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팔-(뒤로 슬금슬금 피하면서도 달겨들 틈을 엿본다.) 흥! 네깐놈 손에 죽을 하찌꼬-는 아니다. (그러나 달려들 틈을 못 찾고 육박 해 오는 동욱에게 못 이겨 대문으로 피해 다라난다.) 어디 두고 보자! 귀신도 모르게 없애 버릴테니! (퇴장 동욱 긴장이 풀려 파이프를 놓는다.) (재수와 동식 뛰어 들어오고 뒤 이어 김씨 반 미친 사람같이 달려온다.) 재수-바 밧줄은 어쨌어 밧줄은! (상팔이가 끄내둔 밧줄을 들고 나가려 한다. 동욱 말 없이 앞을 가로 막는다.) 이놈이! 끝끝내 훼방 놀테냐! 비껴랴! 김씨-혜경...
김씨-아기 원대로 내버려 둬요. 오늘만은 혜경이 뜻대로 해줘야 되잖수. 반장-암 그래야죠. 반장부인-그러면 오늘은 애기 마음대로 하게 내버려 두세요. 재수-(자리에 도로 앉으며) 오늘은 참지! 김씨-아가 염려 말고 앉거라. (혜경 앉는다.) 상팔-(안 호주머니에서 사진을 한장 끄내고) 저런 엉터리 그림보다 이 사진이 훨신 혜경씨에 어울릴겁니다. (혜경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반장부인-(사진을 들여다 보며) 어머나! 이것도 지개진 사진이네 호호호. 재수-두번 다시 물 지키다간 망신 하겠다....
반장-상팔이란 놈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르더군 역시 어린 애야 ! 반장부인-약혼식은 구럭저럭 치루지만 다음엔 빨리 결혼식을 하자고 떼를 부릴거예요 반장-글쎄 훗달이라도 결혼식을 후다닥 올려야 마음을 놓겠는걸 반장부인- 이 집 큰 아들의 거동이 아무리 봐도 수상해요 결혼식 때까지도 마음을 못 놓겠는걸요 반장- 흥 이 집의 영감의 고집이 어떤 고집이라고. 제 아무리 서둘어도 에비 고집을 당해 낼려구! 설사 애비를 설복시킨다 손치더라도 영감은 백만환에 묶여 꼼짝 못 할 거 아니요 거미줄에 걸린 파리야...
노파-아이구! 사람 죽네! 권서방-(급히 달려가 일어세우고) 엄마 와 이카능교? 노파-이놈아! 멀 하고 있노 불이란다 불. 권서방-뭐? 불 났다고요? (사방을 두러본다.) 어데 불 났능교? 노파-불이라 캉이 이놈이 뭐 하고 있어! 권서방-엄마! (귀에다 입을 대고 고함을 지른다.) 어데 불 났능교? 어데요? 노파-이놈아! 늙은 할마시가 아나? 나도 모르겠다. (동내사람들 상수에서 등장하여 '최영감 우물에 물이 났다'하고 앞을 다투어 하수 비탈길을 올라 퇴장.) 권서방-그러면 그렇지! 나도 ...
동욱-응! 취했어. 취해도 좋아! 취해볼테다. 취해서 오늘 저녁에 닥칠 악몽을 넘겨야겠다. 비겁하게도 내일을… 눈을 꼭 감고 내일을 기다려야겠다. 아니다. 내일을 기다릴 용기조차 자꾸만 죽어간다. (고개를 돌려 눈물을 닦는다.) 강백-동욱이! 혜경-오빠! (엎디어 운다.) 강백-(자기도 모르게 혜경의 손을 잡는다. 혜경 강백의 손위에 얼굴을 대고 흐느껴 운다.) 동욱이! 더 격렬한 싸움을 앞두고 센치의 눈물로서 투지를 적셔서야 되겠나. 자네 조차 그러면 자네에만 의지하는 혜경씨는 어떻게 되나. 첫 고비에서 벌서...
