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15세 중학생이 게임중독에 빠져 이를 막는 어머니를 살해하고 자살한 안타까운 뉴스를 보았다. 요즘 컴퓨터를 좀 한다는 아이들이 다루는 컴퓨터 사용능력은 정말 뛰어나다. 요즘 세상에 인터넷과 컴퓨터 사용능력이 뛰어나다는 건 재산이기도 하지만 부정적인 측면도 만만치 않다. 부정적인 면 중 첫 번째는 아이들이 가장 쉽게 빠지는 컴퓨터 게임인데 대부분의 컴퓨터 게임은 적과 겨루어 이기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어 공격적인 성향이 커질 수 있다. 이번 중학생의 어머니 살해와 자살사건도 갑자기 분노가 치밀었을 때 순...
성인처럼 보이고 성인처럼 말하며 성인처럼 옷을 입고 다니지만 내면은 아이인 채로 성장하지 못하고 어린시절의 과거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을 우리는 '성인아이'라고 한다. 어린시절 그 아이만의 독특함과 소중함이 버림받고 혼자 남겨지고 소외되는 경험을 한 결과 미숙한 유아시기의 감정과 행동을 보이는 것이다. 문제는 성인아이인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 너무도 많이 있고, 또 많은 성인아이가 가정을 꾸려 자신의 정신건강을 대물림하고, 우리의 학교를 운영하고, 종교단체를 운영하고, 정부를 운영한다는 것이다. 당연히 성인아이가 부모인 가정이나 성인아
스트레스가 많은 시대에 사는 요즘의 사람들은 스트레스 관리법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그런지 각종 자기계발서나 정신건강지침서, 인터넷 정보검색을 통해 쉽게 스트레스 대처법이나 관리법에 대한 내용을 자주 접하게 된다. 공감이 가는 많은 내용 중에서도 특히 "자신의 스트레스 타입을 파악해서 생활을 바꿔본다"라는 내용에 공감이 가는데, 조금 더 근본적인 스트레스 해소를 추구할 때 자신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된다는 것이다. 자신의 정체성을 파악하고자 하는 욕구는 인간 누구에게나 있다. 그래서 너도나도 서로의 혈액형을 물어가며 성격의...
엄마는 어쩌면 자녀들과의 끝나지 않는 전투 속에서 소진해 가기도 하고, 또 작은 희망을 발견하고 다시 힘을 내곤하면서 자녀들을 멋지게 성장시킨다. 가끔씩은 여유롭고 지혜롭게 전투를 하는 엄마들을 만나기도 하는데 부모교육을 배웠거나 심리적으로 건강한 엄마들이다. 아니면 둘 다 이거나... 자녀가 그릇된 행동을 하는 이면에는 어떤 욕구나 목적을 충족하기 위한 동기가 숨어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부모님들은 자주 문제를 더 악화시키는 행동을 하게 된다. 바꿔 말하자면 부모의 엄한 훈육 자체가 자녀의 기본적인 욕구나 목적을...
누구나 행복을 꿈꾸고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적극적으로 내가 주체가 될 수 있는 행복을 만들어 가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냥 행운이 나를 찾아주어서 만사형통하면 자신은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하거나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가지면 행복할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 아이가 좋은 대학에 들어가면 행복할 거야', '대기업에 취직하면 행복할거야', ' 저 사람하고 결혼하면 행복해 질 수 있겠지' 라고. 그런데 막상 아이가 명문대학에 들어 간 후에는 졸업, 취업, 결혼이라는 목표가 생기고, 대기업에 취직하고 나면 또 다시 평가와 승진에...
행복한 결혼에 대한 생각은 연령이나 지혜와 함께 성장하는 것 같다. 어렸을 때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번쯤 읽거나 들어본 유명한 동화에는 결혼 후에 대한 얘기가 나오지 않는다. 동화에 나오는 행복의 정점은 구박을 견디다가 왕자님을 만나거나 마녀의 나쁜 주문을 풀어줄 왕자님을 만나서 결혼하는 것이다. 그 영향인지 어릴 때는 멋지고 능력있는 멋진 청년을 만나 결혼을 하면 행복할 수 있겠다는 꿈을 꾼다. 한동안 이런'신데렐라 콤플렉스'가 여성의 주체성을 약화시킨다는 의견이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여성이나 남성이나 싱...
어린 아이들은 칭찬을 참 좋아한다. 그리고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책이 유명해지면서 칭찬은 아주 좋은 자녀양육법 중의 하나로 각광받고 있으며, 부모님들은 자녀에게 칭찬하는 것이 좋은 양육법이라고 굳게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러나 가끔씩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자녀에게 칭찬을 할 요량으로 "예쁘다", "착하다", "잘한다", "멋있다"를 남발하는 부모님들이 있다. 자녀에게 칭찬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 이 세상을 사는 데 필요한 용기와 자기존중감을 키워주기 위해서 우리는 칭찬을 한다....
