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리학에서는 사주(四柱, 태어난 연, 월, 일, 시)가 그 사람의 운세를 함축한다고 봅니다. 그 사주의 구조를 분석, 종합하여 길흉화복을 추리합니다. 흔히 쓰는, “사주를 본다”라는 말이 그 뜻입니다. 사주보는 일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선천적 숙명을 판단하는 일이요, 둘째는 피흉취길(避凶就吉·흉을 피하고 길을 취함)의 방도를 찾는 일입니다. 명리학에서는 사주와 연관된 사항들이 고정적인 것도 있고 시간에 따라 유동하는 것도 있다고 봅니다. 10년 단위로 유동하는 것을 대운(大運)이라 하고, 1년 단위로 유동하는 것을 세운(歲
독일의 수도 베를린을 관광하다 보면 제2차 세계대전의 흔적들을 자주 볼 수 있다. 베를린의 유명한 관광지이자 쇼핑거리인 쿠담(Kudamm)의 시작 지점인 브라이트샤이트광장(Breitscheitplatz)에는 일명 ‘부서진 교회’로 많이 알려진 카이저 빌헬름 기념교회(Kaiser-Wilhelm-Gedaechtniskirsche)가 있다. 독일 제국의 마지막 황제이자 제1차 세계대전의 주역인 빌헬름 2세가 독일 통일을 이룬 자신의 할아버지 빌헬름 1세를 기념해 지은 건물이다. 교회는 신로마네스크양식으로 113미터의 종탑을 가지고 있었으
어떤 사람을 훌륭하다고 칭찬할 때, “저 사람은 참 ‘법 없이도 살 사람’이야.”라고 말한다. 이 사람은 자기 자신의 윤리적 나침반에만 따라 살아도 공동체의 법, 관습, 윤리 등 여러 규범을 자연스레 준수하게 되는 사람을 의미할 것이다.‘법 없이도 살 사람’에게 있어서, 해당 규범이 명령/금지의 언어로 규정되어 있거나 국가의 공식적인 법과 같이 강제력이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이 사람은 법을 의식하지 않아도 당연히 ‘법의 테두리 안에서’(within the boundary of law) 살아가기 때문이다. 본래 사람은 공식적인 법
두 가지 불공정 시비가 요즘 장안의 화제입니다. 노 키즈 존(no kids zone)과 노 실버 존(no silver zone)이 그것입니다. 둘 다 한국식 표현입니다. 노 키즈 존은 영미권에서는 키즈 프리 존(kids-free zone)이라고 한답니다. 여기서 프리(free)는 무설탕(sugar-free)처럼 ‘~가 없는’, 혹은 ‘~로부터 자유로운’이라는 뜻입니다. 그런 의미라면 노 실버 존은 ‘노인으로부터 자유로운 지대’라는 뜻이 되겠습니다. 듣는 노인으로서는 참 기분이 안 좋습니다.그런 배제의 논리를 불공정하다고 느끼는 사람
[대장동 카르텔의 기원 - 만배 형과 영수 형] 지난 4월 21일, KBS 탐사보도 프로그램 ‘시사직격’이 대장동 사건 연루자 만배 형과 영수 형을 직격했다. 주요 내용은 이랬다: 전문가인 기자들이 쓴 기사와 검사들의 수사를 우리는 믿어왔다. 신뢰와 공정의 기자와 검사는 믿을 수 있는 존재여야 한다. 그러나 독점적인 인맥과 정보력을 이용해 자신들의 이권과 통장을 배 불릴 부동산 개발 사업을 공모했다는 의혹을 깊숙이 파헤쳤다.시민들이 원양어선을 타고 파출부 일을 해가며 아끼고 아낀 돈으로 시작된 대장동 개발 사업이 7886억 원이라는
전문가들은 오늘날을 일컬어 개인 감성의 시대라고 한다. 개인의 감성이나 상상력이 제대로 발휘되는 곳에서 창조적 에너지가 생겨나고 경쟁력도 커진다는 것이다. 이는 국가든 지역이든 마찬가지다. 하지만 개인 선택에 호의적인 문화는 저절로 자라나는 게 아니라 숱한 대립과 갈등 속에서 만들어진다.다행히 요즘 우리 지역은 이러한 흐름에 적극적으로 응답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개방성을 강조하고 자율성에 대한 언급도 많다. 그런데 외부 반응은 이상하리만치 미지근하다. 아마 한 차원 높은 수준의 개인주의와 다원주의가 자리 잡을 만한 초기 조
현대자동차가 올 1분기 3조6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상장회사 중에서 1위를 차지했다. SUV와 전기자동차 그리고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 자동차를 많이 팔아 차 한 대당 판매가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제네시스가 프리미엄 브랜드로서 미국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고 한다. 제네시스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말이지만 거리에 지나다니는 자동차를 보면 프리미엄 브랜드를 단 자동차가 정말 많다. 벤츠, BMW, 아우디, 렉서스, 포르쉐, 재규어 등등의 자동차가 넘쳐난다. 