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군 공무원, 17년간 남모를 온정

이남철 대가야읍장
17년 전 자신의 봉급을 떼서 가정환경이 어려운 불우한 아동을 돕기 위해 시작된 선행이 끝 간줄 모르고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한 공직자의 아름다운 사연이 지역사회에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자신을 밝히기를 극도로 꺼려온 화제의 주인공은 고령군 대가야읍 이남철(57)읍장.

그는 “조그만 보탬으로 아이들이 건강하고 밝게 공부하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시작한 것이 오늘에 이르게 됐다”며 계면쩍은 웃음을 짓는 그의 얼굴은 어른 모르게 무엇을 하다 들킨 아이처럼 어쩔 줄 몰라 한다.

지난 14일 기자는 대가야읍장실을 찾았다. 그는 “다 알고 왔다”는 기자의 말에 몇 번에 걸쳐서 “보도하지 말아 줄 것”을 간곡히 부탁하며, 음료를 내놓으며 회유(?)에 나서기도 했지만, “이 사실을 계기로 또 다른 선행이 파도처럼 높게 일면 더욱 좋은 일이 아니겠느냐”는 설득에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

그는 2010년부터 지금까지 불우아동 돕기, 학생장학금 지급, 교육발전기금 기탁, 양로원과 소외이웃 돕기, 사회복지 공동모금 기탁, 홀트 아동복지 성금 기탁, 수해가구와 무료급식소 지원 등 그의 선행의 손길은 지역사회 곳곳을 파고들었다. 지금까지 무려 9천975만 원을 남모르게 내놓은 것.

기자가 파악한 내용을 보면 자신의 모교인 고령초등학교 불우아동 돕기를 위해 2010년 1월부터 매월 10만원씩 212개월 동안 2천120만원을, 2009년부터 9년간 매년 300만 원씩 2천700만 원의 장학금을 기탁했다.

사할린 교포와 지역 노인들이 거주하고 있는 대창양로원에는 2005년 8월부터 매월 10만원씩 205개월 2천50만원을, 고령군교육발전기금은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년간 300만 원, 2013년 500만 원, 같은 해 10월부터는 매월 10만원씩 47개월 동안 470만 원 등 모두 1천270만 원을 기탁했다.

또 2007년 수해로 피해를 입은 수해가구에 대해 350만 원의 이불을 지원하고, 2016년에는 274만5천원의 쌀(20㎏)61포를 불우이웃에게 전달했다.

사회복지공동모금인 희망플러스에는 2014년 1월부터 매월 3만 원씩 44개월 동안 132만 원과 불우이웃 성금 60만원을 전달했다.

홀트아동복지 재단에는 2007년부터 매년 12만원씩 11년간 132만원, 또 무료급식소에는 2001년 3월부터 20㎏들이 쌀 2포를 지금까지 198개월 동안 891만원 상당을 지원했다.

3년여의 공직생활을 남겨둔 이남철 읍장(지방서기관, 4급)은 “한때 매우 어려운 시절이 있었지만, 힘든 과정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무언가 선행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 가까운 우리지역에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을 찾게 된 것”이라며 별로 내세우고 싶지 않은 일이 알려지는데 대해 거듭 난색을 표하는 그의 얼굴을 바라보는 기자의 눈에는 겸손의 미덕을 갖춘 선비를 보는 듯 했다.

권오항 기자
권오항 기자 koh@kyongbuk.com

고령, 성주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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