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고급 승용차 벤틀리를 땅에 묻겠습니다.”2015년 브라질의 갑부 치퀴노 스카르파(Chiquinho Scarpa)가 생뚱맞은 발표를 한다. 차량 가격이 50만 달러(약 6억 원)나 되는 벤틀리를 땅에 파묻어 버리겠다고 했다. SNS에 비난이 봇물을 이루었다. ‘돈 자랑하나’ ‘불우이웃돕기나 하라’그는 다음날 포크레인으로 땅을 깊게 팠다. 방송사는 헬리콥터까지 띄워 생방송을 했다. 시청자들은 ‘돈 많은 사람의 부질없는 장난’이라 욕하면서 그 장면을 지켜보았다. 벤틀리가 깊이 파 둔 구덩이 속으로 들어갔다.스카르파가 기자들 앞에
낮은 출산율과 고령화로 지역소멸의 문턱에 서 있는 지방 자치단체들이 많다. 경북 포항시는 지난해 12월 말 수십 년간 유지해 온 인구 50만 명 선이 무너졌다. 인구 50만 명이 안 되는 상태가 2년 이상 계속되면 구청이 폐지되고 경찰서나 소방서 등도 줄여야 한다. 이 때문에 시가 인구정책 기본조례를 만들고, 주소를 이전한 주민들에게 정착지원금을 지급하는 등 유인 정책을 펴고 있지만 성과가 없다.경북은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62만5000여 명으로 전체 주민등록 인구의 24%를 넘는 초고령사회다. 이 때문에 경북에는 포항시처럼 인구
11월을 부르는 이름이 여럿 있다.‘눈 마중달’이 있다. 첫눈을 반갑게 맞는 달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겨울이 시작되는 달이라는 ‘들겨울달’이라는 정겨운 이름도 있다. 미국 인디언들은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로 부른다. 겨울이 시작되면서 나뭇잎 등 가을의 서사가 사라져 가지만 그래도 아직 여운처럼 흔적이 남아 있는 시간이라는 것이다. 또 내년이면 어김없이 돌아온다는 희망도 담겨 있다.영어로는 November다. 라틴어 ‘novem’은 9를 뜻한다. November는 자연히 9월이다. 실제 그랬다. 하지만 BC 45년 카이사르
“바람은 모든 대상을 더듬고 타 넘고 때로는 할퀴고 지나가면서 흔적을 남긴다. 소설은 그 바람이 남기 흔적의 이야기다. 상은 지난한 창작행위의 보상이며, 소설 속 인물들의 인물다운 활약 덕분이다. 정신과 육체가 자음과 모음을 구분할 줄 아는 한 그렇게 묵묵히 바람의 이야기를 지을 것이다”올해 경북일보 문학대전 단편소설 부문 ‘그 아침의 농담’으로 대상을 받은 김외숙씨의 자신감 넘치는 수상 소감이다. 문학 공모전에서 수상 작품도 작품이지만 당선 소감문을 읽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경북일보 문학대전은 올해 열 번째 행사를 치렀다. 청송의
“나는 소현세자의 숨겨진 유복자입니다.”숙종 2년(1676년) 조정이 발칵 뒤집혔다. 31년 전에 죽은 소현세자의 아들이 나타난 것이다.소현세자는 병자호란 때 청나라에 볼모로 잡혀갔다 8년 만에 돌아왔다. 하지만 귀국 두 달 만에 급사한다. 나이 33살. 부인 강빈은 역적으로 몰려 사약을 받았다. 아들 셋은 제주로 유배돼 둘은 그곳에서 죽고 셋째는 살아 왕자 신분을 회복했지만, 그도 일찍 죽고 말았다. 절손이 됐었다.“이것은 강빈의 친필입니다. 그동안 두려워서 내놓지 못했습니다.”처경이라는 중이 영의정 허적(許積)을 찾아와 낡은 종
삼성그룹은 경영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했다. 이건희 회장은 1993년 임직원 1800명을 독일에 교대로 불러 4개월간 500시간에 걸쳐 열변을 토했다. 그는 ‘경쟁사의 디자인과 기능을 베껴 대량 생산하는 양적 경영 청산’을 선언했다. 전자, 가전은 초를 다투는 시간산업이라며 창조적인 ‘질(質)경영’을 강조했다. 하지만 정작 임원들은 시기상조라며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같은 해 6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한 호텔. 이 회장이 사장단 10명을 자신의 방으로 불렀다. 의견을 물었다. 2인자 이수빈 비서실장이 총대를 멨다. “아직까지 양을 포기할
국립경주박물관이 신라 다라니경 특별전을 열면서 ‘수구다라니, 아주 오래된 비밀의 부적’이라 제목을 달았다. 경주박물관은 24일 두 점의 통일신라시대 다라니를 공개했다. 1200년의 풍상을 거치면서 많이 훼손됐지만 남아 있는 글씨와 그림은 선명하다. 다라니 가장자리에는 연꽃과 화병, 검, 금강저(金剛杵·불교 의식에 쓰는 절구 공이 모양의 용구) 등이 그려져 있다. 또 그 안쪽에는 불경을 빼곡히 적어 넣었다. 두 다라니에는 각각 2000여 개의 글자가 쓰여있다.경주박물관이 2020년부터 3년간에 걸쳐 배접 돼 있던 다라니 두 점을 공들
