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색이 강한 향토음식에는 그 지방 주민들의 오랜 삶의 이야기가 녹아 있기 마련이다. 흑산도 홍어가 그렇고, 안동식혜가 그렇고, 울진 물곰탕이 그렇다. 꽁치 과메기의 고장 포항 구룡포에도 이 지역 주민들의 ‘소울 푸드’로 통하는 음식들이 있다. 걸쭉한 모리국수가 대표적이다.커다란 양은냄비에 갓 잡은 생선과 해산물, 콩나물, 고춧가루, 마늘양념장을 듬뿍 넣고 푹 끓이다가 국수를 넣어 걸쭉하게 끓여 낸 생선국수 구룡포 모리국수는 살을 도려내는 듯한 겨울 바닷가 한파를 녹여 주고 허기진 어민들의 뱃속을 든든하게 채워주는 고마운 음식이다.
전통 5일장을 찾아다니는 장꾼들이 부담 없는 가격으로 추위와 허기를 동시에 달랠 수 있는 장터음식이 바로 국밥이다. 소구레와 선지 등 소고기 부산물을 주재료로 하여 우거지를 넣고 가마솥으로 설설 끓여 낸 국밥은 국밥집 주인의 걸쭉한 입담과 손맛이 한데 어우러져 더욱 정겹기 그지없는 우리네 음식이다.마을 길흉사 때도 가장 먼저 국밥솥에 불이 지펴지면서 기쁨은 배가 되고 슬픔은 반이 되고…. 특히 운동회날이면 운동장 바람을 타고 퍼져 나오던 구수한 국밥 냄새와 그 맛은 세월이 지나도 향수처럼 그리워지는 고향 맛이고 어머니의 냄새다. 지
세계 음식 4대 강국이라고 하면 이태리, 중국, 일본, 태국을 친다. 양식의 대표적인 음식이 이태리음식이고 중식, 일식, 타이푸드가 그것이다. 그 중 이태리 요리는 이탈리아 밀라노(Milano)를 중심으로 한 북부요리와 지중해 해산물이 풍부한 남부요리로 나뉜다.낙농업이 발달한 북부는 버터나 크림, 치즈 등을 많이 쓰며, 보리, 밀, 옥수수 등 곡물이 주재료인 플렌타(Polenta)와 리조또(Risotto). 반면 남부는 토마토와 올리브유를 많이 쓰는 피자와 파스타 요리로 유명하다.‘지중해식 다이어트 음식’ 파스타는 비타민과 미네랄이
여름 한 철 시원한 천렵으로 끓이는 민물매운탕은 더위를 이겨내는 이열치열 음식이기도 하지만 한겨울에도 몸을 따끈하게 데워주는 보양식으로 으뜸이다.특히 매운탕에는 개구쟁이 시절 추억을 떠올리게 할 만큼 아련한 고향 정서가 담긴 향토음식이기도 하다. 큰 강 주변의 강촌마을에서부터 작은 개울물이 흐르는 두메산골의 산촌마을에 이르기까지 민물고기가 살지 않는 하천은 없다. 이른 봄 얼음이 녹자마자 물고기를 잡기 시작해 여름철은 천렵의 계절이다.이웃친지, 친구들이 모여 함께 민물고기를 잡고 매운탕을 끓인다. 이 천렵은 가을, 겨울에도 이어진다
동해바다를 찾은 사람들의 한결같은 소망은 시원한 바다를 보며 맛난 해산물 요리를 한껏 즐기고 일상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툭 털어 버리고 수평선처럼 안정된 마음으로 다시 복귀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어디를 가고 무엇을 먹어야 그럴 수 있을까. 어느 지점에서 머물러야 출렁이는 푸른 바다를 안고 푸짐한 씨푸드를 여유롭게 즐기는 남태평양 피지섬 같은 이국적 해방감을 느낄 수 있을까.대게마을 영덕 강구항에서 해안선을 따라 북쪽으로 가다 보면 하저리라는 바닷가 마을이 자리하고 있다. 바로 이곳이다. 조그마한 어항에 분주히 드나드는 어선, 그
우리가 일상 먹는 음식은 생명을 이어가는 일뿐만 아니라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데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음식은 곧 약이 되며, 음식과 약은 그 뿌리가 같다는 약식동원(藥食同元)사상이 점차 확산추세로, 소위 먹방(먹는 방송)이 TV 화면을 온통 점령하다시피 한 최근 현상도 이를 잘 대변한다고 할 수 있다.한의학계와 조리학계는 공히 사계절 자연이 우리에게 내어 주는 음식 재료에는 어떤 질병도 극복할 수 있는 생약이 숨겨져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아직 인간이 자연계에서 묘약을 발견해 내지 못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의학의 발달과 소
