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의 학자는 자기를 위해서 공부하였는데, 지금의 학자는 남을 위해서 공부한다는 공자의 지적이다. 이것이 무슨 말인가 하면, 공부란 원래 자기를 위한 것이지 남에게 보이려는 게 아니다. 순박하고 정직했던 옛사람들은 당연히 그렇게 공부를 하였다. 그러나 이제는 교활해지고 꾀가 생긴 오늘의 사람은 공부도 남에게 보이려고 한다는 말씀이다. 이것이 2500년 전의 공자님 시대의 이야기이니, 21세기 현대의 사람들은 또 얼마나 더 교활하고 영악해졌겠는가? 배움이란 무엇인가? 공부란, 좋은 글을 읽고 예절과 음악을 익혀서, 개인적...
필자는 초등학교 다닐 때, 이 말을 선생님에게 들은 것으로 기억한다. 아마 5학년인가였는데, 한번은 담임선생님이 엄숙하게 말하였다. 당시 도가 무엇인지는 전혀 몰랐지만, 어린 생각에도 '공자가 위대한 분이고 인간 세상에 도라는 것이 있는데, 그 가치가 굉장하여 아침에 그것을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니 그게 무엇일까' 생각했다. 또한 선생님은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것을 의식주衣食住라고 한다. 그런데 생활해보면 사실 먹는 게 제일 급하고 다음이 사는 집이요 그 다음이 입는 옷인데 왜 순서가 의식주인지?" 하면서 "인간에...
여기서도 공자는 자신의 학문은 '모든 것을 하나로 꿰는 것'이라고 단언한다. 증자에게 이미 일관지도를 선언하였고 증자는 그것을 충서로 이해했다. 공자가 워낙 지식이 깊고 넓어 모르는 게 없으므로 자공은 자신의 스승이 많은 것을 보고 그것을 잘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착각하는데, 공자는 그렇지 않다고 강변하는 것이다. 만물의 이치를 관통하는 일관지도가 무엇인지는 문자로 설명하기에 매우 어려우므로, 증자가 그 정답으로 파악한 충서忠恕는 과연 무엇이냐는 것을 여기서 추가로 살펴보기로 한다. 먼저 충과 서를 두 가지로 보아 ...
공자가 자신이 터득한 도를 한마디로 제시하는 광경이다. 공자 노년의 어느 날, 강의 시간이 되었다. 많은 제자가 모였고 그 가운데 증삼이 앉았다. 공자가 말한다. 삼아, 우리의 도는 하나로 꿰느니라!" 증자가 대답한다. 예." 다음, 공자가 어떤 보충설명도 없이 강의를 마치고 퇴장하였다. 제자들이 놀라 증삼에게 도대체 무슨 말씀인가를 물을 수밖에 없자, 증삼은 선생님의 도는 충서忠恕일 따름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 장면은 석가모니의 전법장면과 너무나 흡사하다. 석가모니가 열반직전에 수만 ...
유학은 우주자연의 근본 진리인 도를 추구하는 학문이다. 도를 공부하는 데에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그 하나는 배우는 것이니, 선각자의 말씀이나 경전을 청강이나 독서를 통하여 학습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사색하는 것이니, 배운 내용을 음미하고 숙고하거나 우주의 진리를 명상하며 관조하는 것이다. 고전을 독파하고 강의를 들어 지식을 쌓는 등 배우는 것을 우선하는 사람도 있고, 물 흐르는 바위에 앉아 명상하거나 방 안에서 두문불출, 진리를 사색하는 사람도 있다. 공자는 일찍부터 도에 뜻을 두고 열심히 공부하였다. 종일 먹...
당체꽃 펄렁펄렁, 내 어찌 그대를 생각지 않으랴만, 집이 너무 멀다네!"라는 시가 있다. 이 시는 논어에 인용되어 우리가 알 수 있지만, 사실 시경에는 보이지 않는데, 이를 '일시逸詩'라 한다. 이처럼 공자의 편찬과정에서 빠졌거나 후세에 없어진 시경의 일시 27편을 박학다식한 정약용이 찾아내어 풀이한 기록이 있다. 당체꽃은 산에서 피는 산앵두나무 꽃인데, 이 예쁜 꽃이 바람에 펄럭이는 모습은 멀리 떠난 님을 생각하게 하는 그리움의 이미지를 불러일으킨다. 이처럼 어떤 정경의 이미지를 활용하여 시인이 나타...
계로(季路)는 곧 자로다. 자로는 논어에 자주 나오는 주요등장인물로서 성격이 솔직 담백하고 실천력과 용기가 뛰어나 공자가 아주 사랑했다. 그리고 때때로 엉뚱한 질문도 많이 하여 논어의 내용을 유머러스하게도 풍부하게도 해준다. 이 장면도 자로의 다소 엉뚱한 질문에 공자가 기막힌 명답을 선사해서, 이후 공자를 빛내고 유교의 진가를 상당히 드러내는 격조 높은 대화를 나눈 사례가 되었다. 자로는 궁금한 것은 꼭 물어야 하는 성격이다. 게다가 직설적이다. 자공 같으면 돌려서 젊잖게 묻기도 하겠지만. 먼저 흔히 귀신을 이야...
