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단체마다 인사철이 되면, 명예퇴직과 공로연수가 신문 동정 란의 일정 부분을 메운다. 대구시와 경북도도 예외는 아니다. 대구시만 하더라도 올해 들어 5급 이상 공무원 62명이 공로연수 중이거나 명예퇴직을 했다. 내년 퇴직 예정자는 60여 명에 이른다. 공로연수는 ‘정년퇴직 예정자의 사회적응 준비’를 목적으로 1993년 지방공무원 인사분야 통합지침(행정자치부 예규)에 의해 도입됐다. 경력직 지방공무원 중 정년퇴직일 전 6개월 이내인 자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다만 지방자치단체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고 본인의 희망이나 동의가 있는...
이달 중순 경주의 명산 두 곳에서 기우제가 열렸다. 우리 조상들이 호국의 진산으로 신성시 했던 토함산과 성모설화가 전해 내려오는 신령스러운 산 선도산 정상에서다. 비슷한 시기에 기우제를 올린 두 단체는 준비한 음식을 제물로 차려놓고 폭염에 시달리는 시민들을 위해 비를 내려줄 것을 간절한 마음으로 기원했다. 기온이 39.7℃까지 치솟으며 75년 만에 7월 최고 기온으로 찜통더위가 맹위를 떨치면서 폭염과 가뭄피해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 같은 비는 내리지 않았다. 거북등처럼 갈라진 바닥을 보인 저수지는 여전히 하얀 맨살을 ...
칠월의 대지는 폭염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작열하는 태양은 무차별 쏟아졌다. 인간의 마음도 지쳐간다. 7년간 땅속에서 기다려온 매미는 나무의 멱살을 잡고 악다구니를 하며 존재를 알린다. 자연도 인간도 긴 겨울을 지나 봄을 거쳐 여름을 맞았다. 힘들게 하는 더위도 한 철이다. 거기에 내 영혼을 저당 잡힐 일이 아니다. 7월의 태양은 절정을 향한 길목이다. 이 뜨거운 태양 아래 7월의 하루하루를 견디다 보면 어느새 가을이 찾아올 것이다. 이 여름의 강렬한 햇빛은 자연과 인간을 힘들게 하지만은 않는다. 대지는 목이 마르지만, 여전히...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가장 뜨거운 이슈 중 하나였던 2018년도 시간당 최저임금이 난항 끝에 지난 15일 밤 7천530원으로 확정됐다. 올해 최저임금 6천470원에 비해서는 무려 1천60원, 16.3%가 오른 것이지만 노측이 당초 주장했던 1만 원에 비한다면 턱없이 낮은 금액이다. 이로 인해 최저임금 생활자에게는 나름 기쁜 소식이 되겠지만, 대부분의 중소기업 사측 입장에서는 고민의 골이 깊어졌다. 이에 앞서 지난 14일 한수원 이사회가 신고리 5, 6호기 건설 잠정 중단을 결의하자 한수원 노조와 해당 지역 주민들이 강력히 반발...
현재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경주시노인종합복지회관 건립을 두고 경주시와 경주시의회가 불편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당초 기본계획 수립 시부터 의견대립으로 마땅찮게 생각한 사업이 최근에 불거진 주차장확보 문제로 또다시 부딪히며 공사중지 요구란 극한 상황까지 치닫고 있는 것이다. 이 사업은 초기부터 무계획적이고 임기응변적 추진으로 주먹구구식 행정의 표본이라는 비난을 받아 왔다. 이렇다 보니 공기지체와 예산낭비로 이어지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수많은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을 어림짐작으로 대충 추진하는 실수를 저질러 행정 불신만 초...
세상에는 길을 가 본 자와 가보지 않은 자가 있다. 같은 길의 목표지점까지 가본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는 무엇일까.가 본 자는 진실을 접했을 경우가 많고 가보지 못한 자는 자칫 환상을 가질 수가 있다. 가 본 자의 진실이 전부 옳다고 할 수 없고, 가 보지 않은 자의 환상이 전부 진실과 다르다고 할 수도 없다. 옛말에 ‘서울에 가본 사람보다 가보지 않은 사람이 서울에 대해서 더 많이 알고 있는 것 같아 보인다’는 말이 있다. 그것은 실체와 환상의 괴리일 수도 있다. 민주화 과정을 거쳐 오면서 숱한 경험을 해온 우리다....
지난 5월 29일 낮 12시 충남 아산테크노밸리 축구장의 하늘은 참으로 맑았다. 이날 제46회 전국소년체전 여자초등부 4강에 오른 포항 상대초 유효준 감독과 선수들은 더욱 뜨거운 눈빛으로 그라운드에 섰다. 그런데 아뿔싸 그라운드에 선 선수는 10명뿐이었다. 이마저도 제대로 훈련받은 선수는 8명뿐이었고, 2명은 일반 학생으로 엔트리를 채워 경북대표로 출전한 것이다. 이들은 8강전에 이어 4강전에도 10명의 선수로 경기에 출전했지만, 체력적 한계를 드러내며 1-3으로 무릎을 꿇고 말았다. 지난 2015년 전국 여자초등부대회 5개를...