동해안은 겨울이 제철이다. 경북 최북단 울진 죽변항은 밤샘 조업을 마친 고깃배들이 어스름 새벽부터 속속 항구로 돌아온다. 대게며 홍게에다, 곰치, 도루묵, 양미리, 가자미, 도치, 대구 등 온갖 생선을 하역한다. 주변 어물시장 먹자골목도 덩달아 활기를 띤다.요즘은 곰치(일명 물곰)가 지천이다. 동해안 어판장 바닥에 널린 게 곰치다. 본격적인 홍게잡이가 시작되면서 덩달아 곰치도 풍어다. 올겨울 들어 어획량이 폭증하면서 곰치값이 폭락했다. 작년에 마리당 15-20만원을 홋가하던 곰치가 올해는 비싸도 2-3만원이다. 이처럼 곰치 값이 싸
도심을 떠나 외곽 지역에서 널따란 정원을 활용해 차린 음식점을 가든식당이라고 한다. 1980년대 말 이른바 마이카시대가 열리고부터 각광을 받던 음식점이다. 이후 정부가 수입 농산물의 공세를 근원적으로 대응하기 위하여 정책적으로 지원해 탄생한 농촌 가든식당을 ‘농가맛집’이라고 불렀다.경북 출신 김재수 전 농식품부 장관이 농촌진흥청장 시절이었던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정착되기 시작됐다. 국민들에게는 제대로 된 향토음식을 제공하고 농민들에게는 소득 향상을 위한 두 마리 토끼잡이 정부정책이 현장에서 적중한 사례 중 하나다. 전국에 200
그 옛날 조선시대에는 전통 5일장을 찾아다니는 상인들을 두고 ‘장돌뱅이’라고 했다. ‘사농공상(士農工商)’이라고 하여 상인을 천대하던 시절의 이야기다. 자본주의가 발달하고 시장 상경기가 나라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지금은 상인 즉 자영업자들이 중요한 사회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정치권에서 지금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상인들에게 천문학적인 예산을 들여서라도 두텁게 보상해 줘야 한다고 앞다퉈 나서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이 시장 상인들이 스스로 나서서 이뤄 낸 상품의 경쟁력과 상경기를 부양시킨 성과를 들여다보면 숙연해지기도 한다.
호미곶의 끝자락에 있는 포항 구룡포는 과메기가 특산품이다. 한창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지금 구룡포는 덕장마다 널린 게 꽁치다. 영하의 해풍에 과메기가 익어가는 구룡포는 옛날부터 꽁치가 많이 잡혔다. 이 꽁치를 엮어서 꾸덕꾸덕 말리면 과메기가 된다. 구룡포를 중심으로 한 동해안 바닷가의 토속음식이었으나 이제는 전국 백화점이나 마트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서민들의 겨울철 별미로 변신했다. 과메기는 음식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불포화 지방산 중에서 뇌 기능 활성물질인 EPA와 DHA 함량이 높다. 성인병 예방은 물론이고 숙취 해독,
출렁이는 파도와 힘차게 솟아오르는 붉은 해는 보는 이들에게 희망을 심어 주고 일상의 근심거리를 말끔히 씻어 준다. 그래서 영덕 동해바다는 해맞이 장소로 인기가 높다. 포항에서 해변도로를 따라 영덕으로 오다 보면 오십천을 건너기 전 좌측 도로변에 강구시장이 있다.대부분 관광객들은 강구항 내 좌판 난전이 강구시장인 줄 알고 있지만 강구항에 들어오는 모든 수산물이 바로 이곳으로 강구시장으로 집결, 도매상을 통해 전국으로 팔려 나간다.대게 홍게는 물론이고 문어, 가자미, 대구, 곰치, 도루묵, 등 없는 생선이 없을 만큼 해산물이 다양하다.
