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증정본으로 선물 받았던 삼영화학그룹 관정 이종환 명예회장의 자서전 ‘正道(정도)’를 다시 읽었다. 자서전에 담긴 정도(正道)를 추구한 과정의 빛과 그림자, 성공과 실패, 성취와 좌절 등을 통하여 바르게 사는 법을 배우고 싶어서다. 자신이 가진 것을 사회에 환원하는 아름다움을 배우고 싶어서다.이종환 회장은 자서전 ‘正道’ 3판 증보판 머리말에서 “나는 천재는 아니었지만 다른 사람보다 조금 먼저 내다보고 한발 앞서가는 데는 단연 앞섰다. 감사하게도 타고난 건강은 인생의 큰 자산이었다고 자부한다. 그래서 백수(白壽)를 바라보는 지
작금 인류의 마지막 남은 미개척지는 심해와 우주다. 물론 과학기술 진보로 상당한 진척을 이룬 상태다. 바다는 우주와 다르다. 유형의 공간이자 모든 나라가 직간접적 이해관계를 갖기 때문이다. 새로운 전쟁은 은밀한 바닷속에서 벌어질 것이라고도 말한다. 바다엔 산맥과 화산과 폭포가 숨겨졌다. 가장 깊은 심해인 마리아나 해구는 그 깊이가 1만 미터를 훌쩍 넘는다.오늘날 우주는 진정한 프런티어로 변했다. 원주민과 소유자가 없기에 접근이 자유롭다. 한국을 비롯한 상당수 국가가 우주 개척에 참여한다. 우주 비행사는 고난도 직업군에 속한다. 조종
공자와 황택이란 아이의 이야기가 있다.어느 날 공자가 수레를 타고 가는 길에서 7~8세 정도 되는 아이가 성 쌓기 놀이를 하고 있었다. 수레가 가까이 가도 아이는 비켜줄 생각을 하지 않았다. 공자는 수레가 지나가도록 길 좀 비켜달라고 청했다. 쭈그리고 앉아 성 쌓기 놀이를 계속하던 아이가 한 말. “수레가 성을 비켜야 하나요?, 성이 수레를 비켜야 하나요?” 참 당돌한 말이다.공자는 아이를 똑똑한 녀석이라고 생각했다. 아이에게 이름과 나이를 물었다. 이름은 황택, 나이는 여덟 살이라 했다. 다시 공자가 물었다. “너, 바둑을 좋아하
근대 세계를 만든 문명은 사륜구동으로 이뤄졌다. 대중사회와 근대국가 그리고 신의 세속화와 과학기술이 그것이다. 우선 산업화로 형성된 노동자는 기존 농민보다도 동질적 집단. 그들은 열정적으로 시위를 벌였다. 예술은 대중의 저항이 쟁취한 힘을 묘사했다. 그림 ‘제4의 신분’은 대표적 실례다.프랑스 대혁명으로 탄생한 근대국가는 폭력을 독점하고 자원 동원이 가능했다. 피카소는 ‘게르니카’에서 그 난폭성을 그렸다. 신의 세속화는 무신론으로 전환돼 심대한 영향을 끼쳤다. 가톨릭교회는 현실 권력을 잃었다. 니체는 단언했다. 신은 죽었노라고. 마
우주는 한없이 광활하다. 그 한계가 있는지 혹은 없는지 아무도 모른다. 지금도 우주는 계속 팽창 중이다. ‘프록시마 센타우리’는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항성. 물론 태양을 제외하고 그러하다. 그곳에 가는 시간을 가늠하면 공간의 규모가 실감난다. 고속버스로 무려 5000만 년이 걸린다.우주엔 수십억 개의 은하가 존재한다. 지구가 속한 우리 은하엔 항성 4000억 개가 광대한 범위에 널렸다. 지구와 비슷한 행성도 수십억 개로 추정한다. 고대사회는 우주에 대한 관념이 동일했다.지구를 중심으로 태양과 달을 비롯한 다른 천체가 그 주변을 돈다
