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것은 죽은 사람을 무덤에서 불러내고 산 사람을 묻을 수 있다.” 독일 서정시인 ‘하이네’는 말의 무서움을 지적했다.국회가 말로 시끄럽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파문’에다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의 국감장 ‘막말 파동’까지 덮쳤다. 권 의원이 지난 7일 국회 국감장에서 김제남 한국원자력안전재단 이사장의 사퇴를 압박했다. 그는 뻐꾸기론을 꺼내며 “혀 깨물고 죽지 뭐하러 그런 짓 하느냐”며 질책했다. 이에 대해 김 이사장이 사과를 요구했고, 야당도 일제히 공격에 나섰다. 권 의원은 “나 같으면 그렇게 하겠다고 한 것”이라며 수습
옛날 어린이들은 ‘천자문’으로 처음 글을 익혔다. ‘천지현황 우주홍황’(天地玄黃 宇宙洪荒·하늘은 검고 땅은 누런데, 그 사이는 무한히 넓고 거칠다)으로 시작한다. 천자문은 어린이 학습서에 어울리지 않게 처음부터 끝을 알 수 없는 까마득한 공간의 빛과 어둠이 반복되는 질서로 존재하는 공간과 시간의 이치를 담고 있다.신화나 종교에서 하늘은 인간이 범접해서는 안 되는 신의 세계다. 그러나 과학문명에서는 도전의 대상이다. 1903년 라이트 형제가 비행에 성공하면서 하늘은 점차 인류의 공간에 편입됐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하늘에 수많은 인공
‘산헤드린’(Sanhedrin)은 고대 유대의 최고 정책의결기관이었다.입법과 사법을 총괄했다. 종교의 각 계파를 대표하는 원로들이 참여해 심리를 하고 판결했다. 특이한 점은 사건 심리 때 발언 순서가 정해져 있었다는 것이다. 젊은 판관(법관)부터 순서대로 발언해야 했다. 원로일수록 발언 순서가 뒤로 밀렸다.왜 이런 규칙이 생긴 것일까?젊은 판관들은 새롭고 창의적인 시각으로 문제를 파고든다. 하지만 원로 판관이 먼저 의견을 피력하면 창의적 의견을 제시할 수 없게 된다. 실체적 진실을 밝힐 기회를 잃을 수 있다. 활발한 토의를 통해 억
지방2급 하천인 ‘냉천’은 포항시의 남서쪽 두 계곡에서 발원한 물이 합쳐져 영일만으로 흘러든다. 하나는 포항시 남구 오천읍 갈평리에서 발원한 물길이고, 다른 하나는 오어사(吾魚寺)가 있는 남구 문덕리 오어지에서 발원한 신광천이다. 냉천의 길이는 19㎞로 다른 하천에 비해 길지 않다.이 작은 하천이 태풍 힌남노로 유명해졌다. 지난달 6일 힌남노 태풍과 함께 쏟아진 폭우로 냉천이 범람해 인근 아파트 지하 주차장이 침수돼 주민 8명이 숨지고,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침수됐기 때문이다. 1973년 이후 하루도 쉬지 않고 쇳물을 뽑아내던 포항제
“정치는 누가 무엇을 언제, 어떻게 갖느냐 하는 것이다.”미국 정치학자였던 ‘해롤드 라스웰’은 정치를 분배의 개념으로 접근했다. 쟁취한 자원을 얼마나 공정하게 나눠 갖느냐 하는 것이 정치의 요체로 보았다. 또 가치분배 과정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정치라고 규정했다.역시 미국 정치학자 ‘데이빗 이스튼’도 정치를 ‘가치의 권위적 분배’라 정의했다. 이 분배 과정에서 불만과 투쟁은 불가피 하다. 정치력은 이익배분 갈등을 조정해 상호 만족하는 결과로 이끌어 내는 능력을 말한다.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의 반발을 이 분배 개념으로 접근하면 이해
비통에 잠긴 여성이 무덤 위에 꽃을 뿌린다. 젊은 여성은 자신의 긴 머리카락을 잘라 무덤 위에 놓으며 울부짖는다. 지난달 26일부터 소셜미디어에 확산하고 있는 영상이다. 이 영상은 이란 여성이 반희잡·반정부 시위 도중 강경 진압으로 죽은 오빠의 장례식에서 머리카락을 자르며 분노를 표출하는 장면이다.이란의 22세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이슬람 여성의 머리 스카프)을 느슨하게 착용했다는 이유로 도덕경찰(이란 여성의 복장 단속 경찰)에 끌려가 의문사한 뒤 촉발된 시위가 이란 80개 도시로 번져 반정부 시위 양상을 띠고 있다. 이 시위