하도 많아서 이들 브랜드가 정말 프리미엄 브랜드인가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지났다. ‘5월은 가정의 달’이라는 관습적인 표현을 온몸으로 실감하는 요즘이다. 그런데 5월에는 우리가 해마다 기념하는 날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스승의 날’이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 따르면 스승의 날은 교권 존중과 스승 공경의 사회적 풍토를 조성하여 교원의 사기 진작과 사회적 지위 향상을 위해 지정된 날로서, 1963년 충남지역 청소년적십자 단원들이 ‘은사의 날’을 정하고 사은행사를 개최한 것이 시초라고 알려져 있다. 1964년에는 5월 26일을 스승의 날로 지정했으나 1965년부터 5월 15일로 변경되
김수영(金洙暎; 1921∼1968)의 시 「풀」은 아주 유명한 시입니다. 이 시에는 ‘눕는 것’으로 힘을 삼는 한 생물이 나옵니다. 시의 제목이 되고 있는 풀이 바로 그것입니다. 시 전편에서 “풀은 (언제나) 눕는다”라는 말이 총 9회 나옵니다. 시인이 이 시에서 보여주는 ‘풀이 눕는 상황과 행태’는 아주 다양합니다. 바람이 불면 당연히 눕고, 누운 김에 (울다가) 또 눕고, 바람보다 더 빨리 눕고(일어나기도 더 빨리 일어나고), 날만 흐려도 눕습니다. ‘눕기’를 업으로 삼고 틈만 나면 누워서 자신을 표시합니다. 마치 어느 드라마에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지난 7일 1박 2일 일정으로 방한했다. 이번 방문은 지난 3월 도쿄에서 한일정상회담 이후 52일 만에 열린 정상회담이자, 2011년 이후 12년 만에 복원된 ‘셔틀 외교’가 가동된 것이다. ‘셔틀 외교’의 본질적인 의미는 분쟁·갈등 중인 두 나라를 제3국이 오가며 중재하는 것을 뜻하지만, 한일관계에는 양국 정상이 특별한 계기 없이 오로지 정상회담을 위해 상대국을 번갈아 방문한다는 정치적 수사로 사용되고 있다. 흥미롭게도 당초 올해 여름쯤 이뤄질 것으로 전망됐던 기시다 총리의 답방이 빨리 성사된
1945년 5월 8일,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나치독일이 미(美)영(英)불(佛)연합군에게 항복을 함으로써 유럽에서의 전쟁은 끝이 났다. 아시아에서의 종전은 8월 15일이다. 이 전쟁은 인류역사에 지울 수 없는 커다란 상처를 주었고 지금도 유럽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아물지 않은 상흔의 신음소리를 들을 수 있다. 전쟁의 직접적 피해를 당한 한국은 아직도 피해 당사자들이 전범국인 일본에 대해 피해회복을 외치고 있으나 당사자인 일본은 이미 끝난 일이라고 치부하는 실정이다. 총성이 멈추었다고 전쟁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전쟁으로 인해 파
『청년(靑年)』, 당시 조선중앙기독교청년회(YMCA)에서 발행하여 1921년 창간된 기관지이다. 1941년 종간될 때까지 20년간 간행된 『청년』은 기독교주의를 넘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全 분야를 걸친 사회운동과 그 사상적 배경을 기록하고 있다. 일제강점기라는 민족의 수난기를 오롯이 견뎌내고 있는 청년들이 시대적 요청에 따라 민족의 계몽을 선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기대와 당위성을 발견할 수 있다.70~80년대 군사독재라는 엄혹한 시대에서도 청년은 민주화 운동의 주역이었다. 필자의 부친은 1975년 5월 선포된 긴급조치 9
고등학교 1학년 때입니다. 반에서 1등을 하던 친구가 여름 방학 교회 수양회에서 익사하는 사고가 생겼습니다. 그 친구 없는 학기말 고사에서 제가 1등을 했습니다. 담임선생님이 제게 ‘나는 이렇게 공부했다’라는 주제로 발표를 하라고 했습니다. 만약 다른 친구가 1등을 했었다면 선생님이 그런 발표를 시키지 않았을 겁니다. 삼시 세끼 챙겨 먹기도 어려운 형편이라 학기 초에 선생님을 찾아가 보충수업비를 면제해달라고 부탁을 드렸습니다. “그러면 네가 학급 회계를 맡아서 보충수업비를 거두거라.” 선생님이 그렇게 말했습니다. “공부가 제일 쉬웠
출산율 0.78! OECD 회원국 전체 중 가장 낮은 수치다. 관련 통계집계 이래 가장 적은 수치란다. “집단적 자살사회 같다.”2017년 저출산 한국 사회에 대한 라가르드 IMF 총재의 경고다. 공공연한 비출산 선택이 소멸위기에 처한 시한부 국가라는 불명예를 대한민국에 깊이 드리우고 있다.대학에서 입학 사무를 보고 있어 고교 방문 기회가 부쩍 잦다. ‘올해도 많이 줄었지요?’교교 방문마다 늘 나누는 안부가 되었다. 학급수도 줄지만, 교실당 학생 수도 줄었다. 현재 완료진행형인 이 감소는 2040년에 가서야 멈춘다. 40만 명 내외
