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인들을 총살형에 처한다.’ 늘어선 십자가에 죄수들이 나란히 매달렸다. 멀리 교회 금빛 종탑이 햇빛을 받아 빛나고 있었다.‘거총!’ 소총수들의 총구가 사형수들을 향했다. 28살 도스토옙스키도 불온서적을 읽은 혐의로 십자가에 매달렸다. 러시아 황제 니콜라이 1세의 지식인 탄압은 집요했다.‘사격 중지!’ 사격 직전 달려온 황제의 사자가 사격 중지를 외쳤다. 유배로 감형됐다. 도스토옙스키는 유배에서 풀리자 작품을 쏟아냈다. ‘죄와 벌’ ‘백치’ ‘악령’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등 인류의 찬란한 문화유산들이 탄생한다.정부는 사문화된 사
중국의 한 연구원이 밤에 각 가정집에 밝혀진 등불을 보고 추정한 빈집이 1억 3000만 채라는 설이 있다. 중국의 주택이 모두 4억여 채라는데 4채 가운데 1채가 넘는 수의 집이 비어 있다는 주장이다. 공식 통계가 없는 중국의 상황을 보여주는 일화지만 중국 부동산 버블이 얼마나 심한지를 말해주는 상징적 에피소드임에는 분명하다.부동산 건설사 헝다(恒大)그룹 파산에 이어 지난해까지 중국 부동산 건설 1위 비구이위안(碧桂園·Country Garden)의 채무불이행 위기가 고조되고 사실상 중국 건설사의 도미노 파산이 시작됐다. 이를 두고
거대한 둥근 바위. 운명처럼 버티고 선 언덕. 언덕 위로 바위를 힘겹게 밀어 올린다. 어떤 저항도 허용되지 않는다. 오로지 바위를 굴리는 기계적 동작 뿐. 정상에 도달하는 순간 바위는 반사적으로 굴러 내려간다. 다시 시작된다. 무의미하게 되풀이되는 고통을 코린토스 왕 시지포스는 거부할 수 없다. 신이 내린 형벌이기 때문이다.“비틀어진 세상을 바로 펴는 것이 이번 생의 소명이라 믿는다. 기꺼이 시지포스가 되겠다.”‘백현동 특혜 의혹’으로 검찰에 출석한 지난 17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발표한 입장문의 일부다. 그는 그리스 신화 속 시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 판결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가 18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동채 전 에코프로그룹 전 회장에게 징역 2년과 벌금 22억 원, 추징금 11억여 원을 선고한 원심을 상고 기각으로 확정하면서 내린 판결문 일부다.판결문에서 ‘자유심증주의(自由心證主義)’라는 법률 용어가 눈길을 끌었다. 자유심증주의는 증거의 증명력을 법관의 자유 판단에 맡기는 주의다. ‘반드시 법률이 정
“멀쩡한 배에서 노를 거꾸로 젓고, 구멍 내는 승객은 승선할 수 없다.” 22대 총선을 8개월 앞두고 국민의힘이 내부 기강 다잡기에 나섰다. 이철규 사무총장이 ‘승선배제’ 카드를 꺼냈다. 유승민 전 의원과 이준석 전 대표 등 강력한 ‘인 파인터’(In Fighter) 몇몇이 타깃으로 분석된다.유 전 의원은 일본 오염수 방류에 대한 정부 입장에 ‘국민을 개, 돼지 취급하는 것’이라며 선택 가능한 가장 격렬한 용어를 동원했었다. 그는 ‘다양한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운을 뗐다. 하지만 “잠시 전을 폈다 접는 ‘떳다방’은 하지 않겠다”며
“판사는 외부로부터 독립을 지켜야 하지만 자신으로부터도 독립해야 한다.” 윤관 전 대법원장은 법원도서관이 펴낸 ‘법관의 길 윤관’에서 ‘자기로 부터의 독립’을 강조했다. “자신의 사상, 인생관, 학연, 지연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며 끊임없는 자기 성찰을 후배 법관들에게 주문했다. 문민정부 첫 대법원장이었던 그는 군사독재 때와는 달리 문민 시대를 맞아 판사 개인의 사상과 성향이 재판에 투영되는 것을 경계한 것이다.노무현 전 대통령 부부 명예훼손죄로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에게 징역 6월을 선고한 판사가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서울중앙지법
자유민주 국가는 3권분립을 뼈대로 정부 조직을 구성한다. 그래야 나라가 무쇠솥처럼 세 발로 단단히 설 수 있다. 3권 중에서 사법권은 집행권도, 예산권도 없어 오직 재판으로 신뢰를 얻는다.한국전쟁의 부산 피난 시절 경찰 검문에 대법관들이 걸렸다. “우리는 대법원에 있는 사람들이오.” 라고 짐짓 목소리를 깔고 말하자 경찰이 되물었다. “대법원이 어디 있는 절입니까? 우리는 부산에 그런 절이 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당시 일반 국민에게 미미한 존재로 각인돼 있던 대법원의 위상을 말해주는 에피소드다.대법원과 사법부가 입법,