세기의 M&A가 성사될지 관심이다.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 소유의 영국 팹리스 기업 ARM이 매물이다. 스마트폰 두뇌, AP칩 설계 핵심기술을 가진 반도체 업계의 ‘황태자’다.손 회장이 지난 2016년 인수한 금액이 36조4000억 원. 현재 가치는 최고 100조 원. 남는 장사를 했다. 하지만 손 회장은 경기 침체로 2분기에만 사상 최악인 30조 원이 넘는 순손실을 기록해 자금 조달이 급해졌다.ARM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1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ARM을 품을 경우 목표 달성에 탄력을
스페인과 프랑스 접경의 기독교 성지 순례길인 ‘카미노 데 산티아고’, 캐나다 밴쿠버섬 서부 해안을 따라 난 ‘웨스트 코스트 트레일’, 미국 시에라 네바다 산의 트레킹 길인 ‘존 뮤어 트레일’을 세계 3대 트레일(trail)이라 부른다. ‘트레일’의 원뜻은 흔적, 지나간 자국, 산길 또는 오솔길을 의미하지만 일반적으로 ‘걷는 길’이라는 의미다.이들 3대 트레일 외에도 유명 트레일이 많다. 미국의 백두대간이라 불리는 조지아 주에서 메인 주에 이르는 장장 3360㎞에 이르는 애팔래치아 트레일, 페루의 잉카 트레일도 잘 알려져 있다. 뉴질
“샤브샤브용 쇠고기와 돼지고기 삼겹살, 커다란 우족 두 짝, 위생 팩에 담긴 오징어들, 잘 손질된 장어... 아내는 커다란 쓰레기봉투에 그것들을 하나씩 주워담는 중이었다.…2016년 영국 ‘맨부커’ 문학상을 받은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다. 고기를 좋아했던 여주인공 영혜가 어느 날 새벽 채식주의자로 돌변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냉장고에 든 고기들을 모두 쓰레기로 버린다.“꿈을 꿨어” 놀라 이유를 다그치는 남편에게 내뱉은 뜬금없는 말이다.그는 고기를 완강히 거부했다. 가족이 모두 나서서 말렸지만 소용없었다. 결국 가정이 해체되고
“나는 아침에 깨면 어제 (한국에서) 원전 사고가 났는지 안 났는지 가슴 떨리는 기분으로 텔레비전을 켜요” ‘신한울 1호기 운영 허가 조건 사항’ 심의를 위한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 회의에서 한 위원이 했다는 황당 발언이다. “하늘이 갑자기 무너지면 어떡하나? 땅이 뒤집히면 어쩌나?” 하며 밥도 못 먹고 잠도 못 잔 채 끙끙 앓았다는 중국 기 나라의 고사 ‘기우(杞憂)’를 떠올리게 한다.위원회에 참석한 다른 의원도 “3차례 실험만 가지고 이 PAR(수소제거 장치)를 쓸 수 있다고 어떻게 감히 얘기할 수 있어요” 라 말했다. PAR
미국 대통령이 퇴임하면서 후임 대통령에게 꼭 보기를 권하는 영화 한 편이 있다. ‘하이눈’이다‘하이눈’은 어떻게 미국 대통령의 영화가 됐을까? 보안관 ‘윌 케인’(게리 쿠퍼)은 결혼식을 마치고 아내(그레이스 켈리)와 마을을 떠나려 한다. 새 출발을 위해 보안관직도 내려놓았다. 이때 자신이 5년 전 체포한 살인범이 풀려나 복수하러 온다는 소식이 들렸다. 그는 아내를 생각해 피하듯 마을을 떠난다. 하지만 곧 깊은 갈등에 빠진다. 악당이 돌아오면 마을이 어떻게 될지 뻔했다.결정해야 했다. 그는 결국 돌아온다. 마을이란 공동체를 위해 목숨
다릿발 흔적만 남아 있었다. 대구와 고령을 잇는 낙동강 고령교. 6·25 때 폭격으로 상판과 다릿발이 맥없이 주저앉았다. 1954년 현대건설이 복구공사를 수주한다. 공사비가 5457만 환. 당시 정부 공사로는 최대 규모였다.하지만 장비는 빈약했다. 교각 기초에 어렵게 철근을 박으며 교각을 세워나갔다. 태풍이 몰아쳤다. 애써 세운 교각이 나무토막처럼 쓸려갔다. 살인적 인플레이션까지 덮쳤다. 불과 몇 달 새 물가가 120%나 뛰었다. 정주영 회장은 망연자실했다. 결국 동생 정순영 씨 등 친척들의 집과 애써 마련한 자동차 공장 부지까지
“아! 어떻게 이런 작품이…미켈란젤로 같아요.” 시간이 날 때마다 미술관을 찾는다는 방탄소년단(BTS)의 랩몬스터(본명 김남준·RM)가 2019년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 전시된 이쾌대의 ‘군상’을 보고 감탄했다. RM이 단박에 알아챘듯 1940년대 이쾌대의 별명은 ‘한국의 미켈란젤로’였다.경북 칠곡 출신의 월북화가 이쾌대는 ‘군상’이란 제목의 그림 4점을 남겼다. 이 연작들은 역동적인 인물과 극적인 상황 설정으로 프랑스 화가 데오도르 제리코(1791~1824)나 외젠 들라크루아(1798~ 1863)와 같은 낭만주의 화가의 영향을
