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욱기자

당초 큰 충돌이 예상됐던 민주노총 제 2차 전국노동자대회가 아무런 사고없이 평화시위로 마무리됐다.

민주노총은 19일 오후 3시 태풍 영향으로 강한 바람과 세찬 빗줄기가 몰아치는 속에서도 예정된 집회를 강행, 경찰은 물론 이를 바라보는 많은 시민들이 가슴을 졸였다.

지난달 16일 집회에 참가했던 건설노동자 하중근씨가 부상을 입고 사망한 데 이어 이날 집회에 앞서 있었던 수차례의 집회에서 500명이 넘는 경찰과 노동자가 크고 작은 부상을 입은 터라 이같은 걱정은 더욱 컸다.

특히 이날 집회에 앞서 강경투쟁으로 갈 것이라는 예측이 곳곳에서 터져 나온 데다 ‘경찰과 포스코 간부를 납치해 협상에 나설 것’이라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들까지 나돌면서 긴장의 고삐를 더욱 세게 죄였다.

그러나 그같은 우려는 그야말로 기우로 끝났다.

이 모두는 노조측의 평화시위약속을 흔쾌히 받아들인 경찰의 결단과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준 노조집행부의 노력이 어우러지면서 이룬 성과다.

이날 거리행진에서 노조측은 지난 두차례의 유혈충돌을 의식한 듯 세찬 비와 바람이 부는 속에서도 질서유지를 위해 대오정렬에 힘을 쏟는 모습이 역력했고, 포스코 본사앞 도로에 도착해서도 집회사실을 모른 채 운행하던 차량을 친절하게 돌려보내는 모습이 목격됐다.

그리고 집회과정에서 일부 과격한 표현이 나오기도 했지만 자신들의 요구사항이 담긴 항의서한문을 정중하게 포스코에 전달한 뒤 자진해산함으로써 가슴졸이며 결과를 바라보던 시민들의 근심을 덜어줬다.

이에 앞서 문성현 민주노동당 대표를 비롯한 당지도부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사태해결을 위해 포항시민들의 지지와 관심을 촉구했었다.

그러나 만약 이날 집회가 또다시 유혈사태로 이어졌다면 노측은 오랜 파업으로 가뜩이나 마음이 돌아선 시민들의 지지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을 것이지만 이날 평화적 시위를 실천함으로써 그같은 우려를 털어내고 시민적 공감대의 틀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또한 비록 임단협에서부터 하중근씨 사망사고 책임자처벌에 이르기까지 풀어야 할 숙제가 산더미같지만 이날처럼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한 분위기가 무르익는다면 충분히 넘을 수 있는 산이기에 그 의미는 참으로 깊다 할 것이다.

어쨌든 기자는 악천후속에서도 평화집회를 위해 노력해 준 경찰과 노동자 모두에게 박수를 보내며, 앞으로도 이같은 분위기속에서 대화와 타협을 통해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협상에 나서주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그것이 그 어떤 무력적 행위보다도 큰 힘을 발휘할 것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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