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성이 하늘을 가로질러 빠르게 사라졌다. 유난히 밝고 꼬리도 길었다. “혜성은 묵은 것을 제거하고 새것이 나타나게 하려는 징조라던데…”예종 원년(1468년) 10월. 숙직하던 겸사복장(현 대통령 경호처장) 남이가 하늘을 쳐다보며 걱정을 했다. 이시애 난을 평정해 세조의 총애를 받은 그는 26살에 병조판서(정2품)까지 올랐지만 새로 즉위한 예종 측근들의 견제로 종 2품으로 강등돼 있었다. 유자광이 그 말을 들었다. 귀가 번쩍 띄었다. 정적 남이를 칠 절호의 기회였다. “한명회 등 훈신을 제거하기 위해 남이가 신진세력과 모반을 꾸민다”
휴일인 17일 경북 포항시 구룡포 동쪽 120㎞ 해상에서 9.77t급 어선이 전복됐다. 이 사고로 어선에 타고 있던 선원 6명이 물에 빠져 5명은 구조되고 1명이 실종됐다. 이보다 앞서 14일에는 경남 통영시 좌사리도 남서방 약 2.3해리 해상에서 139t 쌍끌이대형저인망어선 제102해진호가 침몰 됐다. 이 어선의 침몰로 11명은 구조됐지만 3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됐다. 지난 13일에도 경남 통영 욕지도 인근 해상에서 20t급 어선이 뒤집혀 4명이 숨지고 5명이 실종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불과 1주일 새 어선 사고가 잇따라 14명
명예훼손죄의 공통적인 구성요건인 ‘사실의 적시’란 시간과 공간적으로 구체적인 과거 또는 현재의 사실관계에 관한 보고나 진술을 말한다. 이 개념은 가치판단이나 평가를 내용으로 하는 ‘의견표현’과 대비되는 개념이다(대법원 2022. 5. 13. 선고 2020도15642 판결). 단순히 “저 사람은 회장도 아니다”, “저 사람은 이단 중의 이단이다”와 같은 표현은 사실의 적시라기보다는 의견표현이므로, 이러한 표현은 명예훼손죄가 성립하지 않는다.여기서 중요한 점은 법률상 적시된 사실이 실제 사실에 부합하더라도 명예훼손죄가 성립한다는 것이다
경상도의 뿌리 내 고향 상주를 떠나 한반도 면적 최대 도시 대구의 명물 건들바위 앞에 보금자리를 마련하여 둥지를 턴 지도 강산도 변하는 10년. ‘자주 보면 이웃사촌, 정들면 고향’이라며 낯설었던 대구도 ‘세월이 약’이라고 달력이 수십 장 넘어가니 환갑 전 제1고향은 상산벌 상주이고 환갑 후 제2의 고향은 달구벌 대구로 대경만세.말로만 듣던 건들바위는 아담하고 삐쭉하게 서 있는 선돌(立岩)로 바람이 불면 마치 흔들 이듯이 건들건들한다고 ‘건들 바위’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북향 반월당 봉산육거리에서 앞산 남구청으로 쭉 뻗은 대로
대한민국은 한 팀이다.황선홍 감독이 임시로 국가대표 감독을 맡으며 아시안컵에서 일어난 불미스러운 사건이 마무리 국면으로 들어갔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국가대표 선수 출신인 황선홍 감독은 대표팀 선배와 축구인으로서 후배들을 대신하여 국민에게 사과하며 책임을 지는 어른의 자세를 보였다. 운동장의 고 압력 긴장 환경을 이해하고 결국 선수 간의 문제는 선수들뿐만 아니라 이를 관리하고 훈련하는 감독과 코치진 모두의 문제인 것을 이해하는 지도자가 국가대표팀 감독이 된 것이다. “운동장에서 생긴 일은 운동장에서 풀어야 한다”라는 지극히
총선일이 가까이 오면서 여야 구분 없이 상대를 깎아내리는 비하 발언 등 각종 막말이 선거판을 휘덮고 있다. 이로 인한 설화(舌禍) 논란이 이어지면서 민심의 이반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여·야당 예비후보자들뿐만 아니라 당 지도부 인사들까지 저급한 막말을 뱉어내고 있다. 여야 간 네거티브 공방도 치열해지면서 이들이 쏟아낸 ‘오염된 언어’들이 정치를 혼탁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입심이 선거일이 가까이 올수록 거칠어지고 있다. 이종섭 주 호주대사 내정자의 출국과 관련 윤 정부를 향해 “개구멍으로 도망시키고…” “윤
경북도가 일상화되고 있는 재난으로부터 도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재난 대응 체계를 개편키로 했다. ‘케이 시티즌 퍼스트(K-Citizen First)’라는 글로벌한 명칭까지 붙였다. 지난해 발생한 집중호우와 같은 인명 피해 예방을 위해 ‘경북형 재난대응체계’로 대전환을 추진한다고 강조했다.‘경북형 재난대응체계’는 3대 원칙도 설정했다. ‘사전 예방 체계로 대전환’과 ‘현장 중심의 총력 대응체계로 대전환’, ‘민간협력시스템으로 대전환’ 등 3대 전환 목표가 골자다. 인명피해 예방을 위해 현재의 예방-대비-대응-복구 4단계에서 미국 연방