보수를 ‘생물학적 본능’이라 규정하는 정치학자들이 있다. 환경을 변화시키기보다 익숙한 것을 지키고 적응하려는 생물의 본능과 닮았다는 것이다.이에 비해 진보는 제도의 변화를 주도하고 또 능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진화 지향적 집단’으로 분류한다.그런데 최근 우리 정치집단의 행태를 보면 이 분류법을 적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국민의힘은 분명 보수를 대표하는 정당이다. 하지만 이준석 전 대표의 집요한 저항은 ‘선당후사(先黨後私)’로 대변되는 보수의 상황 적응적 본능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 윤리위의 추가징계 입장에 ‘사법 방해이자 재판 보복
“이 자리에서 우리는 우리 앞에 놓여 있는 그 위대한 사명, 즉 고귀한 순국선열들이 마지막 신명을 다 바쳐 헌신한 그 대의를 위해 더욱 크게 헌신해야 하고, 이분들의 죽음을 무위로 돌리지 않으리라 이 자리에서 굳게 결단해야 합니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통치가 지상에서 사라지지 않아야 한다는 그 위대한 사명에 우리 스스로를 바쳐야 합니다”미국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끈 에이브러햄 링컨이 1863년 격전지였던 펜실베니아주 게티스버그에서 한 3분짜리 짧은 연설의 부분이다. 이 연설은 대략 10문장 정도로 짧았지만, 역사상 가장
중국국가우주국(CNSA)이 최근 유리질 결정체 사진 한 장을 공개해 세계적 관심을 끌었다. 우주선 ‘창어(嫦娥) 5호’가 지난 2020년 달에서 채취해 온 암석의 입자였다. 다이아몬드를 닮아 달의 신비감을 더했다.1955년 8월 미국 LA 항구. SS클리블랜드호에 200여명의 중국인이 올랐다. 미국에서 활동하던 과학자들이었다. 한국전 때 중공군에 붙잡힌 미군 포로 11명과 맞교환 돼 귀국길에 오른 것이다. 항공공학 박사 ‘첸쉐썬(錢學森)’도 보였다. 2차 세계대전 때 미사일을 개발해 연합군 승리에 기여한 천재 과학자였다. 위험한 그
갈리아(현 유럽 대륙)를 파죽지세로 정벌해 나가던 카이사르가 장애물을 만났다. ‘오베르뉴’족이 수십 개 부족과 연대해 카이사르에 대항했다. 특히 우두머리 ‘베르셍제토릭스’가 용감하게 늘 선두를 지키는 데다 지략도 뛰어나 정복이 쉽지 않았다. 눈엣가시였다. 로마에서 새로 개발된 병기가 도착한 뒤에야 겨우 제압할 수 있었다.부하들을 모두 살려 주는 조건으로 그는 카이사르에게 투항했다. 카이사르는 자신을 힘들게 했지만 훌륭한 장수인 그를 존경의 마음으로 환영했다. 투항한 장수들을 모두 자신의 군단에 배치하고 예우했다그러나 베르생제토릭스는
드골 프랑스 대통령이 1969년 미국 아이젠하워 대통령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워싱턴을 방문했다. 당시 닉슨 대통령은 드골을 백악관으로 초대해 약 1시간 동안 월남전 등 국제 정세에 대해 밀담을 나눴다. 훗날 닉슨은 이때의 회담이 외교 달인 키신저의 파리 방문과 4년 후의 파리 평화협정, 미군의 월남전 철수로 이어지는 단초가 됐다고 회고했다.미국과 소련으로 대표되는 냉전 시대에는 유력 지도자가 죽어야 동서 진영의 수뇌들이 자연스레 얼굴을 마주할 수 있었다. 1980년 5월 티토 유고 대통령 장례식에는 세계 각국 정상 58명이 참석했
“정치 혁신을 추구했던 시대에 민주주의가 후퇴했다.”미국의 정치학자 크렌슨(Matthew A. Crenson)과 긴스버그(Benjamin Ginsberg)가 재미있는 진단을 했다. 그들은 ‘다운 사이징 데모크라시’란 저서에서 정치 혁신이 성공하면 정치는 다운사이징 단계로 접어든다고 주장했다. 정치 동원이 사라지고 대중들은 점차 정치로부터 멀어진다는 것이다.지난 2004년 우리정치에도 다운 사이징 바람이 불었다. 정당법 개정(일명 오세훈법)으로 지구당이 폐지되는 등 우리 정치사에 큰 변혁을 몰고 왔다.지구당은 ‘돈 먹는 하마’로 불릴
지난 2017년 11월 지진으로 실의에 빠진 포항 이재민의 아픔을 나누려는 온정이 전국에서 밀려들었다. 기업과 기관·단체는 물론 일반 시민과 학생, 심지어는 고사리손까지 나서 ‘힘내라’며 응원을 보냈다. 당시 전국에서 보내온 성금이 345억 원을 넘는다. 또 전국에서 자원봉사자 2만여 명이 달려와 팔을 걷어붙였고 수많은 구호 물품도 보내왔다.내 일처럼 멀리서 한걸음에 달려와 이재민을 돕고, 부모에게 받은 용돈을 성금으로 내놓은 동심은 지진 피해를 입은 시민의 가슴을 찡하게 했다. 영주시 단산면에 사는 송시윤(5) 어린이는 엄마·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