봄이 짧아졌다. 꼭 집어서 언제부터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조금씩 줄어드는 걸 느낌으로 알 수 있다. 사람들은 그렇게 금방 왔다가 사라지는 계절을 그냥 보내기 아쉬워서 산으로 들로 나들이 간다. 생기 돋는 봄날의 초록빛 산천을 보면서는 힘을 얻는다.그런데 이렇게 수십 년에 걸쳐 계절이 한 발 한 발 변화를 거듭하고 강산이 몇 차례나 바뀌는 동안에도 옛날 사고와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며 불변의 길을 가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 사회가 대립과 혼란을 견뎌내고 전쟁의 폐허에서 기적 같은 경제 발전을 이룩했지만 그 성취에 애써 눈 감은 채 살아
지난 3월 14일 “MBC 100분 토론”(977회)에서 주진형 (전)한화투자증권 대표이사는 우리가 어릴 때는 입시경쟁, 대학에서는 스펙경쟁, 사회에서는 생존경쟁 속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언급했다. 노동시장 자체가 이른바 메이저와 마이너로 이분화되어 있어서, 계속되는 경쟁에서 승리하여 메이저 집단에 들어가지 못하면 어떠한 삶의 가망도 없다는 전망이 전사회적으로 공유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좋은 대학’에만 진학하면 된다는 인식이 팽배해서 치열한 입시경쟁만이 부각되었지만, 이제는 대학에 진학한 이후가 더 힘들어진 형국이다. 과열된
영화나 드라마의 재미는 ①드라마적 요소(극적 전개) ②인물적 요소(독특한 캐릭터) ③미장센 요소(화면의 미적 구성) ④정보적 요소(지적 호기심 만족) ⑤대사적 요소(풍자적 묘미) 등에서 나옵니다. 오늘은 등장인물들의 대사 중에서 인상 깊었던 ‘한 말씀’들에 대해서 한 번 생각해 보겠습니다. 전체 스토리 전개나 장면의 아름다움과는 별개로 그 한 마디의 대사가 크게 심금을 울려서 그 영화를 오래 기억하게 되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그런 ‘한 말씀’들은 영화를 보는 재미와 함께 여기저기 사회의 어둡고 막힌 곳들을 밝히고 뚫어주는 긍정적
마약청정국을 자랑하던 한국에서 마약문제가 심상치 않다. 학원가 학생들에게 공부하는데 집중력을 높여준다는 약으로 가장하여 마약성분이 섞인 음료수를 제공한 일당이 검거되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주로 연예인이나 특정 집단에서의 문제로 관심을 끌던 마약문제가 이제는 10대 청소년을 비롯한 70대 일반 주부나 자영업자, 회사원 등 생활 속까지 파고드는 모습이다. 특히 공급망을 보면 온라인거래에 익숙한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SNS 등을 활용함으로써 비대면성과 익명성이 잘 보장되는 루트를 주로 이용한다고 한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검거된 마약사
더불어민주당의 오영환 의원이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통해 내년 22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고 다시 소방관으로 돌아가겠다고 선언했다. 소방관 출신의 오 의원은 2020년 총선에서 젊은 인재로 민주당에 영입되어 의정부 갑 지역에서 공천을 받아 당선되었다. 이번 불출마 선언의 배경에 대해서 뒷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오 의원 지역구의 유력한 인사 자제가 다음 총선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출마를 양보했다는 소문도 들린다. 오 의원이 끝내 내년 총선에 나오지 않고 소방관으로 복귀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그러나 그의 불출마 선언을
오픈 AI 사가 개발한 인공지능 챗봇 서비스인 챗GPT가 새로운 시대적 화두가 되면서 이른바 세 번째 ‘인공지능의 봄’은 한동안 지속될 듯하다. 최근 챗GPT가 일으키는 열풍을 바라보면, 2016년 3월 이세돌 9단과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고 간에 바둑 대국이 진행되던 당시 상황이 자연스럽게 연상된다. 인간과 컴퓨터 간의 대결이 시작되었던 체스 게임에서, 1996년 IBM의 딥 블루는 인간 체스 챔피언을 상대로 1승을 거두었고, 이를 개선한 디퍼블루는 1997년 최종 전적에서도 승리하였다. 체스에 비해 훨씬 더 많은 경우의 수가 존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