3월 1일, 태극기를 게양하고 잠시 선열을 생각하며 묵념을 올렸다. “기미년 삼월 일 일 정오 터지자 밀물 같은 대한독립 만세. 태극기 곳곳마다 삼천만이 하나로. 이날은 우리의 의요, 생명이요, 교훈이다. 한강 물 다시 흐르고 백두산 높았다. 선열하 이 나라를 보소서. 동포야 이날을 길이 빛내자” 위당 정인보 선생이 지은 노랫말이다. 나는 이 노랫말을 좋아한다. 삼일절의 모든 의미가 완전함축되어 있다.노래를 읊조리며 일찌감치 통도사로 향했다. 아내는 해마다 3월 1일이면 통도사 홍매를 보러 가자고 보챈다. 해마다 보는 꽃인데도 욕심
언어폭력이란 부정적 언어표현으로 상대에게 정신적 피해를 주는 모든 행위를 말한다. 모욕을 주거나 무시하는 말, 강요나 협박의 말, 비교나 차별의 말, 빈정댐이나 냉소, 인신공격, 업신여김 등이 이에 속한다.최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되었다가 낙마한 정모 변호사 아들의 학교폭력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그 변호사 아들이 2017년 유명 자립형 사립고 기숙사에서 같은 방을 쓰는 동급생에게 8개월 동안 언어폭력을 행사하여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재심과 재재심을 거쳐 전학 처분을 받았고, 가해자의 아버지 정 변호사는 미성년자 아들
세계 역사는 탐험의 여정이기도 하다. 낯선 세상에 대한 호기심 그리고 생존을 위한 신천지 개척은 사람들 이주를 추동한 원동력. 인류의 기원지는 동아프리카로 여긴다. 기원전 8만 년쯤 호모사피엔스가 대이동을 하면서 다른 호미닌을 몰아냈다. 소위 ‘그레이트 저니’로 불리는 사건이다.이어 기원전 5만 년쯤 오스트레일리아에 이르렀고, 기원전 1만2000년쯤 남아메리카 최남단까지 진출했다. 오랜 세월 양극 지역은 인간의 발길이 미치지 못한 전인미답. 수많은 모험가가 출사표를 던졌고 몇몇은 성공을 주장했으나 의혹이 제기됐다. 20세기 들어 북
어떤 것을 아는 것보다 올바르게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올바른 행동이 확실한 미래를 보장하기 때문이다. 인생의 가치는 그 인생의 도덕적 가치에 의해 판단된다. 인생에서 진정한 성공을 거두는 데는 오직 한가지가 필요하다. 돈이나 권력도 아니고, 총명함과 명성도 아니며, 자유도 아니다. 심지어 건강도 꼭 필요한 한가지는 아니다. 오직 철저하게 수양이 된 의지, 즉 인격만이 우리를 진정으로 구원할 수 있다.자신의 인격은 자기 스스로 선택하여 만든다. 인격은 공상으로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망치를 들고 틀에 넣어서 만들어지는 법이다. 수