안동 하면 간고등어가 떠오르고, 간고등어 해도 안동이 연상 될 만큼 서기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내륙 안동지방의 음식문화에 큰 파란을 일으킨 생선이 안동간고등어다. 안동간고등어는 그냥 생선이 아니라 이른바 ‘내륙지 특산생선’. 안동이 바닷가가 아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안동이 아니더라도 사실 전국 어느 곳 어물전에서도 쉽게 눈에 띄는 흔한 생선이 간고등어다. 그런데 유독 ‘안동간고등어’라는 이름을 달고 전국에 내다 판다. 그 경쟁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동해안에서 잡힌 고등어는 황장재와 가랫재 300리 고갯길을 넘어 안동
고깃국을 먹다가 식상이 났다면 어찌해야 할까? 토장국이 과연 허전한 속을 채워 줄 수 있을까. 코로나로 해외여행이 불가능한 지금 해외에서의 이국적 분위기를 느껴 볼 만한 곳은 어디 없을까. 특별한 날 특별한 이와 함께 할 만한 곳. 특별한 외국 음식으로 그간의 여행 갈증을 풀어 주고 카페처럼 편안한 곳. 바로 ‘라비 엉 퀴진’이라는 구미 프랑스 요리 전문점이다.경북 도내에선 가까운 거리에 있기에 굳이 멀리 서울 이태원을 찾을 필요도 없다.‘요리인생’이라는 프랑스 말을 그대로 간판으로 쓰고 있는 이곳은 금오산으로 가는 금리단길에 위치
참외 하면 성주다. 따뜻한 기후에다 일조량이 좋고 지하수가 풍부한 성주 땅은 배수 또한 잘 되는 곳이라서 밭이 습하지도 않다. 이런 터가 바로 명당에 속한다. 생명의 땅 명당에 딱 맞는 밭작물이 참외다.아니나 다를까. 500년 전 조선 왕실에서도 땅의 기운이 좋은 성주에다 왕손의 태를 묻었다. 성주에는 세종대왕의 아들 17 왕자와 손자 원손인 단종의 태실이 봉안돼 있다. 그 이름도 유명한 ‘세종대왕자 태실’은 성주 군민들이 자랑스러워 하는 향토사 유적지 중 그 첫 번째다. 이 태실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태실 수호사찰 신석사, 그리고
찬바람이 소슬하다. 입동이 지나고 깊어 가는 가을 저녁 퇴근길이면 벌써 옷깃을 여미게 한다. 따끈한 국물이 생각나는 계절. 뭐라 뭐라 해도 국물 하면 복어국이다. 겨울철 찬 바다를 견뎌내기 위해 통통하게 살 오른 복어가 제맛을 내는 계절이 바로 지금이다. 봄철 복어는 산란 때문에 맛이 덜하다.그 이유는 복어 몸속에 좋은 성분을 알에 다 실어 내보내기 때문이다. 그래서 복어는 10월에서 11월에 잡은 것이 가장 맛이 좋다.지방이 거의 없는 대신, 단백질과 아미노산, 비타민, 무기질 등 각종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 있어서 복어는 애주가들
