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에는 우정과 벗을 사귀는 방법 등 친구에 관한 이야기나 교훈이 많이 나온다. 그만큼 공부에 있어서 벗의 존재가 중요하다는 것이리라. 청소년이나 성인이 되어서도 벗을 통하여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고 친구를 잘못 사귀어 나쁜 길로 접어들 수도 있다. 이 장에서는 안영의 예를 들면서 교우에 있어서도 공경심이 중요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말씀은 늘 그렇듯이 간단하다. "안평중은 사람을 잘 사귄다. 오래되어도 공경하는구나!" 보통 친구 사이가 오래되면 서로 흉금을 털 수 있을 정도로 막역해진 나머지, 매사에 조심하지 않고 상대에게 함...
"덕은 외롭지 않다, 반드시 이웃이 있다!" 참으로 고무적인 말이다. 세상에는 고독한 사람이 의외로 많다. 나이가 들수록 외로운 사람이 더욱 늘어난다. 고독은 큰 고통이다. 고독을 즐긴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며, 보통사람으로서는 고독이 무척 견디기 어렵다. 혼자여서 서럽고 외로워서 괴로우며, 말동무도 없고 슬픔을 나눌 사람도 기쁨을 나눌 사람도 없다. 그런데 한 가지 처방이 있으니, 덕이 바로 그것이다. 당장은 아니지만, 세월이 흐르면 덕 있는 사람 곁에는 사람이 모인다. 덕이 있다는 것은 마음이 넓다는 ...
어진 마음은 늘 나보다 남을 생각하며 하늘과 사람을 탓하지 않고 자신의 내적 충족을 위해 노력한다. 남이 잘되면 보기 좋고 천하인류가 모두 잘 살기를 바란다. '어질 인仁'자는 사람을 사람답게 하며 가정이나 학교나 직장이나 국가나 범인류가 서로 사랑하고 도우며 화목하게 하는 소중한 글자이다. 이 인을 바탕으로 하는 정치를 왕도정치라 한다. 왕도정치를 행함에 쓰이는 문물제도가 바로 예와 악, 곧 예절과 음악이다. 예절에는 그 종류에 따라 여러 가지 형식과 절차가 있고 의복과 모자, 제기와 춤 등 많은 예물과 의식이 따른다. 그리...
다시 음악 이야기다. 공자가 음악을 즐겼고 또 잘하였다는 것은 이미 살펴보았다. 여기서는 노래인데, 공자는 노래를 즐겨 불렀고 금슬도 잘 탔다. 금슬은 당시 사용하던 중국의 현악기로서, 금琴은 일곱 줄로 우주의 조화를 본떠 만들었다 하고, 흔히 거문고라 번역한다. 슬瑟은 금보다 훨씬 큰 현악기인데 큰 거문고라 한다. 공자는 평소 현가(絃歌)를 잘하여 지금도 '공자현가도'라는 그림이 남아 있다. 현가란 거문고를 타면서 노래를 부른다는 의미이다. 현자는 자신의 수양이나 여가선용, 또는 제자의 교육에 쓰였다. 공자 문하의 제...
공자는 시경의 가장 처음에 실려 있으며 또한 백미라 할 수 있는 '관저(關雎)'의 시를 평하며 "낙이불음하고 애이불상이라", 곧 '즐거우면서도 음란하지 아니하고 슬퍼하면서도 상할 정도로는 하지 않는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관저라는 시가 지나친 슬픔과 지나친 즐거움을 절제하는 중화의 미美를 갖추었다고 칭찬하는 말이다. 시는 곧 노래라, 관저 시의 뜻과 노래의 음률이 모두 공자를 흡족하게 하였나 보다. 이를 행동철학으로 보면 중용을 이야기한 것이라 하겠다. 중용은 좌우상하에 치우치지 않는 바른 자리로서, 이른바 '알맞다...
여기서 공자는 "시(詩)는 그것으로써 사람을 일으킬 수 있고, 세상을 살필 수 있으며, 모임을 가질 수 있고 남을 원망할 수 있게 한다. 가까이는 어버이를 섬기고 나아가서는 임금을 섬기게 하며, 나아가 실용적으로 새와 짐승과 풀과 나무의 이름을 많이 알게 하는 장점들을 지니고 있다"고 하였다. 즉, 시를 통하여 인간은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고 당대의 인심과 유행을 관찰한다. 시는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더불어 무언가를 함께하는 모임을 가질 수 있게 하며 사람이나 세상을 원망하는 방법도 가르쳐 준다. 그리고 나아가 임금과 부모를 ...
'시경'은 주나라 초기와 춘추시대의 노래를 담은 시가집이다. 당시에 노래는 곧 시요 시는 곧 노래였다. 노래에는 기악과 춤이 따랐다. 이처럼 시와 노래와 음악과 무용은 한 세트였다. 이 노래책이 시경으로, 백성들의 민요, 귀족들의 노래, 나라에서 잔치나 제사나 손님접대에 부른 노래 등 3백여 수가 실려있는데, 이를 흔히 시삼백(詩三百)이라고 한다. 공자는 전국에 불려지는 노래 가운데 삼백여 수를 선정하여 시경을 편찬했다. 이 책에는 나라를 걱정하거나, 남녀 간에 그리워하거나, 삶의 고통을 호소하거나, 정부를 원망...
