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네팔의 국경지역인 장무로 향하면서 오지 마을을 방문하기로 했다. 네팔로 가면 간식도 필요치 않을 것 같아 먹을 것 대부분을 내려놓고 가려고 한다. 비포장도로를 달리고 시냇물도 아슬아슬하게 건넜다. 마을은 변변히 농사지을 땅도 없는, 말 그대로 척박한 곳이었다. 이십여 가구 정도가 사는 작은 마을이었다. 집집마다 깨끗한 카펫을 가지고 나와 마당에 깔아 우리를 앉게 하고 따뜻한 차를 내왔다. 유순하고 초연한 영성을 가지고 있는 그들은 우리들에게 행복을 주었다. 이곳을 지나가는 여행객들이 이 마을을 때때로 찾아주면 얼마나 좋...
티베트에서 일정이 끝나는 내일은 8천m급 산 중 유일하게 중국 국경 안에 위치한 시샤팡마(8천27m) 베이스캠프에 갔다 네팔과의 티베트의 국경 도시인 장무로 간다. 지저분한 숙소였지만 고단한 잠에서 깬 이른 새벽에 마지막 목적지인 시샤팡마(8천27m)를 가기 위해 서둘렀다. 우정공로는 전체가 공사 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 도로가 포장되면 인도 혹은 네팔로 이어지는 철도 공사에 큰 도움이 될 것은 분명해 보였다. 2003년, 미 금융투자 골드만삭스는 '21세기는 2000년대를 전후해 초고속 경제성장을 거듭...
히말라야 산군는 티베트와 네팔의 경계를 이루고 있다. 에베레스트로 알려진 최고봉의 원래 이름은 '초모랑마'다. 네팔과 티베트 국경에 솟아 있는 높이 8천848m의 봉우리다. 1846년 영국이 인도에서 식민정책을 펴나갈 때 지도를 만들기 위해 히말라야 봉우리에 대한 측량을 실시했다. 당시 에베레스트 산의 비공식 명칭은 '피크 15' 였다. 영국의 측량국장이었던 앤드류 워는 9년여에 걸친 측량 결과, '피크 15'가 지상에서 가장 높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워는 전임 측량국장이었던 조지 에베레스트(Everest)의 공...
타실룬포 사원으로 나섰다. 티베트 사원 중 가장 윤기가 흐르고 풍성하고 아름다웠다. 달라이 라마 다음의 서열인 판첸 라마를 모시는 타실룬포 사원에는 이 세상에서 가장 큰 미륵불 좌상이 있다. 높이가 26m에 달하고, 275kg의 금이 들어갔다고 한다. 1447년 총카파의 제자이자 1대 달라이 라마인 게둔드롭(Gedun-drup)이 짓기 시작한 이래, 역대 판첸 라마들이 증축을 거듭해 온 곳이라 했다. 이 사원은 티베트 불교의 4대 종파 중 가장 세력이 큰 겔룩파의 총 본산이기도 했다. 초기에는 주류에서 소외 되었던 곳이었...
랜드크루저를 타고 티베트 제 2의 도시인 시가체로 향한다. 시가체(3천900m)는 라사에서 290km 떨어진 천장남로로 약 6시간 정도 소요된다. 베이징을 떠난 지 6일 째 되는 날이다. 라사에서 장무까지 가는 길을 우정공로라 부르고 있다. 라사에서 서부 티베트의 끝에 위치한 히말라야 산맥을 넘어 네팔로 가자면 티베트의 두 번째 큰 도시인 시가체를 거쳐야 한다. 우정공로의 남쪽 코스는 해발 4천794m의 캄바라 고개를 넘고 티베트의 3대 성호(聖湖)(남쵸호수, 마나사로바호수, 얌드록쵸호수) 중 하나인 아름다운 암드록쵸 호...
포탈라궁에서 서쪽으로 3 킬로미터 정도 떨어져 있는 노브링카가 여름 궁전이라면 포탈라궁은 겨울 궁전이다. 노브링카는 7대 달라이 라마에 의해 지어졌고, 지금의 새로운 궁전은 1954년 지금의 14대 달라이 라마에 의해 1956년 완공되었다. 정원과 분수대, 수영장 등을 갖추고 있다. 서쪽의 '칼상 포탕'은 황금빛의 모자를 쓴 형상을 하고 있는 아름다운 건물로 맨 처음 지어졌을 때 만들어진 것이다. 완벽하게 복구된 왕좌가 있는 방도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곳이다. 정원은 가장 많은 사람이 사진을 찍는 곳이다. 아름다운 극장...
달라이 라마가 없는 포탈라 궁은 그저 문화유산의 껍데기로 보였다. 제14대 달라이 라마는 지난해 2010년 나이 78세, 모택동이 쳐들어 왔을 때 10대 소년이었다. 자국에서 달라이 라마로 통치한 건 겨우 10년뿐이다, 1959년 중국 공산당이 라사를 침공했을 때 인도로 망명해 지금껏 무저항 비폭력으로 티베트 해방운동을 지속해 오고 있다. 달라이 라마란 이름을 세계에 알리게 한 장본인으로 하인리히 원작 '티벳에서의 7년'이란 영화에 소개됐다. 노벨 평화상 수상자이기도 하다. 티베트 역사상 500여 년의 전통을 가지고 있는...
조금 숨은 가빠했지만 고소증을 느끼지는 못했다. 객석의 많은 사람들이 산소 튜브를 코에 걸고 있었다. 거얼무역부터는 기차내 복무원이 승객들이 담배 피우는 것도 금지시켰다. 이 칭짱철도와 도시는 티베트 고원에 비하면 그야말로 점과 선밖에 안 된다. 아득하게 펼쳐진 저 구릉 뒤쪽에도 시선이 닿지 않는 남쪽 어딘가에도 티베트 유목민들은 존재할 것이다. 혹시 점과 선만 보고 티베트가 중국에 중화되었다고 단정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밥을 먹을 시간도 아닌데 식당 칸에 복무원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두 여자가 장비를 꺼내 놓고 맥박과 ...
끝없는 녹색 평원을 달려 란저우(蘭州)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4시쯤이었다. 그 사이 풍경은 또 바뀌었다. 녹색이 드물어졌고 황토산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거대한 황하 상류가 보였다. 우리가 종단하려는 티베트 고원을 에두른 탕구라 산맥에서 발원한 황하는 시작부터 황토빛 흐름이었다. 기차를 타려는 사람들도 인종이 많이 바뀌었다. 붉은 가사를 입은 티베트 승려와 머리를 땋은 티베트인들이 많아졌다. 한 바퀴 돌리면 불경을 한번 읽는 것과 같다는 '마니차'를 돌리는 할머니. 티베트가 가까워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란저우에...
역사만 발전하는 게 아니라 길(路)도 진보한다. 금단의 땅, 은둔의 땅, 세계의 지붕이라는 수식이 낯설지 않은 땅을 기차가 관통했다는 소식을 듣고 맨 먼저 떠오른 단상이 그것이었다. 평균 해발 4천500m가 넘는 그 황량한 티베트 고원을 수천t의 철마인 기차가 횡단한다는 사실 말이다. 티베트가 어떤 곳인가. 높기도 하거니와 쿤룬산맥, 탕그라산맥, 히말라야로 에워싸인 불모의 땅이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티베트라는 나라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불과 50년 전만 하더라도 지도상 공백으로 채워진 곳이다. 고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