택시는 그 도시의 얼굴이다. 택시와의 만남은 도시의 이미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택시를 이용하면서 목적지와 지역의 궁금한 사항을 놓고 기사와 대화를 하곤 한다. 그런데 상당수 대구의 택시가 이에 익숙하지 않은 것 같다. 대구에서 왜관에 있는 공기업으로 출퇴근했던 한 지인은 동대구역에서 황금동 자택까지 종종 택시를 이용했다. 범어네거리를 지나 황금동으로 가자고 하면 택시 기사는 무반응이거나 투덜거리기까지 한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택시를 이용할 때마다 이런 불쾌한 경험을 자주 한다는 것. 그 지인은 20...
최근 천년고도 경주에 베트남 붐이 일고 있다. 오는 11월 열리는 ‘호찌민-경주세계문화엑스포2017’을 앞두고 일어날 수 있는 당연한 현상으로 보기에는 열기가 제법 뜨거운 것 같다. 이러한 열기는 ‘응우엔 탄 풍’ 호찌민시 인민위원장을 비롯한 110명에 이르는 대규모 방문단이 경주를 찾으면서 더욱 달아오른 모습이다. 문화예술 공연단이 포함된 방문단이 베트남 전통문화를 화려하고 감동적인 무대로 선보이면서 시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지난 20일 열린 ‘2017 호찌민의 날 in 경주’ 개막 행사와 ‘호찌민-경주세계문화엑스포...
겨울을 가로질러 질주하던 탄핵열차가 마침내 종착역에 도착했다. 열차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긴 기적을 울리며 플랫폼으로 미끄러지듯 들어왔다. 열차에 몸을 실은 승객들은 호기심과 우려의 눈길이 교차했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분노의 겨울을 통과한 열차는 곳곳에 상처투성이다. 달리는 열차 안에서 주고받았던 가시 돋친 언어들은 마음의 상처로 남았다. 저마다 종착역은 자신들만을 반겨주리라고 굳게 믿었다. 유난히 어수선하고 혼란했던 지난겨울과 봄을 탄핵열차에서 보낸 승객들은 피곤과 안도의 숨을 내쉬며 종착역에 내렸다. 누구는 환한 표정으...
말도 많았고, 사연도 많았던 제19대 대통령 선거가 마침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36년간의 일제 식민통치와 한국전쟁 등으로 인해 세계 최빈국이었던 한국은 불과 70년만에 세계 경제선진국 대열에 올라섰고, 정치분야에서도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빠른 민주화를 이뤄냈다. 그러나 그 속을 들여다 본다면 아직도 우리나라의 정치는 초보적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절감하게 된다. 1960년 4.19 학생의거와 1987년 6.10 민주항쟁 등 건국 이후 한국은 민주화를 위한 숱한 노력 끝에 절차적 민주주의를 확보할 수 있었...
대선이 막바지다. 다음 주면 새로운 대통령이 탄생한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축하해야 할 일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대선을 1주일여 남겨둔 지금에도 상당수 대구·경북 시·도민의 표심은 헷갈리고 있다. 지난 23일 공중파 3사가 합동으로 대통령 후보 토론회를 했다. 바로 다음 날 반응이 궁금해서 무작위로 주변에 있는 몇몇 사람에게 물어봤다. ‘TV토론을 보고 난 후 찍을 사람이 더 없어졌다.’, ‘대통령이 되려고 하는 후보들이 저 정도 수준밖에 안 되나?’라든지 ‘부끄럽고 창피했다’는 식의 반응이었다. 실망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한창 발굴조사가 진행 중인 경주 쪽샘지구에 대한 아련한 추억이 새삼 되살아난다. 50대 이상이라면 누구나 한두 가지의 이야깃거리를 꺼낼 수 있는 쪽샘 마을에 대한 그리움을 떨칠 수가 없다. 80년대 까지만 해도 400여 가옥이 옹기종기 모여 미로 같은 골목길과 오래된 한옥들이 조화를 이루면서 관광객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한 쪽샘. 하지만 마을은 입구에 복원한 우물만 덩그러니 남긴 채 어느 날 갑자기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신라 궁성인 월성의 북쪽 저지대에 있는 쪽샘 마을은 천마총과 황남대총이 있는 대릉원 인근의 신라고...