군자가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서 꼭 그래야 하는 것도 없고, 꼭 그래서는 안 되는 것도 없다. 오로지 의(義)에 따라 맞추어 가면 된다." 여기서 의는 곧 의리(義理), 이치요 도리다. 꼭 이래야 한다, 꼭 그래서는 안 된다는 태도도 물론 일정한 가치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군자는 인격이 거의 원숙해진 상태로서 이순耳順의 경지를 넘본다. 고집을 부리는 것은 아직 인품이 원숙해지지 못해서다. 앞서 제1장에서 군자는 그릇이 아니라고 했다. 군자는 융통성이 있어야 한다. 세상사란 무상하여 언제나 변화하며 반전된다. 어제의 죄가...
공자가 자신의 일생을 십 년 단위로 회고한 유명한 구절이다. 공자는 열다섯 살에 학문, 즉 도에 뜻을 두었고 서른 살에는 자립自立하였다. 자립이라는 말은 세상의 이치를 알아 자주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여도 당당하였다는 말이다. 그리고 마흔의 나이에는 불혹不惑, 즉 무슨 말이나 일에도 흔들리지 않으며, 어떤 사람이나 물건도 유혹할 수 없게 되었다. 부동심不動心의 40대를 지나 50대에는 지천명, 하늘이 나에게 내린 사명이 무엇인가를 알았다 한다. 그리고 예순 살에는 이순耳順이라는 경지에 이르렀다. 이순은 귀가 순해졌...
공자가 냇가에 서서 흘러가는 시냇물을 보며 탄식한 말이다. 시적인 표현이다, 늙음에 이른 공자의 인생무상에 대한 탄식이다, 쉬지 않고 흘러가는 시냇물의 모습에서 자강불식自彊不息 노력하는 성자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등으로 해석이 분분하다. 성인의 깊은 뜻을 헤아리기 어려우나, 모든 것이 수유受由의 틈도 없이 바뀌는 데 대한 탄성이리라 생각된다. 만물은 유전流轉하고 제행諸行은 무상無常이다. 모든 것은 바뀌고 또 바뀌어 일정한 자태, 항상된 모습을 유지하지 못한다. 현재가 아무리 즐겁더라도 곧 바뀌며 아무리 힘들어도 곧 바...
후생가외後生可畏는 너무나 유명한 말이 되었다. 후배, 후진들이 두렵다는 뜻이다. 시대는 발달하고 해가 갈수록 물화物華는 풍부해진다. 물화는 물질문명의 진수들이다. 장강의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낸다는 속담처럼, 세간의 인물들도 그와 같아서 세월이 흐르는 데 따라 일대의 인걸들이 물러나며 다시 후대의 신인들이 등장한다. 이것은 인간 문명의 변천과 함께 이루어지므로 더욱 극적이다. 아무리 천하를 종횡하는 학문과 도량을 지녔더라도 세월이 흘러가면 후생에게 밀리게 되어 있다. 과거의 성현들은 지구는 둥글며 태양은 가만히 있는 상...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이란 매우 유명한 문자이다. 온고는 옛것을 푹 고아 소화한다는 말이며, 지신이란 새로운 것을 안다는 뜻이다. 한편 이(而)는 어조사로서 자주 쓰이는데 '그리고, 그래서, 그러면서, 그런데, 그러나' 등 여러 가지로 쓰이는 편리한 접속사다. 영어로 하면 and와 but의 두 뜻을 모두 지니고 있다. 따라서 '온고이지신'은 옛것을 충분히 소화하여 내 것으로 하여 현재 일어나는 새 일들을 잘 이해하며 판단한다는 뜻이다. 이 정도 되는 인물이라면 남의 스승 되기에 자격이 넉넉하다고 한다. 지나간 과...
도를 아는 사람의 특징 가운데 하나가 미리 멀리 보는 것인 것 같다. 보는 눈이 깊고 커서 그런지, 현재의 상태에서 미래를 예측하고 준비하는 특징이 있다. 점을 치거나 기도를 드리거나 무슨 신통력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맑은 정신과 깊은 사유로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다. 현재의 제반 여건을 직관과 통찰을 겸하여 관찰하면서 그 시간적 추이를 미루어보면 어느 정도 미래가 보인다. 현대에는 미래학이 있어 과학적인 기법으로 앞날을 예측하지만, 선입견과 잡념이 없는 형안에는 현상의 안팎이 드러나기 때문에 주요한 힘의 방향과 동선이 읽히리...