강백-혜경씨가 행복된 길만 찾었다면야 내가 뭘 미련을 가지겠나만…. 어쩐지 불안스러운 마음이 드네. 동욱- 내만 믿어 주게. 오늘 저녁의 약혼식이 결코 마지막 판은 아니네. 어떻게 하더라도 끝끝네 뻗혀 나갈테다. (혜경 술상을 들고 부엌에서 나와 청에 놓고 술잔들에 각각 술을 따룬다.) 동욱-(술잔을 들고) 오늘은 실컷 마시고 취하고싶네. 자넨 위선 한 잔만이라도 들게. (강백 술잔을 든다.) 자네의 장도의 여행과 앞날의 성공을 비네. (양인 건배한다.) 동욱-아버지가 그 돈을 받지 않아서 도...
혜경-오빠! 난 죽을테야! (발작적으로 운다.) 동욱-(혜경을 바로 앉히우고) 혜경아! 그런 마음을 가질테냐? 또 그런 소릴 하면 난 나대로 가버릴테다. (혜경 기둥에 얼굴을 대고 소리 없이 느낀다.) 혜경아 모진 아버지라도 우리에게 한가지 좋은 점을 주었다. 우리가 자랑하는 의지력이다. 선의 의지력이 아니냐. 아버지의 악(惡)의 의지력과 우리는 힘을 합쳐 끝까지 싸워야 되잖니. 울지 말고 오늘 저녁만 견디어 보자 응! (강백 틀에 넣은 그림을 종이에 싸 들고 등장) 강백-동욱아! 동욱-오- 강백인...
권서방-아주뭉이! 그자식 갔소? 부인갑-이 사람이 왼, 동넬 한바퀴 돌았구나. 권서방-말마이소. 한 바꾸 마라송 했구마. 그놈이 날래도 박서방 축지법엔 못 따라 오거등. (내려와 물지게를 지고 비틀거리며) 젠장 맞을것! 오늘 잔치에 잘 묵을라고 사알 굶었딩이 힘을 못시겠뎅이! 그렇잖으만 글마 쭘은 한다수 오너라. 부인갑-호호 걸음아 날 살라라고 동망하던 사람이 호랑이 없으니 큰 소리하네……. 부인을-권서방 오늘 잔치음식이나 잘 먹고 힘을 내요. 호…. 권서방-두고 보소! 그자리서 영감과 그놈의 달구지...
부인갑-앗다 판돌어머니두…. 그저께 새치기하다 대판으로 싸운 이는 누군데요. 호…. 부인을-애색끼 젖맥일 시간은 급하고 글세 고등어는 졸아붙겠는걸 어떻게요. 권서방 새치기와는 좀 다르다오. 부인갑-글세요. 그놈의 권서방은 무턱대고 새치길 하거든. 여보판돌어머니 앉아서 숨이나 좀 돌립시다. 부인을-이놈의 곳은 오나가나 물소동이야. 이거 물 잘 나오는 고장으로 이사를 가던지…. (양인 하수 오르막길 평탄한 곳을 골라 각각 물통을 놓는다.) 아이구 그저 우에 권영감이 파는 우물만이라도 돼면 좀 낫겠지. 부인갑-...
동욱-아버지! 혜경의 일생을 망치지 말라는 부탁이에요. 집안을 살려주십사 하는 애원입니다. 재수-듣기 싫다 넷놈이나 그런 헛수작으로 집안을 망치지나마라! 상팔이가 깡패면 어떻단말이냐? 어깬들 어떼? 넷놈같은 졸장부 쌀벌레를 아들로 가지느니보다 차라리 깡패사위가 낫다. 동욱-(울분이 폭발한다) 아버지 한방울이라도 따뜻한 피가 있는 사람이라면 자식에게 그런 무모한 소리는 하지 못할겁니다. 재수-저 저놈이! 못할 소리가 없구나! 동욱-고금동서를 찾아보세요. 제자식 제딸 팔아……. 제 딸의 산 송장을 발판으로 출...