인류가 머나먼 우주를 탐사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단지 호기심 때문에 엄청난 비용과 위험을 무릅쓴 모험을 감수하진 않는다. 혹자는 지구촌 환경 오염 대책으로 행성에 식민지를 건설하는 발상을 갖는다.일부는 지구에 부족한 자원을 얻고자 천체를 살핀다. 사실 우주엔 철과 니켈로 구성된 소행성이 무수히 많다. 또한 희토류 금속도 풍부하다. 어떤 부류는 지구상 위험 시설물을 우주로 옮기는 구상을 한다. 고대 로마 소설가 루키아노스의 묘사처럼 미래 사람은 생존을 위해 우주를 선택할지도 모른다.결국 인간이 우주로 향하는 궁극적 이유는 천체를 거주
인류 문명은 물을 다스리는 일에서 시작됐다. 물길을 관리하고자 인력을 동원하는 과정에서 권력이 태동했다. 중국의 경우 황허강 치수는 거대한 대륙 통일과 중앙집권체제 성립에 이바지했다.물은 생명의 근원이자 생존의 필수품. 인체는 수분이 5% 고갈되면 혼수상태에 빠지고 12%가 증발하면 생명을 잃는다. 사실 지구상 물은 바닷물이 97%이고 담수는 2.5%에 불과하다. 그 담수 가운데 빙하와 눈이 69%이고 지하수가 30%를 차지한다. 호수와 늪지와 하천은 모두 합쳐도 고작 0.04%일 뿐이다.지구의 역사에서 바다는 생명체들 숙주다. 그
‘우신예찬(愚神禮讚)’은, 한바탕 웃을 수 있는 풍자의 형식을 빌려 사람들의 풍속을 비판함으로써 악습과 폐단을 교화하고 충고하고자 한 에라스뮈스의 역작이다. 바보들의 신(神), 바로 우신(愚神) 모리아가 군중들 앞에서, 자신을 칭송하고 어리석음을 찬양하며, 현자를 자처하는 시대의 학자들과 성직자들이 진짜 어리석은 바보들이라고 이야기한다. 사람의 세상에는 어리석음(痴愚)이 충만하며, 더욱이 어리석음에 의하여 사람은 도리어 행복해진다고 연설을 한다. 치우(痴愚)는 생명의 근원이며 청춘과 쾌락을 약속한다. 학식은 노쇠의 상징이다. 학자나
누군가 말했다. 러시아는 국가가 아닌 하나의 세계라고. 이는 지도를 펼치면 수긍이 간다. 유럽과 아시아 양편에 걸친 광대한 땅덩어리로서 지구 둘레 5분의 1에 이르는 시베리아 횡단철도가 놓였다. 이는 세계 최장인 9288km 거리 기찻길로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모스크바를 연결한다.이 노선이 개통된 후에 러일전쟁이 발발했다면 그 결과가 뒤바뀌었을 것이라 평한다. 러시아는 동서로 7700km이고 시차가 11시간 되는 유라시아 대국. 만약 알래스카를 미국에 매각하지 않았다면 3개 대륙을 아우르는 대제국이 됐을 것이다.러시아 문장은 쌍두 독수
사람들은 말재주가 뛰어난 사람을 부러워하지만, 곁에 두고 싶은 사람은 말에서 마음이 느껴지는 사람이다. 꼭 필요한 말을 조리 있게 하는 사람, 적절할 때 입을 열고 정확한 순간에 침묵할 줄 아는 사람, 남의 말을 들어주는 사람, 말 한마디에 품격이 느껴지는 사람에게 마음이 끌린다.말은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고, 내 마음을 이해시키는 도구다. 그래서 마음을 주고받는 ‘솜씨’가 필요하다. 말솜씨는 말재주, 말 잘하는 언변 기술을 뜻하지 않는다. ‘마음’이 포함된다. 말솜씨가 좋은 사람은 할 말 다하면서도 상대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다.