내용이 중요한가, 형식이 중요한가에 대한 공자의 답이다. 실질적이고 가식을 싫어하는 사람은 내용이 중요하다 할 것이고 모양을 잘 내고 감각이 뛰어난 사람은 형식이 중요하다 할 것이다. 그러나 공자는 "내용, 즉 실질이 형식, 즉 문식을 이기면 거칠고, 문식이 실질을 이기면 화려하다. 실질과 문식[바탕과 꾸밈]이 잘 조화된 후에야 군자답다"라며 이 두 가지를 겸비해야 한다고 명쾌히 결론 내렸다. 형식보다 내용이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다. 과일의 포장이 아무리 잘 되어 있어도 그 속에 든 과일이 일부 상하였거나...
"큰 덕(대덕)이 문지방을 넘지 않으면 작은 덕(소덕)은 어느 정도 드나들어도 괜찮다!" 참 시원하고 좋은 말씀이다. 자하는 공자로부터 문학文學에 능하다는 칭찬을 받았지만, 공자와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는 장면도 많고 스스로 한 말도 많아, 공자의 진수를 이해한 것 같고 여러 분야에 두루두루 능통한 인물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세상을 살아감에는 지킬 것이 많다. 수신에 있어서도 그렇고 사회관계에서도 그렇다. 도를 배우는 사람은 특히 지킬 것이 많아 몸가짐을 조심하여야 한다. 정신도 또렷하고 매사에 철두철미한 사람이라면 자...
공자의 평소 모습을 잘 나타낸 제자들의 글이다. "선생님은 평소 거처하실 때, 얼굴빛이 활짝 펴 계셨고 꽃 핀 듯 아름다우셨다." 공자는 인仁에 머물렀고 의義를 행하였으며 지知를 갖추었던 분이다. 인은 사람이 머무르는 집이며 의는 사람이 가야 할 길이라 했다. 집이란 곳은 편안하며 사람들로 하여금 안식과 평화를 준다. 편안히 쉬며 평화를 즐기는 모습은 참 보기 좋다. 공자는 늘 인, 곧 든든히 집안에 편안히 자리하였으므로 그 모습이 지극히 평온하였기에, 제자들이 언제나 얼굴을 펴 계셨고 꽃이 아름답게 핀 것처럼 환...
요산요수樂山樂水라는 유명한 관용구의 출전이 되는 구절이다. 논어 전체에서 가장 강조되는 덕목은 첫째, 인仁이고 둘째, 지智인 것으로 보인다. 인을 갖춘 사람을 인자仁者, 지를 갖춘 사람을 지자智者라고 표현할 수 있는데, 이 장에서 공자는 지자와 인자의 특성을 간략하게 표현한다. 먼저 '지자는 물을 좋아하고, 인자는 산을 좋아한다'라는 말을 음미해보자. 물은 끊임없이 아래로 흘러가고 대지를 적시고 막힐 곳을 용케 피해 둘러간다. 이는 고집 부리지 않고 융통성 있게 상황에 대처하며 시세를 알아 움직이는 슬기로운 현인과 같다...
삶을 좋아하고 죽음을 싫어하는 것은 모든 생명체의 공통된 성향이다. 식물도 죽기는 싫어하여 생명을 이어가기 위한 갖은 노력을 다한다. 뜨거운 담장 위를 기어 올라가며 생명을 불태우는 담쟁이와 흙도 보이지 않는 높은 바위에 뿌리를 내리고 당당히 살아가는 소나무의 의연한 자태는 보는 이로 하여금 생生의 경이를 느끼게 한다. 그러나 뜻을 진리眞理 탐구에 둔 지사志士와 만물을 내 몸처럼 여기는 어진 사람은 그 소중한 개인의 생명보다도 진리의 생명인 인仁을 더욱 중시한다. 그래서 공자는 말했다. 지사와 인인仁人이 자기 몸...
적국과 전쟁을 치르는데, 적의 군대가 삼군이다. 삼군이란 보통 상군, 중군, 하군으로 편성된 주나라의 군사제도를 말한다. 삼군이 출동하면, 가운데 위치한 중군원수中軍元帥가 총사령관이 된다. 춘추시대를 기준으로 1군이 대략 2만 명 정도니까 3군은 6만 명 정도의 숫자다. 삼군의 원수는 권한과 위엄이 대단하다. 그러나 공격에 의하여 어찌하든 그 원수를 빼앗는 일은 가능하다. 힘들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평범한 필부의 뜻을 억지로 빼앗지는 못한다. 이것이 선비의 기개요 절조요 자존심이며 힘이다. 선비는 원래 아무...
도를 공부하는 선비의 처세에 대한 공자의 주옥같은 충고다. 먼저 개인적인 몸가짐이다. 도에 대한 믿음을 돈독히 하고 배우는 것을 좋아하여야 한다. 믿음이 강해야 멀고 먼 학문의 길을 끝까지 갈 수 있다. 배우는 것을 좋아해야 학문이 깊고 넓어진다. 도를 행하면서는 때로는 죽음도 불사해야 한다. 다음, 선비가 세상에 처하는 요령이다. 위태로운 나라에는 들어가지 말고, 어지러운 나라에는 살지 말아야 한다. 도를 지키는 착한 사람이 자칫 그 혼란에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로는 어지러운 위나라에서 벼슬을 하였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