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계 등에서 문제점을 제기해온 최저임금인상 정책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최저임금 인상은 저임금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정책”이라며 최저임금 인상의 추진을 강조했다. 그동안 재계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임금인상 정책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제시해온 데 대한 답변으로 해석된다. 임금인상정책에 대해 아예 쐐기를 박은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보좌관 회의 모두발언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가계소득 증대와 내수 확대를 통해 소득주도 성장을 이루는 길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 초기 혼란을 예상한 듯 “단기적으로는 일부 영세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 경영의 어려움을 겪거나 고용이 줄어드는 등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최저임금인상에 대한 비판이 잇따르자 정부는 총 3조 원 규모의 일자리안정기금과 총 1조 원 규모의 사회보험료 경감대책을 마련해 놓고 있다.

연초부터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후폭풍이 가장 심한 곳은 대구다. 대구외식업계는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해 밥값을 올리거나 고용원 감축에 나섰다. 대학생들이 아르바이트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려울 것이라는 흉흉한 소문이 나돈다. 생활용품의 가격 인상도 줄을 잇고 있다. 구인·구직 포털 ‘알바천국’에 따르면 응답자의 72%가 일자리를 찾기 어렵거나 갑작스러운 해고에 직면할 것으로 우려할 정도다. 최저임금 인상이 일자리 문제를 넘어 하층 노동자들의 고용대란을 유발한다는 지적까지 나오는 판이다.

문 대통령의 최저임금 인상정책은 노동자의 소득향상을 위해 취한 정책으로 정책적 타당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바람직한 정책이다. 다만 영세업체나 자영업자들의 이윤구조를 파악하지 않고 성급하게 추진했다는 것이 문제다. 이들 업체가 상위 업체들의 이윤 착취로 돈벌이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도외시한 것이다.

최저임금의 대폭적인 인상에 대해 영세업자와 자영업자들은 모래알로 흩어져서 집단적인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서이지 사실은 수면 하에서 거대한 해일이 일고 있다. 정부는 세금으로 만든 일자리안정기금과 사회보험료로 최저임금인상정책의 부작용을 해소할 생각이지만 제약요건이 많아 실효성이 의문 된다. 지금이라도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신속한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 제도적 보완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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