체할 시장을 찾거나 중국을 대신할 생산기지를 찾고 있는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단연 0순위로 고려되는 국가는 다름 아닌 ‘인도’이다.많은 국가들이 인도를 중국의 대체지로 생각하는 이유는 충분하다. 인도는 인구구조 면에서 중국을 넘어서 세계 1위의 인구대국이 되었다. 생산가능인구 역시 2030년경에는 중국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의 중위 연령이 29세로 아시아 국가 중 가장 젊은 나라이다. 이러한 수치들은 인도가 중국을 넘어 충분한 소비시장으로서의 역할을 해줄
헤세의 ‘데미안’은 성장소설로 유명합니다. ‘데미안’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말이 ‘아프락사스’입니다. “새는 알에서 빠져나오려고 노력한다. 그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 새는 신의 곁으로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다”라는 유명한 구절이 그것입니다. 데미안이 싱클레어에게 보낸 쪽지에 적혀있는 말이지요. 이때의 ‘아프락사스’는 흔히 자기 갱신, 자기실현으로 해석되는 ‘알에서 빠져나오려는 노력’과 동의어로 인식됩니다.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고 더 큰 세계로 나아가는 목적지라는
이철우 경상북도지사가 지난 9일 간부 회의에서 “저출산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지금 상황은 ‘초저출산과의 전쟁 선포’라는 말밖에는 달리 표현하기 어려운 국가적 위기상황”이라며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 부서에서 팀별로 세세한 부분까지 대책을 내놓으라고” 지시했다.우리나라는 1960년만 하더라도 합계출산율 5.95로 다산국가였다. 합계출산율은 한 여성이 가임기간 동안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이다. 그래서 “무자식 상팔자, 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무턱대고 낳다 보면 거지꼴 못 면한다, 잘 키운 딸
박규숙 신작소설집 『어쩔 수 없었다』(강, 2023)를 읽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작품이 「카페 헤밍웨이」였다. 연전에 작은 동네 카페 하나를 인수해 볼까 했던 적이 있었다.발레를 정확히 언제부터 배웠는지는 기억나지 않았다. 처음 신었던 발레 슈즈가 할머니 집 내 방에 걸려 있었다. 바닥이 검고 반들반들한 발레 슈즈는 할머니와 나의 시간을 품고 낡아가는 중이었다. 어렸을 때, 엄마가 아닌 할머니 손을 잡고 발레학원에 다니는 아이는 나뿐이었다. 할머니는 레슨이 끝날 때까지 연습실 밖 복도에 오도카니 서 있다 나와 함께 집으로 돌
신년 첫 칼럼을 ‘요강을 씻는 머슴’으로 시작하였다. 요강을 씻는 머슴과 국민의 대표자가 가져야 할 능력은 어떤 관계가 있는가? 적지 않은 독자께서 질문을 주셨다. 먼저 졸필을 읽어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황송할 따름이다. 신년 첫 칼럼에서도 이야기한 것처럼 두 번째 칼럼에서는 머슴의 능력과 자격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한다. 주인의 요강을 씻어 선생님이 된 머슴에게 요구된 능력은 주인의 뜻을 헤아려 요강을 씻는 정성이었다. 이 정성은 ‘아무도’ 할 수 없는 능력이 아니라 ‘아무나’ 할 수 있는 능력이다.‘특정인을 지칭하지 않고 이르는
대한민국이 성장통을 앓고 있다. 각양각색의 진단과 처방을 내고 있지만 백약이 무효하다. 출생률 감소, 학령인구 감소, 노동인구 감소, 고령화, 청년 인구의 지역이탈, 지역 불균형 확대, 교육생태계 붕괴가 도미노처럼 연쇄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대외적 환경조건도 최악이다. 코로나 공습에 이어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계속되고, 중미 갈등이 만든 시장불안과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다. 이로 인해 국제사회는 결핍과 혼란이 가중되어 약육강식의 야수적 본능이 판치는 난장판이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총선을 앞둔 대한민국 정치도 사
우리 경제의 대외적인 상황 변화를 설명하는 데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는 키워드 중 하나는 단연코 ‘미·중 간의 갈등’일 것이다. 그런데 조금 시각을 달리하면 미·중 갈등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 주요 국가들에게도 적지 않은 고민거리라 할 것이다. EU, OECD, 아세안 등 어느 권역권을 막론하고 중국과 미국은 제1의 혹은 제2의 교역국에 해당하는 국가들이기 때문이다.이러한 관점에서 우리에게 커다란 기회가 되어줄 산업이 하나 있다. 바로 ‘해운’업이다. 해운이란 선박이라는 운송 수단을 이용해 화물이나 사람을 운송하는 산업을
