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소감을 처음 써보는 거라 어색하고 두서가 없습니다. 감안하시고 읽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작년에 운이 좋아 단편소설로 두 번 상을 받았지만 공공기관에서 주최한 공모전이라 그런지 다행히 수상소감을 내라고 하지는 않았습니다.민간 기업에 입사해 37년을 넘게 엔지니어로서 회사 생활을 했습니다. 나름대로 보람도 있었고 좋은 기억도 많습니다. 하지만 어려운 입찰에 성공했을 때도, 힘든 프로젝트를 무사히 마무리해 칭찬을 받았을 때도 숨 막힐 정도로 멋진 순간은 아니었습니다. 숨 막힐 정도로 멋진 순간을 선물해 주신 경북일보문학대전 운영위원회
아름드리나무는 하늘 속에 우뚝 솟아있다. 올려보면 나무 이파리 사이로 눈부신 가을 햇살이 천사의 미소 마냥 쏟아져 내려왔다. 시선을 따라가면 주먹만 한 가시 송이 반쯤 갈라진 틈으로 진 붉은 알밤이 눈에 들어왔다.진갈색 알밤을 보니 가을이 깊어졌음을 실감하게 된다. 사람보다 먼저 겨울 채비를 하는 다람쥐가 밤송이를 건드렸는지 밤이 툭 하고 떨어졌다. 꼭 맑은 하늘이 내게 연애편지를 보내는 그것 같아 즐겁다.누군가에게 무엇인가 선물을 받는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떨어진 밤송이를 양발로 눌러 가시에 찔려가면서 실한 밤알을 꺼내 입술로
비탈진 길을 따라 올라 둔덕진 곳에 아담하게 자리한 고향집이 있다. 찬바람 불고 산그늘이 서둘러 마을로 내려오는 겨울 해거름이면 소죽 끓는 냄새가 마당을 메운다. 사립문 위로 붉은 하늘을 내다보시며 혼잣소리 내뱉으시던 아버지. 그 깊은 주름 속으로 스민 노을빛 얼굴이 어른거린다. 고향집 문간에 들어서면 아직도 아버지 삶의 모습들이 마당에 그득하다. 벽에 걸린 사진틀에 비뚤비뚤 꽂혀 있는 오래 된 사진들은 잊었던 추억의 문을 열며 반겨 주는 것 같다.문중 묘사를 지내고 돌아오는 길, 고향집 문 밖에 담쟁이 단풍잎이 손을 흔들며 잘 가
넝쿨을 이끌고 벽을 오른 덩굴손은 아버지의 표상이자 그리움입니다. 그와 동시 나의 꿈을 향한 발돋움인 것입니다. 직장인으로 쫓기듯 살면서도 문학은 늘 그리움이었습니다. 늦게나마 수필 공부를 하게 된 것이야말로, 자신에게 주는 인생의 큰 선물로 여겨지는 시간입니다. 수상 소식은 제게 큰 기쁨입니다.몇 해 전 처음 수필을 배우러 가는 길은 그리움에 다가서는 오랜 바람이자 마음에서 일어나는 신바람이었습니다. 주왕산의 아름다운 단풍을 생각하며 경북일보 청송객주문학대전에 참여하게 된 것은 제 문학의 길에 큰 무늬로 새겨질 것입니다. 훗날 문
문자에게 감사해 봅니다. 문자가 없었다면 살아가면서 느꼈던 진솔한 감정을 표현하지 못했을 것입니다.글과의 짝사랑은 참으로 고되어 꽃길이 아니었지만 지금도 그 사랑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마음만은 아직도 문학 소년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문자가 없었던 손짓, 발짓, 그리고 소리로 없어졌을 그 생각들을 문자의 힘을 빌려 부족하지만, 글을 써서 이번 제10회 경북일보 문학 대전에 응모하게 되었습니다.수상을 하든 못하든 누군가가 제 글을 읽어준다는 것에 감사하자며 응모하게 되었는데 귀중한 상을 허락해 주신 하나님과 그리고 심사위원님들께 만만