정당들이 끊임없이 고민하는 지점이 스펙트럼 확대와 ‘충성고객’ 관리 강화다. 때로는 이해가 상충되지만 정당들은 둘 다 추구한다.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만들어 내야 한다.22대 총선이 5개월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야 모두 이 고민에 빠져 있다. 여론조사에서 지지 정당이 없다는 응답비율이 여, 야 지지율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높다. 수도권에서 5% 이내 박빙승부가 펼쳐질 접전 선거구가 30%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원을 장악한 중도 무당파 표심이 투표 결과를 좌우하게 된다는 이야기다.국민의힘이 ‘이준석 트랩’에서 쉽게 벗어
생물학자들에 의하면 빈대는 주책바가지 섹스심벌이다. 주사기 바늘처럼 뾰족한 송곳생식기를 가진 빈대는 온종일 지칠 줄 모르는 지속발기증을 가졌다. 이곳저곳 구별 없이 마구 사정하다 보니 절반은 동성애로 끝나고, 20%는 다른 종의 동물에게도 사정을 한다. 나머지 30% 정도가 겨우 암수 사이 정상 교미가 이뤄진다고 한다.빈대는 통상 유전적 결함을 야기하는 근친교배가 누대에 걸쳐 이뤄지지만 특이하게도 오히려 번성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교배한 암컷 한 마리가 후손을 낳고 이들끼리 다시 근친교배를 통해 기하급수적으로 개체 수가 늘어난다
“그것은 바람이 아니라 연탄가스와 같이 스며들었습니다.”1988년 4월 26일 제13대 총선. 노태우 대통령의 6공화국이 출범한 지 꼭 두 달만이었다. 집권 민정당은 예상과 달리 299석 중 125석(41%)을 얻어 과반 확보에 실패했다. 민정당은 4·26 총선 당일 아침까지도 의석을 지나치게 많이 확보하지 않을까 걱정했다. 드러난 판세와 실제 민의는 다르게 흐르고 있었던 것이다. 총선 10일 후 청와대. 노태우 대통령이 총선에서 진 민정당 원외 지구당 위원장들만을 따로 불러 만찬 자리를 마련했다. 한 위원장이 ‘연탄가스론’을 제기
세계 최대 면세점 업체 DFS 창립자 찰스 프란시스 피니(92)가 최근 진한 감동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살아서 모든 것을 기부하겠다”고 했던 그는 약속을 지켰다. 방 두 개짜리 작은 임대아파트에서 부인과 살면서 일부 유산을 제외하고는 모두 사회에 환원했다. 그 규모가 80억 달러(약 11조 원). 그것도 대부분 익명 기부였다. 청소년 보호에서부터 의료, 교육, 과학, 인권 등 그의 사랑이 미치지 않은 분야가 없었다.아일랜드계 가난한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면세사업으로 막대한 부를 이뤘다. 1984년 DFS 지분 38.75%
사람의 마음은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움직인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나라 사람들은 사철 꿋꿋하게 푸르른 소나무를 유난히 좋아한다. ‘백설이 만건곤 할 때 독야청청하리라’ 시를 지었고, 애국가에도 ‘바람 소리 불변함은 우리 기상’이라 노래했다.산림청이 올해 산림에 관한 설문조사를 해 봤더니 우리 국민 46.2%가 소나무를 가장 좋아하는 나무로 선택했다고 한다. 소나무의 뒤를 이어서 단풍나무 4.5%, 벚나무 3.8%로 2, 3위였다. 좋아하는 비율의 격차가 하늘과 땅이다. 지난 2015년 조사에서는 무려 62.3%의 국민이 소나무를
두 눈과 이빨을 과장되게 조각한 장승은 괴기스럽다. 액막이 수호신인 탓이다. 귀신마저 놀라 달아나기를 기대했다. 한 치도 움직일 수 없지만 ‘천하대장군’ ‘지하여장군’을 달고 마을 들머리를 지켰다. 풍요와 다산을 비는 신앙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장생, 벅수로 불리기도 한 장승이 기록에 나타난 것은 7세기경 보조선사탑(普照禪師塔) 비명이다. 신역(神域)이라는 표기가 나온다. 장승으로 구역을 표시했다. 중국의 역사서 위서(魏書)에도 마한에는 솟대(蘇塗)라는 신성한 구역에 수호신을 모셨다는 기록이 있다. 장승이 고대 성기(性器) 숭배사상