“동정심 많고 선의를 가졌지만, 기억력이 나쁜 노인이었다.”이 짧은 한 문장이 미국 대선 정국을 흔들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백악관 기밀문서 유출 의혹’에 대한 특별검사의 수사 결과에 명시돼 있다.한국계인 로버트 허 특별검사는 1년간의 조사를 마치고 최근 결과를 발표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부통령 임기를 마친 민간인 시절에 고의로 기밀문서를 보관하고 공개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형사 고발이 타당하지 않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불기소 방침을 밝혔다. 그 이유가 바로 이 ‘기억력이 나쁜 노인’이다.기소될 경우
항렬이 우선이다. 이렇게 주장하는 사람은 “항렬이 혈족 간 서열과 위치를 구분하는 문중의 율법이기 때문에, 나이보다 항렬이 먼저이다.”라고 말한다. 나이가 우선이다. 이렇게 주장하는 사람은 “나이는 하늘이 내리고 항렬은 사람이 만들었기 때문에, 항렬보다 나이가 먼저이다.”라고 주장한다. 종친회, 화수회, 집안 모임 등에서 항상 이 문제로 시끄럽다. 나이 많은 낮은 항렬은 나이 어린 높은 항렬에 존대해야 하는 게 기분이 나쁘다. 나이 어린 높은 항렬은 나이가 많은 낮은 항렬에 하대하는 게 영 부담스럽다. 그렇다면 나이와 항렬을 어떻게
명저 사피엔스의 저자인 유발 하라리는 말한다. 육체적으로 허약한 존재인 호모사피엔스가 만물의 영장이 된 것은 추상적 실재(抽象的 實在)를 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추상적 실재는 존재하지 않지만 실재하는 것처럼 공동체 생활에서 작용하는 그 어떤 것이다. 자유, 정의, 진리, 법인, 국가, 덕(德) 등이 모두 추상적 실재이다.이들은 만져볼 수 있는 실체물은 아니지만, 공동체 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덕이 없는 사람이 정치한다고 생각해 보라. 마찬가지로 덕이 없이 정책을 집행한다고 상상해보라. 정치나 정책은 국민 통합과 행복을 위
피싱이라는 단어는 더 이상 국민에게 생소한 단어가 아니다. 사전적 의미의 ‘낚시’라는 의미에 걸맞게 여전히 국민의 생활에 침투해 그 심리를 악용한 범죄가 좀 더 진화된 형태로 기승을 부리고 있다.한때 엄청난 피해를 양산하였지만 현재는 많은 홍보활동과 대다수 국민의 경각심을 통해 피해가 조금씩 줄어드는 듯하나, 좀 더 교묘한 방법을 통해 접근해 여전히 국민에게 고통을 주고 있는 범죄임은 확실하다.국민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피싱과 관련된 전화나 문자를 받아 보거나 가족 중에 누군가는 경험을 해보았을 것이다.피싱, 그야말로 미끼를 던져
형사사건을 진행하면서 가장 안타깝다고 생각되는 상황은 사건 초기 대응을 잘못하여 사건의 방향이 잘못된 경우이다. 큰 사건이 아니거나 잘못이 없는 경우임에도 조사 때 진술을 잘못하여 마치 자백한 것 같은 상황이 된다거나, 충분히 변론을 하여 상황을 설명할 수 있음에도 제대로 된 변론을 하지 못하여 수사관에게 좋지 않은 인상을 남기는 경우가 많다. 보통 이런 상황은 당사자 스스로가 ‘나는 잘못이 없으니 수사관이 내 이야기를 듣고 다 이해해 줄 것이다’라고 생각하여, 최소한의 준비도 없이 조사를 받기 때문에 발생한다. 오늘은 경찰로부터
헌법재판소가 2022년 ‘8촌 이내 혼인을 무효로 한다’는 민법 조항이 헌법 불합치 판정을 내렸다. 이후 보완 입법이 이뤄지지 않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법무부가 가까운 친족간의 결혼을 금지하는 근친혼의 범위 등을 규정하는 법률 개정을 위한 연구 용역을 발주하면서 다시 이 문제가 수면 위로 부상했다.근친혼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오랜 옛날부터 지속되고 있는 논쟁거리다. 동양에서는 예법을 중시한 고대 중국 주나라는 아버지의 성이 같으면 혼인을 금지했다. 주나라 예법 주례(周禮)를 따랐던 조선시대에는 동성동본 결혼은 불가였다. 조선