안녕하셔요 오랜만입니다 곰팡이 번진 칠월의 장마를 돌려세우고 나니 반가운 당신의 안부에 슬며시 무릎이 당겨집니다 여전히 빽빽한 대나무 숲이고 여전히 무성한 감나무 이파리입니까 당신은 빛을 가리고 살았군요 살구나무 아래 가시 많던 제피나무는 누가 패 갔는지 그 자리가 움푹한 시름으로 보입니다 곁가지가 많던 무궁화나무는 결국 꽃을 지워버렸네요 다리 걸만 건너면 양지편이고 음달이었으니 다리 하나 사이에서 우리는 서로를 자주 바라보았습니다 중동댁 땅콩밭을 그 집 큰 손자가 팔아버렸다고 둘째 아들이 술만 취하면 패악을 부리더만 그 자리 우사
비 오는 날, 비에 물을 주는 중이다자기 전에 사막을 걷지 말라는 말잠 덧은 모래알이라서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려서참, 잠이라고만 볼 수 없지꿈은 못 올라갈 나무라는 말불가능한 계획이라서,무른 무릎으로 엄두가 안 나서,참, 꿈이라고만 볼 수 없지떨지 마, 추위도 부풀었다가털썩 꺼지기도 해,꿈을 고향이랑 바꾸지 않을래?머리맡이 환해지게어떤 마을은 액자로 걸어 놨어벽을 두드려도 모른 척해서,오래된 골목이 잊혀가고참, 그때 누가 꿈을 쏟았더라떫은 기억이 계단 꼭대기에서데구루루,설익은 조각들깨져버린 맛은 조심해야 해!팔을 꿰매고, 발을 잇대어
임종을 앞둔 아버지명치 부근이 우묵하게 패여 있었다.오래 쓴 벼루의 중앙처럼온갖 궁리를 갈고곰곰이 붓의 뜸을 들였을 순간들처럼아마도 마지막 먹을 갈고 있는 듯숨을 따라 들썩였다유언의 구절을 고르고밭은 호흡마다 검은 먹물가득 묻히고 있는 듯했다.명치는 숨의 그릇이지만마지막 그곳에 담긴 숨은한 끼의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그악스레 매달렸던 온갖 회한들이고이고 있었다.참 많이도 갈았던 흔적,닳은 만큼 비워낸 흔적이다닳아서 얇아진 곳,얇아져서 깊어진 곳일생의 일기가 그곳에서 기록되었으며할 말 못할 말 다 그곳에서궁리 되었을 것이다벼루의 가운
청송군은 고품질 재활용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6일부터 다음 달 8일까지 ‘투명페트병 별도 배출제’ 집중 홍보기간을 운영한다. 플라스틱으로 일괄 분리·배출하던 투명페트병을 ‘투명페트병’만 단독으로 별도 분리 배출하는 제도다. 지난 2020년 12월 25일 공동주택 우선 시행에 이어 단독주택 등으로 확대 시행돼 지난해 12월 24일 계도기간을 끝으로 전면 시행 중이다. 무색투명한 페트병의 내용물을 깨끗이 비워 세척하고, 라벨을 제거한 후 압착해 투명페트병 전용수거함에 배출하면 되며, 전용 수거함이 없을 시 투명 또는 반투명 봉지에 담아
경북일보 문학대전 수상 소식을 마침내 듣고 말았네요. 몽골여행을 다녀오는 끝 무렵이었습니다. 메일이 도착한 지 이미 삼일이나 지났는데, 그것도 모르고 공연히 실망하던 중이었습니다.쿵! 하는 순간, 떨어지는 건 심장이 아니라 더 밑으로 떨어지고 있는 나를 잡아주는 중력이었습니다. 제일 먼저 생각나는 건 함께 시 공부하던 친구들이었습니다. 그 회오리 같은 중력 속으로 함께 기뻐하며 빨려 들어간 듯도 했습니다. 편집에 가볍게 참여했던 시드니 종합문예지 도 인쇄를 마치고 막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지요. 여행의 피곤