우리는 생활 속에서 매일 매일 대화법에 중요성에 대해 체감하며 산다. 똑같은 내용의 말을 하는데도 누가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듣는 사람의 마음과 기분은 천지차이다. 좋은 대화를 하고 나면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느낌이 들고 마음이 편해지고 훈훈해진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말을 너무 아껴서 오해가 생기기도 하고, 말하는 방법이 좋지 못해 상대방을 불쾌하게 만들기도 한다. 좋은 대인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좋은 대화법이 필요하다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자녀를 키울 때도 좋은 대화법은 가뭄에 바짝 바른...
큰 아이는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이유있는 반항에서 이유없는 반항'까지 모든 반항을 두루 섭렵했다. 큰 아이와 10분 정도만 대화를 나누면 혈압이 서서히 상승하고, 얘기가 20분, 30분 길어지다가 급기야는 내가 지쳐 나가떨어질 판국이 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큰 아이가 쓰는 기술은 다양해서 일일이 언급할 수 없지만 예를 들면 '치고 빠지기' 가 있다. 잘못된 언행에 대해 지적하면 말대꾸를 하며 '왜 그런데?' '왜 그렇게 해야 되는데?'하며 하나하나 따지듯 묻고, 내가 화가 최고조에 올랐을 때 '엄마, 그만하자, 나 학원...
인간에게는 당연한 많은 욕구가 있다. 남으로부터 애정과 인정을 받고 싶은 욕구, 칭찬받고 싶은 욕구, 관심 받고 싶은 욕구, 힘을 갖고 싶은 욕구, 특권을 행사하고 싶은 욕구(잘나고 싶은 욕구), 존경받고 싶은 욕구, 성취하고 싶은 욕구, 편하고 안주하고 싶은 욕구, 의존하고 싶은 욕구 들이다. 이러한 욕구들은 인간으로서 충분히 가질 수 있는 욕구들이라고 이해할 수 있는 욕구들이다. 그러나 이러한 욕구도 지나치면 신경증적 욕구가 되는 것이다. 독일의 여성 정신역동 심리학자 카렌 호나이(Karen Horney)는 신...
자녀들이 사춘기에 접어들면 대화하기가 힘들어 진다. 좋은 마음으로 대화를 시작했는데 얘기하다보면 감정이 상하고 화가 치밀어 오르고 소리를 지르거나 아이를 윽박지르게 된다. 부모 말에 수긍하는 법이 없고 꼬박꼬박 따지고 대들고 심지어는 부모를 무시하듯이 말하는 중간에 자리를 박차고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리거나 부모를 비난하기도 한다. 우리 큰 아이와도 얘기를 하다보면 요리조리 그 때 그 때 말을 바꿔가며 내 말에 반항을 하는 게 눈에 훤히 보여 어느새 이렇게 컸나 대견하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하고, 이리저리 설득...
작은 아이는 유치원 때도 수줍음이 많아서 아파트에서 낯선 사람을 보면 내 뒤에 슬며시 숨어서 살피는 아이였다. 작은 딸이 초등학교 1학년 때 '참관수업' 공지가 왔다. 학교 갈 때의 기대 반, 걱정 반의 발걸음이 돌아오는 길에 섭섭함과 안쓰러움으로 바뀌었다. 참관일 반 아이들의 모습은 분주할 정도로 활발했다. 손을 최대한 높이 들고 '저요, 저요'를 외치는 아이, 하다가 안 되겠다 싶었는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손을 드는 아이, 자기를 보러와 준 엄마, 아빠가 있어 더욱 신이 난 아이들은 선생님이 몇 번씩 주의를 주어야 할 정...
얼마 전 큰 아이의 국어교과서에 기형도 시인의 '엄마걱정'이라는 시가 실려 있는 것을 봤다 '열무 삼십 단을 이고/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엄마 안 오시네. //배추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안 들리네, 어둡고 어두워/금간 창 틈으로 고요히 빗소리/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기형도의 엄마걱정 전문) 내 정서 속에 오랫동안 자리잡고 있던 슬픔과 외로움이 이 시를 읽으면서 되살아나...
우리 둘째 딸은 첫째 아이 옷을 물려받아 입는다. 그래서 가끔 소매가 지저분한 옷도 있고 가끔씩 해진 부분이 있기도 하다. 나는 이 옷이 너무 낡았으니 입지말자고 해볼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작은 녀석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눈치다. 아이들 옷값이 비싸기도 하고 불필요한 소비를 하고 싶지 않아 보기에 괜찮다 싶으면 그냥 입게 한다. 그래도 아이들 옷도 유행이 있는지라 너무 유행을 타는 첫째 아이 옷은 입히기 어렵고 취향이 다르기도 해서 필요한 옷을 사러 나가보면 새 옷도 해진 옷들이 많다 청바지 무릎, 엉덩이,...