2024 청룡(靑龍)의 해가 밝았다. 청룡은 백호, 주작, 현무와 함께 국토의 동서남북을 지켜주는 영물이다. 최고 권력을 상징하는 용은 동쪽을 지키는 수호신이다. 용은 물을 다스린다. 바다를 다스리는 신이 용왕이다. 상선약수라고 물(水)은 최고의 정의이다. 꿈 중의 으뜸은 용꿈이다. 대표적인 길몽이라는 돼지꿈은 재물복뿐이지만 용꿈은 권력, 재물, 건강을 모두 준다고 한다. 한마디로 용은 웅비와 희망 그리고 호국(護國)의 상징이다.새해는 새로 바꾸고, 새로 다짐하고, 새로 채우는 날이다. 새 공부, 새 생각, 새 몸짓, 새 다짐하며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의 주제를 “순수한 어린아이의 눈을 통해 본, 보이지 않는 것의 소중함과 관계 맺기의 책임”이라고 적은 한 인터넷 해설을 본 적이 있습니다. 어이가 없습니다. 내용은 차치하고 문장형식에서부터 비문(非文)입니다. “관계 맺기에 요구되는 책임을 강조하는 작품이다”를 어법적으로 ‘관계 맺기의 책임’으로 축약할 수 있는지 의문입니다. 사람이 아니라 ‘관계 맺기’가 주체(주어)가 되거든요. 그리고 ‘보이지 않는 것의 소중함’도 잘못된 표현입니다. “진짜 소중한 것들은 수치나 계산, 책 속의 지식으로는 포착되지 않을
2024년 갑진년(甲辰年) 새해는 우리 독자들도 푸른 용과 함께 승천하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 드리며 글을 시작한다.다사다난한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새해인 만큼 시작은 단순한 주제로 정하였다. 아마도 2024년 한 해 동안 가장 중요한 일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상당수가 제22대 국회의원선거를 꼽을 것이다. 대의민주주의에서 이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을 것이다. 어떤 사람이 대표가 되어야 하는가? 사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 한글의 우수성은 세계가 인정한 사실이지만 가끔 영어가 이해를 돕는데 유용한 경우가 있
어느덧 2023년의 마지막 주이다. 연말(年末)이라는 표현이 어느 때보다 잘 어울리는 주간이다. 연말이 되면 꼭 한 해를 돌아보게 되는데, 정말 2023년처럼 다사다난했던 해는 없었던 것 같다. 특히, 생성형 AI인 ChatGPT를 위시한 여러 종류의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학계와 산업의 판도를 뒤집어놓기도 했다. 인문학 분야에서는 디지털 인문학(DH) 분야가 약진했고, 주변에서 AI와 무관한 사업은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미국의 사전 출판사 메리엄웹스터가 2023년 올해의 단어로 ‘진짜(authentic)’를 선정한 것, 그리고 영국의
넷플릭스에서 (박훈정, 2021)을 또 봤다. 이번에는 태구(엄태구)가 죽고 재연(전여빈)이 복수하는 장면만 봤다. 몇 번을 봐도 암흑가의 실력자 마(馬)이사(차승원)는 여전히 ‘낭만적 허위’이고 양아치 건달 양사장(박호산)은 여전히 ‘소설적 진실’이다. 이 영화의 재미는 마이사의 허풍이 책임지고 이 영화의 교훈은 양사장의 비굴이 떠맡는다. 마이사는 전편을 통해 능력 있고 잔인하지만 분별 있고 의리 있는 ‘형님’으로 나오지만 현실의 인물이 아니다. 그는 ‘이야기 전통’ 안에서만 살아있는 인물이다. 그와 반대로 양사장은
한국의 출생아 수는 1982년 85만 명에서 2022년 25만 명으로 40년간 3분의 1 이하로 감소하였다. 올해는 지난 3분기까지 태어난 아이가 17만 명대를 기록하여 역대 최저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 올해 총 출생아 수는 추세를 반영하면 23만 명을 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출생아 수가 드라마틱하게 줄어들면서 사회적으로 만은 문제점을 발생시키고 있다. 한국은 인구소멸국가 1호로 인구성장률은 OECD국가 중 최저이다. 저출산 고령화로 50년 후 노인 인구는 유소년 인구보다 7배 이상 많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수도권을 제외
오는 2023년 12월 22일, 더 정확히는 당일 12시 27분에 이르면 2023년의 마지막 절기인 동지이다.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자연스레 송구영신(送舊迎新)을 위한 나름의 시간과 의식(ritual)을 갖게 되는 것 같다. ‘동지 전에 일 년 동안 진 빚을 다 갚는 법이다’라는 옛말에서도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고자 하는 연말연시의 마음가짐을 확인할 수 있다. 옛 선조들은 경제적인 빚만 청산하는 것이 아니라 한해 동안 묵은 갈등도 해소하고, 나보다 어려운 이웃에게 따뜻한 정을 나누는 화해와 연대의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앞으로 백 번만 더 만나자.”어제 친구들 모임에서 제가 한 말입니다. 한 달에 한 번씩 모이는 모임이니 한 10년은 더 만나자는 말이었습니다. 아주 더운 날이나 명절이 끼인 달에는 건너뛰기도 하니 1년에 열 번 정도 만나는 사이입니다.“중간에 포기하지 말고.”그런 말을 하게 된 연유가 있었지만 여기서는 밝히지 않겠습니다. 어쨌든 자리에 있는 사람들 모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몇 사람(집)은 사정상 불참하고 다섯 집만 모였습니다. 늘 그래 왔듯이 남녀 좌석을 분리해서 담소의 편리를 도모했습니다.여행 이야기, 영화 이야기, 자식들 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