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얼굴의 이장님
새 얼굴의 이장님
  • 김학인 청송위원회 위원·청송군체육회부회장
  • 승인 2018년 01월 31일 16시 00분
  • 지면게재일 2018년 02월 01일 목요일
  •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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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학인 청송위원회 위원·청송군체육회부회장
연말·연초가 되면서 마을마다 이장 선출이 한창이다.

2~3년의 임기가 끝나면서 종종 연임되기도 하지만 새로운 얼굴로 바뀌는 마을이 많다.

이장의 역할은 지방행정구역인 리의 사무를 맡아보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지만, 고령화된 농촌에서는 어르신들의 손과 발, 귀와 눈, 원주민과 귀농인 간의 가교 역할 등 다양한 일들을 더해야 한다.

저마다 마을을 위하여 봉사하겠다는데 가타부타할 것은 아니지만, 일부마을에서 투표까지 하면서 선출을 하다 보니 이런저런 가십거리가 생겨나고 있다.

농촌의 특성상 몇 개의 산지부락으로구성된 마을의 경우 부락과 부락, 원주민과 귀농인, 씨족(성씨) 간 심지어는 사촌 형제끼리 출마하여 주민투표를 하는 마을도 있다.

각종 선거로 인한 편 가르기가 국가발전의 큰 골칫거리로 등장한 것이 어제오늘만의 일은 아니지만 30여 가구 남짓한 미니마을의 이장마저도 큰 후유증을 남기는 투표로 선출한다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교통과 통신수단이 여의치 않았던 70~80년 초만 해도 투표보다는 마을 어르신들이 의견을 모아 주민들과 이장을 추대하였는바, 이렇게 추대된 이장은 마을의 대소사는 물론 주민들의 개인 가정사 심지어 출생과 사망신고부터 면사무소, 우체국, 농협, 고등어 한 마리 장보기까지도 해주곤 했다.

가끔 술 좋아하는 이장께서 형과 동생의 이름, 출생 일시를 잘못 기재하여 동생이 먼저 군대에 가야 하는 헤프닝도 있긴 했지만, 궂은일 마다치 않고, 동네 일도 옆집 일도 내일처럼 아낌없이 봉사하시던 그 시절의 이장이 그립다.

국가도 국민도 모두가 어렵던 그 시절, 한 해 동안 마을 이장을 맡아서 수고하신 수고비조로 추수가 끝나고 가구마다 쌀 두어 말씩 거두어주는 모곡으로 이장수당을 대신 했었다.

모곡의 고마움을 전하고자 이장댁에서 준비한 돼지비계 둥둥 뜨는 해장국 한 그릇과 막걸리 한 사발로 서로가 지난해의 노고에 감사하고 새해의 마을 대소사를 함께 의논하며 인정 넘치던 그 시절의 농촌이 그립다.

지금은 모곡이 없어진 대신 매월 일정액의 수당이 지급되고 해외연수, 자녀학자금지원, 행정기관에서 이루어지는 각종 보조사업이나 정책에 대한 정보의 습득이 쉽고 크고 작은 마을공사에서의 역할 등 예전보다 여러모로 이장활동의 여건이 나아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농촌인구의 감소로 마을 소멸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활동여건이 좋고 나쁨을 떠나 이장의 역할이 더욱 중요한시기이다.

지방자치단체별로 인구 늘리기 각종 귀농·귀촌 정책이 시행되고 있지만, 귀농인과 원주민과의 화합, 노·장·청 주민들 간의 소통, 귀농인의 마을문화습득과 경제적인 정착이 순조롭게 이루어질 수 있는 분위기 조성과 멘토, 조정자로서의 이장이 필요하다.

맹자가 나라의 이익을 묻는 한 왕에게 “왕이 이익을 추구하면 신하들과 백성들이 모두 자기 이익을 추구하게 될 것이고 나라는 상충하는 이해관계로 분열될 것”이라고 대답했듯이 마을도 다르지 않다.

마을마다 주민들의 이해관계가 없을 수는 없다. 추대되었던 투표로 선출되었든 간에 사사로운 이해관계를 떠나 주민 어느 편에도 치우치지 않는 신뢰회복이 제대로 된 이장역할의 시작이라고 본다.

우리나라 속담 중에 ‘시작이 반이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시작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이제 이장의 임무는 시작됐다. 맹자의 가르침을 맘속에 새기며 침체한 농촌 마을을 새롭게 부흥시키는 이장님, 주민 모두가 존경하는 이장님 우리 이장님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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