학교다닐 때 1년에 한 두번씩 부모님께 거짓말을 해가며 책값을 타내서 여기저기에 요긴하게(?) 썼던 기억이 있다. 학생 때는 사고 싶은 물건도 많고 하고 싶은 일도 많은 데 용돈은 제한되어 있으니 좀 고전적인 수법이긴 해도 가장 성공률이 높은 것이 '책값 불리기'였던 것이다. 아버지는 평소 말이 적은 편인데 언제부턴가 술을 드시면 동생과 나를 불러다 앉혀놓고 전쟁 때 얘기며 어릴 때 성장스토리를 다리에 쥐가 나도록 오랜 시간 말씀하셨다. 얘기 중간부터는 유체이탈(?)을 경험하기도 했는데 아버지 얘기가 지겹고 따분하여 내 머리 ...
가끔 TV에서 달인들의 묘기에 가까운 일솜씨를 보여 놀라곤 한다. 달인들은 그 비결에 대해서 '오랫동안 하다보니 자연히 이렇게 됐다'는 겸손의 대답을 많이 한다. 그러나 알고 보면 다른 사람들과 다른 자신만의 노하우(know-how)가 있다. 또한 대부분의 달인들은 자신의 일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는 답을 하고 있다. 노왓(know-what), 즉 무엇을 할 것인가하는 것도 잘 맞지 않았나 생각한다. 요리를 싫어하는 사람이 요리의 달인이 되기는 어렵듯이 자신이 해야 할 것을 잘 선택한 것이다. 자녀키우기는 어떨까? 자녀...
"우리 집에서는 어제도 혈육간 전쟁이 벌어졌다." 집집마다 형제자매간에 싸움이 끊이지 않는다고 하소연하는 부모들이 많다. 대부분 이 전쟁의 시작은 어찌되었던 동생의 판정승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부모님들이 동생의 손을 들어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첫째가 듣는 말은 "동생은 아직 어리니까 네가 좀 양보하면 이렇게 안 싸우고 좋잖니", "동생하고 똑같이 굴면 되니? 네가 더 나이가 많고 형이잖아" 이렇게 동생을 위해 참고 희생하라고 한다. 그러나 이런 말은 그야말로 우이독경(牛耳讀經)이 되고 만다. 다음에도 ...
요즘 들어 어머니들에게 부쩍 많이 듣게 되는 걱정이 아이가 너무 욕심이 많은 것 같다거나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라는 내용이다. 얼마 전 둘째 딸이 친구와 체스게임을 하고 있는데 쉽게 지기에 내심 우리아이는 저 게임에 약한가보다 했다. 친구가 돌아가고 나서 평소 딸과 같이 못 놀아준 게 미안해서 "엄마랑 아까 그 게임할까? 너 좀 어려운 것 같던데..."하고 물었다. 딸아이의 얘기는 의외로 일부러 져 줬다는 것이다. 같이 게임을 한 아이가 결과에 무척 민감해서 지면 기분나빠하고 화를 내니 그냥 져 줬단다. 그 친구는 다른친구가 자...
얼마 전 기사에 부모가 아기에게 분유를 제대로 먹이지 않고 부부가 함께 컴퓨터 게임에 빠져 결국 3개월된 아기를 아사시킨 사건이 보도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부부가 아이를 잃으면서까지 집중했던 게임은 게임 속의 가상의 소녀캐릭터를 돌보고 키우는 것이었다고 한다. 3월 8일자 일본 요미우리(讀賣)신문에도 비슷한 기사가 눈길을 끌었다. 5세 남아의 부모는 아이를 굶겨서 1세아 보다 적은 몸무게인 6.2kg정도에 키는 2세아 정도의 85cm인 상태인데도 아침에만 한 번씩 적은 양의 밥만 먹였으며 사망 전 일주일간은 전혀 밥...
일본에서 유학을 할 때 첫째아이를 낳았다. 남편과 나에게는 기다리던 아이였다. 일본의 지도교수는 임신사실을 알렸을 때 말로는 축하한다고 했지만 표정은 밝지 않았다. 유학하면서 아기를 키우겠다고 하니 주위에서는 '제대로 공부를 마칠 수 있을까' 라며 우려 섞인 관심을 보였다. 주위에서 걱정스런 시선으로 볼수록 불안한 마음을 잊기 위해 공부에 매달렸다. 대학원수업을 마치면 어린이집 가서 애 데려와 저녁 먹고, 목욕시키고 재우고 나서 '이제부터 내 시간이다'하며 피곤한 줄도 모르고 밤을 새가며 책과 씨름했었다. 저녁시간을 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