경상도 사투리에 ‘우야꼬’와 ‘우야노’라는 말이 있다.‘우야꼬’는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몰라 남에게 묻는 말일 수도 있고, 기대하던 일이 한꺼번에 무너져 탄식하는 말일 수도 있다. 어떻게 하란 말인지 방법을 가르쳐 달라고 하는 말일 때 즉 “어떻게 할까, 또는 어떻게 하란 말이냐”의 뜻으로 쓰일 경우는 ‘우야노’와 별로 다를 것이 없다. ‘우야노’도 하는 방법을 묻는 말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되느냐 가르쳐다오”의 의미가 내포되기 때문이다.그런데 ‘우야꼬’가 낭패를 보아 어떻게 일을 처리해야 할지 방법이 없어서 하는 말일
어떤 여행은 인생과 역사를 바꾸는 중요한 사건이 된다. 중국의 사마천과 러시아 표트르 대제의 유람은 대표적 실례다. 기원전 145년 태어난 사마천은 ‘사성’으로 불린다. 역사학의 성인이란 의미다. 고향인 산시성 한성시에는 그의 이름이 붙은 광장과 도서관 그리고 동상이 있다.사마천의 부친 사마담은 한나라 말단 관리였다. 그는 20살 아들에게 천하 주유를 시켰다. 오늘날 중국 영토 전역에 해당한다. 박봉이라 여비가 충분치 않아 고생이 많았을 것이다. 위급한 순간도 겪었다. 그 경험은 ‘사기’ 군데군데 언급됐고 불후의 저작이 탄생하는 밑
임인년이 벽에서 내려오고 계묘년이 벽에 걸렸다. 책상 위에도 탁상용 토끼 달력이 올라앉았다. 해가 바뀐 것이다. 세월이 후딱 지나간 것이다. 송구영신이라지만 세월이 흘러도 잊으면 아니 되거나 곤란해질 일들을 묵은 달력에서 옮겨 두었다. 새해를 맞으면서 맨 먼저 챙긴 일이다. 부모님 제사, 아내의 생일, 자식들의 생일 등은 소중하게 생각하는 이들의 일이기 때문이다.한해가 지나고, 달력이 바뀌면 뭐가 달라지나. 달라질 것도 없다. 소중한 것들을 보듬고 사랑하는 맡은 역(役)이 달라질 뿐이다. 아기에서 어린이, 소년, 청년, 장년, 노년
인류 역사상 최고의 발명은 무엇일까. 다양한 후보들 가운데 ‘금속활자’가 수위를 차지했다. 그 덕분에 성경책 가격이 대폭 낮아졌고 폭넓게 보급됐으며 종교개혁이 일어났다. 또한 문맹률이 떨어지면서 르네상스와 시민혁명이 촉발됐다는 것이다. 한데 하버드대 글레이저 교수는 ‘도시’를 꼽는다.인간이 한군데 모여 생각을 교류하면서 문명 발전이 이뤄졌다고 여긴다. 도시는 창조가 생기는 만남의 공간을 제공한다. 역사 흐름을 보면 시대를 견인한 국가는 세계적 도시를 가졌다. 장안·로마·런던·뉴욕이 그러하다. 서울의 경우 ‘아파트’란 주거 형태를 도
힌두교나 불교에서는 업(카르마)을 믿는다. 업, 업보, 카르마는 인과율 개념이다. 본디 행위를 뜻하는 말로 현재의 행위는 이전 행위의 결과로 생기는 것이며, 미래 행위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업(業)이란 자신이 행한 선행이나 악행이 언젠가는 자신에게 되돌아온다는 생각이다. 자기가 행한 업보는 이 세상이 아니면 다음 세상에서라도 받는다고 믿는다. 지금의 언행이 사그라져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카르마(업)가 돌고 돌아 반드시 자신에게 온다는 믿음이다. 이런 까닭으로 악한 일은 삼가고 선한 일을 행해야 자신이 좋은 업보를 받게 되는 것
“물러터졌다”라는 말이 있다. 사람이 너무 좋아서 탈이란다. 다잡아서 야무지게 일을 처리하지 않을 때, 남에게 듣기 싫은 소리를 매몰차게 하지 못할 때, 사람은 좋은데 옳고 그름을 가림이 분명치 않을 때 쓰는 말이긴 한데 “사람은 좋은데 물러터졌다” 이 말을 들으면 은근슬쩍 기분 나빠진다.오래전이다. 한 40년 되었는가 보다. 모 여자고등학교에서 담임을 맡고 있을 때다. 학생들로부터 가끔 들었던 말. 마음이 너무 물러서 벌을 안 주니까 지각하는 사람이 많단다. 청소 검사도 받지 않고 가는 사람이 있단다. 따끔하게 벌을 주어 기강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