북핵으로 인한 미국과 중국의 정상회담에 이은 핵 항공모함 칼빈슨호의 한반도 진출 등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가 급박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 틈을 타 일본은 한반도 위기설의 불을 지피면서 전쟁 가능한 국가로의 개헌 추진에 발맞춰 일본의 무장 강화의 명분을 강화하기 위한 행보와 명분을 쌓고 있다. 미국의 북한 선제 타격론 등의 의사결정에는 대한민국이 없다. 우리에게 의견을 물어보지도 않은 채 우리의 운명을 결정지으려고 한다. 한반도에서 핵전쟁이 발생하면 우리 민족이 멸망할 수도 있는데 ‘강 건너 불 보듯’이다 이처럼 동북아질서가 ...
19대 대통령 선거가 한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우리 나라는 지난해 가을이 시작되면서 국정농단사태로 혼란사태를 빚었고, 급기야 대통령 탄핵에 이어 또한 번 전직 대통령 구속이라는 참담한 사태를 맞았다. 한편으로 보면 어떤 정치권력도 국민 위에 군림할 수 없다는 민주주의의 완성을 보는 듯 하지만 애초에 검증되지 않은 지도자를 뽑았다는데 더 큰 문제가 있다. 우리는 지난 1948년 7월 17일 대한민국 헌법이 제정·공포됨으로써 전제군주제와 일제식민지, 미 군정에서 벗어나 현대민주주의국가임을 천명했다. 그러나 부정선거로 인한 이승만 ...
금복주가 혼쭐이 나고 있다. 잇달아 스캔들이 불거지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지난해 8월 금복주가 결혼을 앞둔 여성 직원을 강제로 퇴사시켰다는 기사가 보도됐다. 여직원이 결혼 계획을 알리자 회사가 퇴사를 강요했다는 것이다. 그럴 리가 있겠느냐고 스스로 반문하면서 설마 했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결과, 근무하다 결혼하는 여성 직원은 예외 없이 퇴사시켜 온 사실이 드러났다. 여성을 부수적 업무 혹은 낮은 직급에만 배치하고 대다수 여성 직원을 간접고용 위주로만 채용하는 관행도 적발됐다. 믿고 싶지 않았지만 사실이었다. ...
우리나라 최대 발전회사인 한국수력원자력이 본사를 경주로 옮긴 지 1년이 지났다. 한수원은 지난해 3월 양북면 장항리 신사옥으로 본사를 이전하면서 경주시대를 개막했다. 매출 11조 원이 넘는 거대 공기업 한수원이 본사를 천년고도로 옮기자 시민들의 기대심리는 부풀어 올랐다. 한수원도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면서 지역사회의 신뢰를 얻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본사 이전과 함께 월성원자력본부의 홍보부서를 슬그머니 폐지해 버린 것은 옥에 티가 아닐 수 없다. 같은 지역에서 본사와 본부에 별도의 홍보팀을 운영할 필요가 없...
1979년 궁정동에서 느닷없이 울려 퍼진 몇 발의 총탄에 한 시대를 풍미했던 ‘절대권력’이 생을 마감했다. 그로부터 38년이 흐른 2017년 3월 10일 오전,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인용’이라는 ‘소리 없는 총성’으로 ‘또 하나의 절대권력’이 숨을 멈췄다. 궁정동 총성이 부패한 권력의 ‘내부자의 저항’이었다면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은 무능과 무원칙으로 일관한 절대권력의 수레바퀴를 멈추게 한 ‘시민의 힘’이었다. ‘조국 근대화의 우상’, ‘유신독재의 상징’은 총탄에 쓰러져 갔고, 시민의 ‘비폭력 아우성’에 무능한 절대권력은 힘없...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보호무역주의 강화, 사드배치 문제 등으로 오랜 침체로 힘들어하고 있는 우리 경제가 더 큰 위기에 내몰렸는데 지금 현실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지난해 국정농단사태가 발생한 이후 국정이 사실상 마비되고, 사태와 관련된 기업체와 경제단체에 대한 수사가 계속되면서 지역 기업인들이 내뱉는 하소연이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 낙후된 경제를 일으키기 위해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집중과 선택’ 전략을 채택하면서 정경유착의 고리가 형성됐다. 자본도 기술도 없는 당시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이었지만 이는 결국 한국의 정계...
봄이 오고 있음에도 정치권은 여전히 희망을 발견하지 못하는 겨울의 끝자락이다. 끝없이 이어질 것 같은 겨울의 긴긴밤도 이제 ‘벚꽃 대선’으로 향하는 봄기운에 잠을 깬다. 날카로운 겨울바람은 어느새 부드럽게 와 닿는다. 생명의 잉태를 위한 겨울은 참으로 길었고 새 생명의 탄생을 위한 대지는 봄맞이에 분주하다. 겨우내 침묵하며 생명의 씨앗을 준비하던 대지는 한결 부드러워진 봄맞이 바람과 햇살에 수런거리기 시작한다. 그러나 불행히도 대한민국의 겨울은 참으로 뜨거웠다. 봄을 위한 성찰의 시간을 갖지 못했다. 침묵하기엔 분노가 용서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