“미라보다리 아래 세느강은 흐르고/ 우리들 사랑도 흘러내리네/ 내 마음속 깊이 새겨두리/ 기쁨은 언제나 괴로움에 이어짐을/ 밤이여 오라 종이여 울려라/ 세월은 가고 나는 머문다… 나날은 흘러가고 달도 흐르고/ 지나간 세월도 흘러만 간다/ 우리네 사랑은 오지 않는데/ 미라보다리 아래 세느강이 흐른다/ 밤이여 오라 종이여 울려라/ 세월은 가고 나는 머문다”시인 ‘아폴리네르’의 ‘미라보다리’는 실연의 산고 끝에 태어났다. 그는 화가 ‘마리 로랑생’과 뜨거운 사랑을 나누다가 5년 만에 파탄을 맞았다. ‘아픔의 대가’로 얻은 이 시편은 미라
제2차 세계 대전이 한창이었다.미국은 공중전에서 많은 전투기와 조종사를 잃었다. 전투기 내구성 보완이 절실했다. ‘제공권을 장악하고 전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무사 귀환한 전투기들을 대상으로 분석에 들어갔다.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 날개와 꼬리 쪽에 탄흔이 몰려 있었다. 미군은 집중 공격당한 이 부분을 보강하면 전투기 생환율이 높아질 것으로 결론지으려 했다.그때 한 통계학 교수가 날개와 꼬리 부분에 대한 보강을 반대하고 나섰다. 이 부분을 공격당한 전투기는 생환할 수 있었지만, 엔진이 있는 몸통이 피격된 전
겨울철에는 영하 60℃까지 떨어지는 러시아 극동 야쿠츠 자치공화국. 야쿠츠에는 전설이 있다. 신이 태초에 세상을 돌면서 선물을 골고루 나눠주고 있었다. 그런데 야쿠츠 하늘에 왔을 때 너무 추워서 손에 들고 있던 모든 선물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신의 실수로 동토, 야쿠츠는 자원의 보고가 됐다. 러시아 내 매장량 2위인 석유, 60억t이 넘는 가스전, 끝이 없는 노천 석탄광, 철광석, 다이아몬드 등 신의 선물이 넘쳐 난다. 야쿠츠는 서울에서 비행기로 3시간 거리. 3800km만 수송하면 석유와 가스가 서울에 도착한다. 직선으로 7000
절 이름은 불교의 근본 교리나 불교가 지향하는 이상, 또는 절이 자리한 지명을 붙여 짓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특이한 이름을 가진 절이 있다. 경주 도지동에 있었던 ‘이거사(移 옮길 이 車 수레 거 寺 절 사)’다. 이 절의 상징이었을 불상의 운명을 미리 알고 지은 이름일까. 이 절에 있던 석조여래좌상이 기구한 운명으로 수레를 타고 이곳저곳으로 옮겨 다녀야 했기 때문이다.이거사 불상은 일제 강점기 경주금융조합 이사로 있던 오히라(小平)가 자신이 사는 집으로 가져가 정원에다 놓았다. 1913년, 데라우치 조선총독이 경주를 둘러보던
“평생 괴물로 살 것인가, 선량한 사람으로 죽을 것인가?”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 영화 ‘셔터 아일랜드’(Shutter Island). 앤드류 레이디스의 아내는 정신 질환을 앓고 있었다. 그녀가 집에 불을 지르는 바람에 호숫가 새집으로 이사하게 된다. 그녀는 이곳에서 아이 셋을 호수에 빠뜨려 익사시킨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앤드류는 ‘해방시켜 달라’는 그녀를 권총으로 살해하고 자신도 정신분열증을 일으켜 ‘셔터 아일랜드’ 정신병원에 수감된다. 치료에 실패한 그는 전두엽 절제 수술을 받는다. 식물인간이 되는 것이다. 수술을 앞둔 그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대대적인 기습 공격에 철통 방어를 자랑하던 이스라엘 대공 방어시스템 ‘아이언 돔(Iron Dome)’이 뚫렸다. 하마스가 퍼부은 5000여 발의 로켓포 공격으로 사망자와 부상자가 속출했다. 지난 2021년 5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가자지구 유혈 충돌 때와 완전히 다른 양상이었다.2021년 이스라엘이 전투기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내 1500여 개 목표물을 공습했다. 이에 맞선 하마스는 이스라엘을 향해 4500발에 가까운 로켓포와 대전차포, 박격포로 응수했다. 당시 교전 기간 동안 세계적 인구 밀집지역인
#소년이 나무에게 물었다.“배 한 척 있었으면 좋겠다. 내게 배 한 척 마련해 줄 수 없어?”나무가 대답했다.“내 줄기를 베어다가 배를 만들렴. 그럼 너는 멀리 떠날 수 있고 행복해 질 수 있을 거야.” (동화 ‘아낌없이 주는 나무’ 중에서)나무는 소년에게 자신을 모두 내어 준다. 잎도 열매도 줄기도 마지막에는 자신의 밑동이 잘려 늙은 소년이 앉아 쉴 수 있는 그루터기가 돼 준다.#영국 노섬벌랜드 ‘시카모어 갭’두 개의 언덕이 골짜기를 만든다. 200년 된 고목이 골짜기와 세계문화유산인 성벽 잔해를 외로이 지키고 있었다. 영화 ‘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