왕버들나무 아래로 말간 도랑물이 흘렀다. 동네 아지매들이 텅텅 방망이를 두들겨 빨래를 빨고 출렁다리 아래에서는 초등학교에 다닐 즈음의 아이들이 물놀이를 한다고 시끄럽다. 내 나이 열서너 살의 여름은 여름 햇살만큼 따가웠지만 감잎처럼 반질거렸고 등꽃 같은 보랏빛이었다. 소낙비 내리는 날 마당으로 꽂히는 빗발을 보면 괜스레 몸이 아팠다.묵을 쑨다. 할아버지는 아궁이 불을 때고 할머니는 부뚜막에 올라 큰 주걱으로 묵을 젓는다. 묵을 젓는 일이 강에서 노를 젓는 일과 거의 흡사하다는 생각을 했다. 처음에는 헐렁헐렁 주걱이 잘나가지만 갈수록
변방에 떠도는 것만으로도한없이 서러운 존재들이 있다.이름이 없으니 불러주는 사람도눈길 한번 주는 사람도 없다.시를 쓰는 일 그건,그런 밑바닥 존재들의 외로움을 확인하는 일이었다.그러나 나와 그대라는 시,우린 적당한 거리를 지켜야 하는페러렐 레일(parallel rail) 같아간극을 없애면 한 점으로 수렴하고급기야는 멈춰서 버린다는 걸 한참 뒤에야 알았다.그러나 눈물 한 방울 끝에 매달려 나오는아픈 언어를 쓰다듬는 일,그걸 그만둘 용기는 없다.날마다 도전하고 끊임없이 실패하지만그것이 나의 서툰 존재방식이기 때문이다.으깨진 꽃잎에 향기
사과 꽃봉오리 수줍게 올라오던 봄, 오랜만에 옛 친구들이 모였다. 모처럼 나들이라 꽃단장했지만, 어디 세월의 흔적을 얄팍한 분칠로 가릴 수 있을까. 파운데이션 위로 드러나는 주름살에서 그녀들의 지난 시간이 숨어있다. 백발이 성성하고 느슨해진 말투에서 삶의 깊은 연륜을 느낀다.늘 동생을 업고 다녔던 친구의 등을 슬쩍 만져본다. 아직도 그녀의 빈 등에서 젖내가 묻어 있는 듯하다. 세상 언저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살았던 친구들이다. 그녀들의 이야기는 날이 저물도록 끝이 나지 않는다. 적과로 떨어진 과일처럼 숨을 죽이고 산 시간을 쏟아내려면
일기와 눈이 맞았다. 말하고 나면 더 가난해지고 외로워지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좋은 글에 밑줄 치듯이 내 인생에 그은 밑줄을 하나씩 들추어본다. 사람의 눈에 그 사람의 심장이 들어있듯이 일기에는 그 사람의 궤적이 들어있다. 평생 써온 일기장을 꺼내 침대 위에 놓고 나란히 누웠다. 참으로 포근한 동반자다. 그 옛날 풋내나는 내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황혼에 들으니 감사에도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나의 시간을 놓치고 산 지 60년이 지났다. 참으로 쓸쓸한 횡포 같은 세월이 지나고 나에 대해 말하면 안 되는 것, 어쩌면
제17회 청송사과축제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지난 1일부터 5일간 용전천 현비암 일원에서 개최된 이번 사과축제에는 42만 여 인파가 몰려 단풍철과 맞물려 전국각지에서 온 관광객들이 축제장으로 몰리면서 축제는 활기를 띄었다. 각종 체험 홍보 부스, 사과판매 부스, 식당 등에도 문전성시를 이루며 지역 소득창출과 경제 활성화의 효과를 누렸다. ‘청송사과, 찬란한 금빛 향연’이라는 주제로 선보인 이번 청송사과축제는 시공간의 제약이 없는 온라인 축제를 병행해 방문자수 39만 명, 참여자수 16만 명을 기록(11월 5일 10시 40분 기준)