동욱-아버지는 어딜 가셨오?(격분하여 온 몸이 떨린다) 김씨-얘야 진정해라! 네 에비는 중신한 반장과 약주 잡수러 갔단다. 저녁밥이나 먹고 오늘은 일찍암치자고 내일 천천히 이얘기 해보자. 불뚝고집에다 약주에나 취하면 물이야 불이야 가리지 않는 성미니깐. 동욱-혜경의 평생을 망칠 이 마당에서 일 분 일 초라도 기다릴 수 있나요. (마당에 내려선다) 김씨-얘야 밖에 까지 나가서 집안의 수치를 내 놓을것은 뭐 있나. 오늘은 참아다구.;;. 혜경-오빠 (동욱의 팔을 잡고 청으로 끌어 올리려고 애쓴다.) ...
김씨-왜 이렇게 늦었니? 혜경-오빠 있는 곳을 찾어 다녔어요. 김씨-마침 잘 됐구나. 동욱아 너도 이리 올라오너라. 시급히 할 애기가 있다. (동욱과 혜경 김씨를 마주보고 앉는다. 잠시 잠잠하게 서로 먼저 입을 열기를 기다린다.) 혜경-어머니 그 깡패녀석 봤나요. 김씨-깡패라니? 혜경-동식이가 따라다니는 그녀석 말애요. 김씨-아, 아깨 봤다. 네 애미와 얘길하고 있더구나. 근데 넌 왜 도망질을 쳤니? 동욱-어머니 조합장에게서 빌렸다는 그 돈은 당장 지금이라도 돌려 줄 수...
김씨-반 대답이고 온 대답이고 가릴때가 아니야. 때가 어느때라구. 김씨-당신 성미도…. 이런 대사를 의논도 없이 혼자 생각으로 덜커덕 결정하는 사람이 천하에 어디 있소. 재수-의논이라니? 마누라 빼놓고 누구와 의논 하란 말이오. 그러니 지금 임자와 의논하고 있잖어. 김씨-아유 도무지 당신과는 얘기도 못하겠소. 글세 시집 갈 당자의 의견도 물어봐서. 또 큰애가 뭐랄지? 재수-아-니 우린 혜경이와 의논하고서 혜경이를 낳았나? 동욱이는 또 뭔데? 김씨-그래도 본인이 싫다면? 재수-싫긴
김씨-이놈아! 어쩌자고 늙은 사람을 함부로 때리는 거야! 재수-그런 주정뱅이는 죽어도 싸다. 상팔-아주머니 안녕하세요. 김씨-자네 왔는가. 재수-너희들은 우물 파는 구경이나 하다가 오너라. 네 에미와 할 말이 있으니. 동식-그러기보다 누나 찾으러 가보는게 어때? 상팔-그러자. 또 오겠읍니다. 재수-오냐, 나중에 또 오게. (동식과 상팔 퇴장) 김씨-(청으로 올라가며) 곗돈이 제대로 뫃이질 않아 야단났는걸요. 재수-이젠 그따위 걱정할 팔자는 면할거요. 김씨-앗다...
권서방-(고통으로 상을 찌푸리고 손목을 주물으면서) 그런데 그놈도 여간한 놈이 앙이던데 (몸짓 섞어가면서) 서로 막 치고 막 박고, 막 차고, 막 물고, 막 뜯고 하다가 잡지 못하고 고만 놓쳐 버렸엉. 앗다 그놈만지 날센 놈은 첨 봤네. 나도 날래기는 둘째 가라면 슾한 놈인데 워낙 각중에 막달라 들기 때메 힘도 마음대로 못 써보고 고만 놓쳤고마. 동식-그놈의 얼굴은 어떻게 생겼어? 권서방-시끄럽다. 어-말도 마라! 온 낯에 시컴은 터리기더라. 니가 봤으면 기절하고 넘어 젔을끼다. 그래도 그...