1512년 문을 연후 500년 명성을 이어 온 프랑스 파리 레스토랑 ‘아르꼴’ 그리고 540년 동안 고객들의 사랑을 받아 온 일본 교토의 소바집 ‘오아리야’.수백 년의 업력(業歷)을 자랑하는 외국의 맛집을 가 보면 음식에서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가 물씬 풍겨난다. 오래된 가게를 찾아 그 가치와 의미를 새롭게 부여하는 붐이 일고 있다. 다행히 경북도가 나서 100년 노포(老鋪)를 발굴하고 향토음식점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에 나서 준 덕분에 고객들도 고포의 업력에 문화적 의미를 부여하고 보물처럼 대하는 분위기다. 외국처
찬란한 신라의 문화유산이 빛나는 곳, 경주는 사계절 내내 국내외 관광객들을 향해 어서 오라 손짓하고 있다.특히 가을이 깃든 경주는 천 년 전 신라인들의 뜨거운 숨결을 그대로 내뿜고 있다. 반월성에 걸쳐진 파란 가을 하늘. 이에 한껏 호응하는 첨성대 코스모스 꽃길. 벌써 노란 단풍이 곱게 물든 불국사, 토함산 석굴암에 올라 동해바다를 바라보면 다들 요석공주이고 원효대사다. 그동안 코로나19에 너무 지친 탓일까? 올가을 맑은 햇살 아래 천년 고도를 찾은 여행객들의 발걸음은 유난히 경쾌해 보인다.경주여행의 대미는 보문단지다. 낮 시간 동
경북의 중심에 위치한 군위는 지리적으로 대구 도심과도 가깝다. 때문에 행정구역상 대구편입까지 거론되고 있다. 삼국유사의 고장으로 제2의 석굴암으로도 유명한 군위는 대구공항도 이곳 주변으로 옮겨 올 만큼 최근 대구시민들의 관심이 부쩍 높아진 곳이다. 군위의 남쪽 부계면은 대구의 명산 팔공산에 걸쳐져 대구와 맞닿아 있어 산을 넘으면 바로 군위다. 오래전부터 도시근교 농업이 발달해 갓 수확된 싱싱한 농산물이 곧장 대구로 직행한다. 한때 위천강이 범람해 홍수가 나면 수해를 피해 제방뚝 위에 모여 있는 돼지들이 사진작가들의 관심을 끌 만큼
1670년경 영양 석보 두들마을에는 음식에 담긴 정(精)과 경(敬), 건강철학을 후세에 전하려 했던 여성군자가 살았다. 바로 식경으로 일컫는 고조리서 음식디미방을 쓴 장계향(1598-1680) 선생이다. 장계향 선생은 직접 붓을 들고 자자손손 가문의 전통을 이어가고 싶은 어머니의 마음을 담아 글자 한 자 한자에도 정성을 다해 조리지침서를 썼다. 일흔이 넘어 침침해진 눈으로 조리법을 또박또박 써 놓은 음식디미방에는 우리 전통음식의 맛과 멋, 그리고 자연이 고스란히 담겨있다.책 말미에 ‘이 책을 이리도 눈 어두운데 간신히 썼으니 이 뜻
사람이 살아가는 환경 중에서 가장 쾌적한 공간이 해발 700m 고지라고 한다. 해발 689고지인 죽령고개는 그래서 힐링 공간이다. 오랫동안 머무르는 자체가 심신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소백산의 허리쯤 되는 죽령 고갯마루. 누각에서 내려다보는 산봉우리 풍광은 가슴을 시원하게 열어 주는 듯하다.아흔아홉 굽이를 돌아야 비로소 고개를 넘을 수 있다는 이 죽령 옛길엔 그 옛날 청운의 꿈을 품고 한양으로 향하던 옛 선비들의 애환이 굽이굽이 서려 있다. 온갖 문물을 나르던 보부상과 나그네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기에 죽령 주막집 사연도 구구절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