수상 소식을 그랜드케년 웅장함을 마주 보며 들었습니다.숨이 멎을 것 같은 대자연 앞에 서서 나의 존재를 생각해 봅니다.형형색색을 지닌 협곡이 끝이 없이 펼쳐져 있습니다.오랜 인고의 세월을 거치고도 당당히 서있는 그랜드케년의 위엄 앞에서 경이로움을 느낍니다.사람의 이름과 주민번호를 들여다보는 일을 몇 년째 하고 있습니다.이름만 보고도 나이와 살아온 이력이 대충 가늠이 됩니다.허리가 90도로 구부러진 원통 할머니 치매로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도분 할머니의 모습에서 삶의 위엄이 느껴집니다.오묘한 빛깔을 내며 끝이 없이 이어지는 협곡을 볼
황혼을 향한 나는내일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85세의 나이를 이겨내고 훌륭하신 지도 교수님의 강의에 등록하고 영남대학 문학반에 공부하게 되었습니다.흘러간 삶을 글로 담아 보는 기회를 주신 객주문학을 향해 감사드립니다.나와 같은 노령이라 하더라도 정신건강을 최우선에 두고 공부하면서 매일이 보람되고 즐거운 삶이 되기를 바라겠습니다.심사위원님들께 감사 말씀드립니다.
당신과 인솔자는 섬에 해 질 무렵 도착한다.흠뻑 젖은 선미 타륜은 거꾸로 회전해 물을 앞으로 밀어낸다. 증기엔진이 뱉어낸 시커먼 연기가 굵직한 굴뚝에서 무럭무럭 솟아 저 먼 어둠을 향해 흩어져간다. 파도 소리는 우렁우렁하다. 뱃고동이 울리고, 마침표처럼 거뭇해진 바닷새들이 타륜이 남긴 잿빛 거품 위를 지그재그로 오간다. 당직병들이 등을 내걸기 시작하고, 커다란 군함의 윤곽은 그제야 어슴푸레 드러난다. 타륜이 철썩이며 물을 때려대고, 배는 해변과 작별하기 시작한다.이끼가 뒤덮은 부둣가 계단은 미끈거리고, 밀물에 뒤뚱거리는 어선 옆구리
가보지 않은 길을 걷는 사람의 심정을, 길 밖에 있는 사람은 짐작할 수 없을 것입니다.더 나은 작품을 써오려고 걸었던 길들을 떠올리며, 수상 소감을 쓰는 중입니다.수상의 격려란 한편으로 책임의 막중함일 것입니다. 많은 수상자 속에서, 제 작품의 평범함을 느낍니다.한편으로, 낙선했던 수많은 기억 속에서 지금의 수상을 떠올리며, 이 작품을 썼던 동안에 느꼈던 각별함을 떠올립니다.이 양가적 감정 사이에서, 작가란 오가는 존재이겠지요.매일의 싸움을 이겨내며, 그 길을 올곧이 걸어나가겠습니다.사랑하는 가족에게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이런 사람들과 섞여 사느니 차라리 어머니가 있는 주문진으로 돌아가 배나 탈까 하는 생각에 이르면 남의 집 가게에서 오징어 배를 가르느라 굽어버린 손가락, 그러고도 몇 푼 들어오지 않는 어머니의 얇은 주머니가 아프게 밟힌다. 초라한 모습으로 돌아가면 나는 또 어머니의 근심이자 통증이 될 것이다.짐은 풀지도 못한 채 낙원의 1층 계단에 앉아 반나절을 고민하다가 힘들면 그만두자 다짐하고 툴툴 털고 일어나 창밖을 본다. 밖은 새로운 낙원을 건설하기 위한 작업이 한창이다. 마지막 노른자 땅이라는 장점에 역세권이라는 부록까지 더해져 높은 분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