선(善)도 다했고 미(美)도 다했다. 즉, 지극히 착하고 지극히 아름답다! 이는 공자가 순임금의 음악인 대소(大韶)를 한 마디로 평한 말씀이다. 공자는 예에 밝았을 뿐만 아니라, 음악에도 깊은 조예를 지녔다. 예악의 최고 경지가 중화인데, 성인의 경지에 오른 공자는 당연히 중화의 경지에 다다랐을 것이고 또 일찍이 사연이란 음악가에게 음악을 배운 적도 있으니, 음악에 있어서도 최고의 경지를 누렸던 것 같다. 여하튼 공자는 음악에 달통하여 어떤 음악이라도 자세히 들으면 그 음률과 화성의 흐름을 이해하고 작곡자의 의도까지 파악하곤 ...
공자는 음악을 알고 좋아했고 즐기셨다. 전술한 바와 같이 아는 것보다는 좋아하는 것이 낫고 좋아하는 것보다는 즐기는 것이 낫다. 공자는 음악을 즐기는 경지라, 음악이 주는 궁극의 경지에 이르신 것 같다. 진정한 음악은 천지와 그 화평함을 함께하며, 기교나 악기에 있지 않다. 공명도 잘 안 되는 거문고의 굵은 줄을 퉁퉁 느릿하게 치는 '청묘의 음악'이 진정 큰 음악이라 하기도 한다. '청묘의 음악'이란 주나라의 성군이었던 문왕의 사당에 제사 지내는 음악이란 뜻이다. 공자는 30세 무렵, 당시 상당한 번성을 누리던 제나라에...
인간의 수양과 국가의 경영과 관련하여, 시와 예와 악의 효능을 간략하면서도 깊이 있게 칭찬한 말씀이다. 유학 또는 유교의 목적은 개인과 국가를 도덕적으로 완성하여 진정으로 행복한 개인과 진정으로 행복한 국가를 만드는 데 있다. 왜냐하면 개인과 국가의 행복지수는 그들이 도덕적일 때 가장 높다는 것이 유교철학의 기본원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동원하는 기제가 예의와 음악 두 가지 문화 장르이다. 예의는 공경을 요소로 자기를 수양하고 나라에 윤리와 질서를 세우는 규범이요 음악은 화합을 요소로 자...
유명한 '근사록(近思錄)'이란 책의 제목이 나온 출처에 해당하는 글로, 위문후의 스승으로도 유명한 자하가 학문에 대하여 한 말이다. 유학에 있어서 학문의 목표는 인(仁)의 체득이다. 아무리 우주의 변화원리와 천하 사물의 지식에 달통하더라도 인을 체득하지 못하면, 아니 인의 바탕이나 기초라도 갖추지 못하였다면 학문을 한 학자라고 인정하지 않는 게 본래 유학이다. 그러나 공자도 인의 개념을 명확히 하지 않았다. 그런데 자하가 인에 대하여 말하였다. "널리 배우고 뜻을 두텁게 하며 절실하게 묻고 이치에 가깝게 생각하라. 그러...
학문에 뜻을 둔 사람은 우선 널리 배워야 한다. 그런데 무엇을 배울 것인가? 그것을 문文의 바다에서 찾아야 한다. 문은 글이요 문장이다. 어떤 글이 나오려면 그 이면에 얼마나 많은 노력이 있었겠는가? 먼저 인류의 사고방식이 논리적이고 체계적이어야 하며, 또 이것이 집적돼야 하고 문자가 발명돼야 한다. 그리고 인쇄술이 발달하여 출판이 되면 가장 좋다. 오랜 세월 많은 현자에 의하여 학문이 성립되었다. 문(文)에는 인류의 철학, 사상, 종교, 문학, 역사, 음악, 의약, 이야기, 상식, 과학, 기술, 민속, 예절, 생활 기록 등 ...
세상에 처하는 인간의 지혜를 기준으로 사람의 그릇을 나눈 말씀이다. 생이지지, 학이지지, 곤이지지 등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여기서 '지지知之'라는 말은 인간의 기본적인 도리나 세상이 굴러가는 이치를 아는 것을 뜻한다. 첫째, 가장 뛰어난 인물은 안 배워도 아는 사람이다. 소위 '생이지지에 해당하는 사람이다. 아무리 두뇌가 명석하더라도 사람이라면 배워야 안다. 안 배우고 아는 사람이란, 창시(創始), 창조(創造), 발명(發明)을 하는 사람인데, 이들조차 어느 정도의 학습한 바탕에서 계발하는 능력이 나오지, 그야말로 태어...