중세시대 유럽 명문 귀족들에게 명예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지켜야 하는 덕목이었다. 심지어 목숨까지 걸었다. 진검승부, 이른바 ‘명예결투’다. 19세기 들어 법으로 금지될 때까지 수많은 사람이 ‘신사도’인 이 ‘명예결투’로 다치거나 죽어갔다. ‘명예결투’를 영국에 전해 준 프랑스가 가장 심각했다.19세기 초 나폴레옹 황제 등극 무렵 ‘명예결투’를 그린 영화가 거장 리들리 스콧 데뷔작 ‘결투자(Duellists)’다. 파티장에서 연행된 장교가 그 치욕을 갚기 위해 연행하러 온 장교에게 결투를 신청해 장장 15년간 결투를 이어간다는
“민주당에는 민주, 실력, 미래가 없다.”무소속 양향자 의원이 최근 자신의 복당 문제를 거론한 민주당을 직격했다. 당 운영의 비민주성을 앞세워 ‘3무(無) 정당’이라고 몰아쳤다.지난달 말 이재명 대표와 이낙연 전 총리 만남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읽혔다. 이 대표는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단합을 강조하며 이 전 총리에게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이 전 총리는 “당의 혁신은 도덕성과 민주주의 회복에서 시작해야 한다”며 민주적 당 운영을 요구했다.이런 가운데 민주당혁신위원회(위원장 김은경)가 당 혁신안을 내놓았다.핵심은 전당대회 표결 때 비
“금강홍수통제소에서 위험통보를 받았지만, 교통통제를 하라는 얘기는 없었다.” 지난달 14명의 인명을 앗아간 충북 청주 오송지하차도 침수 참변 때 나온 관할 청주 흥덕구청의 발표다. 당시 기상청은 충청권에 300mm 물폭탄을 예보했고 사고 발생 4시간 전에 인근 미호천에 홍수경보가 발령됐었다. 홍수통제소는 매뉴얼에 따른 행동을 충청북도에 주문했다. “폐쇄회로TV 상 이상이 없어 교통통제를 하지 않았다”는 담당 간부의 말이 귀를 의심케 했다. 재난 매뉴얼은 무용지물이었다. 하천 수위를 바탕으로 매뉴얼이 정상 작동됐다면 막을 수 있었던
한국 클래식계에 또 하나의 별이 떴다. 지휘자 윤한결(29)이 지난 6일(현지 시간) 폐막한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젊은 지휘자상’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20세기 최고 지휘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카라얀을 기리기 위해 열리는 이 대회는 ‘차세대 지휘자들의 등용문’이다.대회 심사위원단은 정상에 오른 윤한결에 대해 “카리스마 있을 뿐 아니라 준비가 철저했고 기술적으로도 뛰어났다”면서 “그의 지휘를 보면 음악을 흉내 내는 게 아니라 마음속에서 음악이 흘러나오게 한다는 점을 느끼게 해줬다.”고 평했다.영국 버밍엄 심포니 수석 객원지
“병원이 포기한 말기 암 환자가 맨발걷기를 하고 두 달 만에 완치됐다.”맨발걷기로 성인병과 만성질환을 치유했다는 체험담, ‘맨발의 기적’이 퍼지면서 맨발걷기 열풍이 불고 있다.산책로나 공원에서 맨발로 걷는 시민을 쉽게 볼 수 있다. 야간에는 도심 학교 운동장이 맨발걷기족으로 북적댄다. 돈 들이지 않고 손쉽게 즐길 수 있어 광풍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도 이 분위기를 타고 맨발 산책로를 곳곳에 조성하고 있다. 일부 지자체는 아예 맨발걷기 축제까지 만들어 관광객 유치에 나설 정도다. SNS에는 관련 동영상과 정보가 넘쳐나고 있
누구에게나 추억이 깃든 ‘소울 플레이스(soui place)’ 한두 곳이 있다. 대구·경북 사람들에게 그런 공간이 아마 ‘대구 달성공원’이지 싶다. 달성공원은 요즘 인파가 몰리는 동성로는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사람들로 붐볐던 때가 있었다. 전국 명소의 일요일 방문객 수를 집계한 1973년 6월 18일의 기록을 보면 서울 뚝섬이 15만7000명으로 가장 많았고, 경기도 안양 유원지가 그다음으로 많은 8만2700명, 세 번째로 많은 인파가 몰린 곳이 달성공원으로 6만8900명이나 됐다.달성공원의 마스코트는 ‘키다리 아저씨’였다. 197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 (헌법 제 27조 4항)검찰과 치열한 진실 공방을 벌여야 하는 형사재판에서 피고인이 절대 불리하다. 검찰은 막강한 수사권을 이용해 증거를 채집한다. 또 피고인을 구속해 손발을 묶을 수도 있다. 검찰과 피고인 간의 이런 힘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공정한 사법 프로세스를 확보하는 방안이 바로 ‘무기대등의 원칙’이다. 무죄로 추정되는 피고인에게 자기방어의 길을 열어주는 불구속 재판이 핵심이다.하지만 사법부가 ‘무기대등의 원칙’을 배제하는 경우가 있다. 중대범죄와 도주 그리고 증