상팔-알면서 왜 네 책임을 다 못하는거야! 은혜를 입었으면 그만큼은 갚아야지! 동식-그러니까 집에 아무도 없을 틈을 맞춰서 형님을 데리고 왔잖아. 일전엔 그놈의 그림쟁이 때문에 헛탕을 쳤지만 오늘은 문제없어. 곧 퇴근 할꺼야. 여기 앉아서 기다려 보자꾸나. 누나 오기만하면 이젠 독안에든 쥐야. 집 밖에서 내가 망을보고 있을 테니 형님 마음대로 누나와 놀면 돼쟎아. 상팔-글세 임마! 간장이 타는데 우드커니 앉아 어떻게 기다린담? 동식-(벗어둔 혜경의 구두를 발견하고) 쉿! (구두를 가르킨다. 그리고는 날쎄게 청...
반장-영감님 금년엔 운수 대통이라니까. 조합장과 사돈 관계면 동장은 고사하고 시의원 자리도 내다 볼수 있읍니다. 재수-(입맛을 쭉쭉 다시며) 허- 그 원! 내가 바보였지. 왜 일찌기 생각을 못했담. 허기야 그저께 상팔이란 애를 봤을때 탐스런 생각은 들었지만 이렇게 빨리 꿈이 실현될 줄이야.... 여보 반장. 그쪽에서 꼭 성혼시킬 마음은 틀림 없죠? 반장-그러기에 돈오십만환을… (갑작이 말을 끈는다) 동서 내외는 영감님댁과 인간적으로 인연을 맺자는 겁니다. 자식도 자식이지만 동서 내외는 영감님같은 분과 사돈 되기를 ...
반장-암 그렇구 말구요. 우리 반은 고사하고 왼 동네 사람들도 이젠 물걱정은 반이나 덜겠다고 야단들이죠. 재수-나는 짐작을 하고 시작한거 거든요. 자고로 정치란건 꿩먹고 알먹기로 미리 내다보고 하는게 상수랍니다. 배 고픈 놈엔 국물이나 싫컷 먹여 주고 건데기는 내가 슬쩍 삼켜버리거던 이걸 협잡이라 할놈은 없겠죠. 반장-물론이지요. 재수-저 우물 속에는 다른 사람들로서는 물이 들었지만 나에겐 표가 묻혀 있거던. 이쯤되면 박동장도 기가 꺾일 껄. 제표가 많은가 내표가 많은가… 반장-영감님 표수는 내가 보장하지...
김씨-물이 안 나오드냐? 또 뽐뿌 고장인가 봐! 혜경-아니예요. 김씨-올라오다가 넘어졌군 그래. 첨 하는 일이 쉬울 줄 알았드냐? 혜경-넘어진건 아니예요. 줄을 지어 차례를 기다리는데 새에 끼어드는 사람이 하나 둘이라야지요. 그대로 기다리다간 종일 서 있어도 물은 못 받고 말것 같에요. 권서방이 사납게 구는 것도 무리가 아니예요. 재수-염치도 없이 새에 끼어드는 것들을 못 이겨내서 울상을 하고 되돌아와? 남이 하거든 나도 해야지. 지긴 왜 져! 아께까지는 큰 소리 하구 나가더니 왠걸! 큰 놈이나 저년은 임...
혜경-(재수의 손에서 몽둥이를 빼앗고)아버지 방으로 들어가 쉬세요. (몽둥이를 청밑에 넣는다) 재수-말을 해서 안들으면 개패듯이 마구 두들겨 줘야 정신을 차리는 거야 김씨-최서방을 떼칠려면 삯이나 주고 떼쳐버리게 올라가서 품삯 셈이나 합시다 재수-(청으로 올라가면서)그놈에 줄 돈은 셈할 필요됴 없어. 더 요긴한 셈이나 해야지 김씨-(혜경보고)최서방이 저렇게 돼버렸으니 당장에 내일 아침 물을 어떻가나? (청으로 올라서며) 설마 술이 깨면 또 오겠지. (재수와 마주 앉는다) 재수-곗돈은 얼마나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