대교육자이신 공자의 교육법이 드러나는 대목의 하나다. 말도 상당히 재미있게 되어있다. "어찌할까, 어찌할까라고 하지 않는 사람은 나도 어찌할 수가 없다"라 하였는데, 어찌할까라는 뜻의 한문 '如之何'가 반복되는 묘미를 던져준다. 교육에 있어서 교사의 주입식 교육은 좋지 않다. 스스로 호기심을 일으키고 알려고 노력하는 자발적 동기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니, 이른바 자기주도식 학습을 지향하는 뛰어난 교육론이다. 교육과 학습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학습에 대한 자발성과 이를 북돋우는 동기부여motivation라 하겠다. 이...
이 글은 산을 쌓아 만드는 일에 빌려 공부가 무엇인가를 쉽게 가르친 명문이다. 간혹 "공자의 도를 배우고 유교의 경전을 공부하는 일이 매우 어려워 보이는데, 만일 공부하다가 중도에 그치면 아무것도 아니지 않느냐?"라는 질문을 받곤 하는데, 공자의 이 말씀은 적절한 답이 될 수 있겠다. 공부는 내가 하는 것이라서 그 효과는 완전히 나의 몫이다. 비유하건대, 산을 만들 때 한 삼태기의 흙을 붓지 않아 산을 못 이룬다 해도 그만둔 것은 내가 그만둔 것이라, 나의 산이 미완성될 뿐이다. 또 평지에 한 삼태기의 흙을 쌓아 올렸다 하면...
염구는 자는 자유子有이며 공자보다 29세 연하의 제자로서 논어에 자주 등장하는 중요한 인물이다. 그는 행정과 병법에 밝아 당시 노나라의 실권자인 계강자의 일급가신이 되어 제나라와의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등 능력을 발휘하였다. 이로 볼 때 상당히 유능한 인물이라 하겠다. 그러나 계손씨를 위하여 세금을 많이 거두는 등 가끔 스승을 실망시키곤 했다. 여기서는 공부에 대한 사제간의 대화를 소개하겠다. 염구가 어느 날 "선생님의 도를 좋아하지만 제가 따라 하기에는 능력이 안됩니다"라며 맥 빠진 소리를 공자께 한 모...
공자가 자로에게 "과연 안다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하여 다정하게 말씀한 것이다. 우리는 '안다'는 말을 자주 쓴다. 많이 아는 사람을 학식이 높고 견문이 넓다고 하며 존중한다. 그런데 과연 안다는 것이 무엇일까? 얼핏 쉬운 것 같으나 실상은 지극히 어려운 문제이다. 소크라테스가 우리에게 던진 화두가 바로 "너 자신을 알라"라는 것은 누구라도 알고 있다. 그러나 그 진정한 의미는 몇 명이나 알고 있을까? "나는 나지 또 뭐야?"라고 말한다면, 할 말이 없다. 과연 우리는 자신을 알고 있는가? 흔히 내 마음을 나도 모르겠다...
역시 배움에 관하여 중요한 말씀이다. 사람들은 배움을 통해 종전에 몰랐던 것을 알게 된다. 이를 지식이라 하는데, 배움의 내용이 되는 지식은 인간들이 좋은 삶을 꾸려나기기 위하여 꼭 필요한 사항에 관한 것들이다. 넓고 깊은 지식은 그 자체만으로 사람을 풍요롭고 사려 깊게 만든다. 배운 사람과 안 배운 사람을 놓고 이야기할 때, 우리는 배운 사람을 우위에 둔다. 그리고 이왕이면 많이 배운 사람을 높이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지식이 단지 머릿속에 머물러서는 부족하다. 어떤 것을 안다는 것은 인식의 문제요 정서의 장은 ...
이 또한 자하의 명언이다. 배움과 벼슬은 비례관계에 있다. 공자가 이야기하는 학문과 오늘의 학문은 상당히 다른 감이 있다. 그러나 둘 다 무엇인가 노력하여 지적인 호기심을 충족하고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지식을 넓혀나간다는 의미에서는 같다. 벼슬살이는 공직에 취임하여 공공을 위하여 일한다는 뜻이다. 오늘날에는 정부뿐만 아니라 준공공기관이 많으며 심지어 비정부기구NGO도 공공의 일을 다룬다. 그러나 과거에 글 읽는 선비들이 진출할 자리는 관직이 거의 전부였다. 관직은 국민 전체의 안위와 행복을 책임지는 정부를 ...
공자님 학교의 교육과목이다. 그것은 크게 네 가지인데, 문행충신文行忠信, 곧 글과 행실과 충성과 신의였다. 오늘날은 과학교육시대이기 때문에 사회과학, 자연과학을 위주로 가르친다. 문학과 음악, 미술 등의 예술과목과 철학을 보태어 인문학으로 편성할 수 있으나, 중·고등 교육과정에서 거의 외면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대학과정이라고 해도 전공자 이외에는 별로 교수되고 있지도 않지만. 공자 아카데미의 커리큘럼은 인문학과 인성교육 프로그램으로 가득하다. 먼저 글(文)이란 '시서예악(詩書禮樂)'에 관계되는 글을 말하는 것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