전국의 의과대학 교수들이 ‘사직 결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공의 복귀를 위한 정부의 전향적 태도를 촉구하기 위해서라 한다. 의대 증원에 반발해 환자를 두고 병원을 떠나는 전공의들을 설득하기는커녕 교수들마저 집단행동에 동조하고 나선 것이다. 이 같은 의료계의 집단행동은 환자와 가족을 불안과 걱정에 휩싸이게 하고 있다.의료계에 따르면 전국 19개 의대 교수들이 12일 밤 회의를 열어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아울러 오는 15일까지 사직서 제출 여부에 대해 논의를 끝내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이 모여
갑자기 추워진 날씨로 인해 많은 뇌혈관 질환 환자가 병원을 내원하고 있다. 뇌혈관 질환의 치료 방법은 수십 년 전부터 시행해 오고 있는 수술법과 최근 몇 년 사이 비약적인 발전을 한 수술법 등 종류가 다양하다. 이에 뇌혈관 질환에 따른 수술 방법에 대해 의사와 환자, 보호자가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가길 바라며 뇌혈관 질환의 다양한 치료 방법을 소개해 보려 한다.뇌혈관 질환의 종류는 크게 네 가지로 뇌졸중(뇌출혈, 뇌경색), 뇌동맥류(파열, 비파열), 뇌혈관 협착이나 폐색(두개 내·외), 선천성 뇌혈관 질환 및 기형(모야모야,
근친혼의 결과로 인한 상염색체 열성 유전되는 대사이상 질환으로 이스라엘의 한 민족(Ashkenazi)에서 많이 발생(3,500명 중 1명)하는 질환인 Tay-Sachs병은 이상 지질(ganglioside)의 축적으로 신경과 운동의 퇴행과 특이한 얼굴, 경련, 시력과 청력 소실이 진행되면서 사망하는 질환이다. 여기에 관계되는 유전자(Hex-A)는 염색체 15번에 자리하고 있다.한국인은 타민족에 비해서 책에 나오는 유전질환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므로 다행스럽게 생각되지만 10년 전부터 증가하기 시작한 다른 민족과의 국제결혼으로 인한 2
조국과 정의하버드대 교수였던 정치 철학자 존 롤스는 정의와 공정 개념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그의 저서 ‘정의론’은 수많은 논쟁과 파생 이론들을 낳았다.그는 정의를 설명하기 위해 ‘무지의 장막(Veil of Ignorance)’개념을 제시했다. 일종의 블라인드 테스트다. 신분이나 재력 등 사회적 조건을 장막으로 가린 채 판단하고 합의를 거쳐 계약하는 것이 정의의 원칙이라는 주장이다. 이렇게 되면 특정인이나 계층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판단을 막아 정의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공정으로서의 정의’는 절차의 원초적 평등성과 판단의 엄정
무협(武俠) 장르의 매력은 뭐니 뭐니 해도 우주의 중력(重力)을 깡그리 무시하는, 그 종횡무진하는 경신술(輕身術)에 있습니다. 지붕 위를 붕붕 떠서 날아다니고, 휘청거리는 대나무 가지 위에서도 뒷짐 지고 태연히 칼싸움을 벌이는, 오직 상상으로만 가능한 세계를 무협지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보여줍니다. 땅바닥에 딱 붙어살 수밖에 없는 운명인 우리는 그런 ‘중력으로부터의 자유’가 너무 통쾌합니다. 그런 ‘통쾌한 상상’이 일망무애(一望无涯)로 펼쳐지는 곳이 바로 강호(江湖)입니다.경신술에 견주면, 그 나머지의 현란한 무술적 기예들은 고
2024년 4월 10일 한국에서는 제21대 국회의원 선출을 위한 선거가 시행된다. 전국 곳곳에서 적지 않은 후보들이 난립 소음은 물론 쓰레기를 쏟아 내 쾌적한 환경을 해칠 것이다.조선시대 한 유학자가 했었다는 말을 떠올려 본다. ‘밤새도록 달을 쳐다봄은 경치가 좋아해서가 아니요, 종일토록 낚시를 드리우고 있음은 물고기에 뜻이 있음이 아니다’라 했다. 또한 그는 ‘정치 역시도 그 목적이 권력을 장악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신명을 다하는 데 있는 것이다’라고 했다. 지극히 옳은 말이자 바른 자세다. 과연 그런 사
타국에 살면 한국 사람이라는 인식이 두꺼운 질감으로 도드라진다. 태극기를 보면 가슴이 뭉클해지고 자긍심이 출렁대는 감동은 감출 길이 없다. 5천 년 역사를 지닌 민족의 후손이라는 타이틀은 당당함을 넘어 우월감마저 안겨주어서 소수민족으로 살아가는 이민자에게 불굴의 용기와 힘이 솟아나게 만든다. 그래서 더욱 대접받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나도 한국인의 후손이라고.한국에서도, 미국 LA에서도 논란이 된 장성순이라는 인물이 있다. 밀정을 처단하던 장성순이 일본 경찰에 쫓기다 일본군 19사단에 귀순해서 귀순증을 받은 사실을 기록한 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