창단 120년을 넘긴 미국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는 ‘미국 톱5’로 꼽힌다.1930년대부터 42년 동안 음악감독을 맡은 오먼디는 현의 유려함을 강조하면서 ‘실키 사운드’를 창조했다. 지금도 ‘필라델피아 사운드’로 불리며 독보적인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세계 최초의 전기 방식 녹음과 세계 최초의 스테레오 녹음’ 기록을 갖고 있다. 이렇게 최고 위상을 지키고 있지만 두려운 관객이 있다. 바로 노인들이다. 이들은 작은 실수도 놓치지 않는다. 단원들은 이들을 의식해 연습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노인들의 귀가 독보적인 사운드의 원천이 된
철근 콘크리트의 발명은 인간에게 마천루의 욕망을 실현해줬다. 프랑스 정원사가 깨지지 않은 화분을 만들기 위해 고안한 철근 콘크리트 기술은 1855년 특허를 냈으니 150년도 훨씬 전이다. 5층 정도 높이의 건축이 가능하던 것이 철근콘크리트 기술의 발달로 지상 1000m에 육박하는 건축이 가능해졌다.사막의 꽃을 본떠 만들었다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부르즈 할리파’는 지상 163층에 높이가 828m에 이른다. 이 지구상 최고 높이의 건축물을 우리나라 삼성물산이 지었다. 세계 고층 건물 2위는 말레이시아의 ‘메르데카 118’. 국영연금
“초복을 고비로 장마가 개더니 밤으로는 달빛이 하도 좋아 쉬이 잠들 수 없다. 앞산 마루 소나무 사이로 떠오르는 달은 더없이 정다운 얼굴이다.”법정 스님 수필집 ‘오두막 편지’에 나오는 ‘달빛에서도 향기가 나더라’다. 홀로 산중 토굴생활을 한 스님은 이즈음의 달을 무척 좋아한 듯하다. ‘달빛을 베고 누워 중천에 떠 있는 달을 바라본다. 달도 나를 내려다본다. 아 달빛에서도 향기가 난다. 요즘 같은 달빛은 일 년 열두 달을 두고도 쉽게 만나기 어렵다. 밝기로 말한다면 여름 달보다 가을 달이 한층 더하지만 가을 달은 여름 달 만큼 푸근
“송아지 송아지/ 얼룩 송아지/ 엄마 소도 얼룩소/ 엄마 닮았네//~” 박목월 시인의 동요 ‘얼룩 송아지’ 1절이다.한때 가사에 나오는 ‘얼룩 송아지’가 우리나라 전통 한우인 ‘칡소’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하지만 목월 시의 얼룩 송아지는 미국에서 들여와 우유를 생산하던 저지종(영국 저지섬에서 기원한 품종) 얼룩소라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졌다. 목월이 시를 쓴 1930년대에 이미 젖 짜는 얼룩소가 전국에 보급되기 시작했기 때문에 일부 국뽕의 얼룩소가 칡소라는 주장은 꼬리를 내리게 됐다. 정지용의 시 ‘향수’에 나오는 ‘얼룩백이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11월 중순. 초겨울 날씨가 유난히 매서웠다. 정주영 현대건설 사장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푸른 잔디를 심어 줄 수 있습니까?”“이 엄동설한에 푸른 잔디를 어떻게 구한다는 말이오?”‘공사비를 3배 주겠다’는 제안이 따라 붙었다. 미 8군 관계자였다. 귀가 솔깃했다. 정주영이 되물었다.“푸르기만 하면 됩니까?”“물론입니다.”그는 낙동강변 논에서 청보리 30 트럭을 실어다 부산 유엔군 묘역을 푸르게 단장했다. ‘길이 없으면 만들어서 간다’는 정 회장의 철학이 나온다.제 34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1273년 5월 제주도 향파두리. 몽골의 침입에 항거해 삼별초가 마지막으로 진을 친 곳. 고려와 몽골 연합군 1만 2000명이 성을 에워쌌다. 연합군은 듣도 보도 못한 신무기로 성을 공격했다. 쇳조각이 든 질그릇이 터지면서 병사들이 쓰러져 갔다. 머리 위로 화약이 매달린 불화살이 쏟아졌다. 삼별초는 제대로 저항도 못 한 채 4일 만에 성을 내주고 말았다. 신무기에 놀란 고려가 원나라에 화약제조 기술 제공을 요청했다. 하지만 거절당했다. 철저히 비밀에 붙여졌다.그렇게 100년이 흘렀다. 1374년 국제무역항인 황해도 예성강변 벽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